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28] 동인게임 제작에서 출발한 슈팅게임, '식혼도'의 개발자를 만나다

인터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4개 |


▲ 사슴농장(DEER FARM)팀의 고영진 팀장

인디게임을 제작하게 된 이유는 개발자마다 다르다. 개인적인 경험에서든, 자신만의 게임을 제작하려는 목적에서든. 아니면 학업의 연장 선상에 개인적인 목표와 목적을 갖고 인디씬으로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일단은 전업 개발자로서 인디 게임을 제작하며 신작을 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팀 '사슴농장'의 고영진 팀장은 독특한 포지션을 갖고 있었다. 동방프로젝트의 동인게임을 게임사 프로그래머로 재직 중에 개발했으며, 이를 코믹월드에서 판매했다. 나름의 유명세도 있었고, 동인 계열에서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다.

동인 게임에서 본격적인 인디씬으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사슴농장' 팀은 이번 BIC 2017에 신규 슈팅게임 '식혼도'를 선보이며 자신만의 오리지널 게임을 선보인다. 오리엔탈 분위기의 독특한 아트웍, 쏟아지는 탄환과 미려한 UI까지. 자신만의 색을 드러냈다. BIC 2017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사슴농장'의 고영진 팀장을 만나, 동인에서 인디로의 변화 과정, BIC에 참가하는 소감을 들어볼 수 있었다.



Q. 이전까지 동인게임을 제작했기에,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 이름은 고영진이며, 게임업계는 2006년 펜타비전에서 듀얼게이트 개발에 참여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에는 서비스를 접으면서 대학에 복학했고, 졸업 후 개발자의 길을 걸었다. 사실, 말년휴가를 나왔을 때만 해도 복학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말년휴가 나오면서 프로그래밍 스승님 되시는 분이 "나랑 같이 6개월만 일하자"라고 한 게 3년이 됐다. 경력으로는 만 8년에서 9년 정도가 된 것 같다.


Q. 동인게임에서도 동방 프로젝트 게임을 처음으로 제작하지 않았나. 처음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대학 방학 시절에 처음으로 만든 게임이다.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시기기도 하다. 사실, 전공이 전자 계열이라서 코딩할 일이 없었다. 복학 이후 오랜만에 코딩하려고 하다 보니 기억이 안 나더라.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취미로 제작했던 엔진 비스무리한 툴로 게임을 만들어보자 싶었다.



▲ 팀 '사슴농장'은 동방프로젝트 동인게임으로 알려진 바 있다.


Q. 팀으로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데, 팀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 첫 게임인 동방외요전은 펜타비전에서 일하시던 분들과 함께 제작했다. 그다음부터는 이전 멤버들이 도와주는 것도 있었지만, 결과물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컨택했다. 지금은 지인과 컨택한 사람들의 비율이 반반 정도다. 소개받은 비율 반, 전 직장 동료 반. 전 직장 동료도 틈틈이 도와주고 계신다.

일단 우리는 구애받는 일정이 없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게임이 완성된 상태에서 사람을 컨택한다. "이런 게임을 만들 거야. 같이 하자"가 아니라, 어느 정도 만들어 둔 걸 보여주니까 컨택하는 분들이 의욕을 가지고 참여해주기도 한다.


Q. 그런데 사실, 2016년에 그린라이트에 등록하고 1년 정도 시간이 지나지 않았나.

= 개발 과정은 보통 재직 중에 이루어지긴 하는데, 퇴사를 결심하면서 조금 시간이 걸렸다. 사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하나 있다. 야근이나 주말 출근은 게임 업계에서 어느 정도 있는 부분이다. 야근하면서도 식혼도 개발은 진행하고 있었다. 퇴사의 결정적인 이유는 러브라이브 동인 게임인 '러브버스터즈'를 작업할 때 발생했다.

'러브라이브 선샤인 퍼스트 라이브뷰잉'이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이걸 출근하느라고 못 갔다. 평일 오전 공연도 아니고 일요일 오후 공연이었는데... 출근을 하는 바람에 못 갔다. 표도 끊어놓은 상태였는데... 하필이면 그날 대 이벤트가 터진 거다. 출근하고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반응 보면서 '나는 왜 일을 하나'하는 근본적인 고민이 들었다.



▲ 국내에서는 2월 26일 16시에 진행됐었다.

