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인벤토리 배치로 강해지는 액션 로그라이트 '세피리아'

게임소개 | 정수형 기자 | 댓글: 3개 |

올해로 9회째 개최된 BIC는 오랜 기간 만큼이나 수백개의 인디 게임이 출품되어 왔습니다. 그중에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둔 게임도 있었죠. 횡스크롤 액션 게임 '던그리드'를 개발한 팀 호레이가 이러한 사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개발사인데요. 올해 BIC 2023에서 이들의 신작 '세피리아'를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세피리아는 동물 세계를 배경으로 한 탑다운 시점의 액션 로그라이트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토끼 수인이 되어 마을의 파멸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게 되죠. 데모 버전에서는 첫 번째 던전으로 보이는 지역의 보스까지 즐겨볼 수 있었는데요. 개발 경험이 쌓여있는 팀인 만큼 아직 한창 개발 중인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팀 호레이는 던그리그 이후 '페어리라이츠'라는 신작을 개발 중이었습니다. 싱글 RPG 장르로 기존에 선보였던 게임과 완전히 다른 장르로 도전을 시작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페어리라이츠는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는데요. 이에 대해서 팀 호레이의 문지환 개발자는 "계속 개발을 이어왔지만 어떻게 만들어도 재미가 없었다. 결국 프로젝트를 드랍하고 우리가 익숙하게 만들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당시의 소감을 전했습니다.

세피리아 역시 개발 초기에는 페어리라이츠의 잔재가 조금은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다수 대 다수로 전투를 벌이는 시뮬레이션 형식의 게임이었다고 했죠. 하지만 횡스크롤이든 탑뷰든 다수 대 다수로 만드니 원하는 재미를 끌어내기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조금씩 인원을 줄이다 현재의 일 대 다수의 전투를 벌이는 세피리아 스타일로 굳어졌습니다.




게임 플레이는 일반적인 로그라이트 게임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마을에서 정비 후 던전에 들어가서 적들과 싸웁니다. 그 과정에서 레벨업과 장비를 얻으면 점점 강력해지죠. 이후 던전의 보스와 싸워 이기거나 중간에 죽으면 마을로 복귀하게 됩니다. 이후 마을에서 정비를 거치고 다시 던전에 가는 게 반복되죠.

팀 호레이만의 부드러운 색감의 그래픽과 아기자기한 모습은 이번 작품에서도 녹아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와 스타일 때문인지 처음에는 던그리드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다만, 시점과 로그라이크 시스템에서 큰 변화를 줘 게임의 전반적인 경험에서 큰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인벤토리 배치를 적절하게 활용한 시스템은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이자 다른 로그라이트 게임과 차별화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인벤토리 시스템은 쉽게 말해 장비마다 특정 인벤토리 위치에 배치하면 강화 효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령, 인벤토리 제일 위에 배치할 때 보너스 스텟을 제공하는 것이죠.

배치에 따라 장비의 레벨을 올려주는 석판도 있습니다. 부적은 배치 위치에 따라 특정 장비는 강화하고 반대 장비는 약화를 시켜줬는데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성능이 안 좋은 장비를 제물로 좋은 장비의 효과를 올리는 게 가능했습니다. 로그라이크 특성상 모든 아이템이 내 입맛에 맞을 수 없고 결국 버려지는 장비가 존재할텐데요. 이러한 부적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방식은 이상해도 모든 장비를 효율적으로 쓸 수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생소한 방식의 시스템인 만큼 작동 방법에 의문을 품는 유저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에 유저친화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 부분에서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게임 중 인벤토리 특정 영역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장비 혹은 석판은 마우스 커서를 올렸을 때 효과를 받는 자리에서 빛이 나는 식으로 쉽게 알 수 있게 해뒀죠.

한편, 반복 플레이가 주가 되는 장르인 만큼 게임을 오래 했을 때 느끼는 피로도에 대한 얘기도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세피리아는 장비의 위치에 따라 시너지를 생각해야 하므로 단순히 장비만 모아선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데요. 이러한 시스템이 처음에는 신선하고 재밌게 다가오지만 반복적인 상황에서는 자칫 피로감을 더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팀 호레이는 "열심히 빌드를 짜놔도 죽으면 처음부터 해야하는 사실에 허탈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 "최대한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게임을 거듭할수록 토끼 마을에 영구적으로 변화가 생기고 후반부에 가면 '하데스'처럼 플레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기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기획적 의도를 언급했습니다.

현재 세피리아는 40% 정도 개발이 완료된 상황입니다. 게임의 코어 시스템 작업은 거의 끝났고 이후에는 콘텐츠를 새로 올려가는 단계에 진입했죠. 팀 호레이는 출시 계획에 대해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출시 방식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답했는데요. 얼리엑세스보단 곧바로 정식 출시하는 게 낫지 않냐라는 게 팀내에서 주류 의견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과거에는 얼리엑세스로 출시하면 게임이 부족해도 너그럽게 봐주는 게 있었는데 점점 게임의 완성도 수준이 떨어지면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는 것을 꼽았습니다.

그래서 완성도를 높여 아예 정식 출시를 하거나 혹은 얼리엑세스 수준이 아닐 정도로 게임을 개발한 이후에 얼리엑세스로 출시해서 피드백을 받는 두 가지의 선택지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죠. 어쨌든 출시 전까지 아직 적지 않은 시간이 남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팀 호레이의 신작을 맛보고 싶다면 이번 BIC 2023 온라인 전시를 놓치지 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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