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발상이군..." 창의력 9단 BIC 게임 7선

기획기사 | 윤홍만 기자 | 댓글: 7개 |



'갓겜'의 조건은 뭘까요. 무조건 이래야만 갓겜이라고 할 순 없겠습니다만,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그래픽, 액션, 서사의 삼박자가 고루 맞아떨어진 게임을 흔히 갓겜으로 보곤 합니다. 실제로 그 해 최고의 게임을 뽑는 GOTY(Game of the Year)에 선정된 게임들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러나 모든 갓겜이 천편일률적으로 저 조건을 충족한 건 아닙니다. 도트 그래픽의 투박한 인디 게임이 쟁쟁한 AAA급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때도 더러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런 진흙 속의 진주와도 같은 인디 게임을 찾으려면 스팀이나 인터넷을 여기저기 살펴볼 수밖에 없습니다. 말 그대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셈이죠.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BIC 2020을 통해 전 세계에서 엄선된 수많은 인디 게임을 만나볼 수 있었거든요. 독창성이라는 무기를 그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갈고 닦은 그 게임들을 이번에 소개해볼까 합니다.


그림판 그래픽에 가려진 디테일
레이드타이탄


  • 개발사 : 레인보우스튜디오
  • 플랫폼 : PC
  • 한줄 소개 : 고전 감성의 실시간 전략 롤플레잉 게잉

    전략 게임. 인디 게임으로서는 드문 장르입니다. 근데 이 게임, 많이 특이합니다. 얼핏 20년 전, 졸라맨이 한창 인기를 끌 때 본듯한 그림판 퀄리티이기에 우습게 봤는데 예상외의 깊이로 무장했습니다.

    게임은 전략과 RPG를 섞은 독특한 모습입니다. 기본적으로 전투 방식과 조작법은 전략의 그것과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이건 전투에만 한정했을 때 얘기입니다. 그 흔한 자원 채취도 없고 병력 역시 무한정 뽑을 수 없습니다. 자원을 대신해 퀘스트가 존재해 퀘스트를 해결하고 그렇게 돈을 모아서 병력에 해당하는 용병을 고용하는 방식이죠. 이쯤에서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용병들, 일회용이 아닙니다. RPG처럼 다치면 쉬어서 체력을 회복시켜야 하고 장비를 줘서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몬스터를 토벌하고 그 재료로 장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RPG 요소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강력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선 당연히 파티 역시 신경 써야 합니다. 공격력이 강한 용병이 전부가 아니라 탱딜힐의 조합이 중요한 거죠. 여기에 더해 주인공은 직접 모드로 전환 시 함정을 까는 등 진짜 RPG처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장르적으로만 보면 독특하긴 하지만 아주 새로운 게임은 아닙니다. 전략과 RPG의 접목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니까요. 이 게임의 진면목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아트에 있습니다. 그림판 퀄리티라는 점이죠. 물론, 그림판이라서 대충 만들었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실제로 자세히 살펴보면 꽤나 디테일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유닛 창에 캐릭터 얼굴을 보면 눈을 깜빡거린다거나 이런 게 말이죠. 그래픽이란 게 좋고 나쁨을 떠나서 눈길을 잡아끄는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걸 고려하면, 가장 강력한 무기를 선보인 셈입니다.

    독특한 그래픽에 전략과 RPG를 더한 '레이드타이탄'입니다. 끝으로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픽이 좀 마음에 안 드시더라도 한 번 참고 해보시라고 말이죠. 누군가에게는 갓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죄책감의 근원에 대한 기록
    더 웨이크


  • 개발사 : 소미
  • 플랫폼 : PC, 콘솔
  • 한줄 소개 : 레플리카, 리갈던전을 잇는 죄책감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소미 개발자가 개발한 게임들을 하노라면 어딘지 불편한 느낌이 듭니다. 레플리카를 통해서 그는 전체주의와 사생활, 그리고 개인의 양심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냈고 리갈던전에서는 만연한 성과주의로 인해 범인 검거를 승진의 열쇠로 생각해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아닌, 검거에만 열을 올린 경찰을 풍자했습니다. 그렇기에 두 게임을 하노라면 묘한 죄책감이 들 정도입니다.

