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처를 치료해줄 게임 어디 없나" 메마른 감성을 치유할 '힐링 인디'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댓글: 35개 |







"아 지친다 지쳐" 누구나 살다 보면, 삶의 무게에 짓눌리는 시간을 맞이한다. 일을 하다가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우기도 할 것이고, 학업과 결혼, 연인 간의 문제 등 우리의 마음을 갉아먹는 행위와 감정 소모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찾아온다.

그리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힐링'이다.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킬 기회이자, 박살이 나버린 멘탈을 회복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사람에 치이고 삶의 무게에 눌려버린 우리에게는, 생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필요하다 .

그래서 준비했다. 마음이 지치고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버린 사람들을 위해,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단비와 같은 게임들을 말이다.




"압쥬 (ABZU)" / PS4, XBOX One, Steam


대표적인 힐링 게임이라고 부를 만한, '저니(Journey)'의 아티스트가 만든 해양 힐링 게임 '압쥬(ABZU)'. 사막이 아닌 해저와 광대한 바닷속을 무대로, 바다 생태계를 자연으로 되돌리기 위한 모험을 그리고 있다. 게임 내에 대사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플레이어는 주위 상황과 환경을 기반으로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찾아야만 한다.

이 게임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바다 환경'의 표현. 거대한 청새치 무리, 심해로 여행하는 고래들과의 교류, 수면으로 들어오는 광원 등 모든 것을 독특한 색감과 압도적인 비주얼로 마무리 지었다. 잔잔한 배경 음악과 함께, 바닷속을 여행하는 기분을 한껏 맛볼 수 있다.





"아스트로니어 (ASTRONEER)"/ XBOX One, Steam


"우주에서 친구와 놀고 싶다"는 욕망을 해결하기에는 '아스트로니어'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얼리엑세스 상태라서 콘텐츠는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친구와 함께 여기저기 땅을 파고, 건물을 짓고 지하를 탐험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게임이 어렵지 않으니, 편한 마음으로 모험을 떠나기 충분하다.

오늘 밤, 친구와 함께 행성들을 여행하면서 '모험'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아름다운 색감의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 캠프를 꾸리고, 우주선을 복구하여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나다 보면, 어느새 잃어버렸던 순수함을 찾게 될 것이다.





"올드맨스 저니 (Old Man's Journey)"/ Steam, And, iOS, Mac


파스텔톤 배경과 감성 터지는 우클렐레의 음색, 노인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게임 '올드맨스 저니'. 올해 5월 출시하여 두어 달 만에 각종 상을 휩쓸 정도로 빼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인디 게임이자, 자극적인 연출이나 콘텐츠가 없는 '순한 맛'으로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아름아운 아트웍으로 구성된 세계는 입체 동화책 느낌이 물씬 난다. 플레이어는 간단한 퍼즐을 해결하며 노인이 가는 길에 도움을 줘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노인은 과거를 추억한다. 때로는 특정 장소에서, 때로는 한 인물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빛났던 인생을 되돌아본다.





"더 가든스 비트윈 (The Gardens Between)"/ Steam, PS4, Mac


한 노인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있다면, '더 가든스 비트윈'은 질풍노도 청소년기의 감성과 경험을 표현하고 한 게임이다. 형이상학적으로 표현된 게임의 분위기는 청소년들의 파편화된 심리를 의미한다. 개발사는 플레이어가 자그마한 정원을 탐험하면서 청소년의 정체성과 우정,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

플레이어는 초현실적인 정원의 곳곳 탐험하고, 때로는 시간을 되돌려 장애물을 없애며 퍼즐을 풀어나가야 한다. 현실적이지 않은 배경구성과 더불어, 잔잔한 음악으로 게임의 분위기를 한층 더 강화시킨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자신들을 찾아가는 두 소년의 이야기, '더 가든스 비트윈'은 2018년 출시 예정이다.





"브라더즈 - 두 아들의 이야기 (Brothers - A Tale of Two Sons)"
PS4, XBOX One, Steam, And, iOS


형제들의 우애를 그린 '브라더즈'는 감수성이 모자란 사람이라도 감동을 하기에는 충분한 게임이다. 게임 내에서 별다른 대사가 나오지 않음에도 형제가 처한 상황을 완벽하게 전달한다. 게임은 전형적인 퍼즐 게임의 모습이라 할 수 있지만, 독특한 조작법으로 이를 보완한다.

