[연말결산⑧] 2017 인디 게임,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해가 되다

기획기사 | 윤홍만 기자 | 댓글: 17개 |



올해 인디 게임은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메이저 게임에 버금갈 정도의 인디 대작이 나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가 하면 국내에선 새로운 스타 인디 개발자가 탄생하기도 했다. 국내외적으로 인디 게임의 저변이 나날이 넓어지고 있는 모습.

여기에 다양한 행사들이 치러져 인디 게임을 알리는 한 해가 되기도 했다. 게임잼을 통해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그들의 아이디어를 표출할 장을 만들어주는 한편,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던 인디 게임을 아웃 오브 인덱스, BIC, 인디터 등의 행사를 통해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던 건 아니었다.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드러나지 않았던 치부가 드러난 해가 되기도 했다. 경진대회 수상작들이 표절을 했다거나 유명 인디 게임 개발사의 게임이 다른 게임을 표절했음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이제 마무리할 때다. 과연 2018년 인디 게임 시장은 어떤 발전을 이뤄야 할지, 타산지석으로 삼을 올해 인디 게임 시장의 굵직한 사례들을 정리해봤다.


컵헤드 - 올해 최고의 인디 게임
캐릭터부터 배경까지 전부 손으로 그려낸, 장인 정신이 돋보인 인디 대작


올해 최고의 인디 게임의 영광은 스튜디오 MDHR이 개발한 '컵헤드'가 차지했다. 게임어워드 올해의 아트 디렉션을 수상한 '컵헤드'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그래픽이다. 최신 게임들이 어떻게 하면 더 선명하고 깔끔하게 표현할까 고민하는 데 반해 '컵헤드'는 어딘지 빛바래진 배경에 미묘한 노이즈가 서려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이를 위해 스프라이트를 포함해 눈에 보이는 모든 걸 우직하게 손으로 직접 그려 스캔했다고 하니 개발자들이 '컵헤드'만의 그래픽을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가 느껴질 정도다.

물론, 그렇다고 '컵헤드'가 단순히 그래픽만 독특한 게임이란 건 아니다. 그랬다면 올해 최고의 인디 게임으로 꼽히진 못했을 것이다. '컵헤드'의 그래픽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바로 극악의 난이도다. 레일 슈터 장르의 특징답게 한 번만 맞아도 죽으며, 보스들은 생각지도 못한 기상천외한 공격들을 해오기 일쑤다. 하지만 고난이 있기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이 큰 법. 이런 높은 난이도는 얼핏 단점으로 작용하지만 클리어했을 때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인디 게임이라 하면 흔히 독창적인 게임, 자본에 잠식되지 않는 게임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맞는 말이지만 간혹 여기에 너무 얽매인 나머지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간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저 독창적일 뿐이거나 자본에 잠식되지 않았을 뿐, 반대로 독창성이라곤 없는 게임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컵헤드'는 달랐다. 개발자가 원하는 모든 걸 담아냈음은 물론이고 출시 2주 만에 100만 장이 넘게 팔리는 등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여기에 그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수많은 짝퉁 게임이 양산되기도 했을 정도니, 이만하면 올해 최고의 인디 게임으로 선정하기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마녀의 샘 - 시리즈 누계 100만 다운로드 돌파
새로운 스타 인디 게임 개발자 출현하나?




지난 11월 14일, 마녀의 샘 시리즈가 글로벌 기준 유료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성공하기 힘들다고 하는 인디 게임, 1인 개발자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 같은 마녀의 샘 시리즈의 성공에는 다른 인디 게임과의 차별화가 있었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독특한 그래픽이었던 것도, 생각지도 못한 참신한 시스템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대신 마녀의 샘 시리즈는 시장에 접근하는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1인 개발 게임의 경우 단순하고 기존에 흥행한 게임을 답습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마녀의 샘 시리즈는 달랐다. 싱글 스토리 기반의 유료 게임. 무모하단 의견도 많았지만, 모바일 게임에선 드문 이 선택은 마녀의 샘 시리즈 성공의 밑바탕이 됐고 지금에 이르러선 믿고 즐길 수 있는 시리즈로까지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편, 이런 마녀의 샘 시리즈의 성공은 단순히 한 개발자의 성공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다. 잠깐 즐기고 잊히는 모바일 게임들 속에서 믿고 즐길만한 시리즈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료 게임, 1인 개발 게임이라고 해도 재미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증명해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국내 인디 게임 시장은 여전히 작다. 참신한 게임들이 조금씩 나오고 독창적인 행사를 통해 그 저변을 넓히고 있지만, 주목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스타 인디 개발자의 존재다. 이미 국내에는 스타라고 할 만한 인디 개발자들이 더러 있는 편이다. '스매싱 더 배틀', '오버턴'의 한대훈 개발자나 '레플리카', '리갈던전'의 소미 개발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 수는 적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선 더 많은 스타 인디 개발자가 필요한 만큼, 마녀의 샘 시리즈의 성공으로 인해 새로운 스타 인디 개발자가 탄생하길 바란다.



▲ 국내 인디 게임은 스타 인디 개발자의 존재가 절실하다

행보만으로도 주목을 받는 이러한 스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더욱 늘어나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면 자연스럽게 인디 게임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를 낼 테니까.


