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담원의 시간'

칼럼 | 김홍제 기자 | 댓글: 43개 |




지금껏 LCK에서 이렇게 수준 높은 화끈함을 보여준 팀이 있었나 싶다. 사람들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14 삼성 화이트, 15 SKT T1도 어마 무시하게 강했지만, 현재 담원처럼 무자비한 무력을 앞세운 강함은 아니었다. 누가 더 강한가를 논하는 게 아니라 담원의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다.

담원의 시작은 19 시즌 스프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담원은 뛰어난 무력을 자랑하는 '너구리'라는 탑 라이너를 보유한 신입생 정도로 표현됐다. 그마저도 LCK에서 검증이 필요하단 말이 끊이질 않았다. 담원의 LCK 데뷔 성적은 정규 리그 11승 7패로 5위, PO에서는 샌드박스 게이밍을 꺾고 킹존에게 바로 패배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신입생치고 좋은 성적을 거둔 담원은 그 해 여름 부터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강함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너구리'로 주목을 받던 담원에게 '쇼메이커' 허 수의 지분이 점점 올라갔다. 담원은 섬머 정규 시즌 13승 5패 +12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적은 경험 때문일까. 거짓말처럼 PO에서 밑바닥부터 올라온 SKT T1에게 0:3 패배. SKT T1이라는 주연을 화려하게 빛내준 조연에 그쳤다. 이후 담원은 롤드컵에서도 첫 진출에 8강이라는 기염을 토했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적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2020 시즌을 좌우할 이적 시장에서도 담원은 주전 선수들의 이탈 없이 1년 더 함께 동고동락하게 된다. 다른 팀에 비해 기존 호흡을 맞춰오던 선수들이라 더욱 좋은 경기력을 기대했던 팬들의 기대와 달리 담원은 2020 스프링 시즌 난항을 겪었다. 9승 9패, 세트 스코어도 22승 21패로 간신히 5할을 유지할 정도였다.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다시 폼이 오르기 시작해 4위로 시즌을 마감하긴 했지만, '너구리-쇼메이커'만 주목을 받는 반쪽짜리 팀이라는 혹평도 꽤 많이 들을 수밖에 없던 담원이다.





MSC에서도 자신들의 스타일을 발휘하며 중국팀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했지만, 결과적으로 조별 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담원의 여름에 큰 기대를 하는 팬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MSC가 각성의 열매였을까. '쇼메이커' 허수는 경기를 하면 할수록 슈퍼 캐리를 거듭했고, '베릴' 조건희도 판테온을 시작으로 서포터로 할 수 있는 재기발랄한 플레이를 밥 먹듯 해낸다.

'너구리' 장하권의 무력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캐니언' 김건부도 정글 캐리가 무엇인지 프로 무대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항상 담원이 최강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쪽 사람들의 단골 멘트인 '하체 부실'의 '고스트' 장용준은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플레이를 거듭하며 이제는 담원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담원은 현 1위팀 DRX를 상대로도 현 LCK 최하위권인 설해원 프린스나 한화생명e스포츠를 상대하듯 무자비한 경기력을 뽐냈다. 동등한 체급의 팀을 상대로 1라운드 때 통하지 않았던 담원의 칼이 무뎌지지 않았음을, 오히려 더 날카로워 졌음을 DRX와 경기로 증명했다.

서두에 언급했듯 담원은 역대 최강은커녕 현 섬머 시즌 1위팀도 아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역대 최강 LCK 팀으로는 14 삼성 화이트와 15 SKT T1이 박혀있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21년에는 어쩌면, LCK 역대 최강 팀으로 담원 게이밍이 거론될 수 있겠다는 생각.

성적과 무관하게 '노잼'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던 LCK지만 담원 게이밍은 이런 '노잼' 타이틀을 유유히 흘려 보낸다. LCK에 담원 게이밍이라는 팀이 있다는 것이, 아니 담원 게이밍이 LCK에 있어줘서 정말 고맙고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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