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리니지M 아이템 컬렉션, 누구를 위한 업데이트인가

게임뉴스 | 장요한 기자 | 댓글: 350개 |


▲ 정식 출시 후 구글 플레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리니지M


컨퍼런스콜에서 발표된 2017년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약 9,953억 원. 엔씨소프트의 2017년 전체 매출의 57%가 모바일 게임에서 발생했다. 제품별 매출을 세세히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매출 비율은 알 수 없지만, 리니지M에서 발생한 매출이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놀라운 것은 리니지M의 매출은 약 6개월 정도만 반영됐다는 점이다.

며칠 바뀐 적이 있긴 해도, 리니지M은 출시 후부터 양대마켓 매출 1위 자리를 지금까지 굳건히 지키고 있다. 많은 이들이 1년 매출 = 1조 원은 가볍게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사회의 시선이 어쨌든 간에 매출에서 매우 큰 공헌을 한 리니지M은 엔씨소프트의 핵심 게임이다. 서비스하는 다른 모든 게임의 이익을 합쳐도 비할 바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실적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모든 일에는 정도라는 게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심해지는 과금 체계, 그리고 모든 것을 캐시로 해결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게임에서 발생한 높은 매출은 주주들에게는 긍정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14일 업데이트된 내용을 본 실제 유저들은 불만을 넘어 분노의 단계에 도달했다.



▲ 근거리 치명타 1%를 위해 요구하는 장비 수준이... 심지어 장비는 증발


14일 업데이트의 핵심은 아이템 컬렉션. 일반/고급/희귀 등급의 장비를 소멸시켜 영구적인 추가 능력치를 얻는시스템이다.

이에 대해 유저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①거래가 가능한 비각인 장비만 등록할 수 있다는 점, ②컬렉션으로 요구하는 장비 모두 현역이라는 점, 그리고 ③컬렉션으로 등록한 장비가 '소멸'한다는 점이다. 고인챈 장비는 등급을 떠나 그 가격이 수천, 수만 다이아에 이른다. 인챈트 수치가 높으면 등급이 낮아도 수천 다이아에 거래된다. 아이템 컬렉션은 +7~+8 무관/신관 세트(6부위 요구), 각종 +9 무기(2~3자루) 등 대게 유저들의 평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장비를 요구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리니지1처럼 시대에 흐름에 따라 불가피하게 상위 장비(진/신성한 시리즈 등)가 나옴으로써 기존 장비가 하위로 분류되는, 자연스런 현상에 따른 것도 아니다. 단순히 유저로 하여금 시스템을 던져주고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유저는 캐릭터가 강해지는 요소에 매우 민감하다. '억울하면 강해져라'는 말이 통용되는 리니지이기에, 경쟁 심리가 더 강한 게임이기에 사소한 능력치라 하더라도 유저들은 크나큰 욕구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경제력 있는, 이른바 큰 손들은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 라이벌인 쟤가 하니까 나도 해야 된다는 인식까지 갖게 된다. 엔씨소프트는 이러한 유저들의 심리를 잘 이용한 BM을 선보여왔다.



▲ 캐시로만 만들 수 있었던 고대의 시리즈, 게다가 한정 제작


약 3주 전에는 가넷이 재출시됐다. 가넷의 효과는 획득 경험치 +10%. 캐릭터의 성장을 도와준다는 개념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유저로 하여금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했다고 보여진다. 구매는 오로지 유저 몫인 것처럼 보인다. 보통은 이렇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가넷은 고성능 장비를 제작할 때 쓰이는 '재료'이기도 하다. 사실 장비의 재료가 메인이고, 버프는 서브의 개념이다. 유저들은 캐시로 가넷을 구매한 뒤, 장비와 스킬북을 제작한다. 말이 제작이지 그냥 캐시로 장비를 사는 셈이다.

