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라운' 이민호가 폭군 이제동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인터뷰 | 김병호 기자 | 댓글: 82개 |
폭군 이제동 선수가 '크라운' 이민호 선수를 알까요? 아니요. 아마 모르실 거예요. 만약, 그분이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LoL 프로게임단 삼성의 미드라이너 '크라운' 이민호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역대 최강 저그인 폭군 이제동이 언급될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민호는 단 한번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이제동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꼭 이제동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종목이 다른 선수에게 바치는 존경의 의미는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월요일, 회의를 마친 오후 한껏 따듯해진 봄바람을 즐기며 프로게임단 삼성의 숙소가 있는 공덕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이민호와의 인터뷰를 머릿속에 그리며 어떤 질문을 할까? 고민하던 중 '크라운' 이민호에 대한 한 인터뷰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택뱅리쌍'처럼 인정받는 프로게이머가 되겠다.'

생각해보니 이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잠깐 스쳐 지나가듯 보고 'LoL 프로게이머가 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처럼 되고 싶다고 한 걸까?'라는 의문이 잠시 들었었습니다. 지하철이 흘러 흘러 공덕역에 도착했고 먼저 나와 반겨주는 이민호 선수를 만나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물어봤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이야기였어요. 지금부터 8년 전인 중학교 3학년 1학기 여름방학 때, 제가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시작했어요. 학교에서 친구들이 스타크래프트로 대결한다길래 저는 당연히 제가 이길 줄 알고 참가했거든요. 동네 형들이랑 PC방 가면서 저글링 블러드도 자주 하고 잘하기도 하고 해서 쉽게 이길 줄 알았어요." 저글링 블러드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크라운' 이민호 선수도 이를 눈치챈 듯 함께 웃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친구한테 스타크래프트로 진 거에요. 너무 화가 나서 그때부터 계속 스타크래프트 공략, 잘하는 법을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배웠어요. 그리고 다시 대결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이기니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대구 사투리에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순박한 표정, '이 친구 뭐지?'라고 생각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봤습니다.

"이후부터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챙겨봤어요. 바투 스타리그 결승이었나? 이제동 선수가 정명훈 선수와 결승전에서 만났거든요. 이제동 선수가 그때 처음으로 결승전에 올라 우승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어요."

"이 우승이, 끝이 아닌 시작으로, 앞으로 2회 우승, 3회 우승, 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 이제동이 되겠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저는 너무 감명을 받았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난데, 공부도 못하고 그런 난데 나도 노력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크라운' 이민호는 8년 전에 들은 이제동의 우승 소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는 듯 확신에 찬 발음으로 말했습니다. 그의 억양과 표정, 몸짓에는 이제동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렇게 STX에 입단했어요." 그렇게 꿈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겠네요? "아니요.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스타크래프트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LoL과는 다르게 벽이 정말 높아요. 아마추어에서는 준프로의 벽이 있고 준프로는 연습생의 벽이 있고 연습생이 되면 2군의 벽이 있고 2군에서는 1.5군의 벽이 있고 1.5군에서는 1군의 벽이 있어요. 또, 1군에서도 S급이냐 A급이냐는 벽이 있었어요. 그래서 꿈을 이뤘다는 느낌은 없었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러다가 어떻게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로 전향하게 되었나요? "스타크래프트가 하향세를 타면서 스타크래프트2를 병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스타크래프트2를 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게임도 아니고 흥미를 느낄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스타 프로게이머를 포기했죠."

"시간이 좀 흐르고 이제 뭘 해야 하지 고민하고 있는데 같이 스타크래프트 연습생 시절을 보냈던 SKT T1의 '듀크' (이)호성이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 해봤는데 엄청 재미없었어요. 이건 스타도 아니고 5:5 게임에서…. 그래서 한 판만 하고 바로 삭제했어요. 그러다 몇 주 지나고 다시 롤을 깔았어요. 너무 할 게 없어서(웃음)."




