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돌아온 LCK...미드 3대장 '비디디'-'페이커'-'쵸비' 2R 진검승부

기획기사 | 신연재 기자 | 댓글: 24개 |
코로나19의 여파로 잠정 휴식에 돌입했던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이 드디어 다시 막을 연다. LCK 10개 팀은 이제 최종 순위를 향한 2라운드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지난 1라운드에서 젠지 e스포츠와 T1, 그리고 드래곤X는 자신들만의 확실한 강점으로 승리를 쌓아나가며 치열한 상위권 다툼을 벌였다. 현재 젠지 e스포츠가 8승 1패로 단독 1위에 올라있으며, T1과 드래곤X는 7승 2패 승점 +9점으로 공동 2위다.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닌 팀들이지만, 공통된 강점이 하나 있다. 바로 LCK 최상위로 평가받고 있는 미드라이너와 원거리딜러를 보유했다는 것이다. 캐리 라인인 미드-원딜의 강세는 분명 팀의 전력에 큰 힘이 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팀의 허리를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는 젠지 e스포츠의 에이스 '비디디' 곽보성, T1 운영의 중심 '페이커' 이상혁, 드래곤X의 버팀목 '쵸비' 정지훈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서로 다른 플레이스타일을 지닌 세 선수는 어떻게 팀의 승리를 이끌어나가고 있을까.


젠지 e스포츠 '비디디' 곽보성
강력한 라인전으로 미드-정글 시너지 극대화




2020 시즌의 '비디디'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는 '만개'다. 주목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아마추어 시절, 좌절을 맛봤던 CJ 엔투스, 가능성을 증명한 킹존 드래곤X, 고난의 kt 롤스터를 거쳐 젠지 e스포츠로 합류한 그는 현재 팀원들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만개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젠지 e스포츠 승리 공식의 시작은 '비디디'에게서 나온다. '비디디'의 라인전 능력은 LCK 최고 수준으로, 그가 라인전에서 주춤하거나 주도권을 내주는 경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언제나 상대를 타워로 몰아넣고, 거세게 압박한다.

덕분에 '클리드' 김태민의 발에 날개가 달린다. '클리드'는 미드 주도권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여 미드-정글 주도권을 만들어내고, 맵 전역을 함께 활보한다. 아차하는 순간 젠지 e스포츠의 스노우볼은 이미 굴러가고 있다. 젠지 e스포츠의 확실한 승리 시나리오다.

초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선취점 관여율(50%)과 15분 골드 격차(520)도 미드라이너 중에 으뜸이다. 더불어 단 한 번도 상대에게 선취점을 허용한 적이 없다. 솔로 킬도 총 다섯 번으로 가장 많다. 이 방면에서는 '페이커'와 '쵸비'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다.

강하면서 안정적인 '비디디'가 중앙을 수호하고 있는 젠지 e스포츠는 2라운드에서도 순항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디디' 뿐만 아니라 모든 라인 선수들이 뛰어나고, 개개인의 능력치가 팀적으로도 잘 어우러져 이번 2020 LCK 스프링 스플릿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T1 '페이커' 이상혁
압도적인 후반 집중력, T1 운영의 중심




지난 2월, T1과 3년 재계약을 맺으며 사실상 프로게이머 생활을 친정팀에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의사를 비친 '페이커'. 전성기 시절처럼 모든 지표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경험치와 게임 센스를 살려 여전히 T1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커'가 여타 선수들에 비해 독보적으로 앞서는 능력치는 운영이다. 2020 LCK 스프링에서 아무리 불리한 경기여도 T1이면 혹시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도 바로 이 운영 능력 덕분이다. 경기 시간 15분을 넘기면 '페이커'가 '세최미(세계 최고 미드라이너)다'라는 이야기도 여기서 나왔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공개하는 인게임 보이스를 들어보면 '페이커'의 경기를 보는 눈은 언제나 냉철하고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덕분에 T1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타이밍에 불리함을 극복하고, 확실하게 끝낼 수 있는 타이밍에 승리를 확정하는 대역전이나 일발 역전을 자주 만들어낸다.

더불어 '페이커' 특유의 한타 집중력과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번뜩이는 플레이메이킹이 이런 운영에 힘을 실어준다. 그가 특히 르블랑을 잡았을 때 고승률을 유지하는 비결도 여기에 있다. 김정수 감독은 '페이커'를 팀을 이끌어가는 선수라고 평했다. 대회에서 더 잘하고, 불리할 때 역전하는 힘이 있다고.

그럼에도 초중반 힘이 약하다는 건 강팀에게는 분명 불안 요소다. 상대가 늘 빈틈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변수도 너무 많고, 한 번의 미끄러짐이 곧장 패배로 연결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 T1과 '페이커'에게 2라운드 과제는 결국 라인전부터 시작되는 초중반 운영을 어떻게 더 강하게 가져갈 것이냐가 되겠다.


드래곤X '쵸비' 정지훈
미드라이너를 넘어선 멀티플레이어, 묵직한 존재감




드래곤X로 팀을 옮긴 '쵸비'는 2020 시즌을 독특하게 탑라이너로 시작했다.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도란' 최현준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쵸비'는 걱정이 무색할 만큼, 완벽하게 탑라이너 역할을 소화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경기는 멀티플레이어로서 활약할 '쵸비'의 스프링 스플릿 예고편이었다.

'쵸비'는 때로는 탑에서, 때로는 정글러처럼 경기를 풀어가며 전천후로 활약했다. 신인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다지만, 운영면에서 약점이 뚜렷한 '표식' 홍창현의 부족한 부분을 괴물 신예 서포터 '케리아'와 함께 완벽히 채웠다. 그는 주도적인 로밍이나 다이브를 망설이지 않는다.

신기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CS 지표가 미드 1위라는 점이다. 15분 CS 격차는 모든 라인을 합쳐도 유일하게 20을 넘기고 있고, 분당 CS는 라인 특성상 상위권을 독식할 수밖에 없는 원거리딜러 선수들를 제외하면 1위다. 라인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아군에게 큰 힘을 실어주는 영리한 선수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쵸비'는 1라운드에서만 무려 15개의 챔피언을 선보일 정도로 챔피언 풀도 상당히 넓다. 퀸 같은 극단적인 캐리형 챔피언부터 시작해 직스, 럼블, 조이, 세트, 노틸러스, 오리아나, 에코 등 성향을 가리지 않고 다 잘 다룬다. 진정한 멀티플레이어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드래곤X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고 이야기한다. '도란' 최현준과 '표식' 홍창현이 보여줄 게 남았기 때문이다. 관건은 1라운드의 경험치가 과연 그들을 업그레이드 시켰는지다. '쵸비'가 보여준 탑-정글의 역할을 그들이 온전히 해낸다면 드래곤X는 더욱 무서운 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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