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7] '디모' 개발자와 작곡가가 들려주는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는 방법"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7개 |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토니 리(Tony Lee) 디렉터는 '레이아크'의 창립멤버이자 게임 디렉터다. 널리 극찬을 받으며 리듬게임의 대명사로 거듭난 사이터스(Cytus), 디모(Deemo), 보이즈(Voez) 의 개발자이자, 만도라(Mandora)와 핵앤슬래쉬 3D 액션게임 '임플로전'의 창작자이기도 하다.

'NICODE' 박소연 작곡가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재직하였으며 현재 '스퀘어뮤직'의 음악제작본부 팀장을 맡고 있다. 디모(Deemo), 사이터스(Cytus), 및 킹 오브 파이터, 아이온등 다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IGC 2017 두번째 날, 7층 강연장 마지막 시간으로는 대만 개발사 레이아크(Rayark)의 공동 창립자, 토니 리(Tony Lee)디렉터와 사이터스, 디모 등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는 'NICODE' 박소연 작곡가가 함께 강단에 올랐다.

잊지 못할 경험 선사하기(Make Them Unforgettable)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각각의 강연자가 스토리와 음악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유저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던 사례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교훈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 스토리를 통해 선사하는 잊지 못할 경험 - 토니 리(Tony Lee) 레이아크 디렉터



▲ 토니 리(Tony Lee) 레이아크 디렉터

먼저 발표를 맡은 레이아크의 토니 리(Tony Lee) 디렉터는 스토리를 통해 유저들에게 기억에 남는 순간을 선사했던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보통, 게임 개발자의 입장으로 스토리와 관련해 직면하는 문제는 크게 '스토리가 부족한 경우'와 반대로 '스토리가 너무 과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스토리가 부족한 경우 몇몇 게임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스토리가 가진 장점을 살리기 위해 최소한의 스토리를 녹여내는 것은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가령, 반복적인 플레이 매커니즘을 가진 게임이라면 스토리를 첨가함으로써 유저들에게 좀 덜 반복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토니 디렉터는 이어 스토리가 꼭 '파이널 판타지'나, '드래곤 퀘스트'처럼 방대하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작은 스토리는 또 그 나름대로 반짝이는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 스토리가 게임 플레이와 잘 어우러지느냐 하는 것이다.

반면, 스토리가 과한 경우도 있다. 자신의 게임에 거창한 아이디어를 녹여내고자 하는 것은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가진 긍정적인 욕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발을 하면서 세계관을 팽창시키는 것은 쉽지만 그 역으로 세계관을 보다 간결하면서 더욱 세밀하게 축소하는 작업은 훨씬 어렵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이 과정에서 금전적인 이유나 개발 일정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고는 한다.

큰 스토리를 게임에 집어넣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스토리 자체가 너무 복잡하면 거대한 미로처럼 작용하기 십상이고, 그렇게 되면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과 잘 어우러지는 스토리다. 스토리를 개발하면서 최종 산물이 될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 작은 스토리는 때로 반짝이는 매력이 되기도 한다

이어 토니 디렉터는 레이아크의 리듬게임, 사이터스와 디모를 예로 들며 작은 노력으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리듬게임 장르의 경우 음악을 고르고, 게임을 하면 점수가 나오는 아주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전달할 방법이 대단히 제한적이다. 때문에 보통은 음악의 커버 아트나 제목 등을 통해 각 곡의 분위기와 곡에 담긴 이야기를 암시하는 방법이 사용되고는 한다.

토니 디렉터는 리듬게임에서 스토리 전달을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사이터스'의 챕터K (Chapter K. Knight)를 예로 들었다. 해당 챕터의 모태가 되는 곡인 '홀리 나이트'의 경우 레이아크가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곡으로, 8년 전 당시 곡의 커버 아트에는 붉은 머리 소녀와 푸른 머리 소녀가 등장했다. 이지 모드와 하드 모드 각각 다른 커버 아트가 있었는데, 이지 모드의 아트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이마를 맞대는 모습을 통해 가까운 사이임을 전달하고, 하드 모드에서는 이들이 성장하며 대립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암시하고자 했었다.

