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티셔츠 한 장에 만원? 리니지M '빛나는 스탯 티셔츠'의 불편한 가격

게임뉴스 | 장요한 기자 | 댓글: 40개 |




지난 주말, 갑작스러운 임시 점검과 함께 판매를 시작한 빛나는 스탯 티셔츠. 이제 티셔츠까지 캐시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저들은 기존에 입던 티셔츠를 계속 입고 다닐 것인지, 신상을 구매할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라이트하게 게임을 한다면 고민이 깊지 않겠지만, PvP를 즐기고 경쟁 심리에 민감한 유저들은 이내 결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신상 티셔츠에 붙은 옵션을 대체할 수단이 없으니까.

3월 31일까지 판매되는 빛나는 스탯 티셔츠는 장당 400 다이아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11,000원. 비싸다고 느껴진다. 저렴한 실제 티셔츠와 비슷한 가격이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리니지1은 장당 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무려 3배 이상 비싼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현재 리니지M에서 룸티스 귀걸이와 스냅퍼 반지, 문장이 개당 3,000원에 판매 중이다. 이 가격은 리니지1과 같다. PC와 모바일의 부가가치세 차이를 제외하면 비슷한 제품이 같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티셔츠만 무려 3배 이상이나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 리니지M(위)과 리니지1(아래)의 룸티스/스냅퍼 가격


그렇다고 리니지M의 티셔츠가 비싼 값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옵션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리니지M의 티셔츠는 오히려 강화하는 게 더 어렵다. 리니지1은 티셔츠 구매 시 함께 동봉된 강화 주문서를 모아 축복받은 강화 주문서를 만들어 한 번에 +1~2강을 노릴 수 있다. 한 번에 고강을 노려 강화 수치에 따라 추가로 부여되는 옵션을 얻는 게 더 쉽고, 강화 수치에 따라 AC 혜택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옵션을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구매하는 형태의 절제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리니지M의 티셔츠는 그렇지 않다.

리니지M의 티셔츠는 축복받은 강화 주문서가 아닌, 기본으로 제공되는 강화 주문서로 +1씩 강화해야 한다. 리니지1은 '내성 옵션'이 +5에 부여(리니지M은 +8에 부여)되는데, 축복받은 강화 주문서를 통해 +3에서 +5까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반면, 리니지M에서는 +4 이후 +5, +6, +7, +8까지 무려 4번이나 강화에 성공해야 내성 옵션을 얻을 수 있다. 확률에 대한 부담은 곧 비용의 문제이기에 리니지M의 +8 티셔츠는 리니지1의 +10 티셔츠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티셔츠의 가격이 리니지1과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비싸다는 점도 문제지만, 매우 중요한 옵션을 BM에서만 얻게 하고, 대체 아이템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PvP에서 한 끗 차이로 죽고 사는 것을 결정하는 이 내성이란 옵션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이해하고 넘어가더라도 핵심 옵션을 확률에 의존해야 하면서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큰 BM 아이템에서만 얻을 수 있고, 더 나아가 높은 강화 수치까지 성공해야만 얻을 수 있다면 대다수의 유저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밸런스 문제로 이렇게 설계된 것이라면 티쳐츠를 BM으로 출시하기 전에 '실프의 티셔츠' 같은 대체 아이템을 몬스터에게 얻을 수 있게끔 해야하지 않을까.

게다가 이번 BM 티셔츠는 리니지1과 다르게 '더 비싸게' 판매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많은 돈을 투자하여 오로지 확률에 의존된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요소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와중에 가격마저 더 비싸게 책정된 것이다. 이런 흐름이면 올해 안에 리니지M의 클래스 간 밸런스 격차는 걷잡을 수 없게 커질 것이다. '반지(BM)로 막고 귀걸이(BM)로 때린다'는 리니지1의 상황(블랙 유머)이 리니지M에 그대로 이식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들이 느끼는 압박과 부담감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리니지1의 티셔츠 옵션을 그대로 비교하긴 무리지만 강화/비용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다


모바일 시장의 순환이 빠르기에 리니지M의 새로운 BM이 나오는 속도도 굉장히 빠를 수밖에 없다. 기업에 있어 매출이 매우 중요한 만큼 새로운 BM이나 원작에서 보여웠던 BM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현재 리니지M의 상황이 흔히 말하는 큰손들을 위한 업데이트와 이벤트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다. 몬스터 사냥에 필요한 드상값도 부담을 느끼는 유저들이 무수히 많은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자꾸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유저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이렇게 판매되는 아이템은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또 기간 한정으로 판매되어 지금이 아니면 이 아이템을 언제 맞출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압박까지 느끼는 유저들이 한둘이 아니다. 상위 유저들은 현재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구매를 독촉받는다.

리니지1의 경험을 고스란히 제공하는 형태의 BM을 선보이겠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에 사실 이번 빛나는 스탯 티셔츠가 놀랍지만은 않았다. 대다수의 유저들 역시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이번 사례로 BM의 가격이 더 비싸게 책정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바로 며칠 뒤 장신구 강화 주문서가 장당 1만원에 출시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21일 업데이트로 아이템 컬렉션에 일반 스탯 티셔츠가 추가됐다. 대다수의 유저들은 BM 티셔츠를 구매해서 입고, 기존에 입던 티셔츠는 컬렉션에 소멸시키게끔 유도한다고 느끼며, 조금씩 지쳐가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온전히 유저들의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선택이 유저의 몫이라고 해도 선택에 대한 문항과 그 과정을 준비하는 것은 게임사의 몫이다. 엔씨소프트는 벼랑 끝 상황에서 선택을 종용하는 BM을 최소화하고, 소통을 중시하여 과금을 하는 소수의 유저 뿐만 아니라 과금량이 적은 일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개선으로 신뢰를 회복해야할 시점이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가지고 있던 리니지 IP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 더는 훼손되질 않으려면, 신규 아이템을 BM으로 풀지만 말고 최소한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얼마 전 필드 보스 리뉴얼을 통해 영웅 등급의 아이템을 필드에서 얻을 수 있게 한 것처럼, BM을 대체할 수 없어도 그에 준하는 아이템을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얻을 수 있어야 '진정한 득템의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밸런스는 그 후의 문제라 생각된다. 유저들은 노력에 의한 결과물을 얻기 원한다.



▲ 리니지1의 실프티 2016년 버전, 풍둥 블루 하피가 드랍한 캐시 티셔츠의 대체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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