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6] 이왕 그만둘 거, 하얗게 불태우고 그만두자! '마녀의 샘2 제작기'

게임뉴스 | 이인규 기자 | 댓글: 14개 |


▲ 장수영 키위웍스 / 대표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1인 개발자로 마녀의 샘을 개발해 성공적으로 런칭 했으며, 이후 2편 역시 앱스토어 유료 1위를 하는 등 1인 개발자로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제 목표는 오랜 기간에 걸친 확고한 정체성의 IP를 확립하는 겁니다. 당장 큰 매출을 바라기 보다는 스토리나 캐릭터에 애정을 담아서 많은 분들에게 오랫 동안 강하게 기억되는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8일 진행된 IGC 마지막 날 행사에 키위웍스의 장수영 대표가 '마녀의 샘2 제작 이야기'에 대한 주제로 연단에 섰습니다. 이번 강연은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인앱 게임에 대한 감상과 마녀의 샘을 개발하게된 동기, 마녀의 샘2의 제작과 그 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 강연주제: 마녀의 샘2 제작 이야기

저는 현재 인앱 결제가 없는 패키지 게임만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이 오해를 하게 되는데요. 제가 요즘 국내 게임 시장과 관계를 짓는 것 같은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현질 또한 누군가에게는 큰 재미가 될 수 있고 누군가의 월급이 되고 차기작의 자본이 되고 저도 언젠가는 들어가고 싶은 시장입니다.




저도 한때는 뿅 망치를 든 사람이 술래가 되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을 잡으러 다니는 아케이드 게임 '캐치플레이 for kakao'에서 인앱 결제를 통한 대박의 꿈을 품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캐릭터 하나하나에 만화도 다 만들었어요. 100컷이 넘는 만화를 그리면서 캐릭터에게 스토리를 심어주면서 저의 모든 애정을 쏟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많은 유저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어요. 총 제작 기간은 1년이 걸렸고요. 총 매출이 20만 원 발생했습니다. 두 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는데, 유저분들에게 미안해서 모두 환불 조치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저는 인디 개발자를 시작한 이유는 취직이 안 돼서였거든요.







사업자를 내고 포트폴리오를 만든 다음에 취직하겠다는 꿈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도 아니고 전문 기획자도 아니고 전문 프로그래머도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회사에 입사 지원할 파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취직도 안 되고 창업한 회사도 안되고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게임을 만든다고 크게 호언 장담을 해놨습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를 시기여서 카카오 100위 안에만 들면 월 매출 3,000만 원을 달성할 수 있다. 100등 안에 못 들겠냐는 라는 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죠. 주변에서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제가 게임을 만든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하게 여겼거든요.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 있다 보니까 현실을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꿈을 펼치다가 1년 만에 좌절을 겪게 됩니다.





⊙ 인앱 결재를 없앤 이유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다시 무료 게임에 도전을 해야 할까? 아니면 포기할까? 취직할까? 물론 주위에서는 취직을 준비하라는 말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열정도 있었고 전문적으로 한 건 아니지만 나름 꽤 오랫동안 게임을 만들어 왔기에 이왕 그만둘 거 하얗게 불태우고 그만두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질 유도를 없애고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에 집중하자라는 결심을 했는데요. 게임성을 위해서 현질 유도를 없앴다고 하기보다는 캐치플레이 for kakao에서 경험한 BM 모델을 통해 BM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차근차근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인앱 결제를 없애게 되었습니다. 돈 따위는 바라긴 했지만 일단 대박을 노릴 만한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제 현실을 알고 있었거든요.






⊙ 게임 개발은 중단했지만, 캐릭터는 버릴 수 없었다.

2015년 1월부터 새 게임을 기획하기 시작합니다. 개발 기간은 6개월로 잡았고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분이 제 강연의 조금 특이한 점인데요. 보통 게임 프로세스를 훈련하다 보면 자기가 만들고 싶은 장르와 게임 코어를 선택하고 그 코어에 맞게 게임을 씌워줄 스토리를 일반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코어 다음이 스토리죠.

저의 스타일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설정하고 스토리를 잘 나타내줄 장르가 무엇인지 그리고 코어가 무엇인지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면 2015년 12월에 '마왕의 딸'을 주제로 스토리 작업을 진행했었고요. 스토리 작업이 끝난 후에 스토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를 결정하였습니다.

스토리를 작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컨셉 아트가 나오게 되고 이런 컨셉 아트로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를 모두 작업하면서 이런 게임은 디펜스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용사들을 피해 성에 숨어 살고 있는 마왕의 딸이 포탑을 지으면서 성을 방어하는 그런 디펜스 게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의 꿈이 '도터'여서일까요? 토트를 찍으면서 도트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한 달 동안 정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나름 퀄리티도 좋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열심히 만들고 한 달이 지나니까 아 그러면 3D도 시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2월에 보니까 게임이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평소에도 디펜스 게임을 많이 해본 건 아니었거든요. 게임이 재미가 없다 보니까 제작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나도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어서 뭐하겠냐는 생각에 과감하게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매우 높기 때문에 차마 캐릭터를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이 캐릭터의 이름은 파이베리입니다. 그렇게 해서 2월달부터 RPG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돈은 없지만 시간이 많은 백수였습니다. 시간이 많으니까 여유롭게 모든 것을 갈아엎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RPG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아케이드도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망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요? 네 여러분 상상과 같이 '니가?'라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전 항상 '그녀의 기사단'이란 1인 개발자의 게임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변명합니다. "그 게임 혼자 만들었다는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하니까 그 사람은 경력자고 너는 초짜지 않느냐는 말을 엄청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그렇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딴생각을 하게 되었죠. 나는 당신들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개인적인 작품을 만들어왔고 사업적으로 만든 건 아니지만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게임을 계속적으로 만들어왔다는 자부심은 저한테 있었어요.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마음에 상처가 되었지만, 나름 저에게는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꿈 만큼은 현실적으로 제대로 잡자고 생각했습니다. 1년 제작해서 20만 원 매출이 났으니까 이번에는 6개월 제작해서 500만 원만 벌자고 소박한 목표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게임 제작비와 생계를 위해 애니메이션 외주를 병행하면서 게임을 제작했습니다. 나름 모션 그래픽 쪽으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제작비까지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를 도와주었던 후배에게도 용돈을 챙겨주면서 제작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 의외의 성과를 거둔 마녀의 샘