좋아하는 걸 얻으려고 일을 하는 걸 텐데 표를 끊어놓고 못 갔다는 것에서 너무... 그때부터 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마감이 끝나자마자 퇴사를 했고, 게임을 좀 하다가 식혼도를 출시하고 다음 회사에 갈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벌써 9월이 됐다. 출시가 미뤄지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식혼도 작업을 조금 더 진행하고 출시까지 준비하고 있다.


Q. 동방프로젝트로 게임 개발을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예전에 리서치하다가 동방프로젝트를 봤는데, 음악이나 비주얼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2차 창작도 자유롭게 풀었겠다... 이게 딱이다 싶었다. 그때는 음악하는 사람도 있고 디자이너도 있고, 내가 프로그래머를 하니까 동방이 딱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동방프로젝트 게임을 2개 만들었다. 그다음에 빠진 게 러브라이브였다. 사실, 원래 러브라이브 동인게임인 러브버스터즈까지만 슈팅 게임을 만들려고 했었다. 유니티 공부 겸사겸사 해서 만들었던 거라, 사슴농장 이름으로 다른 장르를 해볼 계획이었다.


Q.동인게임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슈팅 장르를 제작 중이다. 원래 슈팅게임을 좋아했었나.

= 슈팅 게임은 리소스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주인공 하나, 배경 하나, 적 하나. 이렇게 세 개만 있으면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다. 덕분에 디자이너들 일정이 딜레이 되더라도 게임을 끝까지 만들 수 있다. 동인게임은 완성되기가 쉽지 않다. 일종의 합리적인 판단이다. 퇴근하고 나서 개발을 해야 하는데 R&D가 많이 필요하면 지지부진해질 수 있으니까, 가지고 있는 기술로 빨리빨리 할 수 있는 건 슈팅 아니면 비주얼노벨 장르였다. 예전에 티리안 2000을 재미있게 즐기기도 했고.



▲ 슈팅게임을 선택한 것은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Q. 그런데 다시 오리지널 슈팅을 만든게 아닌가.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 식혼도를 만드는 과정에는 에피소드가 조금 있다. 동인게임을 제작하던 시절, 혹시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까 심의를 받자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당당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심의도 받자"는 생각이었다. 패키지도 찍어낼 거고, 게임도 제대로 만들기 위해 심의를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개인은 심의를 받을 수가 없더라. 개인사업자가 되어야만 심의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시 회사에 이야기하고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다음, 심의를 받았다.

그래서 동인게임인데도 이용가 표시가 되어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7월에 러브버스터즈를 코믹에서 출시하게 됐다. 그런데 코믹 측에서 첫날이 지나고 나서 연락이 왔다. 견본을 보고서 심의를 어떻게 받았느냐고 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코믹은 개인사업자가 나오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첫날 팔고 남은 재고가 아직도 집에 쌓여있다. 들인 비용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배포할 방법이 없었다.



▲ 심의를 받아 재고가 쌓였던 '러브버스터즈'

게임을 못 만들었다고 한다면 억울하지라도 않을 것이다. 배포가 안 되니까 억울하더라. 마지막 슈팅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 참에 "이제 코믹에도 못 나가게 됐고, 배포도 못 했으니 오리지널로 해보자"해서 나온 게임이 식혼도다. 개발 기간은 밍기적거린 것까지 포함해서 1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Q. 유니티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 엔진 비스무리한 것도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나.

=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일일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게 많다. 충돌 체크라던가, 보면서 코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드래그 앤 드롭으로 오브젝트를 배치하면서 코딩하는 게 너무 편했다. '동방야요전'할 때는 실행하고 수정사항을 확인하고, 다시 적고 이런 식으로 개발을 진행했었다. 소위 말하는 '노가다' 였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치 않아도 되는 게 편하더라.


Q. 식혼도의 분위기가 오리엔탈 풍이라 '식신의 성'이 많이 생각났다

= 동양쪽 세계관을 선택한 것은 동방 2차창작게임을 만들 때 오리지널 캐릭터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식혼도의 저승사자 캐릭터는 내 오리지널 캐릭터의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와서 만든 것이다. 신작 슈팅 게임을 오리지널로 생각했으니, 내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와 음악을 게임에 사용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저승사자 캐릭터 '강림'은 반응이 좋았다. 픽시브에 팬아트가 있을 정도였다.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의 스타와 같은 셈이었다. 그래서 이 '강림'이라는 캐릭터를 신작에 써보자고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개발 방식이 방식이다 보니, 일러스트레이터 분이나 소개받은 분들 간의 연결점이 없다. 메일과 메신저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분이 첫 컨택에서 참여의사를 보여주셔서, 그 시점부터 쭉 개발이 진행됐다.



