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MVP] '애드' 강건모의 궁극기 두 번, 승리 배달하다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1개 |
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팀의 승리를 몸소 이끈 선수들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선수들은 세트 MVP로 선정된다. 그리고 무대 중앙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보면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만천하에 다시 한 번 알려줄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LoL은 팀 게임인 만큼, 혼자만의 힘으로 팀의 승리를 만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MVP를 받은 선수가 남다른 활약을 보이기 위해서, 그리고 팀이 상대를 꺾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팀원들 모두의 보이지 않는 활약과 도움이 뒷받침된다.

그럼 그중에서도 MVP에 준하는 활약을 보여 묵묵히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탠 선수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들은 어떤 활약을 했을까. 분명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이 해야할 역할 그 이상을 해줬기에 '숨은 MVP'라고 불릴 만 하다.




이번에 선정한 선수는 지난 14일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스플릿 2라운드 1일 차 2경기 MVP와 bbq 올리버스의 대결에 나섰던 MVP의 탑 라이너 '애드' 강건모다.

MVP와 bbq 올리버스는 현재 하위권에 위치한 팀이다. 그나마 8위인 MVP가 사정이 괜찮았지만, 바로 직전 경기에서 진에어 그린윙스가 킹존 드래곤X를 잡고 2연승을 기록했기 때문에 여유가 많이 없어졌다. 전패인 bbq 올리버스는 이번에야말로 첫 승리를 따낼 기회였다. 그래서 양 팀 모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싸웠다.

1세트 밴픽이 재밌었다. bbq 올리버스가 레드 진영이었음에도 녹턴을 밴하지 않고 상대에게 내줬다. 그리고 킨드레드로 응수했다. 딱 보기엔 의아했지만, '보노' 김기범의 킨드레드는 녹턴을 풀어주고 킨드레드를 선택한 이유를 잘 보여줬다. 두 명의 정글러가 다른 동선으로 움직였고, '보노'의 킨드레드가 버프 몬스터 3개를 차지한 것. '욘두' 김규석의 녹턴이 초반 꽤 눈에 띄게 우왕좌왕했다.

정글 격차를 조금 벌렸던 bbq 올리버스는 봇 라인 부근에서 녹턴을 물어 잡아내면서 초반 주도권을 꽉 쥘 순간을 맞이했다. 이때 MVP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끈 것은 '애드' 강건모의 그라가스였다. 그는 '순간이동'으로 합류해 상대 킨드레드의 도주 시도를 실패로 돌렸다. 그리고 그 전에 미리 라인 클리어 우위를 바탕으로 '크레이지' 김재희의 문도 박사가 전장에 함께 합류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순간이동' 합류의 기본이긴 하지만, 세심한 플레이가 눈에 띈 장면이었다.




'애드'의 세심한 라인 운영은 봇 1차 타워 다이브 시도 이후 벌어졌던 한타에서도 그대로 나왔다. 원래 그라가스가 문도 박사보다 라인 클리어에 용이하고 1킬까지 기록한 상황이었기에 '크레이지'의 문도 박사는 라인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물론, '애드' 자신도 '순간이동'을 아까 활용했기에 전투에 힘을 직접적으로 보태진 못했지만, 그의 문도 박사를 압박하는 플레이는 MVP의 한타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 위와 똑같은 구도가 또 나왔다.

원래 한타 구도에서는 진형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진형의 기본을 담당하는 것은 탱커의 존재 유무다. 제아무리 강력한 창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상대 쪽에만 방패가 주어진다면 싸움에서 이기기 힘들다. 그래서 저 한타 장면에서 '애드'의 라인 푸쉬가 좋은 플레이가 되는 것이다. MVP에는 그라가스 말고도 '이안' 안준형의 갈리오라는 든든한 탱커가 전장에 있었다. 궁극기를 시전한 알리스타도, 킨드레드의 '양의 안식처'도 존재 자체가 탱커인 갈리오의 탱킹 능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이후, 양 팀은 끊임없이 교전을 이어갔다. 매 순간 멋진 활약을 보였던 '이안'의 갈리오와 우직하게 화살을 상대 몸통에 박아넣은 '파일럿' 나우형의 애쉬가 빛났다. 그렇지만 '애드'의 그라가스도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명품 활약을 계속 선보였다.

20분경 bbq 올리버스의 이니시에이팅으로 미드 라인에서 교전이 열렸다. 여기서 '애드'의 그라가스는 상대 '양의 안식처' 지속시간이 끝나자마자 '배치기'로 '고스트' 장용준의 블라디미르를 정확하게 노렸다. '고스트'의 블라디미르는 W스킬 '피의 웅덩이'를 활용하지 못한 채 그라가스의 CC기에 당했고, 그대로 쓰러졌다. '양의 안식처'가 끝나자마자 어그로 핑퐁을 하기 위해 아껴뒀을 유일한 생존기였다. '애드'의 그라가스가 그만큼 날카로웠다.




그라가스의 꽃은 궁극기 '술통 폭발'이라고들 말한다. '애드'의 그라가스는 두 번의 '술통 폭발'로 팀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38분경 상대 블라디미르를 물면서 시작한 한타에서 '애드'는 눈앳가시 같았던 '템트' 강명구의 루시안을 정확히 아군 쪽으로 배달했다. MVP 바로 위와 옆에 bbq 올리버스의 본대가 '고스트'의 블라디미르를 구출하기 위해 합류한 상태였고, 심지어 '고스트'도 소환사 주문을 모두 활용해 위기에서 벗어난 직후였다. 이제 MVP가 자칫하면 한타에서 패배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욱 '애드'의 정확한 궁극기가 빛났다.



▲ 브라움의 궁극기와 멋진 시너지를 자랑했다.

그라가스의 궁극기는 비단 상대 주요 챔피언을 아군 쪽으로 배달하는 용도로만 활용되지 않는다. 상대의 진형을 붕괴시키기 위해서 활용될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런 플레이도 상황에 따라 슈퍼 플레이가 된다. 그걸 '애드'가 보여줬다.

MVP가 역전승을 위해 탑 라인으로 진격했고, 탑 2차 타워에서 상대 문도 박사를 노렸다. 여기서 '애드'의 그라가스는 문도 박사 쪽으로 화력을 집중하는 것 말고 훨씬 더 한타 승리에 직결되는 선택을 했다. 궁극기를 상대 본대 쪽으로 던진 것. 이는 MVP에게 훨씬 힘을 실어주는 플레이였다.



▲ '우릴 방해하지 마라'

그의 플레이는 만약 상대가 순간 방심해 아군 쪽으로 밀려오면 상대를 몰살시킬 수 있는 선택지였다. 그렇지 않더라도 상대 네 명을 모조리 문도 박사로부터 밀어내서 문도 박사를 아군이 확실히 쓰러뜨릴 수 있게 해주는 선택지이기도 했다. 실제 플레이는 후자의 효과를 냈고, '크레이지'의 문도 박사가 무력하게 쓰러졌다.

1세트 MVP는 갈리오로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던 '이안' 안준형이었다. 그는 갈리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칼 같은 타이밍에 보여준 '듀란드의 석상-점멸' 콤보와 '영웅 출현' 활용이 눈부셨다. 하지만 '이안'의 슈퍼 플레이가 빛날 수 있었던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그러면서도 팀에게 확실히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연거푸 해준 '애드' 강건모의 힘이 컸다. 그는 모두가 인정할 만한 양 팀의 1세트 숨은 MVP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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