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장에서, 그리고 집에서... 누구보다 열띤 가족들의 응원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9개 |



응원만큼 힘이 되어주는 걸 찾기란 힘들다. 프로게이머도 마찬가지다. 함께 숙소 생활을 하는 동료 프로게이머들과 코치진에게 받는 응원과 격려도 좋고, 자신 혹은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받는 응원도 좋다. 이것들 모두 프로게이머를 계속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그중에서도 한 가지를 꼽으라면 역시 가족들의 응원과 격려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기 전부터, 아니 태어난 순간부터 많은 부분을 함께 했던 가족들. 어머니와 아버지, 친형과 친누나, 친동생 등 가족에게 응원을 받는다면, 그것만큼 큰 힘이 되어주는 건 없을 것이다.

최근 한화생명e스포츠의 바텀 라이너 '상윤' 권상윤이 LCK 통산 8번째로 1,000킬 달성에 성공했다. LCK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는 순간이었다. '상윤' 본인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한화생명e스포츠의 코치진과 팬들, 그리고 함께 경기 내에서 호흡했던 팀원들 모두 그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중계 화면에 색다른 장면이 포착됐다.



▲ '상윤' 아버지의 치어풀이 화제를 모았다(출처 : LCK 중계 화면)

중년의 남성이 치어풀을 들고 있는 장면이었다. '상윤'의 아버지였다. 또한, 그 치어풀에는 '상윤 1,000킬 ㅊㅋ 아빠가 쏨'이라는 문구와 함께 1천만 원 수표가 부착되어 있었다. 아들의 1,000킬 기록에 기뻐하는 표정도 화면에 함께 담겼다. 대단한 기록을 세운 아들에 대한 응원과 격려가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사실 자식을 응원하는 마음은 여느 부모와 가족이 다 같을 것이다.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응원을 보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몇몇 프로게이머의 가족들은 좀 더 공개적인 방법을 통해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곤 한다. '상윤'의 아버지도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상윤'의 아버지는 아들이 1,000킬을 달성하는 순간 목청이 떠나가도록 소리도 지르고 기분이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것 같이 기뻤다고 전했다. 최단 기간 내 1,000킬 그리고 LoL 파크 최초의 1,000킬이라는 점에 특히 기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들 '상윤'이 2천 킬을 하면 2천만 원, 3천 킬을 하면 3천만 원,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원하는 차량을 선물하겠다"는 공약을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도 모든 것을 아낌 없이 아들인 '상윤'에게 쏟아낼 것이라고 전한 '상윤'의 아버지. 그는 "우리 부부가 LoL 파크에서 진행되는 모든 경기에 직관을 가서 힘찬 응원을 보낼 것이고, 팬처럼 든든하고 기댈 수 있는 통큰 아빠가 될 것"이라며 아들 '상윤'에 대한 진심어린 응원을 보냈다.

이전부터 경기장을 직접 방문해 응원을 보내주는 경우가 꽤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성환' 윤성환의 가족이다. 지속적으로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보내주는 누나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어 '성환'은 '국민처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과거 OGN의 다큐멘터리에 출연, 이후에는 아시안게임이 진행됐던 자카르타 현지까지 직접 방문해 경기를 지켜봤던 '페이커' 이상혁의 할머니도 팬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자식을 응원하는 부모의 마음은 국적과 상관 없었다. 지난 2018 LoL 월드 챔피언십 당시 프나틱의 미드 라이너였던 '캡스'가 출전했는데, 그의 부모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열띤 응원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역시 팬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bbq 올리버스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로 둥지를 옮긴 '템트' 강명구의 부모도 팬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SNS를 통해 '템트'의 사진을 올리고 진심어린 응원의 글을 작성하기도 했으며 경기장에서도 자주 모습을 보였다. '템트'의 아버지와 나눈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프로게이머 자식을 둔 부모들의 심정을 읽어볼 수 있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경기장 방문 자체가 큰 결심이다. 거주지가 지방인 경우에는 특히 더 힘들다. 먼 거리를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템트'의 아버지는 "진천에 살고 있어 직관하기 쉽지 않지만, 한화생명e스포츠와 아들 (강)명구를 위해서 기도하는 맘으로 경기장을 찾고 있다"고 말하면서, "집으로 내려갈 때는 새벽이지만 경기에서 이기면 즐거운 맘으로 콧노래 부르면서 내려간다"고 전했다. 또한, "명구 엄마는 경기 당일엔 매경기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와 경기를 보며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템트'의 아버지는 조금 더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작년까지 아들이 기대주 소리를 들었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마음 아팠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우리 아들 '템트'가 최고라면서 자신감을 북돋아 주고 있다"며 묵묵히 진심을 전했다. 그러면서 진천에서는 '템트'가 '진천의 아들'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며 아들 자랑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 말미에는 팬들에게 "내 아들 '템트' 강명구를 사랑해주셔서 매우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이처럼 부모를 비롯한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과 응원은 중요하다. 경기장을 직접 방문해 관객석에 앉아 직접적으로 응원을 보내주는 방법. 집에 모여 LCK에 채널을 고정한 채 떨리는 심정으로 자식의 경기를 지켜보는 방법.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부모와 가족의 관심과 응원은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해지게 마련이다.

꾸준히 프로게이머 부모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걸로 유명한 '빛돌' 하광석 해설위원 역시 가족, 특히 부모의 응원이 프로게이머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반대로 꿈을 접는 선수들의 안타까운 심경을 자주 접했다며, 가족들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 해설위원은 "프로게이머는 언젠가 승부의 세계에서 최후의 순간에 고독을 이겨내고 승리해야한다. 하지만 그들이 홀로 단단히 설 수 있을 때까지 응원하고 지원해주는 선수들의 가족들에게 항상 감사드린다"며 가족들이 변함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길 바랐다.

프로게이머는 모두 승리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만큼 프로게이머의 가족도 자식을 걱정하고 지원하며 응원하고 있다. 이들이 언제나 힘을 낼 수 있는 건 그들의 옆과 뒤에서 든든히 버텨주고 지원해주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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