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틸시리즈 20주년, 그 속에는 어떤 제품이 있었을까 - ①

리뷰 | 이형민 기자 | 댓글: 9개 |



게이밍 기어. 다양한 플랫폼 게임에 특화되며 플레이를 보조해 주는 주변기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게임의 탄생 시기에 비하면, 게이밍 기어의 역사는 굉장히 짧습니다. 최초의 비디오 게임이 등장한지 50년이 넘었지만 이러한 게임들은 게이밍 기어에 의한 의존성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게임을 구동하기 위한 기본적인 기기만 있으면 충분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에 들어섭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이 원활해지고 FPS, 대전 액션, RTS, AOS 같은 여러 장르의 게임이 출시를 하게 됩니다. 여기에 e스포츠의 성행에 힘입어 대전 요소가 주를 이루는 게임의 본격적인 인기가 시작됐으며 대세를 이루었죠. 심지어 MMORPG 장르에서도 단순 육성이 아닌 PvP를 기반으로 한 투기장, 필드 전쟁처럼 상대방과의 경쟁이 하나의 컨텐츠로 인정받기도 하고요.

전 세계적으로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으니 다수의 게이밍 기어 업체들이 앞다투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하드웨어 시장에서 명성을 날리던 회사들도 하나둘씩 게이밍 브랜드를 런칭하며 게이밍 기어 분야에 뛰어들었고요. 공격적인 마케팅, 준수한 제품 성능으로 몸집을 불리는 신흥강자들이 여럿 보이지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뒤로하고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게이밍 기어계의 큰형님들도 존재합니다. 20년이라는 유일무이한 역사를 가진 스틸시리즈가 그렇습니다.




"PLAY TO WIN"

2001년 덴마크에서 시작된 스틸시리즈의 역사는 20년의 역사를 거쳐 전 세계에서 각광받는 브랜드로 거듭나기에 충분했습니다. 스틸시리즈가 설립되던 초기의 모토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위한 게이밍 장비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아직까지 그 정신을 변함없이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뿐입니다.

스틸시리즈는 각 게임 분야에 능통한 프로게이머나 전문가의 의견을 철저히 반영하고 문제점은 개선하여 신제품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덕분에 제품에 대한 안정성이나 신뢰성이 보장되며, 사용자들의 만족도나 충성도 역시 높습니다. 2018년 시장 조사 업체 뉴주(Newzoo)의 보고서(링크)에 따르면, 유럽 고객들에게 자사의 제품 재사용 여부를 물었을 때 "그렇다"가 92%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날 정도니까요.

스틸시리즈의 20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벌써 두 번이나 바뀌고도 남을 기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간에는 스틸시리즈의 20년 역사 속 인기 있는 제품이나 스틸시리즈의 고유한 기술이 들어간 첫 번째 제품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2001. ICEMAT
첫번째 유리 마우스 패드




▲ 어이 애송이, 라떼는 말이야.. 없는 자리까지 만들며 랜파티에서 게임했다고
(사진 출처 : PC Gamer)

2001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국내에는 PC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해외에서는 각자의 컴퓨터를 가져와 즐기는 랜파티가 성행했죠. 지금이야 집집마다 고사양 컴퓨터, 초고속 인터넷이 깔려 그 위용이 차츰 사그라들었지만 당시에는 개인용 컴퓨터와 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집이 몇 없었습니다. 디아블로 배틀넷에 모뎀을 통해 접속했다가 폭탄 요금을 맞아 부모님에게 등짝 세례를 맞은 기억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서구권 역시 불굴의 게이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이 아닌 단독 주택이 대부분인 서양에서는 빈방이나 아예 건물을 빌려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했죠. 참가자는 그저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혹은 노트북을 꽁꽁 싸매고 참여하면 됐습니다.

또한, 시기상 이때는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인기 절정의 게임이었으며, 그들이 하나같이 겪는 고충이 있었습니다. 바로 잦은 이동으로 오염된 마우스패드였습니다. 이로 인한 트랙볼 마우스의 조작 불능은 원활한 플릭샷과 리드샷에 지장을 주었고 게이머는 불만을 토로했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스틸시리즈 아이스맷(Icemat) 패드였습니다. 재질이 강화 유리라 반영구적이며, 마모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죠. 커피나 음료수를 쏟아도 수건으로 한번 쓰윽 닦아주면 새 것처럼 되니 청소도 간편했고요.