인디 게임 시장 - 표절로 얼룩지다
대두되는 표절, 카피캣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

국내 인디 게임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크고 작은 문제들도 조금씩 발생했는데 그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던 표절, 카피캣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건 경진대회 수상작의 표절 논란이었다. '2016 글로벌 인디게임 제작 경진대회' 중·고등부 기획부문 대상을 수상한 '스타라이트'에 대해 표절 의혹이 있었고,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 거였다. 당시 '스타라이트'는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우울증과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시대적 배경에 물음을 던지는 서사구조를 지닌 작품이란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기에 그 여파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 표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스타라이트'

물론 표절 문제가 인디 게임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는 메이저 게임의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인디 게임과 메이저 게임의 표절 문제는 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 게임의 경우 누구나 알고 있기에 쉽게 드러나는 한편, 인디 게임의 경우 표절의 당사자가 아닌 이상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스타라이트'의 경우에도 원작인 '스타더스트'의 개발자가 직접 페이스북에 표절 의혹을 거론하고서야 공론화됐을 정도.

여기에 최근 진행된 '2017 글로벌 인디게임 제작 경진대회'에서 수상작이 또 논란에 중심에 서면서 표절 논란이 재점화됐다. '스타라이트'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개발한 수상작이 유니티 에셋 스토어에 있는 프로젝트의 데모를 그대로 갖다 쓴 게 드러난 것이다.

본래라면 개인의 창의성과 예술성 등을 표출할 수 있단 점에서 관심을 받아온 인디 게임이 '입시 스펙'으로 각광받으면서 생긴 씁쓸한 단면이었다.



▲ 유니티 에셋 스토어의 Alien Escape - Hardcore 2D Platformer(左),
2017 글로벌 인디게임 제작 경진대회 중·고등부 제작부문 장려상 'Alien Escape'(右)

이런 표절 문제는 비단 경진대회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인디 게임 개발사로 잘 알려진 111%도 표절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 대표작인 '비비탄'을 비롯해 '루나 블레이드', 'Ctrl CV' 등 다수의 게임들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거였다. 해당 논란은 결국 111%의 김강안 대표가 사과하며 마무리됐지만, 인디 게임 시장에 경종을 울린 계기가 됐었다.

국내 인디 게임 시장은 여전히 작다. 그럼에도 조금씩 그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러한 표절, 카피캣 문제는 인디 시장 확장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국내 인디 게임 시장은 이제서야 달려나갈 준비를 끝마친 만큼, 향후 이러한 표절 문제를 막고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표절이 없어야 독특한 아이디어의 인디 게임들이 나오고, 시장이 더욱 성숙할 것은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인디 게임 기대작 - 준비는 끝났다
'플레이그 스카이', '리틀 데빌 인사이드' 출시 준비 中

인디 게임이라 하면 어딘지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임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실제 인디를 표방하는 게임의 대부분이 메이저 게임과 비교하면 퀄리티가 낮기에 생긴 인식이었다. 하지만 모든 인디 게임들이 그런 건 아니었다. 어지간한 메이저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인디 게임들이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떤 인디 게임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을까. 사실 인디 게임이 한두 개가 아닌 만큼, 그들의 출시 일정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중에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게임 몇 개를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하고자 한다.

내년에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인디 게임 기대작은 바로 아이봉크리에이티브, 그럼피 두 개발사가 합작해 만들고 있는 '플레이그 스카이'다.


내년 5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플레이그 스카이'는 2차 세계대전 공중전을 테마로 하늘의 배틀로얄을 표방하고 있는 게임이다. 얼핏 배틀로얄이라는 말만 들으면 '배틀그라운드'의 짝퉁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플레이그 스카이'는 '배틀그라운드'와는 전혀 다르다. 말 그대로 배틀로얄 시스템을 가져온 것일 뿐 전투기를 조종하는 만큼, 지금까지의 배틀로얄 게임과는 전혀 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존 공중전을 테마로 한 게임들이 어려운 조작법으로 초반 유저들 유치에 실패한 걸 반면교사 삼아 아케이드 성향의 간편한 조작법을 추구하고 있다.


2015년 첫 공개와 동시에 국내외 뭇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었던 '리틀 데빌 인사이드' 역시 2018년 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네오스트림이 개발 중인 '리틀 데빌 인사이드'는 RPG의 성장 요소와 생존 요소를 결합한 게임으로 회화적이면서도 깔끔한 그래픽이 특징이다. 플레이어는 가상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괴물을 연구하는 박사의 명령하에 괴물을 잡기 위해 파견되는 요원을 조작해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플레이어는 괴물과의 사투 외에도 선인장을 베어 그 안의 식수를 담거나 나무를 베 장작을 만드는 등 생존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한다.

이 외에도 많은 인디 게임들이 내년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바리공주 설화를 담은 '사망여각'부터 거진 6년 간 개발을 이어온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 등 참신한 콘셉트와 시스템을 가진 게임들이 출시를 위해 한창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인디 게임 시장이 넓어지고 성숙해짐에 따라 메이저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게임들이 점차 나오고 있는 모습인 만큼, 내년에는 '컵헤드'처럼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국산 인디 게임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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