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8] 게임잼과는 다르다! '프로젝트.99'가 매달 이상한 게임을 만드는 이유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댓글: 3개 |


▲ '프로젝트.99' 박선용, 황주은, 유재원 개발자

인디게임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Project.99(이하 프로젝트.99)'라는 팀명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종전에는 4명의 개발자가, 현재는 총 6명의 개발자가 함께하고 있는 '프로젝트.99'는 매달 실험적인 게임을 만들고, 이렇게 만든 게임들을 한데 모아 0.99달러에 판매하는 게임 개발자들의 모임이다.

'프로젝트.99' 결성을 주도한 박선용 개발자는 사업성 같은 부가적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단순히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며, 크고 화려한 게임 대신 적은 돈이 바짝바짝 벌리는 실험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이 그들 모임의 주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총 26개의 게임을 개발하여 판매를 진행한 그들은 지치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즐거움'이 컸기 때문에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얼마나 벌었냐고요? 지금까지 8천 원 적자에요. 아, 어제 어떤 분이 우리의 이상한 맛에 꽂혔는지 2만 원어치를 한번에 구매하셨으니, 이제 1만 2천원 흑자가 됐네요"

NDC를 통해 발표를 진행하게 된 그들은 '잘한 실험만 보여주는 것은 우리 프로젝트의 철학과 거리가 멀다'라며, 성공과 실패를 나누지 않고 그간 진행해온 모든 실험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판매를 시작할 당시 지인들이나 친구들만 구매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믿었던 친구들조차 외면했다는 그들의 게임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게임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틀을 박살내는 '프로젝트.99'의 실험작들을 한데 모아봤다.



◆ 프로젝트.99의 '이상한 게임들'

- 2016년 12월, 핑거 크로스드(Fingers Crossed)

'키보드를 희한하게 쓰는 게임을 만들자!'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99'의 기념비적인 첫 번째 게임. 마치 키보드가 터치패드가 된 것처럼 2명의 유저가 손가락을 슬라이딩하며 즐기는 게임이다. 박선용 개발자는 지난 BIC 출품 당시 게임 시연을 마친 초등학생에게 들었던 "아저씨,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라는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 2016년 12월, 파일 게임(FileGame)

오직 맥(Mac)으로만 즐길 수 있는 퍼즐 게임. 탐색기와 폴더, 파일을 이용하여 퍼즐을 풀어야 한다. 보통 게임을 만들면 게임 방식의 설명을 위한 시간도 필요한데, 파일 게임은 그런 걱정이 없다.



- 2017년 1월, BTBTBT

심장 박동 측정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플랫포머' 게임. 그래프 형태로 체력과 여러 UI를 표현했다. '정형적인 것을 피해가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지만, 개발자 스스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작품이 나왔다고 평가한다.





- 2017년 1월, 블링크 고스트(BlinkGhost)

웹캠에 얼굴 인식 기능을 더해 눈을 감으면 귀신이 다가오는 게임. '어떻게든 실험적인 것을 만들어야 해!'라는 강박관념에서 나온 의외의 작품이다.





- 2017년 2월, 베어레스큐 · RP6 · 오디오 비주얼 토이

타임슬립을 활용하여 우주 곰돌이를 살리는 '베어레스큐'와 6개의 키를 사용하는 간접적 던전 크롤러 게임 'RP6', 음악과 영상을 가지고 놀며 숨겨진 미션을 해결하는 '오디오 비주얼 토이'까지. '키보드 한 줄의 키들을 피아노 치듯 사용하는 게임을 만들자'라는 주제 아래 3명의 개발자가 각각 게임을 만들었다.



▲ 베어 레스큐

▲ 'RP6' 게임 플레이 영상


- 2017년 3월, 다이스 던전(DiceDungeon)

게임 시작과 종료까지 모든 것을 주사위 던지기로 결정하는 게임. '주사위'라는 하나의 소재를 극단적으로 몰아서 표현한 작품이다. '프로젝트.99' 멤버들이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





- 2017년 4월, 스페이스 로맨스(SpaceRomance)

미국에서 활동 중인 유재현 개발자까지 총 4명의 '프로젝트.99' 구성원이 처음으로 모두 모여서 함께 만든 작품. 항상 서로를 바라봐야 하는 구 형태의 카메라 봇으로 게임을 진행하며, 턴이 바뀔 때마다 상대방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서로 다가가야 한다.

