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라이엇: 시빌 언레스트 "우리는 왜 투쟁하는가"

게임소개 | 윤서호 기자 | 댓글: 65개 |




⊙개발사: IV Productions ⊙장르: 시뮬레이션 ⊙플랫폼: PC, MAC ⊙발매일: 2017년

올해 출시 예정인 'RIOT : Civil Unrest(라이엇: 시빌 언레스트, 이하 라이엇)'은 가볍지 않은 게임이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 폭동을 주제로 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에서도 시위나 폭동의 장면을 재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게임들도 메시지를 담기 위한 소재 중 하나로 시위의 일부분만을 담았을 뿐, 라이엇처럼 현실에서 일어난 시위를 소재로 삼거나 혹은 시위의 경과를 세부적으로 묘사하고자 하지는 않았다.

픽셀 그래픽으로 시위 현장을 어디까지 묘사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레일러에 공개된 장면만으로도 시위 현장의 느낌을 생각보다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트레일러는 1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지만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하는 시위대와 경찰버스, 살수차, 최루탄, 심지어 화기까지 동원해서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 등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압축적으로 담아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해당 영상을 보고 일부 유저는 시위라는 정치 행위를 폭력적이고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뿐인가, 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트레일러에서 공개된 장면들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일 법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에 대해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라이엇에서 다루고 있는 시위는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이며,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제보받아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 실제 시위를 체험한 개발자와 시위를 재현하려는 노력

메인 디렉터인 레오나드 멘치아리(Leonard Menchiari)는 라이엇 이전까지 발표한 작품이 없는 무명의 게임 개발자였다. 그는 2012년 NoTAV(리옹 - 토리노 구간 고속철도 건설에 반대하는 운동) 시위에 참여했으며, 그때의 경험을 살린 게임을 기획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임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기획에 동참할 사람을 SNS를 통해 모집했고 몇몇 이탈리아 개발자들이 이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중에는 IV 프로덕션의 창립자 이반 벤투리(Ivan Venturi)도 있었다. IV 프로덕션은 이탈리아 볼로냐에 위치한 인디 게임 개발사이자 배급사로, 'ALBEDO: EYES FROM OUTER SPACE', 'Feudalism', 'CAST OF THE SEVEN GODSENDS – REDUX' 등 다소 마니악한 게임을 개발한 회사다.



▲ IV 프로덕션의 대표작인 'CAST OF THE SEVEN GODSENDS – REDUX'

벤투리는 멘치아리에게 동업을 제의했고, 그 제안에 따라 멘치아리는 메인 디렉터 자격으로 IV 프로덕션과 함께 제작에 착수한다. 이후 IV 프로덕션은 2013년 3월에 라이엇의 트레일러와 스크린샷을 인디고고 모금 캠페인을 통해 처음 대중에게 공개했다. 시위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로 게임을 제작한다는 점과 제작자가 시위에 직접 참여한 경력이 있다는 점, 그리고 실제 시위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 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목표보다 241% 이상의 금액을 모금하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라이엇에서 캠페인으로 등장한 시위들은 이탈리아의 NoTAV, 스페인의 로스 인디그나도스(스페인 청년들이 긴축 정책 및 경제 시스템에 대해 반기를 든 운동), 2011년 이집트 혁명 등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일부를 제외하면 실제로 유혈사태가 발생한 사건들이며, 일부는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사태이기도 하다.

멘치아리는 추가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세계 각지의 시위 관련 정보를 제보받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시위 현장의 사진과 사연을 올리고 있으며, 개발진은 공식 트위터에 일부 게임 내에 반영한 것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현실의 시위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한 게임을 제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첨언하기도 했다.



▲ 베네수엘라 시위대 자료를 참고로 만든 캐릭터(출처 : 공식 트위터)

이런 비화들은 개발자가 게임을 어떤 의도로 개발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 의도가 실제 플레이를 통해서 유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퇴색된다. 모든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 비하인드 스토리를 굳이 알아보면서 플레이하진 않는다. 따라서 제작진의 의도가 게임을 통해서만으로도 전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라이엇은 과연 그 의도를 잘 표현하고자 하는지 확인해보았다.



■ 다양한 변수와 색다른 시스템을 통한 시위의 재조명 : 폭력만이 해법은 아니다


▲ 이탈리아 게임 매체에 공개된 플레이 영상(출처 : Parliamo di Videogiochi)

지난 5월 이탈리아 게임 매체 Parliamo di Videogiochi(http://www.pdvg.it/)를 통해 공개한 플레이영상을 보면 게임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진행된다. 시위대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목표지역으로 전진하거나, 시위대가 점거한 지역을 방어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경찰로 플레이할 때는 시위대를 저지하거나, 혹은 시위대를 퇴거시켜야 한다.



