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왜 게임이 잘 되는데?" 아이폰 15 프로

리뷰 | 이형민, 이현수 기자 | 댓글: 3개 |


▲ 어~ 사과폰 샀어? 근데 왜 15아니고 14야?

완전한 애플 생태계로 넘어오기 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고백건대 기자는 윈트북과 안드로이드 유저였습니다. 잦은 출장을 핑계 삼아 경량 노트북을 찾던 와중, 작년에 고른 M1 맥북을 필두로 애플 제품으로 변경, 10월 아이폰을 구해 여정을 마무리 지었거든요. 춥고 배고프던 '학식이' 시절 컴퓨터 부품을 하나씩 사모으는 드래곤볼이 어렴풋이 떠올라 내심 뿌듯했는데 신형 아이폰과 맥북을 일시불 세트로 묶어 이번 달 카드값이 400 나왔다는 팀장님의 볼멘소리에 지갑력 차이를 뼈저리게 느껴 그냥 조용히 있었습니다.

얼리 어답트는 곧 IT 기자의 미덕이라지만, 놀랍게도 이번 10월에 구매한 아이폰은 15 시리즈가 아니라는 겁니다. "15 시리즈 출시를 기다리다 못해"나 "사전예약에 실패해"라는 이유가 가장 합당하고 설득이 빠르겠으나 의외로 15 시리즈 예판 3일을 남기고 주관적인 의견에 따라 "C타입 제외하고, 스펙상 큰 차이를 못 느껴서"가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렇게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검은 소(黑牛)' 클럽에 가입했죠.

그렇게 해외발 아이폰 15 프로 리뷰들이 공개되며, 발열 및 배터리 구설에 올라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건만, 이게 웬걸 애플 측에서 즉각적으로 iOS 17 긴급 패치를 배포해 사태를 수습한 것에 이어 성능 향상까지 이뤄내 아이폰 14 프로를 선택한 제 자신에 대해 후회감이 살짝 밀려 오더군요.

후회막심의 절정에 다다를 땐 며칠 후 사무실에 도착한 아이폰 15 프로를 영접하고 난 후였습니다.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 분명 스펙 시트 상 차이는 몇 없었는데, 애써 현실을 부정했지만 며칠에 걸친 사용기로 느낀 차이는 뚜렷했습니다.






▲ 이번 픽은 '블루 티타늄'입니다.















▲ 아이폰 15 프로 파인우븐 케이스를 착용한 모습





iPhone 15 Pro
초강력. 초경량. 초프로. 티타늄을 두르다





외관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아 큰 인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미묘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프레임과 화면 사이 베젤이 얇아져 향상된 시각적 경험을 가져다 주죠. TV나 모니터 시장에서 제품 베젤을 얇게 구현해 시선 분산을 방지하고 몰입감을 높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외관 포인트는 티타늄 프레임이 되겠습니다. 알루미늄부터 스테인리스를 활용한 지난 아이폰이었지만, 15 시리즈는 티타늄 소재가 적용됩니다. 티타늄에 대한 이점은 애플워치에 먼저 도입되어 유용성이 입증되었는데, 스테인리스보다 경도가 높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거나 다름이 없죠.

전작과 대비해, 약 30g의 무게 차이를 보입니다. 14 프로가 묵직했다면, 15 프로는 어딘가 텅 비어있고 확실히 가볍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특히, 14 프로의 무게 중심은 카메라가 위치한 위쪽으로 쏠린듯했지만, 15 프로는 무게 중심이 중앙으로 쏠려 그립감 또한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아이폰에 티타늄 소재를 적용함으로써, 다음 세대에는 아이폰의 스펙이 더욱 강력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량화에 성공한만큼 높은 성능의 카메라나 배터리를 대폭 늘리는 등 업그레이드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은 명확하니까요.



▲ 아이폰 15 프로, 14 프로 무게 (좌: 15 프로 우: 14 프로)



iPhone 15 Pro
액션 버튼과 USB-C 포트





프레임 좌측에 위치한 음소거 스위치가 버튼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아이폰의 상징과도 같은 스위치가 대체됐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에어팟부터 이어져오던 아이덴티티가 없어져 오래전부터 애플 제품을 써오신 사용자라면 스위치의 부재가 허전할 수도 있겠네요.