문제는 몬스터에게 쉽게 얻을 수 없는 장비부터 '입수 경로가 없는' 장비들까지 가넷으로 제작해야 된다는 점이다. 유저들은 과거 데스 나이트 세트 제작을 위해, 커츠 세트를 제작하기 위해, 악마왕의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 가넷을 구매해야 했다.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유저들의 심리를 자극함과 동시에 유저들의 성장에 따른 밸런스 조절이 오로지 BM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약 150만 원 정도를 들여 제작할 수 있는 '스킬북 상자'까지 내놓았다. 리니지M 140개 서버 중에서 몬스터 드랍으로 풀린 전설 등급의 스킬북은 아마 40개도 채 안 될 것이다. 이 150만 원짜리 스킬북 상자를 통해 풀린 전설 등급의 스킬북은 데포로쥬01 서버만 15개가 넘는다.

모든 것을 캐시로 얻어야 하는 리니지M.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말한 득템의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 불가능에 가깝다. 로또 1등 당첨 확률보다 낮으니 말이다. 여기에 아인하사드의 축복 문제는 이제 두말하면 입아플 정도다. 게임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하고 아이템 획득까지 제한하는 이 효과는 버프가 아닌, 저주에 가깝다. 유저들은 지칠대로 지쳤다.



▲ 150만 원 짜리 로또(도박) 상자라고 불린 스킬북 상자


리니지1부터 이어진 BM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다양하고 좋은 장비가 캐시로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캐릭터 성장과 강함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이번 아이템 컬렉션처럼 밸런스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리니지니까 그런 것'의 뜻은 리니지1부터 이어진 BM에 대한 조소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절망적인 사실은 리니지1의 BM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신구를 인챈트하는 '오림의 장신구 주문서'부터 티셔츠에 스탯과 내성, HP에 MR 등이 함께 붙는 '드래곤의 티셔츠', 룸티스나 스냅퍼처럼 오로지 캐시로 맞춰야 하는 '휘장', 여러 종류로 추가될 '문장'에 스탯 각반 등 리니지1 사례로 예측되는 리니지M의 BM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구매가 강요되고 유저의 심리를 자극하는 형태의 BM이 계속된다면, 과연 유저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리니지1의 추락을 두고 패왕 같은 불법 프로그램과 중국인 작업장 또는 국내 통제 사무실 때문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리니지M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과거 찬란했던 리니지가 재작년부터 동접자 반 토막에 시장경제가 무너질 정도로 빠르게 몰락한 근본적인 이유는 밸런스에 영향이 큰 캐시 장비들 때문이다.



▲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BM, 오림의 장신구 강화 주문서


유저들은 리니지M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습관처럼 자신이 과금한 금액 수준을 '데포로쥬01 서버에서 800만원 쓴'과 같은 말머리를 앞에 붙인다. 그리고는 대게 뒷말로 이렇게 덧붙인다. '후회된다'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게다가 다른 유저가 리니지M이 어떻냐고 물어보면 정색하고 말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럼 다른 유저는 이렇게 묻는다. 그럼 대체 왜 해?

이 말은 기자가 수년 동안 들은 얘기이기도 하다. 리니지1을 오랫동안 즐겼고, 리니지M 역시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일로써도 플레이한 것이지만, 옛 추억에라도 재밌게 즐겼다. 주변에서는 기자를 린저씨라 부른다. 그리고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그 게임 왜하냐고. 재밌느냐가 아니라 왜 하냐고 물어본다. 이럴 때마다 씁쓸하게 대답을 회피할 수밖에 없다.

주변에서 리니지M이 재밌냐고 물어 볼 때, 나도 한 번 해볼까 라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리니지M 또는 리니지1 유저라면 이미 겪어본, 그리고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기자이기 이전에 리니지를 오랫동안 즐겨온 1명의 유저로서 엔씨소프트에 호소하고 싶다. 커피 마시듯 앉은 자리에서 수천만 원 결제하는 이른바 큰 손을 위한 BM만 생각하지 말고, 평범하게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을 위해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혜택과 업데이트를 해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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