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눈치 싸움 시작! 스릴 넘치는 여관 운영, 던전 인

게임소개 | 김수진 기자 |



여기, 앙숙.. 아니 이 정도면 원수지간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두 마을이 있습니다. 섞일 수 없는 그들, 심지어 휴가를 갈 때마저 취향에 따라 강력하게 갈리는 곳에 위치한 그들, 숲과 바다입니다. 그리고 그 원수 사이에서 요리조리 눈치 빠르게 움직여 이득을 보고자 하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캣 소사이어티가 개발하고 있는 던전 인은 서로 원수처럼 보는 숲과 바다 마을 사이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턴제 전략 게임입니다.

우리는 양쪽 마을 사람들을 여관에 재우고, 여관의 시설을 이용하게 만들고, 여관 근처에 포장마차를 세워 시원한 맥주와 음식도 제공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죠. 단,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너무너무, 정말 너무너무너무 싫어하기에 절대 마주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던전 인의 스토리 적인 즐거움은 여기서 옵니다. 당위성이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그냥 '두 마을, 길드원들을 마주치게 하지 마세요'였다면 전략적인 측면에만 몰입해서 게임을 플레이했을 겁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강조되는 두 마을의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어떻게 눈치 싸움에 승리해 돈을 벌 것인지 고민하는 여관 주인 사라와 두 고양이의 아슬아슬한 계획을 듣고 있자면 어느새 외줄 타기 여관 운영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죠.

이렇게 독특한 스토리 소재는 여관 하나에 앙숙이라는 말로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는 모험가와 몬스터가 같이 묵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다만 던전 앞에 있는 여관에 몬스터가 손님으로 찾아오는 건 살짝 어색하다 보니, 지금의 설정으로 변경됐다고 합니다.

이들이 얼마나 사이가 좋지 않냐면, 여관 입구에서 마주치자마자 쌈박질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무시무시하게도, 우리의 여관 주인은 자신을 도와주는 정령들을 꼬드겨 한쪽을 아예 처치해 버립니다. 서로가 모르게 하는 것이 최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마치 이중 스파이같은 이 아슬아슬한 여관을 지켜나가야 하거든요.




재미있는 건, 이런 스토리 적인 부분이 단순히 텍스트나 이미지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게임의 콘텐츠, 플레이적인 측면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던전 인은 기본적으로 테이블 탑 보드게임에 가까운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보드게임에서 영감을 얻었기도 하고요. 여기에 실시간 전략을 통해 타이밍 적인 긴장감을 주기보다는, '두 손님 집단이 만나면 안 된다'는 테마에서 오는 긴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턴제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테마는 콘텐츠 및 플레이 방식에도 녹아 있습니다. 턴마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시설물을 전략적으로 세워 양 마을 사람들의 여관 입장을 조절해야 하죠. 입간판으로 손님을 여관으로 이끌고, 포장마차로 손님의 속도를 느려지게 하거나 혹은 빠르게 만드는 식으로요.

전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양측이 마주할 경우, 자연스럽게 전투 장면으로 화면이 넘어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어진 자원과 카드를 활용해 한쪽의 편을 들어줄 수 있습니다. 즉, 테마적인 즐거움을 게임의 기획부터 시스템적인 설계, 콘텐츠까지 아주 잘 스며들게 했다고 볼 수 있어요.




던전 인은 분명 전략적인 게임임은 틀림없습니다. 매 턴 어떤 마을의 손님들을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얼마나 이끌어낼지, 그리고 반대 마을의 손님들은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지연시킬 것인지 등을 한참 고민해야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마치 퍼즐을 풀어내듯 고민해야 하는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래픽, 여기에 읽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 유머러스한 스토리만큼이나 누구나 조금만 적응하면 흥미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죠. 특히 어느정도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무마할 수 있는 전투와 의심 게이지는 전략 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라도 충분히 두 마을간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스릴 넘치게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던전 인, 이번 BIC 2023에서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게임입니다. 특히 평소에 보드게임을 즐겼거나, 고양이를 좋아하거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보고 싶거나, 가벼운 전략 게임을 경험하고 싶은 플레이어라면 더욱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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