땀이 많은 다한증 유저에게도 꽤나 매력적인 제품으로 평을 받곤 합니다. 천패드의 특성상 땀을 전부 흡수해 마우스 감도가 금새 바뀌어 적응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는데 아이스맷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지요. 다만, 아무래도 강화 유리 패드다 보니 취급에 주의해야 하며, 겨울에는 차가운 표면을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2004. ICEMAT AUDIO
첫번째 게이밍 헤드셋




▲ 테이프 신공 ON

몇몇 유저들은 마이크가 없는 헤드폰을 원하거나, 팀과 소통을 위한 마이크가 부착된 헤드셋의 수요를 보입니다. 2000년 초 제품의 마이크는 안으로 숨길 수도 없고, 탈부착이 가능한 것도 아니었으며, 유연하게 휘어지지도 않았죠. 헤드셋에 연결된 입가 주변으로 툭 튀어나온 마이크란 싱글 플레이어들에게 계륵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스틸시리즈는 게이머를 위한 게이밍 헤드셋 아이스맷 오디오를 출시하게 됩니다. 이 제품은 40옴의 임피던스와 18~28,000Hz 넓은 영역의 주파수 대역 출력이 가능해 안정적인 헤드셋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장시간 게임 플레이를 염두에 둔 까닭인지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헤드밴드와 이어 쿠션까지 갖춘 디자인이 오늘날 스틸시리즈의 게이밍 헤드셋의 전신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하네요.

또한, 동봉된 볼륨 컨트롤러와 마이크는 아이스맷 오디오를 헤드셋 혹은 헤드폰으로 택하여 사용이 가능하도록 분리되었는데 마이크의 경우 On/Off 스위치가 탑재되며 집게 형식으로 고정이 가능해 모니터 스크린이나 옷에 고정 시키는 등 꽤 신선함을 보이는 제품입니다.



▲ 헤드폰 + 어디든 고정이 가능한 마이크의 조합이라?!
(사진 출처 - 3DGAMEMAN)








2004. QcK
가장 많이 팔린 게이밍 마우스패드




▲ 진정한 LED 감성은 마패로부터 시작된다

위 2개의 제품이 생소하셨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겁니다. 2004년에 출시한 스틸시리즈 퀵, QcK으로 불리는 마우스패드이죠. 세계에서 천만 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스틸시리즈의 간판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17년이 지난 현재에도 단종되지 않고 기록을 경신 중이죠.

인기의 비결은 일반 유저가 사용해도 부담 없을 가격대와 패드 자체의 뛰어난 표면 브레이킹과 슬라이딩이 하드 게이머들을 만족시키는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전 세계의 E스포츠 프로게이머, 스트리머 및 일반인 가리지 않고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며 내린 결론은, "돈값 한다" 정도 되겠습니다.

스틸시리즈의 스테디셀러인 덕분에 다양한 사이즈, 두께, 표면이 다른 제품을 출시하기에 이릅니다. 기본형인 2mm 두께의 QcK, 표면 벗겨짐을 방지하기 위해 오버로크 처리된 QcK Edge, 6mm의 두꺼운 고무 베이스의 QcK Heavy, 거친 폴리에틸렌 소재의 하드 타입 마우스패드 QcK Hard, RGB LED를 지원하는 QcK Prism까지 등장합니다.

또한, 스틸시리즈는 QcK은 여러 프로팀 로고 혹은 프로게이머, 게임 등과 콜라보 협업을 맺고 개성있는 디자인의 한정판으로 내놓기도 유명합니다. 게이머 상대로 게임과 연관된 디자인을 내놓다니 확실히 장사를 할 줄 아는 기업이네요.



▲ 갖고싶어요 안드로 장....








2005. STEEL SOUND 5H
첫번째 접이식 마이크 탑재 게이밍 헤드셋




▲ 뭐야 이 혼종은, 하나만 써 하나만 (사진 출처 - GIPHY)

"A지역 폭탄 해체 중, B 러쉬 ㄱㄱ", "NW 방향 사람 두 명 뛰어다닌다, 핑찍은 곳 섬광탄 던져" 등... 팀플레이에 기반하는 게임 장르에서 플레이어 간의 소통은 필수적입니다. 오늘날에도 팀플레이어 구인 글을 보면 마이크 필수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죠. 아무 준비 없이 무턱대고 참여 버튼을 누른다면 쏟아지는 비난과 심하면 강퇴까지 불사해야 합니다.

