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스란전기, "오래 가는 인디 개발자 되고 싶다"

인터뷰 | 정수형,윤홍만 기자 | 댓글: 2개 |



슈퍼캣은 누구나 쉽게 온라인 게임을 개발, 이를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 '펑크랜드'를 2018년부터 서비스해왔습니다. 게임 제작 툴로 잘 알려진 RPG Maker와 비슷한 성향이지만 국내 이용자에게 더욱 친숙한 방식과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한 게 특징이죠.

펑크랜드를 이용한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닉네임이 있습니다. 역대 최장기 1위 타이틀의 개발자이자 최근 후속작 '아스란전기'로 신규 게임 서비스를 진행 중인 '무법자' 선승우 개발자입니다.

초창기부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선승우 개발자는 신작 출시에 맞춰 전업 개발자로 전향했다고 밝혔는데요. 대기업, 그것도 신규 사업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던 그는 어째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고된 1인 개발자의 길로 돌아선 걸까요?

대표 자리가 어색한지 수줍은 모습으로 본인을 팀장이라고 소개한 선승우 개발자.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털어놓은 속마음과 그의 각오는 대표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 라텔즈 게임즈 선승우 대표


Q. 먼저,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 펑크랜드에서 닉네임 '무법자'로 활동 중인 1인 인디 개발자 선승우입니다. 펑크랜드에선 5년 정도 활동했고 이번 아스란전기까지 총 4개의 게임을 런칭했습니다. 원래는 부업으로 게임을 개발해 왔는데 아스란전기를 출시하면서 전업으로 전향하게 됐습니다.


Q.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고 또 전업을 결정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이름만 들어도 다들 알 수 있는 대기업에 다녔었습니다. 당시 진행하던 플랫폼 사업이 꽤 잘돼서 내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그러나 일과 게임 개발을 병행하려니 시간도 부족하고 생명에 위협이 느껴질 정도로 피곤함을 느껴왔습니다.

결국 한계에 다다랐고 일과 개발이라는 두 갈림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죠. 그때 회사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혼신의 힘을 다해 게임을 만들어보고 성과나 실적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고자 전업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Q.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1인 개발을 고집한 이유가 있을까요?

= 사실 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팀 플레이에요. 혼자 한다면 어떤 상황이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혼자 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도 많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오고 여유가 있다면 팀플레이를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Q. 농담식으로 혼자 벌면 혼자 다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1인 개발자라는 게 현실적인 수익 부분에서 어떤가요?

= 현실적인 수익 부분에서 들쭉날쭉한 게 있습니다. 그래도 노하우가 쌓이면 나쁘지 않죠. 1년 동안 연봉과 1년 동안 매출을 비교해보면 전업 개발자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펑크랜드 플랫폼은 어떤 식으로 알게 됐나요?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원래는 취미로서 다른 자체 엔진으로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들기도 간단하고 서버 작업을 하지 않아도 온라인 서비스가 되는 툴이 나온다고 해서 흥미가 생겼었죠. 실제로 해보니까 정말 쉽더라고요. 개발에 드는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Q. 펑크랜드 이전부터 취미로 게임을 개발하신 건가요?

= 어렸을 때부터 RPG Maker와 같은 툴을 만지는 걸 좋아했습니다. 당시에는 딱 노는 수준으로 만들고 있었는데 하다 보니 그쪽에 개발하는 분도 많이 알게 됐고 더 나아가서 온라인 게임을 잠깐 만든 적도 있어요. 그때 유저가 10명도 채 안 됐는데 그냥 재미있더라고요. 이러한 경험이 쌓이다 보니 그냥 자연스럽게 게임 개발이 취미 생활이 된 것 같습니다.


Q. 개발 경험이 있다면 유니티와 언리얼 엔진으로 만들어서 런칭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많은 개발 엔진, 플랫폼 중에서 펑크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우선 개발적인 부분이 가장 큽니다. 초창기의 펑크랜드는 코드가 한 줄도 필요하지 않았어요. 일반적인 엔진이라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에도 수많은 코드를 넣어야 하고 이에 따른 오류도 발생할 수 있는데 펑크랜드는 그 부분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결국은 속도 싸움인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발 시간은 비슷하지만 이후 대응이 유리하다고 해야 할까요.

과거에 2년이란 시간을 투자해서 만들었던 온라인 게임이 단 이틀 만에 폭발 한 적이 있습니다. 취미 생활이었지만 어쨌든 굉장한 노력을 들였었는데 원인도 못 찾고 하니 욕만 엄청나게 먹고 서비스를 내렸던 기억도 나네요.





Q. 오랜 시간 동안 펑크랜드를 이용하셨으니 그만큼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느꼈을 때 좋았다고 생각한 점이 있을까요?

= 가장 큰 장점은 온라인을 지원하는 겁니다. 이게 일반 개발자들이 봤을 때는 어려운 기술인데 이를 적절하게 지원해준다는 게 크죠. 만약 정말 게임을 만들 열정이 있고 혼자서 다 해보고 싶다면 펑크랜드로 시작을 한 번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Q. 펑크랜드는 체질 개선을 통해 웹3 플랫폼으로 바뀌었는데요. 관련해서 개발 과정에서 바뀐 부분이 있을까요?