"어떻게 하면 LoL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인벤 사이트에서 공략을 보고 따라 했어요. 그랬더니 오 재밌는데? 괜찮은데? 하면서 게임을 하다가 시즌3즈음 다이아1이 되어 그때부터 프로게이머 해볼까라고 생각을 했어요. 어쩌다 보니 브라질 리그에서도 뛰어보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는데 삼성 스타크래프트 팀의 박진혁이 저한테 묻더라고요. 제 티어가 챌린저냐고? 삼성 LoL 팀이 미드라이너를 영입한다고 하면서 저를 감독님께 추천해줬고 그렇게 삼성과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시작해 LoL 프로게이머가 되기까지 '크라운' 이민호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느꼈을까요? 원하던 프로게이머가 되었지만, 종목이 하향세를 탔고 종목을 바꿔 낯선 브라질 땅에서까지 생활하고 실패를 경험했던 그. 아직 어린 나이지만 '크라운' 이민호에게선 강한 뚝심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제가 이제동 선수를 기억하는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제동이니까, 이민호니까. 이제동 보고 싶다. 이민호 보고 싶다, 이런 느낌. 일반 사람들이 나를 보고 나도 이민호처럼 LoL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택뱅리상처럼 모두가 인정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제동 선수는 제게 꿈을 주고 프로게이머를 시작하게 해준 사람이에요.
폭군 이제동 선수가 '크라운' 이민호 선수를 알까요? "아니요. 아마 모르실 거예요. 만약, 그분이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꿈이 없던 제게 꿈을 줘서 제가 노력할 수 있는 걸 알려줘서. 제가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안 하고 놀기만 했는데 그런 저에게 이제동 선수가 티비에 나와 보여준 것만으로도 내가 그 꿈을 찾아서 노력할 수 있었고 이렇게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친 듯 홀가분하게 생과일주스를 마시는 '크라운' 이민호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그의 얼굴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재미로 보고, 즐기는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진심으로 되고 싶고 열망하는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를 부끄럽게도 자랑스럽게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 안, 택뱅리쌍처럼 되고 싶다던 이민호의 인터뷰와 함께 생각에 잠겼습니다.




'크라운' 이민호와 함께하는 OX 퀴즈. 이 시간은 짧은 OX 퀴즈로 '크라운' 이민호에 대해 좀 더 깊게 알아보고자 마련한 시간입니다. 간단한 문장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크라운' 이민호가 동의한다면 O를,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X를 표시합니다. 자, 그럼 이민호 선수를 좀 더 알아보러 들어가 볼까요?


Q. 나는 삼성의 분위기 메이커다.




어느 정도는 맞다. 이런저런 개드립(?)을 하고 어이없는 농담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웃긴다. 야한 농담도 하고 일반 방송에서 말할 수 없는 말들도 많이 한다(웃음).


Q. '페이커' 이상혁도 농담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커'류의 농담인가?

'페이커'류 농담은 '큐베' 이성진이 잘한다. 이성진이 SKT에 있었다면 '페이커'와 호흡이 잘 맞았을 것이다. 나는 딱히 비유할 수 없는 게 수위가 너무 세다(웃음). 남자끼리 할 수 있는 농담을 좋아한다.


Q. 크라운은 완벽한 노력파다. 맞으면 O, 재능파라면 X.




둘 다 아닌 것 같다. 노력은 어느 선수든 다 하는 것이다. 재능은 어느 사람에게도 있다. 그게 언제 터지느냐, 얼마나 해서 터지느냐 그 차이인 것 같다. 내가 노력파가 아닌 이유는 지난해에는 열심히 했는데 올해는 손목 부상 때문에 전처럼 열심히 하고 있지는 않다. 내가 생각하는 노력은 모든 시간을 다 연습에 투자하면서 남는 시간에 대회 관련 VOD를 챙겨보고 하는 것이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아직 그만큼은 아닌 것 같다.


Q. LoL 솔로랭크 1위를 압도적인 판수로 찍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노력이 부족하다고 할 것인가?

사람들이 내가 노력파라고 응원해주는 것은 정말 고맙지만, 아직 많이 부끄럽다. 나는 아직 내 모든 것을 투자하지 않았다. 물론 게임만 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할 때 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고맙지만 부끄러운 느낌이다.


Q. 그런 노력 덕분에 삼성의 미드 라인이 안정됐다. 삼성이 이렇게 상승할 수 있었던 데는 '앰비션' 강찬용의 영입 효과와 더불어 미드 라인이 안정된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동의하는가?




