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세민 대표 "매드월드, 우리만의 내러티브 보여주겠다"

인터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27개 |

잔디라는 어딘가 친근하고 푸르른 회사명과 달리 만드는 게임은 그야말로 잔인, 고어함의 극을 달렸던 '매드월드'가 오랜 개발을 마치고 오는 4월 27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웹 기반의 게임 중에서도 눈에 띄는 퀄리티로 눈도장을 찍었던 '매드월드'는 2019년 출시에서 한 차례 연기된 이후 22년까지 꾸준한 알파 테스트를 진행하며,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 왔다. 오랜 시간 끝에 정식 출시를 앞둔 지금, 잔디소프트의 윤세민 대표를 만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와 출시 연기 까닭 등 다양한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잔디소프트 윤세민 대표



■ 고어가 전부가 아닌 세계, 내러티브로 풀어가는 '매드월드'

Q. 초기에 비하면 회사 규모가 굉장히 커진 것 같다. 현재 인원 구성이 어떻게 되나?

= 현재 90명 후반 정도로 채워졌다. 마지막 테스트 당시 70명 정도였는데 그 뒤로 약 30명 정도가 늘어난 셈이다. 충원한 직원 대부분이 운영과 마케팅 조직에 속해있고 순수 개발 인원만 하면 80명이 조금 넘을 것 같다.

지금 와서 보면 규모가 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워낙 시작을 작게 해서 그런지 전체 개발 기간의 평균 인원을 내보면 40명 정도로 개발한 게 된다. 나중에 게임 서비스가 안착하면 아마 인원을 더 늘려가지 않을까 싶다.


Q. 2018년 출시를 목표로 했었는데 꽤 시간이 흘렀다. 정식 출시까지 오래 걸린 이유가 무엇인가?

=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게임성인 것 같다. 2018년 당시에는 한국 유저를 온전히 만족시킬 수 있는 목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시각적인 요인과 디테일한 부분에서 한국 유저가 즐기기에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 한창 중화권 시장도 많이 열려 있으니 글로벌 서비스로 내기엔 충분한 게임성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맘때쯤 매드월드2 혹은 부족함을 채운 상위 버전 출시를 목표로 했었다.

그런데 사드 문제로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많은 도전 과제를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 유저를 만족시키려면 더욱 디테일하게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팀 규모도 커져야 하고 회사 운영 측면에서 여러 이슈가 생겼다. 그래서 이런 수많은 피드백을 수용하다 보니 일정이 많이 길어지게 된 것 같다. 결국 하나로 설명하자면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봐주길 바란다.





Q. 개발이 길어진 만큼 처음 기획했던 것에서 바뀐 부분도 많을 것 같다. 가장 많이 손 본 부분은 어디인가?

= 이전과 비교해서 제일 좋아진 부분은 내러티브를 풀어내는 방법이다. 프로젝트의 목표 자체가 기존 MMO와 다른 저희만의 아이덴티티를 갖는 것이었고 개발 초기부터 시나리오 팀을 세팅해서 작업을 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실 MMO라는 공간에서 내러티브를 콘텐츠로 만드는 게 너무 힘들었다. 장르의 특성상 많은 유저가 한 공간에서 활동하는데 성장 구간, 경제, 시스템 등에서 내러티브와 충돌이 발생하거나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불합리함이 발생했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공은 들였고 현재 이 부분에서 웬만한 곳보다는 더 잘 풀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성 측면에서도 세계관의 분위기와 전반적인 콘텐츠의 결이 잘 맞춰졌다고 본다. 글로벌 게임 사례를 살펴보면 '라스트 오브 어스'나 '위쳐' 등의 콘솔 게임은 개연성이나 분위기를 감정적으로 잘 풀어내고 WoW는 호드와 얼라이언스로 나뉘어 게임 속이지만 서로 적대하는 상황을 심어주는 감성적인 포인트가 있다.

이처럼 게임 속 상황에 몰입하고 공감하는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선 세계관 자체를 내러티브화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게임 안에서 어떻게 잘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저희 역시 이 부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Q. SNS 채널에 올린 세계관, 몬스터 설정을 보면서 확실히 내러티브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발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지 궁금하다.

