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디 개발사의 우산이 되고 싶다!" 스팀 인디 퍼블리셔 사이코플럭스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5개 |



인디 개발사의 창구였던 스팀 그린라이트가 지난 6월 7일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스팀이 지원을 안 한 것도, 인기가 없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예상보다 잘 나갔던 게 문제였습니다. 본래는 인디 개발사의 저변을 넓히기 위했던 그린라이트가 잘 나가다 보니 저질의 게임이 올라오기도 했고, 투표 조작 및 저작권 문제가 있는 게임이 출품되는 등 홍역을 앓기도 했습니다.

결국, 스팀은 그린라이트를 폐지하고 스팀 다이렉트로 제도를 변경했습니다. 그린라이트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인디 개발사들의 스팀 출시 허들을 더욱 낮춘 겁니다. 하지만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국내에선 아무래도 스팀으로 출시하는 사례가 적었으니까요.

그러던 중 사이코플럭스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 인디 개발사의 스팀 진출을 지원하는 1인 사업체로 '스플릿 불릿', '딥 다크 던전' 등을 출시한 바 있는 곳이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생소한 스팀 출시를 사이코플럭스가 도전하는 이유는 뭘지, 앞으로의 비전은 어떨지 사이코플럭스의 이상훈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 사이코플럭스 이상훈 대표

Q. 먼저 본인 및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국립공주대학교 게임디자인학과에 재학중인 이상훈이라고 합니다. 사이코플럭스 엔터테인먼트는 인디퍼블리셔를 지향하는 에이전시로 인디 개발팀, 스타트업이 스팀에 게임을 출시할 때 겪는 어려움과 번거로움을 해소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출시 절차 대행, 게임 번역, ESRB 등급 분류, 기타 피드백 등의 사무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Q. 보통 게임 개발을 중심으로 팀이나 사업체를 꾸립니다. 왜 하필 에이전시를 목표로 했나요?

얘기하자면 좀 긴데요. 저 역시 처음에는 게임 개발팀을 꾸리고자 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특성화고를 다녀서 게임 개발을 공부했거든요. 그런데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어요. 저도, 팀도 미숙했었죠. 그러다 졸업할 때가 되니 막막하더라고요. 괜히 시간만 날린 건가 싶기도 했고요.

그러다 문득 개발 커뮤니티나 카페를 보니 꽤 괜찮은 퀄리티의 작품들이 그냥 잊혀지는 것들을 보게 됐습니다. 그걸 보고 문득 내가 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출시할 생각이 없거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저것 공부한 게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빛을 보지 못하는 게임들에 도움을 주고자 사이코플럭스라는 에이전시를 꾸리게 됐습니다.



▲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프로젝트는 상당히 많다


Q. 사이코플럭스는 1인 사업체인데 힘든 점은 없나요?

힘든 점, 당연히 있죠. 우선 일손이 부족하다는 게 아무래도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 여전히 내가 부족한 게 많구나 라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이런 것 외에도 홍보나 세금처리 등 일련의 작업을 전부 혼자 하니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1차 목표로 함께 했던 팀원들과 함께해 회사 규모를 좀 더 키우는 동시에 안정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1인 에이전시로는 여러모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 성장의 한계가 명확하더라고요.


Q. 국내에선 스팀으로 출시하는 게 생소한 편이죠. 퍼블리싱을 하면서 어떤 식으로 도움을 주는지 자세한 설명 부탁합니다.

주 업무는 스팀에 게임을 등록하는 일련의 절차를 대행해주는 일입니다. 그 외에 게임에 대한 간단한 번역과 피드백도 하고 있습니다. QA라고 하면 좋겠으나 아직은 개발사에서 원하는 수준의 QA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피드백이라고 했는데, 차차 심층적인 퍼블리셔의 업무를 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기준으로 게임을 고르나요?

