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7]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정봉재 대표가 인디 개발자에게 던지는 조언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4개 |


▲ 아이봉주식회사 정봉재 대표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아이봉주식회사의 정봉재 대표는 오늘부터 연애왕, 리치킹즈, 오빠는토끼 등을 출시한 바 있으며, 이전에는 넥슨에서 퍼블리싱사업팀 파트장, 넥슨 신규개발본부 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아이봉주식회사가 출시한 게임은 다소 독특하다. '오빠는토끼', '내 아를 낳아도', '오늘부터 연애왕' 등, 타이틀을 말하거나 들을 때 다소 난감해할 여지가 있는 타이틀들이었다. 정봉재 대표는 '오빠는토끼'를 소개할 때 세계 최초의 방치형 교미 게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이면에는 처절한 생존 전략이 숨어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게임들이 출시되는 지금, 그 중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강한 놈이 오래 사는 것이 아니고 오래 사는 놈이 강한 거야"라는 철학으로 지금도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선보이고자 하는 정봉재 대표. 그는 이번 강연을 통해 인디 개발자들에게 '생존'의 방법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본 강연 기사는 내용 전달 및 편집의 용이성을 위해 강연자의 시점에서 서술했습니다.




창업에 뛰어든 것은 2014년의 일이었다. 당시 넥슨에서 근무 중이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창업을 해서 꽤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문들을 몇 번 들었었다. 자기 자신의 게임을 만들어보자, 그것으로 성공해보자는 생각이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2014년 넥슨에서 나와서 창업했다.

이 과정은 골드러시의 후반부에 금을 뒤늦게 찾으러 간 것과 같았다. 뒤늦게 금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 이미 금맥이 고갈 되어서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과 같았다고 할까. 특히 2014년은 세븐나이츠, 클래시 오브 클랜, 블레이드 등 굵직한 게임들이 출시된 해이기도 했다. 대다수의 모바일 유저들은 이른바 '메이저' 게임으로 쏠렸고, 몇 안 되는 유저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수의 업체들이 경쟁을 해야 했었던 상황이었다.



▲ 금맥을 찾으러 떠났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그런 상황에서 게임을 출시하고,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오늘부터 연애왕'은 3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외에 다른 게임들도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며, 그 외에도 외주 작업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중이다.



▲ 지금도 다양한 작품을 준비 중에 있다

그 생존 전략에 대해서 언급하기에 앞서서 '오빠는토끼'의 개발 사례를 설명하고자 한다. '오빠는토끼'에 대해서 소재를 떠올리게 된 것은, 호주 토끼 전쟁을 조명한 EBS 지식채널e를 보고 나서였다.

호주 토끼 전쟁은 일명 '토끼 역병'이라고도 불리는 사건이다. 호주에서는 원래 토끼가 서식하지 않았지만, 영국에서 사냥용으로 수입한 토끼 중 일부가 탈출하면서 토끼들이 호주에 서식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토끼는 쉬지 않고 교미를 하는 습성이 있어 번식력이 왕성하다. 그리고 호주에는 토끼의 천적이 되는 동물이 없었기 때문에 토끼를 견제할 생태 사이클이 돌아가지 않았고, 결국 토끼가 100억 마리까지 증식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 처음 이 장면을 보았을 때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이 사례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반신반의해서 자료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이 사건을 토대로 컨셉을 짜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 소재는 정말 엉뚱할 수 있는 소재였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유저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이 소재를 잘 살릴 수 있으면서 소규모 개발사에서 만들 수 있는 장르, 그리고 소비자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장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토끼의 특성은 방치하면 알아서 교미하고 번식한다는 점이었다. 거기에서 방치형 게임이 떠올랐다. 방치형 게임은 소규모 개발사들도 만들기 쉬운 장르였다. 특히나 클리커는 제한된 리소스에 바리에이션을 일부 추가하기만 해도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여기에 착안해서 방치형 교미게임이라는 장르로 소개하는 계획을 세웠다.






▲ 여러 각도에서 컨셉을 고안하고,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같은 장르의 게임이 또 있을까, 싶어서 구글링 검색을 지속적으로 했다. 그 결과 그런 게임이 없다고 확신하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까지 붙이는 선택까지 했다.



▲ 저 문구는 실제 선전 문구다

일부 사람들은 창피하거나, 혹은 쑥스럽지 않느냐, 더 나아가 '쪽팔리지 않느냐'라고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거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창피함이나 쑥스러운 것보다, 이른바 '병맛'이어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 것이 훨씬 더 생존에 유리하다고. 그래서 고민 없이 이 전략을 선택할 수 있었다.