챕터 K는 바로 이 '홀리 나이트'의 곡과 커버 아트를 바탕으로, 더 깊은 스토리를 녹여내기 위해 레이아크가 도전했던 첫 번째 시도였다. 챕터 전체를 구성하는 10곡을 '홀리 나이트'의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곡하게 된 것이다.



▲ 8년 전 '홀리 나이트'의 커버 아트, 리듬게임은 스토리 전달 수단이 제한적이다

기존 곡의 테마를 바탕으로 한 10곡의 노래 외에도, 스토리 전달을 위해서 모든 곡명마다 부제를 붙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챕터의 첫 번째 곡인 'The way we were'에는 기억(Memories)라는 부제를, 마지막 곡인 'Where you are not'에는 커튼콜(Curtain Call)이라는 부제를 각각 표시해 주인공들의 관계가 점차적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 암시할 수 있도록 스토리 전달이 가능했다.

토니 디렉터는 "챕터 K 이전의 사이터스 챕터들은 모두 주크박스와 같은 형태였다. 이렇게 하나의 스토리를 관통하는 챕터는 깊이 있는 스토리 전달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주인공인 아이리스와 로자벨은 한동안 사이터스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디모'의 스토리는 유저들에게 목적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다음으로 토니 디렉터는 '디모'의 예를 들어 스토리가 유저에게 목적성을 부여하고, 게임을 덜 반복적으로 느끼는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디모의 스토리는 어린 소녀와 검은색 막대 인간 '디모'의 이야기를 그린다. 첫 스테이지부터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점점 디모의 피아노 뒤에서 나무가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언젠가 소녀가 떨어졌던 하늘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목적성을 부여한다. 때문에 유저들은 더 이상 반복적으로 같은 노래를 칠 필요가 없다. 소녀를 원래 세상으로 돌려보낸다는 목적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어 토니 디렉터는 "'디모' 자체가 미스터리한 스토리 전달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힌트를 게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리듬게임으로 스토리 전달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는 사례를 공유했다.

실제로 디모에서는 아무런 상관없어 보이는 숫자나, 창문을 클릭하면 들을 수 있는 앰뷸런스 소리 등을 접할 수 있다. 힌트 하나로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지만, 게임을 플레이해나가다 보면 어느 정도 스스로 조각을 맞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토니 디렉터는 "플레이어들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숫자 힌트가 구글 지도 좌표라는 것을 알아챈 유저가 좌표를 위해 대만까지 찾아온 적도 있었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스토리를 완성해 나가고,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들의 유추한 스토리를 함께 공유하며 돈독해진다. 바로 이것이 스토리가 가진 힘"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토니 디렉터는 게임에 스토리를 더할 때 주의해야 할 세 가지 팁을 공유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첫째는 자신이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면, 주변 친구들에게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해 보고, 친구들이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만약 친구들이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면 좋은 스토리고,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면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는 스토리다.

두번째로는 게임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스토리를 추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스토리에 너무 심취해 게임의 구성 요소에 급격한 변화를 준다면 되려 게임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은, 때로는 설명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낫다. 게이머들은 정말 똑똑하기 때문에 살짝 힌트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조각을 맞춰나가기 시작한다. 게임은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선명하게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저마다 다른 해석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게임 스토리가 가진 여백의 미라고 생각한다."






■ 음악을 통해 선사하는 잊지 못할 경험 - 'NICODE' 박소연 작곡가



▲ 'NICODE' 박소연 작곡가

다음으로는 박소연 작곡가가 음악을 통해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는 방법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박소연 작곡가는 게임이라는 큰 틀 안에서 게임 음악이 가진 역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디오 게임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그래픽이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듯, 게임 음악에서도 큰 발전이 있었다. 초창기 Beep음으로만 구성되던 사운드는 오늘날 MIDI는 물론 오케스트라 녹음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게임 음악에 대한 투자가 점점 증가한 것일까? 게임 음악은 플레이어의 심리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뿐 아니라, 정서를 표현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또한, 특정 인물이나 단체, 건물의 상징을 가진 테마곡으로써 존재하기도 하며, 때로는 게임의 구성과 전개, 진행을 암시하는 역할로도 게임 음악이 사용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게임 음악의 이러한 역할을 눈치채지 못하는데, 리듬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장르에서는 바로 '음악의 불가청성' 기능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불가청성이란 현재 음악이 들리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로, 게임 음악 기획에 모두 포함된 부분이라는 것이 박소연 작곡가의 설명이다.



