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큐레이터] 무더위, 우리의 지갑을 지킬 '무료 인디 게임'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댓글: 7개 |



올해 여름 날씨는 너무나 무덥습니다. 에어컨을 풀가동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원함과 전기요금은 반비례하는 법이죠. 방 안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월말 청구서의 금액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누진세가 개편됐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올해 날씨는 예년을 웃도는 청구서를 받아볼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에어컨 가동 탓에, 필연적으로 작년보다 많은 지출이 예정된 우리의 지갑 사정을 고려했습니다. 날씨가 더우니까 세일! 이런 것도 아닙니다. 아예 공짜, 무료로 플레이해볼 수 있는 인디 게임들만을 몇 가지 추려봤습니다. 우리의 지갑 사정은 소중하니까요.




투 더 코어 (To The Core)
이게 대학생들 프로젝트 작품이라고?




7월 24일 출시한 '투 더 코어(To The Core)'는 따끈따끈한 신작 인디 게임입니다. 장르는 3D 플랫포머, 액션 정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NHTV 브레다 응용 과학 대학의 학생들이 제작했지만, 전반적으로 훌륭한 비주얼과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라쳇 앤 클랭크'를 연상하는 게 설명하기 빠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반복 플레이를 기저에 둔 설계가 돋보입니다. 절차적 생성으로 매 스테이지마다 구조는 달라지고, 반복 없이 항상 새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순위표, 주간 과제들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기록 경쟁을 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만든 게임이기에 살짝 어설픈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여느 상업용 게임 못지않은 완성도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학생 프로젝트에서 출발하여 꽤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 투 더 코어. 개발에 참여한 학생들이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하고 취직으로 팀을 이탈했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마인드나이트 (MINDNIGHT)
아침이 되었습니다... 모두 고개를 들어주세요


'마인드나이트(MINDNIGHT)'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마피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MT를 가거나, 친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했던 바로 그 놀이 말입니다. 마피아, 의사, 경찰 등 각자의 역할이 존재하고 서로의 역할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마피아를 색출해 내야 하는 그 놀이 말입니다. 서로를 마피아로 음해하기 위한 권모술수와 잔머리가 매력 포인트였죠.

이 게임도 권모술수와 상대를 음해하는 모습은 같습니다. 범인을 색출하고, 살아남기 위한 거짓말을 하는 등 온갖 음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해커끼리만 서로의 정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합심해서 선동하는 것은 각별한 재미를 제공합니다. 게임 시스템도 발언 페이즈, 투표 페이즈, 임무 페이즈로 구분되어 있어서 각 페이즈마다 서로의 역할을 '남몰래' 진행하는 맛도 있습니다.

항상 누군가를 놀리고 골탕먹이는 것은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므로, 결정적인 재미를 느끼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게임에서 경험한 '정치질', 이제 마인드 나이트에서 복수할 시간입니다.


헬바운드: 서바이벌 모드 (Hellbound: Survival Mode)
힘은 빛을 만든다! 그리고 난 힘찬 기분이 든다!


강렬한 날씨는 때로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높은 습도와 강렬한 태양광은 티벳여우와 같이 평온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순간적으로 짜증을 유발하죠. 예를 들면 서로의 뜨거운 피부가 접촉한다거나, 만원 지하철의 땀 냄새가 너무 심하다거나 이런 것들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는 쌓이니까, 이를 날려버릴 기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헬바운드는 그런 의미에서 딱 적절한 게임입니다. '찢고 죽인다!'를 모토로 악마를 말 그대로 도륙 내는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제공하니까요. 전반적인 모습은 DOOM 구버전을 현재 기술로 만든 느낌에 가깝습니다. 상남자 주인공에 모든 것을 파괴하는 고어한 플레이는 '90년대 FPS를 20년 뒤에'라는 게임의 슬로건과도 어울립니다. 거대한 총, 튀는 살점과 피는 우리의 아드레날린을 한껏 올려주기도 하고요.

기본적인 플레이는 앞서 설명한 것과 같습니다. 쏘고, 찢는 플레이가 기초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무료로 제공되는 서바이벌 모드는 전체 게임 플레이의 일부일 뿐이고,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가 포함된 본 게임은 2018년 연내 출시될 예정입니다.


데드 호라이즌 (Dead Horizon)
BANG BANG BANG 빵야 빵야 빵야


허리춤에 찬 리볼버,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앞으로 세 발자국. 그리고 발사! 긴장감 넘치는 서부개척 시절의 결투는 많은 이들에게 있어 로망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거니와, 많은 매체에서 무법자와 보안관이 넘치는 멋진 이미지로 그려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데드 호라이즌은 이 시절을 주목합니다. 다만, 현실의 역사를 가지고 만든 물건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그 시대의 느낌을 가져온 게임입니다. 그리고 완벽하게 '복고풍'을 추구합니다. 입력 체계로는 오직 마우스만 사용하는 플레이, 최신 그래픽이 아닌 옛날 게임을 생각나게 하는 그래픽, 퀵드로우 결투와 고전 4:3 화면비까지. 그야말로 완벽하게 그때 그 시절을 목표로 합니다.