사실 작은 개발사가 개발을 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사람들의 '악플'이 아니라 '무반응'이다. 개발사들이 고생 끝에 게임을 만들어서 출시해도, 개발자의 생각보다 사람들이 반응이 없을 때가 많다. 이미 많은 게임들이 시장에 나와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말로 게임성이 뛰어나거나, 혹은 획기적인 작품이 아닌 한 관심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나? 라고 냉정하게 반추했을 때, 결론은 '아니다'였다. 즉 조건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이른바 '병맛'은 유저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또한 여기에 특정 키워드나 테마를 선점한 것도 전략 중 하나였다. 이미 다른 인디 회사에서 방치형 클리커 게임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키워드와 테마가 필요했다. 그들과 다르다, 라는 것을 어필해야 소비자들이 호기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 일일이 게임에 대해 설명하기보다, 키워드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유저들의 호기심을 살 수 있고, 혹은 유저에게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인디 개발사들은 홍보를 위해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유저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 일환으로 일일 미션에는 사전 공유를 하지 않으면 완료가 안 되는 미션을 넣었다. 반강제 바이럴 방식에 일부 유저는 반감을 표하기도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유저를 영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넣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이 기능을 추가했다. 그 외에도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자기 작품을 홍보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돈을 들여 홍보할 수 없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출시한 '오빠는토끼'는 평점은 4.0점을 기록했고, 안드로이드에선 1만 5천 다운로드, iOS에서는 2천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어떻게 보면 적은 수치지만, 이 지표는 나름 성공적인 지표라고 본다. 해외 유저들이 다운로드 받은 수치도 있고, 해외로 진출이 논의되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 어느 정도 목표한 성과는 달성했다

사실 게임을 만들 때 누구나 다 큰 꿈을 그린다. 1만으로는 부족하다. 10만, 100만 다운로드까지 가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 아닌가.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길이다. 물론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을 쟁취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은 실패하는 지름길이다.

물론 목표에도 마지노선이 존재한다. 그 지점은 평점 4.0대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평점 3.0과 4.0은 다운로드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대규모 게임들은 평점이 더 낮기도 하지만, 인디 개발사와는 다른 지점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소규모 개발사들 기준으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최초 목표를 1만 다운로드 정도로 잡는 것이 좋다. 사실 10만, 100만을 바로 생각하고 싶겠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1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뒤에 10만이 되는 것이고, 100만 다운로드로 갈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평점 4.0대와 1만 다운로드는 외부 업체와 미팅을 수월하게 하는 마지노선이었다. 외부 업체들 가운데에 평점과 다운로드를 물어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평점 4.0대와 1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기 전과 달성한 후에 업체들의 반응은 달랐고, 이 경험을 토대로 자체적으로 마지노선을 잡은 것이다.

이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 마지노선을 못 넘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었다. 그 질문에 나는 당장에라도 나가서 전단지를 나누러가겠다, 라고 말했다. 비단 전단지뿐만 아니라,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통해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마음가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조건 본전은 회수하자는 마인드다. 그만한 집념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서 본전을 찾아가자는 생각을 하자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굉장한 집념을 필요로 한다.



▲ 현 상황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생각보다 어렵고, 집념을 요구한다

사실 인디 개발자들이라면 모두들 의지와 집념을 다 갖췄을 거라고 본다. 인디 씬이 고달프다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 고달픈 상황 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인내하고, 감수하면서 오래도록 버티고 있지 않은가. 그 점은 아마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도전만으로도 아름답다고 한다. 그건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단, 그것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을 때 통용되는 일이다. 생존한 뒤에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존한 다음에,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 Q & A

Q. 강연 인상 깊게 들었다. 게임도 인상적이었는데, 실제로 개발하는데 얼마나 걸렸는가?

당시에 병행하고 있는 외주 작업이 있었다. 집중해서 만들었다고 하면 3, 4개월 정도로 예상했지만 그런 환경이 안 됐기 때문에 좀 더 걸렸다.


Q. 개발한 게임들을 보면 인상 깊은 제목들이 많다. 게임 제목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경우는 없는가? 혹은 그 소개 문구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점은 없는가?

일단 '오빠는토끼'의 이용가는 12세 이용가다. 사실은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교미 등 성에 관계된 언어에 굉장히 민감하지 않은가. 그래서 반감을 가질 수 있는 유저가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것 때문에 처음부터 포기하기에는 아쉬웠다. 만약에 게임을 내리게 되어서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고 해도, 게임을 아예 안 만든 것과 만든 뒤에 그렇게 된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발에 들어갔다.


Q. 번식해서 나오는 토끼들의 종류가 꽤 다양하던데, 이것을 에셋으로 구현해냈는가?

에셋은 아니고, 일일이 하나하나 다 그려내서 적용한 것이다. 사실 그런 워크플로우를 구축할 여력이 없었다.


Q. 인앱 아이템 수익과 광고 매출이 대략 어느 정도 비율인지 알려줄 수 있는가?

현재 '오빠는토끼'의 인앱과 광고 매출은 1:1.5 비율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유저들이 짜증을 내고 게임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광고 매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

현재 광고의 경우에는 해당 광고를 보면 보상을 주고, 안 보면 보상을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광고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해외에서는 광고 매출이 한국보다 더 높다. 인 앱 아이템은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 정책 상 가격이 해외나 한국이나 동일해야 하는데, 광고 매출은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난다. 만일 글로벌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면 참고해두는 것도 좋다.


Q. 공유하기나 친구에게 알리기 같은 기능은 유저들이 싫어하지 않는가? 그 기능이 유저를 모으는 효과가 있는지 알고 싶다.

세세하게 트래킹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유저가 이탈을 하지 않고 계속 늘고 있는 것을 볼 때, 그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유저를 끌어모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봐야 하는 것이 사업가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물론 범죄는 안 되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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