= MMO를 만들자고 하면 너무 시스템적인 접근이 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제작할 때부터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 키워드를 잡고 시작했다. 감정적으로 잘 풀린 '라스트 오브 어스'나 '위쳐'를 보면 세계관이나 분위기가 행동의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매드월드를 보면 알겠지만 이유 없이 사람을 뒤에 찔러도 이상한 게 없는 세상이다. 사람이 도덕적으로 무너지려면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일어나거나 디스토피아적인 세상 정도는 되어야 했고 이 정도까지 가지 않으면 저희 게임과 안 맞는 게 너무 많았다.

이런 부분을 맞추기 위해 절망을 분위기 코드로 잡고 그 아래에 배신, 모략 등의 감정적인 키워드를 카테고리화 시키는 데 주력했다. 내부에서 카테고리의 정의나 방향성을 안착시켜 가는 데 공을 많이 드렸던 것 같다. 지금은 팀 내에 이런 인식이 잡혀 있어서 자체적으로 잘 돌아가는 중이다.



Q. 매드월드 세계관의 핵심은 지옥도, 고어함인데 너무 부정적 키워드만 다루면 자칫 게임의 분위기가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저희도 그 부분을 정말 고민했었다. 지금까지 유저 테스트를 많이 하지 않았나. 그게 고어함을 어디까지 쓸 것인지 검증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런데 매드월드 캐릭터가 3등신 비율이고 북미 카툰에서 많이 쓰이는 스타일링 기법을 넣다 보니 사람들이 잔인한 느낌을 약간 희석해서 받아드렸던 것 같다.

한편, 너무 1차원적으로 만드니 이에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이를 넣을지 뺄 지 고민했었는데 결국 유저에게 선택지를 주고자 게임 내에 등급을 두 개로 나누었다.


Q. 지금까지 다수의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피드백을 받았을텐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피드백과 실제로 개발에 참고한 게 있다면 몇 가지 소개 바란다.

= 너무 많은 것 같다. 게임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많은 것을 담고 있지 않나. 시나리오, 전투 시스템 등 다양한 게 존재하는데 처음에는 의도를 갖고 설계하지만 그게 유저들이 원하는 수준인지 100%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런 부분에서 유저들은 바로미터 같은 역할을 해준다. 전해주는 피드백을 통해 맞고 안 맞는지를 보기 보단 충분한지 혹은 부족한지 비교하면서 볼 수 있어서 좋다.

사실 처음 프로젝트를 만들 때부터 MMORPG를 꽁꽁 숨겨서 만드는 게 맞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10~20년 전에 만든 게임과 지금 게임을 비교하면 콘텐츠의 질과 양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게임의 사이즈가 너무 커졌다.

그래서 만드는 과정 속에서 방법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유저들이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야 되는 시대로 바뀌어 간다고 본다. 옛날에는 게임만 즐기면 끝이었지만 요즘에는 서비스 관념으로 바뀌어 간다. 그래서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방향성을 찾아가기 위해서 유저들의 피드백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확실히 요즘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 관념으로 바뀌어 가면서 출시 이후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졌다. 정식 출시 이후 유저 대응은 어떤 기조로 해나갈 생각인가?

= 여러 가지 준비 중인데 저희는 초창기부터 소통 창구를 많이 늘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디스코드부터 유튜브, 트위치,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 등 사람이 적어도 최대한 창구를 열어서 관리 및 정보 노출을 하고 있다.

운영 부분에서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한 대응을 어떻게 할 지 고민하고 있다.문의에 반복되는 매크로 대답이 아니라 원하는 대답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기적으로 저희의 생각과 답변을 노출하려고 한다. 잘못이 있다면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소통하려 하며, 서비스 및 서버 운영은 전문가들과 협업해서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



■ 정식 출시는 시작일 뿐,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더 많다

Q. 게임의 엔드 콘텐츠로 무엇이 준비되어 있으며, 유저가 도달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나?

= 기획적으로 밸런스 상의 시간이 있는데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유저들은 항상 최소 2~3배 정도 빨리 도달한다고 생각한다. 엔드 콘텐츠 시작점은 하루에 4시간 씩 즐긴다고 하면 2~3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 직접 해보면 초반에서 엔드 콘텐츠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MMORPG는 엔드 콘텐츠가 중요한 만큼 다양한 즐길거리를 준비해뒀다.