새롭게 추가된 액션 버튼은 아이폰의 접근성을 확대했습니다. 무음, 집중모드는 물론이고 카메라, 손전등, 음성 메모 등 스크린을 조작하지 않고도 각종 어플을 실행할 수 있으며, 기기를 좌측 혹은 우측으로 돌리거나, 눕히거나 뒤집어서 액션 버튼을 조작할 경우에 추가 설정 할당까지 가능하죠. 기자 특성 상 평소에 음성 메모를 할 일이 많은데, 스크린 활성을 건너뛰고 녹음이 가능해 특히나 유용했습니다.



▲ 액션 버튼

많은 이들의 염원이었던 USB-C 단자 도입 또한 눈여겨 볼 점입니다. 일각에서는 아이폰 15의 가장 큰 변경점을 USB-C 단자 적용이라 언급할 정도죠. 아이폰 5 시리즈 포함, 다른 기기에도 라이트닝 8핀 단자 규격을 2012년부터 사용해왔지만, 이번 아이폰 15 시리즈를 끝으로 11년 만에 애플의 모든 모바일 라인업에서 라이트닝 8핀 단자 규격은 자취를 감출 전망입니다.

아이폰 15 시리즈에 이어, 조만간 USB-C 단자를 통해 애플의 모든 하드웨어 충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종 루머가 난무하던 와중 애플이 지난 달 에어팟 프로2 무선 이어폰 USB-C 지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기정사실화가 됐기 때문이죠.



▲ USB-C 단자

아이폰 15 시리즈 USB-C 단자 단일화는 유선 역충전에 의의가 있습니다. 아이폰 15 시리즈를 통해 에어팟, 애플 워치 또는 최대 4.5와트로 USB-PD(USB 전력 공급)를 지원하는 다른 소형 기기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폰 15 프로는 USB 3을 지원해 일반 모델과 다르게 최대 20배 빠른 전송 속도를 자랑합니다. 에어드랍, 네임드랍 등 무선 정보 전달이 보편화 된 시대지만 대용량 파일 전송 시 안정성 등 관점에서 10GBps 유선 전송이 효과적일 수 있죠.






iPhone 15 Pro
게임의 판도를 바꾸는 A17 Pro 칩





아이폰 15 프로는 A17 Pro AP를 탑재했습니다. A17 Pro는 전작 대비 전체적인 성능 향상이 있었으며, GPU(6코어)와 NPU 부분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보였죠. 메쉬 쉐이딩,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하여 풍부한 그림 구현이 가능하고 메탈FX 업스케일링을 통해 낮은 배터리 소모로도 높은 프레임을 내거나, 고해상도로 표현해 아이폰 자체의 부담을 낮춥니다.

흔히 엔비디아의 DLSS나 AMD의 FSR과 유사한 업스케일링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메탈FX는 AP의 GPU와 NPU를 활용하여 현재 해상도보다 한 단계 낮은 해상도를 출력, 연산을 통해 고해상도로 변환하여 더 높은 해상도와 프레임을 동시에 챙깁니다.

실시간 업스케일링 기술은 연산량이 거대해 사진 보정이나 영상 출력 같은 한정적인 모바일 영역에서 구현되었으며, 게임은 PC 혹은 콘솔 기기 그래픽카드가 처리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하지만 아이폰 15 프로가 지원하는 메탈FX는 몇몇 고사양 게임에서 업스케일링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애플이 얼마나 게임에 대해 진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 2023 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뿐만 아니라, 아이폰 15 프로는 여러 인풋 컨트롤러와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이번 6월 WWDC 2023, 애플 연례 개발자 회의(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애플 GPU 소프트웨어 선임 디렉터 제레미 샌드멜은 "메탈FX 업스케일링을 포함하는 메탈3(Metal3)은 게이밍 경험을 개선했다"라고도 밝혔거든요.

메탈3은 하드웨어 가속 그래픽 지원 외에도 모바일 기기의 무선 블루투스 성능을 한 층 끌어 올렸습니다. 블루투스 샘플링 레이트를 약 2배 향상시켜, 에어팟의 음향 지연이나 Xbox 그리고 PS 게임 컨트롤러 입력 지연을 개선했습니다. 이전 M2 맥북 리뷰와 같이, 아이폰 15 프로에서도 PS5 듀얼센스 간의 호환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고 지연도 없다시피 했습니다.