게임은 매우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사를 대충 넘기지 않더라도 약 10분 정도면 게임이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는 강렬하죠. 분명 메인 장르는 텍스트 어드벤처 임에도 강렬한 긴장과 해소가 이어지는 퀵드로우 결투가 큰 인상을 줍니다. 짧다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만, 그걸 고려하고도 게임 내에서 훌륭한 점들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더 익스펜더브로스 (The Expendabros)
사실 영화 홍보용 게임. 그런데 일단 기본은 한다.


2010년 실베스터 스탤론, 제이슨 스태덤, 이연걸이 출연한 영화 '익스펜더블'을 기억하시나요? 완성도는 조금 떨어졌지만, 주연들만으로도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던 그 영화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더 익스펜더브로스'는 바로 이 영화의 홍보용 게임입니다. 하지만 게임자체의 퀄리티는 괜찮은 편입니다. 홍보를 위해서 그저 얼기설기 급조해서 만든 게임이 아니고, 기존에 있던 게임에 영화의 등장인물을 섞은 식이거든요.

원작이라고 볼 수 있는 '브로포스(Broforce)'는 딱 봐도 상남자 냄새가 물씬 나는 횡스크롤 런앤건 게임이었으니, 영화 컨셉을 적용하기에는 최적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게임의 컨셉마저 과거 액션 영화의 주연들이 주인공이라는 설정이었으니까요. 영화 주연들로 캐릭터를 만들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게임은 약 1시간 분량. 영화를 홍보하려는 목적이기에 긴 분량은 아닙니다. 하지만 원작 브로포스에서 느낄 수 있는 쏘고 터지는 시원시원한 액션 전반을 충분히 맛볼 수 있습니다. 실베스터 스탤론을 게임 속으로 옮겨놨으니, 남성미 물씬 넘치는 매력도 함께 말이죠.


렐릭 헌터스 제로 (Relic Hunters Zero)
귀엽고 잔혹한. 하지만 시원시원한 타격감


흥미로운 아트 스타일과 독특한 색감의 캐릭터 디자인을 보여준 '렐릭 헌터스 제로'는 준수한 완성도와 개발사의 긍정적인 인식이 빛나는 무료 게임입니다. 브라질의 개발사인 로그 스네일(Rogue Snail)의 가치관이 확실히 투영된 게임이기도 합니다. '크로마 스쿼드', '나이츠 오브 팬 앤 페이퍼' 등의 개발에 참여한 개발진이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개발하여, 무료로 스팀에 출시했습니다.

무료 게임이지만 슈팅 액션의 기본기는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총을 쏘는 맛, 사격과 방어, 회피의 액션 그리고 근접 무기와 방어 등에서 느낄 수 있는 타격감, 여기에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전략적인 전투까지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2015년 출시한 무료 게임임에도 완성도는 매우 준수합니다.

게다가 더 놀라운 점은 개발사가 이 게임을 오픈 소스로 내놓았다는 점입니다. 게임의 소스 코드가 공개되어 있으니, 누구던 자신만의 모드를 쉽게 찾고 만들 수 있죠. 로컬 2인 플레이까지 지원하니,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하기도 딱 좋습니다. 개발진의 열정에서 탄생한 렐릭 헌터스 제로는 후속작인 '렐릭 헌터스 레전드'를 통해서 명성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작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비주얼, 시스템으로 말이죠. 심지어 후속작도 무료인 상태로 말입니다.


두근두근 문예부 (Doki Doki Literature Club!)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마도 여러분이 기자보다 더 잘 알고 계실 게임입니다. 일반적인 연애 시뮬레이션을 생각한 사람들에게 PTSD에 이를 정도의 충격을 준 게임이기도 하고요. 게임 소개 페이지에서는 달달한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익히 알려진 대로 '심리적 공포'를 주는 것에 최적인 게임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예 시뮬레이션? 비쥬얼 노벨? 그런 것은 포장에 불과합니다. 사실은 공포 게임에 가까운 것이죠.

필연적으로 예정된 배드 앤딩과 회차를 거듭할수록 극단적이고 과격하게 변하는 캐릭터들. 소위 '얀데레'라고 말하는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는 셈입니다. 더불어 플레이하는 우리의 척추를 따라서 식은땀을 나게 만드는 것은 덤이고요. 한 회차의 플레이는 조금 짧은 편이지만, 연출과 소름 돋음은 여느 공포 게임 못지않은 강렬함을 자랑합니다. 아마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으므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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