그로부터 7월 12일에 드디어 마녀의 샘이라는 저의 첫 번째 작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마녀의 샘은 인앱 결제가 없는 순수 스토리형 싱글 RPG입니다. 마녀의 샘은 숲 속에 숨어 살아가는 이야기인데요. 용사들에게 쫓기다 보니 생존을 하기 위해서 수련을 하게 됩니다. 성취한 업적에 따라서 엔딩이 나뉘어지는 멀티 엔딩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첫 작품 마녀의 샘을 론칭 했고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걱정이 되었지만 500만 원은 운 좋게 벌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게임인 재단에서 힘내라 게임 인상 Top List도 수상하게 되었고 모든 마켓에서 유료 인기 게임에서 1위를 달성했습니다. 피처드도 여러 번 받게 되었고요. 그 외에 정말 여러 가지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출시 후 12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상위권 랭크를 유지했습니다. 억대 매출도 달성했습니다. 1인 개발자에게는 어마무시한 수익이죠. 유료 게임도 밥벌이가 될 수 있겠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유료 게임을 출시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많이들 말렸었거든요. 유료 게임인데 무명인 너의 게임을 받겠냐고 많이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외의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잊혀지기 전에 어서 마녀의 샘2를 만들자"











⊙ 유독 아트 관련 작업 비중이 컸던 마녀의 샘2

마녀의 샘 출시 후 10월부터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마녀의 샘2는 퀄리티를 높이는 것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마녀의 샘에서는 한정된 자원으로 개발하다 보니 맵에 그림자도 없고 후배가 학생이라 일러스트도 다 못 그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멤버를 영입해서 퀄리티를 높여보자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2인 제작이면 수익에 무리가 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아끼다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원화가를 영입하게 되었습니다.

원화가에게 제가 바라는 것은 출근 작업이었습니다. 외주 작업은 제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캐릭터 애정이 많기 때문에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습니다. 대신 조건 만큼은 원화가 원하는 데로 모두 들어주었습니다.

캐릭터 제작은 제가 캐릭터 디자인 샘플을 그려서 원화가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이렇게 일을 진행하면 디자인하는 시간이 굉장히 줄어들어요. 그리고 원화가는 제가 만든 것에서 조금 더 세련되게, 조금 더 예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원화가에게 작품을 맡겼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제가 직접 가이드 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레퍼런스 제공을 통해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최소화하기도 했죠. 유독 아트관련 작업 비중이 컸던 마녀의 샘2였습니다.















▲ 원화가를 갈아넣거나 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 BGM과 코딩

가끔 설마 작곡까지 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데요. 아니요. 모든 음악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여 구매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샀다고 이야기 드리면 오해하시는 게 "아 되게 쉽게 하셨네요. 돈으로 해결하셨네요"라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는데 음악 찾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일단 검색 엔진에서 발견되는 사이트의 음악은 제 게임에 맞지 않았습니다. 50만 원짜리 이상의 음악과 100만 원 이상의 음악을 찾아봐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하고 코드 작곡하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어서 나름 BGM에 애정을 품고 있어서 많은 정성을 쏟게 되었는데 한 곡을 찾기 위해 검색에 보통 4~5시간을 투자했고 많게는 6시간 이상 검색에 매달려본 일도 있습니다. 쓸데없는 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많은 정성을 쏟은 만큼 유저들이 노력을 알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응원까지 해주었습니다.

사실 코딩에 대해서는 별로 드릴 말씀이 없어요. 제가 전문 프로그래머도 아니기도 하고요. 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툴로 제작을 했습니다. 인앱 결제나 광고가 전혀 없고 서버가 없기 때문에 제작이 매우 편했습니다.














⊙ 출시와 성과 그리고 향후 계획

그리고 6월 28일 날 정식 출시가 되었다고 공식 카페를 통해 알렸는데 정말 큰 감동을 얻었습니다. 스토어에 게시되자마자 구글 올렛을 구입했다는 메시지가 몇백 개가 줄줄이 뜨는데 이렇게 유저들이 기다려줄지 몰랐습니다. 처음 마녀의 샘을 출시할 때와는 조금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유료 게임이라 구입이 망설여진다는 답변도 받아보았거든요.

그리고 출시를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이 후작의 일러스트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전작에서도 일러스트가 귀엽다는 평이 많았는데 퀄리티가 갑자기 높아지다 보니 불안했습니다. 일부 유저들에게 화풍이 바뀌어서 이질감이 느껴진다거나 미묘하다는 답변을 받긴 했지만, 다행히도 좋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성과로는 수많은 스토어에서 전작과 함께 1등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전작도 순위가 올라서 4등까지 올라오기도 했고요.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이달의 우수 게임으로 선정되었고 제작 과정에서는 게임 창조 오디션에서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피처드도 통과가 되어서 검수 대기 상태입니다. 확실히 전작보다 매출 성장 속도가 빨랐습니다. 게임에 담은 제작자의 애정을 알고 기다려주신 유저들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앱 개발 계획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배우고 발전해서 보더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 때 도전해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마녀의 샘 소설화는 현재 출판사와 계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마녀의 샘3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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