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망주에서 최고가 되려는 소년 '케리아' 류민석

인터뷰 | 유희은 기자 | 댓글: 20개 |



롤이 10년이나 된 게임이더라. 몇 년 간 매일같이 접속하다 보니 이렇게 오래됐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했다. 아직도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지만, 모든 게임이 그렇듯 10년이면 흔히 말하는 '고인물' 판이 되기 마련이다. AOS 장르이기에 피지컬이 중요해 LCK에도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려는 움직임도 있다. 많은 게임단이 새로운 선수 육성에 기를 쓰고 있으나 어쩐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세대교체는 고사하고 몇 년 째 익숙한 이름들이 여전히 힘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13년도 이후 오랜만에 눈에 띄는 신인이 있다. DRX '케리아'다. 이제 막 케스파컵을 지나 LCK 1라운드를 마쳤을 뿐인 선수에게 관계자들은 진심 어린 극찬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케리아' 역시 스스로 최고의 서포터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비쳤다.

2라운드와 섬머 그리고 프로게이머로서 이제 걸음마를 뗀 '케리아'. 이제 막 첫 줄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하는 이 선수가 훗날 어떤 마침표를 찍게 될까.



데뷔 후 첫 LCK 1라운드를 뛰게 됐습니다. 기다리던 순간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관중들의 함성을 들으며 경기를 뛰어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1라운드를 좋은 성적으로 만족스럽게 잘 끝내서 다행이에요.


다른 신인보다 유독 '유망주' 타이틀이 걸렸던 선수들에게 많은 이목이 집중되는데요. 이러한 대중들의 관심이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처음 스크림 할 때는 그런 부담이 있었어요. 연습생 생활이 길었던 탓에 비교적 오랜 시간 많은 관심을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팀 구성이 완성되고 스크림을 하다 보니까 부담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냥 빨리 대회에서 잘해서 많은 분들께 칭찬받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앞서 말했듯 무관중 경기가 아쉽네요. 무관중이라는 상황이 신인인 저에게 부담을 덜 지게 만들어 줄 수도 있겠지만, 그냥 많은 분들 앞에서 경기하고 싶어요. 그래도 전 잘할 거 같아요.


케스파컵과 LCK 1라운드. 짧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요?

LCK 1라운드 젠지전이요. 2세트에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어요. 럭스를 제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서 연습을 안 하고 자신 있게 꺼냈는데 막상 오랜만에 하니까 갑자기 불안하더라고요. 라인전에서 제자리 점멸 실수를 해서 게임이 터져버렸어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원래 솔로 랭크에서 럭스는 잘 안 하는데 그 이후로 이런 실수를 절대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데프트' 선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원딜러 중 하나로 꼽히잖아요. 지금은 함께 연습을 많이 해서 익숙해졌겠지만, 처음엔 대선배와 바텀 듀오로 뛰게 되어 긴장도 됐을 거 같아요.

혁규('데프트') 형이 팀에 왔을 때 '와...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엔 아무 말도 못하고 혁규 형이 시키는 대로만 했어요. 그러다가 솔로 랭크을 하도 같이 하다 보니까 이제 스크림 할 때는 익숙해져서 별 생각은 없더라고요. 지금은 혁규 형한테 장난도 많이 치고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혁규 형도 그런 걸 좋아하고요(웃음). 바텀 듀오는 갑을 관계가 아니에요!


'데프트' 선수가 평소에 구체적으로 어떤 피드백을 해주나요?

혁규 형이 어떻게 하라고 명령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냥 솔로 랭크 듀오를 같이 하면서 저에게 조언해주는 부분을 기억해놨다가 고치려고도 하고, 또 혁규 형 플레이를 보면서 저 스스로 플레이하는 방법을 습득하곤 했어요.

그리고 스크림을 같이 하면서는 라인전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저는 데뷔한 지 얼마 안 됐다 보니 솔로 랭크를 훨씬 더 많이 했기 때문에 뒤가 없이 플레이 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런 밸런스를 혁규 형이 많이 잡아줬어요. 덕분에 저 스스로 스타일의 변화도 생겼고 공수 전환하는 방법도 배운 거 같아요.


DRX의 핵심 오더를 '케리아' 선수가 담당하고 있다던데, 사실 신인이 하기엔 힘든 부분이잖아요.

제가 어떻게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고... 사실 스크림에서는 다 같이 얘기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제가 대회만 가면 시야가 조금 넓어지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서포터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게임을 전체적으로 보다 보니까 대회에서는 그렇게 되어버렸어요. 그렇다고 저 혼자 오더를 다 하는 건 아니고요. 다들 또래고 말도 잘하는 편이라 부담 없이 함께 하고 있어요.


DRX는 베테랑인 '데프트' 선수를 제외하곤 다들 어리고 신인급 선수들이 많아요. 그런데도 1라운드에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씨맥' 감독님의 지도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친근한 동네 형 같은 이미지에요. 게임적으로는 디테일한 피드백을 많이 신경 쓰시고요. 예를 들어 라인전 무빙, 스킬샷 하나하나 굉장히 세세하게 코칭해주십니다. 그렇지만 딱히 바텀에 대해서는 크게 말씀이 없으신데, 아마 혁규 형이 게임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희 팀의 플레잉 코치 같은 느낌도 있거든요.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믿음이 있으신 거 같아요





팀원들 얘기를 해볼게요. 원래부터 '쵸비' 선수와 굉장히 친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같은 팀이 되니까 어때요?