게임은 좌우측 아날로그 스틱을 각각 형과 동생으로 나누어 게임을 진행하게 되며, 이를 이용해서 퍼즐을 다각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작이 익숙해졌을 즈음 플레이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연출들도 마련되어 있다. 독특한 색감의 아트와 더불어, 형제의 우애를 감동적으로 느낄 기회가 될 것이다.





"셸터 (Shelter) 시리즈"/ Steam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매한가지. 동물들의 모성애를 느껴볼 수 있는 게임, '셸터' 시리즈는 희뿌연 비주얼과 귀여운 새끼 동물들의 조합을 통해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밖에 산재한 위협을 무릅쓰고 먹이를 구하러 가거나, 귀여운 자식들이 독립할 때까지 보호하고 있으면 슬슬 입꼬리가 올라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편에서는 오소리, 2편에서는 스라소니 가족을 플레이할 수 있으며, 계절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몽환적인 자연환경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새끼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라는 존재가 보여주는 사랑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더 트레일 (The Trail)"/ And, iOS, Steam


제주도 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정취를 한껏 느껴본 경험이 있다면 이 게임이 각별할 수 있겠다. 피터 몰리뉴가 제작한 '더 트레일'은 딱 올레길을 걷는 경험을 생각나게 한다. 이 게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걷는 것' 뿐. 플레이어는 길을 걸어가며 개척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을 만나고, 수집한 물품을 교환하며 교류하는 과정을 겪는다.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변화하는 주위 환경을 감상하고 마을을 재건하기 위한 재료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힘겹게 도착한 길의 끝에서,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고 깊은 감동을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더 트레일'은 모바일 버전과 스팀 버전이 출시된 상태다.





"발리언트 하츠 (Valiant Hearts: The Great War)"
/ PS4, XBOX One, Uplay, iOS, And


'발리언트 하츠'는 "전쟁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 이야기를 게임의 방식으로 풀어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약간의 액션과 퍼즐의 적절한 구성은 물론이고, 제1차 세계 대전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시한 역사적인 의미까지 챙겼다.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등장인물 일부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함에도 '치유물'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는 이유도 역사적 배경에 있다.

많은 이들이 죽은 비극적인 역사의 단면이지만, 발리언트 하츠는 이를 덤덤하게,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그려낸다. 동시에 각 개개인은 광기의 흐름, 처절함과 같은 정신적 위험에 노출되었음도 표현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요인들 속에서도 인간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음을 알린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에게 몰입하여 역사적 풍파를 겪으면서도, 마음 한쪽이 뭉클해지는 그런 감정 말이다.





"언더 리브즈 (Under Leaves)"/ Steam, iOS


힐링 게임을 논하면서, 액션도 텍스트도 없는 '아주 평화로운' 게임을 빼놓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언더 리브즈'는 힐링 게임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잠들기 전 침대에서 누워서 하기 딱 좋은 퍼즐 장르인데다, 수채화로 표현된 일러스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뭉글뭉글해지는 감정을 낳는다.

숨은 그림 찾기를 통해서 동물들에게 먹이를 제공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부드러운 일러스트를 계속 지켜보게 된다. 동시에 느긋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음악이 우리의 마음을 달래준다.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개발자에게서 태어난 게임, '언더 리브즈'는 스팀과 iOS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사모로스트3 (Samorost3)"/ Steam, Mac, And, iOS


'머시나리움'과 '보타니큘라'의 개발자들이 만든 '사모로스트3'는 그야말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의 수작이라고 부를 만하다. 단순히 오브젝트를 찾고 퍼즐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몽환적이고 세밀한 배경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한다. 어딘가를 가리키고(포인트) 누를(클릭) 때마다 게임 내 배경들은 움직이고 변화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배경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어딘가 괴상한 분위기가 대부분이지만, 클릭할 때마다 반응하는 유동적인 배경들은 우리에게 독특한 경험을 전달한다.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진행되는 애니메이션, 별다른 텍스트가 없어도 퍼즐을 해결할 수 있는 난이도는 느긋하고 느린 템포의 음악과 함께 우리를 감상에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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