    레플리카에서 플레이어와 연결된 대상은 국가라는 거대한 사회였습니다. 국가라는 거스를 수 없는 존재에 의해 한 명의 인간, 개인의 양심이 어떻게 휘둘릴 수 있는가를 보여줬죠. 리갈던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규모는 국가에서 경찰 조직으로 좀 더 줄어들었지만, 인과가 역전된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플레이어의 죄책감을 부채질했습니다. 이번에 그가 관심을 기울인 건 인간이 만든 최초의 사회적 형태,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플레이어와 연결된 사회의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연결은 더욱 강화됐습니다. 그렇기에 '더 웨이크'는 전작보다 더욱 플레이어의 죄책감을 자극합니다. 가족이기에 더욱 애절하고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게임은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읽고 숨겨진 퍼즐을 푸는 방식입니다. 다양한 단서들을 조합해 암호를 해독한다는 점은 전작인 레플리카, 리갈던전과 대동소이하죠. 퍼즐이라고 해서 걱정할 건 없습니다. 아주 간단한 치환식 암호이기에 게임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이렇게 암호를 풀어나가면서 플레이어는 작자(주인공)가 일기에 기록한, 그가 감추고 싶어한 감정과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텍스처 어드벤처 장르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원숙미에 다다른 소미 개발자의 최신작 '더 웨이크'입니다. 레플리카와 리갈던전을 즐겨봤다면 아마 이 게임 역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믿고, 당신의 감각에 집중하세요
    안테나룸


  • 개발사 : 박선용
  • 플랫폼 : PC
  • 한줄 소개 : 컨트롤러 진동을 이용한 촉각 미로 게임

    대작이라고 불리는 게임들을 보면 눈을 즐겁게 해주는 연출로 무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게임은 일단 '보는' 재미를 충족시키곤 하죠. 외부 정보의 약 70% 정도가 시각을 통해 전해진다고 하니 연출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 기본을 처음부터 무시한 게임이 있습니다. 독창성 하나에 올인한 게임. 바로 '안테나룸'입니다. 보통 길 찾기라고 하면 시각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리저리 비비 꼬인 걸 풀어낸다거나 그게 아니라면 퍼즐을 푸는 경우죠. 그러나 이 게임은 다릅니다. 시각을 포기한 대신 촉각에 집중했습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미로를 헤쳐나가는 감각으로 게임을 즐겨야 합니다.

    촉각에만 의지하는 만큼, 게임 플레이는 단순합니다. 먼저 컨트롤러는 필수입니다. 벽에 닿으면 진동이 오기에 컨트롤러의 진동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던가 좌우에 벽이 있는 살피며 미로를 탈출하는 게 전부입니다. 좌우, 전방의 벽, 그리고 함정 각각의 진동 세기가 다른 만큼, 어떤 진동인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흥미로운 게임성을 보여준 '안테나룸'은 현재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 요소만 완성된 프로토타입 상태입니다. 과연 박선용 개발자는 이 게임을 어떻게 완성할 생각일까요? 여기에 약간의 오락성만 더해진다면 아마 더 많은 게이머들이 흥미롭게 지켜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창적인 게임을 찾는 게이머시라면 이 게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게임이란 무엇일까? 근간에 대한 고찰
    체이싱 라이트


  • 개발사 : 비트겐
  • 플랫폼 : PC
  • 한줄 소개 : 게임을 해체하고 혁명하려는 게임이며, 게임이 위대한 예술임을 증명하려는 작품

    오락으로서의 게임이라기보다 '게임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던지기 위한 인터랙티브 무비로 볼 수 있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개발자로서 작중 게임을 만들기 위해 여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왜 이 설정은 쓰면 안 되고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말이죠.

    흥미로운 건 이게 단순히 게임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게임은 그 존재부터가 게이머에게 물음을 던집니다. '이걸 과연 게임으로 봐야 할까?' 하고 말이죠.

    오락성을 위시한 루돌로지(Ludology) 측면에서 보면 '체이싱 라이트'를 게임으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유희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 오히려 계속 물음을 던지기에 고민만 깊어집니다. 내러톨로지(Narratology) 측면에서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인터랙티브 무비는 소설, 영화 등 서사물의 연장선 느낌으로 표현되곤 합니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일정 부분 조작할 수 있지만, 그 틀에서 보면 영상 미디어의 성격이 강한 거죠.

    그러나 '체이싱 라이트'는 이 관점에서 봐도 의문이 깊어집니다. 서사로서 완결된 이야기를 제공하기보다 화두를 던진다는 측면에 더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오락으로서의 영상물이 아닌, 다큐멘터리에 더 가까운 모습입니다.

    순수 오락으로서의 게임으로 접하면 아마 실망하실 겁니다. 그러나 과연 게임이 무엇인지, 이 게임이 던지고자 하는 화두가 무엇인지 이에 대한 고민이 있으셨던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명쾌한 해답이 아닌, 고민함으로써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여러분에게 제공해줄지 모르니까요.




    돼지도 사랑을 하는데...
    피그로맨스


  • 개발사 : 외계인납치작전
  • 플랫폼 : PC
  • 한줄 소개 : 피 튀기는 로맨스. 암퇘지의 도살을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당신뿐

    맨 처음에는 외국 게임인 줄 알았습니다. 전체적인 디테일이라고 할까요. 아트 스타일부터 일곱 등분으로 잘려 사라진 암퇘지를 찾아 떠난다는 예상외로 잔인한 설정까지 국내에선 느끼기 어려운 테이스트가 느껴졌습니다.