▲ 그래픽 설정을 높여 부하를 최대치로 주고 메탈FX를 활성화 해보겠습니다.

아이폰 15 프로의 메탈FX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호요버스 개발의 TRPG 원신을 구동했습니다. A17 Pro AP가 적용된 모델은 인게임 그래픽 설정에서 메탈FX 옵션이 활성화 됩니다.

메탈FX 활성화, 프레임 레이트 60 제한, 기기 부하를 매우 높음으로 설정하고 게임 플레이 30분, 1시간 동안 간헐적인 맵 이동, 전투에도 프레임이 끊긴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않았으며, 시점 변경 또한 매우 부드러웠습니다.

온도계 측정 결과 게임 플레이 30분 경과는 35.5도로 측정됐으며, 기기를 식히지 않은채로 30분 추가적으로 플레이 하니 최대 38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원신 풀옵션 기준으로 40도를 넘지 않는 것을 미루어 보면 메탈FX를 통해 GPU 부하치를 꽤나 제어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별도의 옵션 타협 없이 게임 프레임을 대폭 늘려주기에 메탈FX는 꽤나 매력적인 게임 기능이라고 평을 내리고 싶습니다. 여기에 GPU 부하를 대폭 낮추며, 발열 관리에 용이하기에 메탈FX 비활성화 대비 배터리 효율 면에서 장점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메탈FX를 지원하는 게임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켜는 게 좋겠죠.









▲ 원신 플레이 30분(좌) / 1시간(우) 발열 체크



▲ 스킬 컷신이나 전투 중에 프레임 드랍은 없는 수준이며



▲ 시점 변경 또한 부드럽습니다.

마지막으로, 메탈FX는 보는 맛을 높입니다. 업스케일링과 높은 선명도 기능을 통해 게임 해상도를 자체적으로 올리기 때문이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상 극적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으나, 자세히 보면 인게임 디테일에서 해상도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이는 전체적인 해상도에 적용되어 게임 캐릭터 외에, 모든 텍스처 모델링에 적용됩니다. 또한, 디스플레이 크기가 클수록 해상도 차이가 눈에 띄게 보일 것으로 추측되어(아이폰 15 프로 디스플레이 대각선 길이 15.54cm, 아이폰 15 프로 맥스 17cm) 아이폰 15 프로 맥스 유저라면 차이를 더욱 명확하게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 메탈FX 적용 전후 캐릭터 디테일






▲ 맵 디테일 역시 해상도 차이가 납니다.



iPhone 15 Pro
총평..... "I am a black cow"





카메라, 배터리, iOS17 등 천천히 뜯어봐야 할 기능들이 수두룩하지만 주관적인 아이폰 15 프로 하이라이트 포인트만 딱 짚어 보자면 티타늄 소재, 액션 버튼, USB-C 단자, 게이밍 네 가지로 좁힐 수 있겠습니다. 개중에서도 예상외 저력을 보인 건 단연 '게이밍'이고요.

평소 게임과는 담을 쌓은 애플이라 생각했건만, 최근 기세는 180도 달라진 느낌입니다. 애플이 보인 행보와 전략은 AAA 게임 호환, 맥 게임 저변 확대, 컨트롤러 수용 등 게이밍 경험 증가를 위한 노력이 엿보였거든요. 물론 현 시장 상황을 보자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등고자비(登高自卑)란 말이 있듯 천리길도 첫 걸음이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 말입니다.

애플의 게이밍 시장 정조준은 아이폰 15 시리즈뿐만 아니라, 다른 애플 기기에서도 경험이 이어져 꽤나 본격적이라 느껴질 정도입니다. 최근 M2 맥북으로 플레이 한 'P의 거짓'이나 '바이오하자드 빌리지'가 그렇듯이요. 정말 애플이 게임을 향해 칼을 빼든 건지 설레발일지는 물론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애플의 신작, 아이폰 15 프로를 사용하며 느낀 감정은 딱 두 가지입니다. "에이, 아이폰 15 옆그레이드 아니야? 나는 14 프로로 간다"라는 지난날의 '후회' 그리고 신상에 대한 '뽐뿌'요. 이상, 잘못된 선택과 뒤늦은 후회를 연속하는 검은 소(黑牛) 기자의 아이폰 15 프로 리뷰 마치겠습니다.



▲ 왜 자꾸 게임이 잘되는데?!
사진 출처 - 영화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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