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플스, 엑박, 스위치 아닌 '콘솔' 5종 모아봤습니다

기획기사 | 박광석 기자 | 댓글: 6개 |



천하를 삼분했던 삼국시대 위촉오의 형국처럼, 현재 비디오 게임 콘솔 시장은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그리고 닌텐도까지 셋으로 나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세 콘솔은 자신의 플랫폼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작', 또는 월등한 기기 성능이나 휴대성 등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며 각자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나가고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 세 콘솔의 영향력은 가히 콘솔 시장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막강한 '주류' 3강이 시장 전체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보니, 에뮬레이터 수준의 얄팍한 기술력으로는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야생처럼 거친 시장 환경 특성상 후발 주자가 섣불리 진입하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나, 유저들의 시선 밖 한편에서는 우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 콘솔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기술력에서 주류 콘솔을 압도하기는 어렵기에, 이들은 스컹크의 악취나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저마다 무기가 될 수 있는 독특한 판매 전략을 하나씩 품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독특한 '무기'는 어떤 모습인지,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비주류' 게임 콘솔들을 조명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타리 VCS (Atari VCS)
추억 속 고전 게임을 추억의 디자인 그대로


첫 번째로 소개할 콘솔은 '아타리 VCS'다. 아타리 세대의 게임을 기억하는 올드 게이머라면, 이 콘솔의 이름부터 디자인까지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 지난 1977년에 발매된 거치형 게임기 '아타리 2600'의 향취가 짙게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타리 2600의 출시 당시의 제품명 역시 아타리 비디오 컴퓨터 시스템의 줄임말인 아타리 VCS였다.

아타리 VCS는 첫 공개 당시 아타리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게임기가 될 것이라며 많은 올드 팬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과거의 추억을 상기시키면서도 현대적인 미를 가미한 가히 폭력적인 디자인이 초장부터 시선을 사로잡았고, 정식 출시를 위해 진행된 펀딩에서 약 35억 원에 달하는 펀딩 금액이 모일 정도로 팬들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콘솔에 대한 상세 정보들이 하나씩 공개된 후의 유저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겉모습이 아름답지만, 결국 아타리의 고전 게임들이 탑재된 리눅스 OS 기반의 미니 PC 수준에 그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자고로 명품을 구매할 때는 '기능'이나 '가성비'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하는 법. 아타리 세대에 진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팬이라면, 고전 감성을 자극하는 클래식 조이스틱과 콘솔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구입을 고려할만한 명분이 생긴다.

다만 아타리 게임을 단 하나도 접해보지 못했을 젊은 게이머들에게 과연 어떤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아타리 VCS는 약 100종 이상의 아타리 고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아타리 볼트(Atari VCS Vault)' 콜렉션과 함께 2021년 연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390달러(한화 약 44만 원)로, 현재 사전 예약을 진행 중이다.






폴리메가 (Polymega)
모듈식으로 구현된 레트로 게이머들의 꿈의 콘솔




'폴리메가(Polymega)'는 불법 복제 게임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고, 과거의 게임을 미래로 발전시킨다는 거창한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게임 콘솔이다.

기본적으로는 고전 게임들을 플레이할 수 있는 에뮬레이터 개념의 콘솔이지만, 지원하는 게임이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는 점이 폴리메가의 특징이다. 기본 베이스 모델 자체로도 플레이스테이션 1, 세가 세턴, 네오지오 CD 등의 게임을 지원하며, 모듈을 더하면 NES와 슈퍼 패미컴, 메가 드라이브 게임까지 하나의 기기로 전부 플레이할 수 있다.

폴리메가는 '월광보합'으로 대표되는 불법 에뮬레이터를 대체할 수 있는 합법적인 게임 콘솔로 주목받았다. 개발사가 자체적으로도 꾸준히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 중인 것은 물론, 올드 게이머라면 하나씩 보유하고 있을 정품 게임 CD를 그대로 구동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오래된 정품 CD의 데이터를 ISO로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 역시 폴리메가의 강점이다. 이렇게 저장한 게임은 콘솔에 저장하여 언제든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이 고전 게임 콘솔의 정품 디스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면, 게임을 즐기는 재미 외에도 소중한 데이터의 보존을 위해서라도 구매를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부품 수급 문제가 길어지고 있어 구입을 결정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기기를 수령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폴리메가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1월 이후의 모든 예약 주문 건은 오는 3분기 이후에나 배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무선 컨트롤러가 포함된 폴리메가 일반 콘솔은 449달러(한화 약 51만 원)이며, 추가 플랫폼 호환용 모듈이 포함된 디럭스 번들은 649달러(한화 약 74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아날로그 포켓(Analogue Pocket)
게임보이를 스위치처럼 독에 꽂아서 플레이한다고?




앞서 소개한 폴리메가가 거치형 콘솔로 출시된 레트로 게임들을 한 번에 플레이할 수 있는 종합 기기였다면, 휴대용 콘솔 분야에는 '아날로그 포켓(Analogue Pocket)'이 있다.

아날로그 포켓은 게임 보이, 게임 보이 컬러, 게임 보이 어드밴스 등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 카트리지를 별도의 부가 어댑터 없이 하나의 기기로 구동하도록 만들었다. 디자인 역시 고전 게임보이와 유사한 형태로 제작됐다. 다만 내용물은 클래식 게임보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성능인 것이 특징이다. 디스플레이는 3.5인치에 1600x1440 해상도로 615ppi의 LCD가 채택된 것은 물론, 고휘도의 밝기 조절 기능과 고릴라 글래스를 채택, 더욱 견고한 품질을 자랑한다.