▲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돌파하는 미션




▲ 시위대가 점거구역을 방어하는 미션




▲ 경찰이 시위대를 퇴거시켜야 하는 미션

처음부터 게임 내 시위가 폭력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경찰의 강경 진압이 시작되거나, 혹은 시위대 일부 인원이 격하게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과정을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수도 있으며, 캠페인의 경우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의 흐름을 따라 진행된다. 그러나 무리 속에서 일부 인원들이 플레이어의 명령과 다르게 움직이면서 돌발적인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플레이어가 시위대에게 전진하라고 지시해도, 최루탄이 떨어지거나 직사화기가 발포되면 일부 시민들은 대열을 이탈하거나, 혹은 움직임을 멈추기도 한다. 통제에 따르지 않는 인원을 지정해서 강제로 명령을 내려도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이행하거나, 혹은 아예 통제에서 벗어나 단독 행동을 하기도 한다. 경찰을 플레이할 때도 경찰관들이 시민과의 접촉 과정에서 후퇴 명령에 불응하거나, 혹은 폭력 행동에 나서는 등 돌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때론 이처럼 통제를 안 따르고 비무장인 시위대를 방패로 찍기도 한다

결과창을 보면 단순히 플레이어가 폭력에 의존해서 경찰을 막아내거나, 혹은 시위를 진압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폭력을 최소화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폭력을 사용해서 적을 제압할 경우 군사적인 점수는 올라가지만, 정치적인 요인에서 마이너스가 발생해 최종 점수가 최종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점수가 높을수록 시민의 지지도가 올라가며, 이는 이후 캠페인에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이를 유념해서 움직여야만 한다.



▲ 과도한 폭력행위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시위는 과격한 행동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고도로 복잡한 행동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한다. 단순히 수치화된 결과만으로 이런 점을 유저에게 어필하는 것은 아니다. 시위 이후에 쓰러진 희생자나 파괴된 거리를 취재하는 취재진의 모습, 경찰이 부상자를 부축하는 모습 등을 조명함으로써 유저가 스스로 시위에 대해서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 시위대-경찰의 이원화된 구조 외에도 다른 요소들도 조명하고 있다



■ 플레이어 간 대전을 지원하는 멀티플레이 : 시위를 유희거리로 만든다?

라이엇은 싱글플레이뿐만 아니라 최대 4인까지 참여 가능한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멀티플레이는 협동 캠페인뿐만 아니라 유저 간 대결 모드도 포함됐다. 테스터들이 올린 영상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바로는, 대결 모드에서는 각자 시위대와 경찰을 조작해 폭력 등 마이너스 요소를 최대한 줄이면서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닛들을 조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라이엇에서 대결 모드를 지원한다는 것은 얼핏 위험하게 보인다. 시위를 단순한 시위대와 경찰의 대결 정도로 풀어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라이엇이 다른 게임처럼 한쪽을 폭력적으로 제압하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라이엇이 그리는 시위는 궁극적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명분을 잃을 요인을 최소화해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동이다. 단순히 폭력을 동원해 적을 많이 쓰러뜨리면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그와 같은 행동을 해서 목표를 달성해도, 지지도를 잃어 마이너스가 되면 패배하게 되는 게임이다.



▲ 이런 유혈사태를 일으키면서 진압하면 지지도는.......

따라서 유저는 서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최소화하면서도, 적을 밀어내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찾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저는 시위의 흐름을 계속 파악하면서 어떤 방식이 가장 적절한지에 대해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위의 이유로 인해 유저 간 대결 방식이 단순히 시위를 유희로 표현했다고 보기엔 어려워보인다. 오히려 유저가 시위대 혹은 경찰을 간접체험하면서 시위에 대해서 다각도로 생각하게 할 기회를 주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계속 연기되는 출시일-과연 무엇을 더 담을 것인가?

개발사인 IV 프로덕션은 개발 초기에 2015년 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출시 예정일 연기를 반복했으며, 2017년 초에 발표한다는 글을 트위터를 올렸다가 삭제해 일부 유저는 개발이 중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IV 프로덕션은 홈페이지 글을 통해 그간 AI의 문제와 밸런스, 버그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발표가 늦어졌다고 답했다. 그리고 멘치아리는 개인 트위터를 통해 게임 내 요소를 공식적인 채널에서 공개하지 않은 것은 개발 및 수정 작업 이외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시위라는 행위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절대 단순하지 않다. 멘치아리 및 IV 프로덕션의 개발자들은 이를 최대한 현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 실제 사례를 모집하고, 게임 내에 반영했으며 역사적인 사실도 캠페인 내에 반영했다. 그뿐만 아니라 초기에 기획한 4개국의 시위 외에 다른 국가의 시위도 다룰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과연 어떤 사건을 다룰지 궁금하다.

이렇듯 표현하고자 하는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게임을 제작할 때 필수적인 요소 외에 다른 부가적인 부분은 캐치하기 어렵다. 특히나 인력이 적은 인디 게임 개발자의 경우, 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출시일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연기된 게임은 결국엔 더 좋아지지만, 무리하게 발매한 게임은 결국 영원히 나빠진다"라는 미야모토 시게루의 명언처럼 무리해서 출시하기보다는 차근차근히 다듬어서 출시되길 바랄 뿐이다. 시위라는 민감하고 어려운 소재를 다룬 게임인만큼, 더욱 완성도 있게 제작해서 유저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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