= 전작에서 웹3를 적용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서 큰 효과를 보진 못했었습니다. 유저들의 관심도 너무 빠르게 바뀌는 바람에 현재는 기다리는 중인데요.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온다면 지원할 생각이 있습니다.


Q. 역대 최장기 1위 게임의 개발자로 인기를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 사실 펑크랜드 게임들이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요. 저는 서사 중심의 게임을 만드는 걸 좋아해서 이 부분을 게임에 잘 녹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운영 문제가 있어요. 유저 대응을 잘 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어떻게 보면 제 생명과 바꿔가면서 대응했기 때문에 이걸 노하우로 봐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Q.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신작 아스란전기는 어떤 게임인가요?

= 30대 이상의 게이머는 과거의 향수를 찾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간을 들여서 사냥을 하다가 엄청나게 좋은 아이템을 얻었을 때 그걸 확인하는 기분이 엄청 좋은 게 있거든요. 그런데 요즘 게임은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과거에 재미있던 부분을 최대한 원복시키고자 노력했고 그 시절의 감성을 잊지 못하는 분들이 좋아할 만한 클래식 감성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옛날 울티마 온라인 시절의 감성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개발 중 어느 부분에 중점을 뒀나요?

= 요즘에는 몬스터를 한 방에 쓰러트리는 게임이 많아요. 방치만 해두면 수 십만 대미지가 뜨면서 죽이는 그런 게임들이죠. 그런데 저는 현실적인 대미지나 사냥에 중점적으로 두는 편입니다. 장비와 스킬을 구성할 때 어떤 게 더 효율이 좋은지 고민하길 바랬습니다.

다행히 게임 출시 후 클랜 톡방 등의 커뮤니티를 보면 세팅에 관련된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강력한 아이템은 있지만 이를 획득하기 어려우니 이 부분에서 체계를 두고 다양화시킬 계획입니다.





Q. 전작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 전작은 아이템 하나를 성장시켜 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파밍의 재미가 떨어지더라고요. 사람들은 완제품을 좋아합니다. 원래 기획 의도는 사람들이 조합이나 강화를 좋아하니 그 부분을 집중하려고 한 것인데 오히려 피로감이 더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탐험 측면에서도 지역 내에서 드랍되는 장비를 얻기 위해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는데 이를 못 느낄 수 있고요. 그래서 아스란전기는 전통적인 구조로 바꿨고 현실감을 주기 위해 그래픽 리소스에서도 다른 방향으로 가져가고자 했습니다.


Q. 온라인 서비스 게임인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텐션 유지를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 처음부터 세계관을 크게 기획했습니다. 국가와 종족, 몬스터를 처음부터 크게 기획해서 넣어뒀죠. 무엇이 나올지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제가 마련한 세계관, 그리고 서사를 보면서 유저들이 차근히 따라가는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이후에 제가 만든 이야기가 소진될 때를 대비해서 플레이어끼리 상호작용에 의해 게임을 끌고 갈 수 있는 부분들, 이를테면 세력전과 PvP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 추가해나갈 예정입니다.

마케팅 역시 굉장히 중요한데요. 신규 유저가 계속해서 들어와야 하는 만큼 매출의 대부분을 마케팅과 광고 비용으로 쓸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Q. 유저들이 아스란전기에서 어떤 것을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 아스란전기는 2000년 대 초, 중반 시절의 RPG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과 재미를 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1인 개발의 장점을 살려 전투 밸런스, PvP 밸런스에 관련된 의견도 즉각적으로 수용하고 있죠.

서버도 1개 밖에 없어서 그런지 유저끼리 친목을 다지기도 하는데요. 가끔 채팅창에 여자친구와 헤어진 썰을 풀고 그러기도 합니다. 이런 감성과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와서 재밌게 놀다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유저와의 소통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너무 과해질 경우 게임의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 유저들의 불만은 대부분 자신의 이해 관계에 있는 편입니다. 간혹 게임을 생각해서 시스템 제안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러한 내용을 잘 필터링 해서 개인이 아닌 전체 유저에게도 적용되는 것인지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이번 작품에서 제작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는데 사실 몇몇 유저들의 제안이 왔을 때는 바꿀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니까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빠르게 대응한 적이 있거든요. 그 이후로 훨씬 재미있다는 피드백이 많아졌었습니다.

결국은 제가 고민을 많이 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대응을 하다 보면 분별력도 생기도 노하우가 쌓이면서 전반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 큰 야망을 갖기 보단 현실적으로 오랫동안 이어가는 인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한때 마음이 흔들려서 게임사에 취업을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유명 회사에 지원도 했고 최종 합격까지 됐었는데 선택하지 않았거든요. 결국 흔들리는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와 1인 개발의 열정이 식었을 때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개발을 업으로 삼고 싶기 때문에 단순히 매출의 목표를 이루는 게 아니라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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