앞서 소개 드린 ICEMAT AUDIO에서 한 단계 발전한 스틸시리즈의 STEEL SOUND 5H는 다중 플랫폼 헤드셋을 꾀했습니다. 그 결과, 마이크를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게 됐으며, 아예 이어컵 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죠. 이 제품에는 오디오와 마이크잭을 USB 2.0으로 변환하는 Y잭이 포함되었으며, 가상 7.1 서라운드 사운드가 적용되어 당시 유저들에게 현장감 있는 사운드를 경험케 하였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헤드밴드와 좌, 우측 3구조로 분리되는 방식으로 확장성은 물론 편의성까지 챙겼는데, 당시 시장에서 준수한 성능으로 평을 받아 V2까지 출시되었다고 하네요.

▲ STEEL SOUND 5H 리뷰 영상 (영상 출처 - 3DGAMEMAN)









2007. IKARI
첫번째 온보드 탑재 프로필 게이밍 마우스




▲ 어제 쓰던 CPI가 괜찮았는데.. 몇이였지?

에임이 너무 빠르거나 느릴 때 혹은 미세한 조절이 필요할 때 우리는 마우스 민감도를 조절합니다. 인게임 내 설정을 만지거나 마우스 자체 감도를 바꿀 수도 있죠. 하지만 나에게 맞는 최적의 설정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분명 CPI(DPI)를 바꿨는데 변경 전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근데 그 설정값이 몇인지 기억이 안나요.

그래서 스틸시리즈가 내놓은 대안이 IKARI(이카리)입니다. 뜻부터 찾아봅시다. 사전을 찾아보니 이카리는 일본어로 분노를 뜻한다고 하네요. 스틸시리즈 마우스 라인업이 IKARI, XAI, KANA, KINZU, SENSEI인걸 보면 확실히 일본어에서 영향을 받은듯합니다. 마우스 이름이 '분노'인 건 아무래도 멋있잖아요?

이카리 마우스는 고정 CPI 변환값이 아닌, 1단위의 미세한 설정값 조절이 가능합니다. 고급형 마우스 라인업에 속해 1CPI부터 3200CPI까지 정밀하게 세팅이 가능하며, 마우스 밑면과 측면에 탑재된 LCD 화면으로 현재 CPI값을 확인할 수 있어 사용자가 마우스에 길들여지는게 아닌, 내 입맛대로 설정이 가능했죠.



▲ 3197 CPI가 좋겠어 (사진 출처 - Danawa)

이 제품의 외형은 비대칭이며, 돌출형이라 파지부가 넓어 약지, 소지에 더욱 힘을 가할 수 있어 뛰어난 그립감을 가진 마우스로 당시 평가되기도 했죠. 2007년에 출시한 이카리는 레이저 센서인데 2009년 후속작으로 등장한 이카리는 외형은 그대로이며, 당시 신형 옵티컬 센서인 ADNS-A3060를 탑재하여 재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 LED 기술, 온보드 프로필 등 은 추후 등장할 센세이, 스틸시리즈 엔진에 계승되기도 했습니다.

콜라보레이션 장인답게, 스틸시리즈는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최절정 인기를 달리던 서든어택과 협업하여 한정판을 내놓기도했죠. FPS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적용해 밀리터리 위장 패턴을 입히기도 했고, 남자의 색 핑크를 초창기부터 깨달은건지, 여성 게이머 시장까지 공략하려던건지 모르겠으나 핑크색과 하얀색의 아이언레이디까지 출시를 했었습니다.




▲ 폭풍전야가 생각나는 에디션





2008~
아직 끝난게 아니다. 커밍쑨


여기까지 스틸시리즈의 20년 역사 속 인기 있는 제품 1편(2001년~2007년)을 알아보았습니다. 원래는 기사 한 편으로 끝낼 예정이었으나 세월이 세월인지라 제품 수가 워낙 많아 편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등장한 스틸시리즈 게이밍 기어들은 현대의 제품들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성능과 스펙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출시 당시의 게임과 게이머들의 환경을 고려한다면 20년간 명맥을 이어온 스틸시리즈의 고유한 기술과 정수가 담긴 제품들이 맞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2008년 이후의 스틸시리즈 게이밍 기어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2008년 그때 우린... 와우에 미쳐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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