    '피그로맨스'는 수퇘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어드벤처라지만 복잡하진 않습니다. 플랫포머 장르에 가까워서 방향키와 점프, 그리고 각종 상호작용을 할 때 쓰이는 키만 알면 됩니다. 퍼즐 역시 단순해 물건을 끌거나 밀어서 길을 만들고 오브젝트에 달라붙어 가시밭길을 피해 가는 정도죠. 실제로 별다른 설명이 없었음에도 바로 게임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독창성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장르라고 해야 할지, 뼈대부터 아예 남들과 다른 걸 추구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아트와 같은 외향적인 요소에서 독창성을 추구하는 게임도 있습니다. '피그로맨스'는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후자에 속합니다. 아예 새로운 게임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색을 갖춘 게임인 셈이죠.

    한 편의 잔혹한 그림 동화를 연상시키는 '피그로맨스'는 2020년 하반기 스팀을 통해 출시될 예정입니다. 과연 주인공 수퇘지는 암퇘지의 잘려나간 몸을 찾을 수 있을까요? 벌써부터 수퇘지가 어떤 여정을 떠날지, 그 여정은 끝은 어떨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총알은 오직 한 발뿐. 단, 멈추지 않는다
    니들송


  • 개발사 : Yongmin Park
  • 플랫폼 : PC
  • 한줄 소개 : 하나의 총알만 있는 트윈스틱 슈터. 욘두로 오해 금지!

    아이작 시리즈와 엔터 더 건전이 꽃피운 슈팅 로그라이크는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인디 게임 장르가 됐습니다. 인디 게임이라는 카테고리의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할 정도죠. 이번에 소개하는 '니들송' 또한 얼핏 보기엔 탄막 로그라이크로 보입니다. 다만, 다른 게임들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탄막이 아니라는 거죠.

    '니들송'의 무기는 초능력으로 움직이는 바늘(편의상 총알이라고 하겠습니다), 오직 하나뿐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욘두의 그 무기를 떠올리면 될 겁니다. 척 봐도 알겠지만 한 번에 쓸 수 있는 무기는 오직 한발뿐입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탄막 로그라이크는 난사에 가까울 정도로 마구 쏘아 재꼈으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정적인 슈팅 로그라이크라는 건 아닙니다. 적들 역시 바보가 아니기에 총알을 그냥 멍하니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다. 사방에서 플레이어를 노리기에 총알을 조작하는 동시에 적의 공격을 피해야 하죠. 탄막이 화면을 가득 메우진 않지만, 오직 한발 뿐이기에 그 못지않게 적들의 움직임에 신경 써야 하는 셈입니다.

    정형화된 슈팅 로그라이크의 문법을 깬 '니들송'입니다. 이제는 정체기에 접어든 슈팅 로그라이크지만, '니들송'같은 게임이 있다면 제2의,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도 꿈은 아닐 거 같습니다.




    속도감 넘치는 슈팅 퍼즐 게임
    Time Rift: Escape From Speedjail


  • 개발사 : Lightshards
  • 플랫폼 : PC
  • 한줄 소개 :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시간을 돌려 퍼즐을 풀어라

    보통 퍼즐 장르라고 하면 느릿하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 또한 퍼즐의 묘미랄 수 있으나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라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타임리프트'는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슈팅을 접목했습니다.

    게임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입구를 찾아 감옥에서 탈출하는 게 전부입니다. 길을 가로막는 벽이 있으면 총알을 쏴 부수면 될 뿐이죠. 다만, 그냥 무턱대고 직진만 해서야 어디 퍼즐이라고 할 수 있나요. '타임리프트'는 여기에 퍼즐 요소를 위한 두 가지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는 방향입니다. 기본적으로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제아무리 움직여도 바라보는 방향은 한쪽으로만 고정됩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으로 고정됐다고 할 때 부숴야 할 벽이 위쪽에 있다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셈이죠. 이 벽을 부수기 위해선 특별한 장치를 이용해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두 번째는 시간 조작입니다. 때때로 게임은 도저히 어쩌지 못할 만큼 촉박한 상황에 처하게 합니다. 방향을 바꾸면서 벽을 부수고 기껏 길을 찾았는데 되돌아갈 시간이 없던가 말이죠. 물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를 위해 시간 조작이 존재하니까요. 시간을 돌려 최적의 루트를 새롭게 짜고 재빠르게 진행하면 됩니다.

    슈팅 퍼즐 게임 '타임리프트'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매진 중입니다. 지루한 퍼즐에 질리셨다면 속도감 있는 퍼즐 게임 한 판,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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