동의한다(웃음). 하지만 난 아직 잘하는 미드라이너보다 많이 부족하다. 지금은 '페이커' 이상혁과 '쿠로' 이서행에게 많이 보고 배운다. 이상혁에게는 압도적인 기량과 같은 팀을 사용하는 능력을 배우고 싶다. 이상혁을 상대해보면 팀의 중심이 그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서행은 반대로 팀에 맞춰준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고 팀도 쿠로 선수에게 맞춰줘서 하나같은 느낌이 든다. 두 선수와 비교하면 나는 이런 점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


Q. '페이커'와 '쿠로'의 스타일 중 누구를 더 지향하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페이커 선수를 더 배우고 싶고 따라잡고 싶다.


Q. 크라운은 성향이 매우 공격적이다. 맞다면 O, 틀리다면 X.

나는 원래 공격적이었고 팀에 처음 들어올 때도 많이 공격적이었다. 팀에서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코치님이 내가 안정적으로 미드에서 버텨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때부터 계속 안정적으로 연습했던 것 같다. (강)찬용이 형이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코치님도 이제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요즘은 좀 더 공격적으로 라인전을 풀어가려 하고 있다. 아직 많이 미숙해서 불안한 점이 있지만 계속 연습하고 노력하고 있다.


Q. 라인전을 세게 간다는 것은 정글러의 도움이 굉장히 필요하다. '엠비션' 선수를 불러야 하는데 무섭진 않은가?



▲'엠비션' 선수를 불러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무서운 건 없는데 내가 콜을 잘 못 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목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다. 지금쯤 불러야 내가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강)찬용이형이 무섭진 않다. 경기에 지거나 할 때는 말 걸지 말라는 포스를 뿜어내는데 평소에는 장난도 잘 치고 재밌게 해준다. 가끔, 웃기는 농담도 해서 다 같이 웃는다.


Q. 라인전을 공격적으로 풀어갈 때 '이 챔피언을 꼭 하고 싶다'하는 챔피언이 있을까?

야스오를 하고 싶다. 지금은 많이 불안한 챔피언이기에 버프를 기다리고 있다.


Q. 야스오 명가 삼성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야스오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야스오는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해왔던 챔피언이고 정말 내가 원하는 재밌는 현란한 챔피언이다. 챔피언 자체는 좋지 않다. 다른 챔피언에 비해 라인 클리어도 좋지 않고 무난하게 갔을 때 한타 페이즈에서도 좋지 않다. 후픽으로 해도 불안하다.


Q. 그렇다면 야스오의 장점은 무엇인가?

일단 겉멋을 사용할 수 있다. 내가 겉멋을 좋아한다(웃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 챔피언이다 보니 최근 상대해본 경험이 없어서 상대가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 바람 장막의 존재도 야스오의 장점이다.


Q. 야스오를 할 때 팁을 준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e스킬을 엄청 잘 써야 한다. 그리고 궁극기도 무조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서 써야 한다. 아무리 네 명이 다 공중에 띄웠어도 내가 죽을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야스오에 대해 열변을 토로하는 중...

Q. 크라운은 멘탈이 약하다. 맞다면 O, 틀리면 X.

맞다. 나는 1:1에서 지면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 자책하고 멘탈이 나가는 편이다.


Q. SKT T1전에서 본인의 실수로 패배하고 화장실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걸 대회장에서 본 적이 있다.

경기장에서도 그렇고 자주 그런다. 락스 타이거즈와의 1세트 패배 후에도 그렇고. 그래도 요즘은 다시 게임 속으로 들어가면 지난 일을 다 잊고 집중하게 된다. 자꾸 되뇌고 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멘탈을 위해서 감독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예를 들어 내가 많이 안 좋을 때는 따로 방으로 불러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알려주신다. 선수 생활 경험이 있으셔서 그 점이 굉장히 도움되는 것 같다.


Q. 크라운은 동안이다. 맞다면 O, 틀리면 X.

나는 동안이다.


Q. 지금 몇 살인가?

스물둘이다. 스물한 살 때는 주민등록증 검사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좀 덜 하더라. 그럴 때마다 좀 섭섭하다.


Q. 팀 내 최고의 동안을 손꼽는다면?

가장 동안은 '스티치' 이승주다. 스물하나인가? 그런데 아직도 고등학생 같다. 나처럼(웃음).


Q. 팀 내 최고의 노안은 누구인가?

ㅊ…. 음…. 어려운 질문이다. '코어장전' 조용인형이 많이 노안인 것 같다. 스물세 살이다.


Q. 남은 경기에서 꼭 이기고 싶은 경기가 있다. 맞다면 O, 틀리면 X.




SKT T1전을 꼭 이기고 싶다. 상대 미드라이너가 정말 잘하는 분이기에 꼭 이기고 싶고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던 '듀크' 이호성이 있어서 더욱 이기고 싶다. 그 친구가 잘하고 내가 못해서 진다면 엄청 스트레스받을 것 같다. 같이 롤을 시작했어도 내가 더 잘하고 싶다.









사진=남기백(Juneau)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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