Q. 그렇다면 정식 출시 이후의 로드맵이 궁금하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으며, 어떤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나?

= 크게 잡아 놓은 것은 3개월 정도면 준비한 엔드 콘텐츠를 다 소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다음 시나리오 챕터와 신규 맵이 열리게 되어 있다. 매드월드의 메인 시나리오는 10장까지 콘셉트가 나와 있고 현재 서비스 스펙은 5장 파트 1에 해당한다. 이후 파트 2를 통해 시나리오 전체 1막의 완결을 보여주고 인스턴트 던전과 레이드, 확장된 PvP 시스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Q. 곧 디아블로4가 출시되지 않나. 어찌 보면 비슷한 장르와 분위기로 가장 큰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데 내부적으로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많은 게임사가 긴장할 것 같은데 좋게 생각하면 스타일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고 또 완전 다른 부분이 있어서 시장 확대를 해주지 않을까라고 본다. 딱히 나쁘게 보는 사람은 없다.


Q. 스팀과 PC로 먼저 선보이고 이후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계획 중이지 않나. HTML5 기반이라면 굳이 플랫폼을 구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 서버와 계정은 다 연동되니 어디로 들어가도 문제는 되지 않는다. 이런 움직임은 유저를 생각해서 그런 것이다. 요즘 트렌드는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시대로 바뀌어 간다. 스팀 생태계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타켓을 위해 접근하기 편한 웹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긴 했지만 유저들이 원하는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나중에는 클라이언트에서 편의 기능을 추가할 생각도 하고 있다.





Q. 처음 선보였을 당시에는 크로스 플랫폼이 없다 보니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HTML5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은 크로스 플랫폼이 굉장히 흔해졌다고 볼 수 있는데 현 상황에서 HTML5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 과거에 비해 희소성이 줄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장점은 무설치이다. 어떻게 보면 설치가 큰 허들이 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자유도를 준다.

글로벌 70억 인구를 두고 봤을 때 PC와 모바일만 하는 인구가 20~30억이라면 인터넷만 하는 인구는 50~60억이 넘어가는 단계이다. 웹 기반은 이들에게 접근하기 편한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즐기게 하는 관념에서는 엄청 큰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넷마블과 글로벌 퍼블리싱을 맺었다가 자체 서비스로 전환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 한 마디로 요악하면 추구하는 방향성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내부 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제가 알기로 넷마블이 저희와 손잡은 이유는 신사업에서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부분이 흐지부지 된 것도 있고 또 저희 게임이 엄청 고어하다 보니 넷마블이란 회사의 브랜드와 결이 맞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는 안을 꺼냈고 그 부분에 대한 얘기가 잘 풀려서 자체 서비스로 전환하게 됐다.





Q. 매드월드의 BM 구조가 궁금하다. 인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상품이 있나?

=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는데 우선 없는 것을 추구하는 게임이 맞다. 그러나 이번 출시 때 유저들이 갑론을박 할 것들이 조금 들어가 있다. 정확하게 코스튬이나 가챠 뽑기는 능력치가 거의 없다. 반려 동물의 경우 이동 속도가 5~10% 정도 더 좋은 것 말고는 외형적으로 정말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차별을 뒀다.


Q.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매드월드를 기다려 준 게이머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솔직히 두려운 마음이다. 제 생각이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고 완벽하게 담지 못한 것도 많고 신경 쓴 부분도 많다. 하지만 정말 많은 부분에 대해 공울 들였고 게임 스타일과 게임성 부분에 많은 노력을 했으니 재밌게 즐겨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보여줄 업데이트에서 더 크고 멋진 것들이 많이 있으니 오랫동안 계속 지켜봐주길 바란다. 게임을 하면서 아쉽게 느낀 게 있다면 언제든 디스코드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그 부분을 참고해서 더 좋은 업데이트로 보답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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