▲ 게임 음악의 역할은 보이는 것보다 다양하다

그렇다면, 게임 음악이 게임 속에 있는 하나의 장치로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박소연 작곡가는 먼저 기획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자신이 사이터스의 챕터 K의 작곡을 맡았을 때를 예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게임 음악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 기획자가 원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고, 작곡가가 이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가 게임 음악을 함께 실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챕터 K에 들어간 곡을 작업했을 때가 바로 이러한 사례라는 것이다.

챕터 K의 첫번째 곡과 마지막 곡의 작곡을 요청받았던 박소연 작곡가는 당시 자신이 받았던 요청 사항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리듬게임이지만 리듬파트가 거의 없게, 상대적으로 느리고 웅장한 느낌의 곡이면서 BPM은 조금 빠른 편으로, 대규모 오케스트라 악기 편성 등의 요청이 있었지만, '홀리 나이트' 메인 테마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되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가장 큰 사항이었다. 결국, 위와 같은 요청 사항대로 챕터 K의 마지막 곡, 'Where you are not'이 작곡되어 챕터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박소연 작곡가는 기획에 따라 음악을 완성한 것이 아닌, 음악이 직접 주도해 이야기를 끌어나갔던 사례를 공유하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사례는 지난 3월, '크루세이더 퀘스트'와 '디모'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할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박소연 작곡가는 해당 콜라보레이션을 홍보할 목적의 PV영상에 사용될 음악을 작곡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특별한 주문 사항 없이 처음 기획부터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소연 작곡가는 이때 스스로 크루세이더 퀘스트의 도트 그래픽과 디모의 그래픽 대비를 음악으로 동시에 표현하거나, 디모 콜라보레이션임을 감안해 상의 후 디모에 있는 기존 곡을 사용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자주적으로 음악적인 기획을 주도하게 됐다고 전했다. 마지막 장면에 이후 업데이트 될 디모의 미공개곡을 살짝 추가했던 것도 모두 그의 기획 중 하나였다.

▲ 박소연 작곡가가 작업한 '크퀘X디모' PV 영상

콜라보레이션 PV의 반응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유저 몇몇은 크루세이더 퀘스트 장면에서 8비트로 전환되는 부분에서 감탄사를 보냈고, 광고만 보면 무조건 5초만에 버튼을 누른다던 한 유저는 디모와 크루세이더 퀘스트 모두 설치하게 됐다는 댓글을 올렸다. 무엇보다도, PV 공개 한달만에 디모에 새로운 보스곡이 업데이트 됐을 때, 어디선가 들어 본적이 있다는 유저들이 다시 PV 영상으로 돌아와 재청취 유저가 급증하는 효과도 불러일으켰다.

'디모'의 역대 스토리 보스곡들의 곡명 또한 박소연 작곡가의 기획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매그놀리아와 마이오소티스, 그리고 매리골드로 이어지는 보스곡의 곡명은 모두 꽃의 이름으로 지어졌다. 목련을 뜻하는 매그놀리아의 꽃말은 '숭고한 사랑', 물망초를 뜻하는 마이오소티스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 한국에서는 천수국, 또는 만수국을 뜻하는 매리골드의 경우 꽃말이 무엇이냐에 대해 커뮤니티에서도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끝으로 박소연 작곡가는 "이런 결과들은 기획이나 홍보, 마케팅을 하시는 분들에게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청각적인 부분에서 기획이 필요하다면 언제나 작곡가들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 음악적으로도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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