▲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준 '식혼도'

Q. 코믹월드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데, 부스를 내는 일이 어색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코믹 월드는 재미있는 점이 유저 대 유저로 물건을 판매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나름의 팬들도 있다. 싸인을 해 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그리고 러브라이브나 동방 프로젝트가 그쪽에서는 메이저 장르다. '그림이 매우 좋다', '게임이 신기하다' 등 피드백도 빠르게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부스를 내면 굉장히 재밌었다. 얼마 전에는 킹오브프리즘 동인 활동으로 퍼즐 게임을 만들어서 부스를 내기도 했다.

코믹 부스를 처음 냈을 때는 많이 놀랐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구나 싶었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고, 하나하나 반응해 주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다.


Q. 현업 개발자로 일하면서 추가로 게임을 제작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나.

= 동인게임이 꾸준히 나올 수 있는 것은 프로그래머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나 기획자가 없어도 게임을 낼 수 있는 포지션이고, 게임을 낼 수 있는 의욕을 가지고 있으니까. 펜타비전에서 프로그래밍 사부와 일할 때, 기억나는 말이 있다. "프로그래머만 포기 안 하면 게임은 어쨌던 나온다"라고. 그게 제 모토다.


Q. 갑작스레 인디씬에 들어온 셈이 됐다. 이후에 재취업을 하더라도 인디 게임을 계속 제작할 생각이 있나.

= 심의를 받으려다 인디로 이어지긴 했는데, 그전까지 인디씬은 동인게임과 쯔꾸르 커뮤니티라고 생각했다. 심의 문제 탓에 그런 기반이 지금은 없어졌다. 나는 그나마 회사에 다니면서 만드는 거라 여력이 있는 편이었다. 만약 내가 전업을 한다면 겁먹어서 못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전업으로 인디게임을 제작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취직 이후에도 계속할 것 같다. 전업으로 하는 것보다 회사에 다니면서 동인게임을 만드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코딩을 항상 하면서 얻는 정보도 있고, 월급도 있다. 여기에 직장 동료과 동인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도움을 주려고 하지 싫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람을 소개 해주는 일도 있다. 그리고 R&D가 필요하면 바로 물어보면 답을 구할 수도 있다. 엔진을 모르면 엔진 프로그래머에게 질문하면 된다. 적어도 물어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Q. 식혼도가 곧 완성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그린라이트도 통과했고. 구체적인 출시일은 언제 쯤인가.

= 9월 중순 즈음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팀 SDK를 붙여야 되므로 가늠은 안 되지만... 늦어도 다다음주 정도면 출시하지 않을까. 일단 거의 다 마무리된 상태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보여서 수정 리소스들이 들어오고 이를 반영하는 상태다. 퀄리티를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시면 된다.



▲ BIC 시연 버전에서는 UI가 개선된 상태로 선보였다.


Q. 출시는 스팀을 통해서만 할 생각인가? 그럼 가격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나.

= 말한 대로 스팀을 통해서 할 생각이다. 인디 프라이스인 9.99$를 기본으로 책정했다. OST가 포함된 패키지는 14.99$에 판매할 생각이다.


Q. BIC 첫 참가인데 떨리거나 긴장되지는 않나.

= 부스는 코믹에서도 내봐서 막상 떨리지는 않는다. 그런 것보다는 혼자 부스를 지켜야 할 것 같은데 이 부분이 걱정된다. 부스를 비울 수는 없을 텐데, 도와줄 분을 구해야 할 것 같다.


Q. 곧 게임도 출시되고, 동시에 행사를 준비하면서 바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기다리시는 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지난 8년간 사슴농장 이름으로 게임을 출시 해 왔고 만들고 싶은 게임도 너무 많습니다. 꾸준히 멈추지 않고 개발해 나갈테니 앞으로 나올 게임들도 잘 부탁드립니다. '뮤즈'처럼 빛나기 위해 '아쿠아'같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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