박선용 개발자는 게임 방식을 설명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유저에게 다가가는데 실패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한 게임을 만들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배울 수 있었으며, 서로를 탐하는 로봇의 혀를 구현하는데 꽤 품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 2017년 5월, 사운드 에디터(SoundEditor)

사운드를 넣어 상황을 변화시키는 어드벤처 게임. 소리에 맞게 상황이 완성됐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반영했다. 그냥 두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사운드 이펙트를 추가하는 순간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재원 개발자는 이 작품을 제작하며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딱 한 달마다 끊고 출시해버리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라는 의구심을 품었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 2017년 6월, CAT/IP

현재 접속한 IP에 따라 게임 플레이가 계속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각각의 아이피 넘버는 속도, 점프력, 시간, 파워에 대응한다. 간단한 게임이지만, 자신의 IP의 특징을 고려한 각기 다른 전략이 생기는 것이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박선용 개발자는 둘이서 약 이틀간 집중해서 'CAT/IP'를 만든 이후,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유롭고 편한 상태에서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짧은 시간에 적당한 아이디어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 2017년 7월, 타임 봄(Time Bomb)

역시 맥북으로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노트북을 열고 닫는 것이 유일한 조작법이다. 폭탄의 제한 시간이 표시되면 노트북 화면을 닫는 것으로 폭탄을 해제할 수 있다. 박선용 개발자는 가장 전통적인 조작 체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조작이 게임 플레이와 이어지는 형태를 만들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 2017년 8월, 매스 게임(MATH GAM3)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모든 숫자를 서로 스왑할 수 있는 산수 게임. 인터페이스와 게임 오브젝트 사이에 경계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실험적인 퍼즐 게임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맘대로 모든 숫자를 바꿀 수 있으며, 심지어 점수나 제한 시간을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박선용 개발자는 스코어나 시간을 으레 있을 것 같은 장소가 아닌 곳에 배치하면 유저들이 숫자를 사용할 때 다양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시회 출품 당시 '모뉴번트 벨리'의 개발자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 2017년 11월, 틱 택 톡(Tick Tac Tok)

전형적인 오목 게임이지만, 턴제가 아닌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물론, 상대방의 돌을 치울 수도 있다. 별다른 룰 없이 먼저 5개의 바둑알을 놓기만 하면 이기는 격렬한 오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보드게임을 디지털로 구현했기에 가능한, 디지털이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유재원 개발자는 그저 룰을 비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러질 정도로 비튼, '프로젝트.99'다운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 2018년 1월, 타임 애프터 타임(Time After Time)

현재의 시스템 시간에 따라 레벨이 변화하는 게임.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하던 게임을 게임메이커로 완성시켰다. 원래 기획은 배터리의 잔량에 따라 레벨이 변화하는 방식이었으나, 게임메이커가 관련 함수를 지원하지 않아 시스템 시간 기준으로 변경됐다. 박선용 개발자는 원래대로 배터리 잔량을 사용했다면 레벨의 상황에 맞춰 배터리 소모가 큰 앱을 켜거나 충전을 하면서 플레이하는 등, 좀 더 능동적인 게임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밝혔다.





- 2018년 2월, MV2

유저의 움직임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카메라가 특징인 플랫포머 게임. 미디어에서 명작 게임들의 카메라 워크가 극찬받는 것을 보고 역발상을 통해 만들어졌다. 황주은 개발자는 보통 '뮤직비디오'에서 가수는 신경 쓰지 않고 애꿎은 바다나 풍경을 비추는 연출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기에 이를 참고하여 음악 게임으로 완성시켰다고 소개했다.





- 2018년 3월, 체인(Chain)

플레이어의 조작이 4개의 각기 다른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계속 중첩되는 것이 특징인 게임. 앞서 플레이한 게임에서 누른 조작이 다음 게임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갈수록 어려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일본의 개그 콤비 '안잣슈'의 상황극처럼, 서로 다른 일을 하는데 묘하게 말이 되면서 재미를 주는 상황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됐다.







박선용 개발자는 26개의 실험작을 모두 소개한 후, '매달 진행하는 게임잼'과 프로젝트.99의 활동이 어떤 차이를 가졌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그가 밝힌 게임잼과의 가장 큰 차이는 '돈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컨셉에서 오는 무게감과 같은 사람들이 꾸준히 작업하는 것에서 나오는 창작의 연속성에 있다. 게임잼은 매번 다른 사람들과 즉흥적으로 팀을 짜야 하지만, 프로젝트.99에서는 아이디어를 중첩하거나 못썼던 아이디어를 끌어오는 등의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특징을 '개발근이 단련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왜 실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답을 갈구하는 '프로젝트.99'의 다른 실험작들이 궁금하다면, Project99 공식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고, 구매도 할 수 있으니 한번 방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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