첫 번째는 특색입니다. 남들과는 다른 게임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기만의 특색이 보이는 게임을 주로 찾고 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 게임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간혹 표절 의혹이 있는 게임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눈에 띄는 게임을 발견하면 개발자에게 직접 연락해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주 드물게 홈페이지나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 남긴 글을 보고 연락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연락을 줄 경우 개발자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접촉하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출시를 목적으로라기보다는 일종의 ‘이런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라며 소개하는 것에 가깝다 보니 신기해하더라고요. 그리고 개발만 해온 분들이다 보니 ‘어? 우리 게임에 관심이 있다고?’라며 의외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Q. 보통 그렇게 연락할 경우 계약은 잘 되던가요?

요즘은 많이 안 좋습니다. 그린라이트가 폐지되고 다이렉트로 바뀌면서 오픈마켓화 됐거든요. 이제는 등록비용만 내면 게임을 낼 수 있게 바뀌어서 ‘까짓거 100달러 내 돈 내고 출시하지 뭐’ 이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등록비용 외에도 계약 관계라는 걸 껄끄럽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혹은 애초에 완성할 생각이 없던 프로젝트인 경우도 있고요.


Q. 현재까지 어떤 게임들을 지원했고 성과는 어땠는지 듣고 싶네요.

고등학생 1인 개발자인 인디고블루 게임스튜디오의 ‘스플릿불릿’이 스팀에 올라갔고요. 좋은 평가를 꽤 많이 받았습니다. 다운로드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요. 그 외에 팀 글래스캣의 ‘딥 다크던전’도 저희가 스팀에 퍼블리싱한 게임으로 꽤 좋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Q. 퍼블리싱은 아무래도 자본이 중요한데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을 생각은 없는지?

아무래도 정부지원사업이 개발자를 지원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보니 저희 같은 퍼블리셔, 에이전시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은 찾기 어렵습니다. 당연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아쉽죠. 여러모로 알아보고는 있습니다.


Q. 1인 사업체이기 때문일까요. QA, 마케팅, 번역, 고객지원 등의 일들을 혼자서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있습니다.

번역의 경우 간단한 건 저희가 하고, 양이 많을 경우 전문 업체에 외주를 줘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고객응대는 아직 퍼블리싱하는 게임이 적기에 충분히 커버가 되고 있고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팀과 회사를 키워서 더 견실한 회사가 돼야겠죠.


Q. 여전히 그린라이트와 다이렉트의 차이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건가요?

스팀 그린라이트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작성하면 소개글이나 영상을 통해 유저들이 마음에 드는 게임에 좋아요를 누르고 그 수가 일정표 이상 받으면 통과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다이렉트는 여기서 좋아요 부분이 사라져서 누구나 올릴 수 있도록 더 간소화된 방식으로 보시면 됩니다.


Q. 모바일 게임을 퍼블리싱할 계획은 없나요?

없습니다. 모바일은 자체 출시하기도 어렵지 않고 현재 모바일 퍼블리셔는 저희 같은 작은 규모의 사업체가 어떻게 도전하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그리고 견실한 중소 퍼블리셔도 이미 많으니까요. 물론 개발자분이 이와 관련해 연락을 주신다면 성심성의껏 도와드릴 생각은 있습니다.


Q. 현재 예의주시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면 어떤 게임인지 알려주세요.

관심이 가는 게임 많죠. 연락을 드린 쪽도 많고요. 하지만 아직 얘기가 마무리된 단계가 아니다 보니 이 자리에서 섣불리 답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Q. 끝으로 사이코플럭스의 포부에 대한 한마디 부탁합니다.

한국의 허리 게임 기업이 없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죠. 저희가 그런 허리기업이 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규모를 키우고 해서 인디 개발자들을 지켜줄 수 있는 우산이 되고 싶은데, 아쉽게도 아직은 꿈일 뿐입니다.

호기롭게 달려들었지만 지금은 하향세에 접어들어서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심기일전하고 있습니다. 인디 개발사 분들에겐 벽으로 다가오는 퍼블리셔가 아닌, 친근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퍼블리셔가 되는 걸 목표로 달려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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