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정종필 교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영웅이 필요한 때"

게임뉴스 | 인벤팀 기자 | 댓글: 6개 |



안녕하세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정종필 교수입니다. 먼저, 인디 인벤 오픈을 축하드립니다.

한국의 비디오 게임 개발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1987년 남인환 감독님의 ‘신검의 전설’ 을 시작으로 한, 그저 게임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기약과 보상없이 골방에 틀어박혀 게임을 만들어 오던 초창기 세대의 게임 개발자들의 노력은 약 30여 년이 지난 지금, 총 산업 매출 10조 원 규모로 자라나 문화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산업 해외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의 중요한 업적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게임은 더이상 지하실 골방의 개발자들이 중심이 아닌, 거대한 회사에서 세계적인 실력자들이 체계적인 분업화와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해 만들어지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형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형태를 가질만큼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양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한 게임 시장에서 속도 제한 없이 끊임없이 달리던 우리 게임 개발자들은 - 디자인을 하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그래픽을 하고, 기타 게임에 관련된 지원업무를 하던 모든 ‘개발자’ 들은 -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무제한의 속도로 달리던 길에서 잠시 일어나 우리 자신들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노는 것’ 이라고 하는 데에 대한 배덕의 감정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노는 것은 죄악이고, 고통만이 성장이며 인내만이 값어치가 있다고 배워왔습니다. 게임은 전두엽을 파괴시키고, 짐승의 뇌를 만드는, 중독성 강한 마약이라고 매도당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문화수출의 역군이며, 더 많은 돈을 벌어오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라고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도박을 제외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보드게임의 역사도 없었고, TRPG같은 고전 게임의 역사도 제대로 가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서양의 고전적인 게임의 역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짧고 자본에 종속된 우리의 게임 역사는 그래서 깊이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을 주변에 자랑스럽게 얘기하지 못했고, 돈을 쫓는 집단들의 의향에 충실히 반영되는, 게임 같아 보이는 유혹물질을 정말로 만들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살아 왔던 우리 게임 개발자들은 인디 게임의 깃발 아래에서 하나 둘씩 뭉쳐 손뼉을 마주치면서 서로에게 외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는 단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단지 그것 뿐입니다.”

그 동안 잊혀져간, 일명 1세대 개발자분들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 분들은 우리를 여기 있게 만들어 주었으며, 커다란 고속도로를 만들어준 이름없는 영웅들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미래를 열어나가야 할 새로운 영웅이 필요합니다.

순수한 게임 개발의 열정을 가졌던 초창기 세대의 열정을 다시 장착하고, 거창하지는 않아도 솔직한...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런 환경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이미 제 주변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영웅들이 가득합니다. 그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한국 게임의 미래를 위해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인디 인벤 사이트의 오픈을 환영하며 무궁한 발전과 성공을 기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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