카트리지를 삽입하면 기존 게임보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게임이 구동되며 게임보이, 게임보이 컬러, 게임보이 어드밴스 등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 모두 고유한 해상도 비율로 화면에 표시된다. 이때 그래픽이 뭉개져 보이지 않도록 스케일링 되는 것은 물론, 고전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오리지널 디스플레이 모드'도 지원한다.

작은 화면이 답답하다면, 닌텐도 스위치처럼 독에 결합하여 대형 화면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도 있다. 이때 컨트롤러는 USB 케이블, 혹은 블루투스로 연결해 최대 4개까지 연결 가능하다.

아날로그 포켓은 지난 2020년에 판매를 시작했으나, 현재는 물량 부족으로 판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개발사인 아날로그는 2021년에는 공급량을 늘려 더욱 많은 유저들이 아날로그 포켓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안내한 바 있다. 레트로 게임에 최신 기술의 편의성을 접목한 휴대용 콘솔 아날로그 포켓의 가격은 199.99달러(한화 약 23만 원)다.

아날로그 사는 '포켓' 이외에도 PC 엔진과 CD-ROM을 합친 PC 엔진 '듀오' 등, 수명을 다해가는 오래된 레트로 게임기들을 대체할 새로운 콘솔을 계속 개발 중이다. 레트로 게임에 대한 아날로그 사의 애정, 그리고 그들이 발표하는 콘솔에 관심이 있다면 아날로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개되는 새로운 정보들을 눈여겨보자.









▲ 아날로그 사의 또 다른 콘솔 '듀오'


에일리언웨어 컨셉 UFO (Alienware Concept UFO)
엑스박스 게임을 어디서든 자유롭게, 들고다니는 게이밍 PC


'에일리언웨어 컨셉 UFO'는 지난 2020년 1월, CES 행사를 통해 처음 공개된 휴대용 콘솔이다. 디스플레이 양쪽의 컨트롤러를 분리하여 TV 모니터로 플레이할 수 있는 등 닌텐도 스위치와 비슷한 디자인과 컨셉을 가지고 있으며, 운영체제로는 윈도우 10이 채용됐다. 결국, 언제 어디서든 XBOX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것을 매력으로 내세운 휴대용 PC라고 봐도 무방하다.

스위치와 차별화되는 특징으로는 8인치의 넓은 화면과 1900x1200의 해상도, 그리고 게이밍 PC 전문 브랜드가 개발 중인 신형 콘솔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우수한 기기 성능에 있다.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인체공학적인 디자인과 빠른 열 배출을 위해 기기 후면에 배치된 커다란 송풍구 등을 보아 기본적으로 스위치보다는 우세한 기기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의 매력은 기기의 성능이 아닌 매력적인 IP 파워와 강력한 '독점작'에서 오는 것이기에 에일리언웨어의 UFO가 스위치를 대체하는 휴대용 콘솔이 될 수 있을지의 여부에는 의구심이 남는다.

강력한 성능의 휴대용 콘솔인 에일리언웨어 컨셉 UFO의 출시 가격은 799.99달러(한화 약 91만 원)정도가 될 예정이다. 정확한 기기 사양과 출시 계획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플레이데이트 (Playdate)
귀여운 외형과 기계식 크랭크, 다음엔 어떤 게임이 공개될까?




플레이데이트(Playdate)는 '제목 없는 거위 게임'과 '파이어워치'의 유통사로도 알려진 소프트웨어 개발사 패닉(Panic Inc.)의 휴대용 게임기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디자인과 발랄한 노란색 컬러를 뽐내는 플레이데이트는 흑백 LCD 화면과 십자 방향키, 두 개의 버튼, 그리고 기계식 크랭크가 달린 것이 특징이다.

16MB 램에 2기가 내장 메모리라는 단출한 스펙을 가진 이 작은 콘솔이 여러 게이머로부터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이 콘솔로 즐길 수 있는 게임들과, 그 게임을 공개하는 방식이 다소 특별했기 때문이다.

패닉은 자신들이 보유한 약 20년 경력의 소프트웨어 개발 노하우를 제대로 발휘해보기 위해 여러 명망 있는 게임 디자이너들과 접촉했고, 이윽고 총 12개의 독특한 신작들을 매주 하나씩 공개하는 '타임릴리즈' 방식을 플레이데이트 콘솔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플레이데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디자이너로는 괴혼 시리즈를 만든 디자이너 '타카하시 케이타', 그리고 항아리 게임 개발자로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떨친 '베넷 포디' 등이 있다.

독특한 것은 과연 어떤 게임이 포함될 것인지 출시일 전까지는 게임에 대한 정보가 일절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DLC처럼 유료로 추가 결제할 필요도 없이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매주 새로운 게임을 만나볼 수 있으므로,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날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대하는 순수한 어린이처럼 두근거리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플레이데이트 콘솔 우측에 달린 기계식 크랭크 역시 독특한 방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패닉은 플레이데이트로 즐길 수 있는 게임들 중 몇몇은 오직 크랭크로만 플레이할 수 있는 방식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총 12개의 신작 게임을 포함한 플레이데이트 콘솔은 2021년 초, 149달러(한화 약 17만 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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