전부터 정말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같은 팀에서 뛰어 보니까 그냥 한마디로 '미드는 안 지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미드 르블랑과 갈리오의 라인전 상황일때, '쵸비'가 르블랑을 해도 이기고 갈리오를 해도 이겨요. 미드가 진다는 생각이 안 드니까 신뢰가 많이 생겼어요. 한타 때도 잘하고 딱히 부족함이 없어요. 게임 외적으로는 같이 생활해보니 딱 제 또래 같아요. 사실 '쵸비'가 한 살 형인데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웃음).


미드, 바텀에 대한 좋은 평가와 별개로 탑, 정글은 아직 더 성장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처음에 팀이 구성되고 다 같이 모여서 스크림을 몇 주 동안 했었는데 처음엔 저와 혁규 형도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정말 세세하게 탑, 정글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셨고, 무엇보다 둘 다 정말 노력을 열심히 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 팀 선수들은 발전 속도가 빨라서요. 근데 사실 저도 같은 신인이기 때문에 제 걱정에 바빠요.


LCK 관계자들이 '케리아' 선수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잖아요.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면 어떤가요?

제 칭찬을 검색해서 보기도 하는데... 사실 제가 잘한 날은 맨날 가서 봐요(웃음). 더 칭찬받고 싶어요. 그런 칭찬들이 많이 자극돼요.


관계자들에게 칭찬을 받고 있지만, 아직 신인이기에 '케리아' 선수를 모르는 사람도 많잖아요.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해보고 싶은데요. LoL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제 친형이 하는 게임을 자주 따라 했어요. 형이 LoL을 해보라고 하길래 시작한 거예요. 랭크를 처음 시작했을 땐 브론즈 4였는데 하다 보니까 반년 만에 다이아몬드 티어에 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프로 준비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거 같아요.


솔로 랭크에서 타 라인도 많이 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포터로 포지션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원래는 미드, 원딜로 티어를 올렸어요. 실제로 카타리나를 주로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미드, 원딜을 하다 보니까 후반에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러다 예전에 '매드라이프'님의 블리츠크랭크 영상과 쓰레쉬를 주로 하는 BJ의 방송을 많이 봤는데, 보다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서포터를 하게 됐어요. 어쨌든 다른 라인을 많이 플레이 했던 것이 챔프폭 넓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솔로 랭크에서 '데프트' 선수뿐만 아니라 '테디' 선수 등 다른 최정상급 원딜들과 듀오도 자주 하던데, 여러 가지로 배우는 점이 있겠어요.

맞아요. 혁규 형의 특징은 라인전을 굉장히 섬세하게 해요. 또 말렸을 때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플레이를 자주 하기도 하고요. 반면 '테디' 선수는 라인전은 혁규 형에 비해 덜 세세하게 하지만, 말렸을 때 복구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요. 각 원딜들마다 장점이 다양하기 때문에 많이 공부하려 하고 있어요.





LCK 얘기로 돌아와 볼게요. 이제 다시 2라운드가 시작되는데, 휴식기동안 DRX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었나요?

리그는 마라톤이기 때문에 지칠 정도로 빡빡하게 하진 않았어요. 다만 재개되더라도 저희가 바로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잘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스크림도 하면서요. 원래 1라운드 담원전 끝나고 휴가를 받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 보니 그냥 숙소에서 연습했어요. 혹시 제가 나갔다 왔다가 선수 한 명이라도 걸리면 큰일이니까요.


남은 스프링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어요?

첫 상대가 한화생명인데 한화생명이 특이한 픽을 많이 준비했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준비 잘해서 첫 경기부터 기세를 타면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게임단의 목표는 당연히 롤드컵 우승이겠죠. DRX가 바라보고 있는 올해 현실적인 도달점은 어딘가요?

올해 시작할 때부터 다 같이 얘기했던 게 있어요. LCK 스프링엔 경험치를 쌓고, 섬머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서 롤드컵에 나가 우승컵을 드는 거요. 붕 뜬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현실이 되게 해야죠.


올해 LCK 서포터를 보면 나이대가 참 다양한 거 같아요. 타 팀 서포터 중에 자극을 주는 선수가 있나요?

케스파컵과 LCK 스프링을 준비할 때는 '리헨즈' 선수의 평가를 뛰어넘을 생각으로 열심히 했어요. 지금 LCK에서는 자극받는 서포터는 딱히 없는 것 같고, '코어 장전' 선수가 잘한다고 생각해요. 또 LPL에 잘하는 서포터가 많은 것 같은데 특히 펀플러스의 '크리스피' 선수와 RNG의 '밍' 선수가 상당히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롤모델이 있나요?

'마타' 선수요. 17, 18년도에 '마타'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거의 매일같이 공부했어요. '마타' 선수가 서포터의 교과서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e스포츠 선수로서 훗날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페이커' 선수처럼. LoL 판의 한 획을 긋고 싶어요. 아마 모든 선수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안 좋은 일로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페이커' 선수를 다시 언급하게 되는데, 실력도 실력이지만 몇 년간 프로 선수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혁규 형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서포터 중에 제일 커리어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이것저것 얘기하긴 했는데 어쨌든 '잘하면서 모범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프로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관중의 함성을 들으면서 게임하고 싶어서였어요. 이번 시즌은 무관중이기에 그러지 못해서 아쉽네요. 어서 팬분들을 뵙고 싶어요. 그래도 건강이 최우선이니까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모든 분들이 몸 조심하셨으면 좋겠고요. 저도 정말 열심히 할테니 많이 응원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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