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멀리서 온 편지 - 팀 리퀴드 사령관 된 '코어장전' 조용인

인터뷰 | 김병호 기자 | 댓글: 35개 |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고 계신가요? 요즘 한국에 비가 많이 오고, 코로나도 있어서 건강하게 잘 계신지 궁금하네요. 너무 오랜만에 드리는 인사라서 제가 기억이 안나실까 걱정도 되고요.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면 좋겠지만, 거리가 거리이다 보니 그러기가 쉽지 않네요.

미국 생활을 한 지 벌써 2년이 지나가고 있어요. 누군가에겐 평생처럼 느껴질 긴 시간인데, 저에게는 짧게만 느껴집니다.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요. 작년에 미국에 처음 도착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고, 리그에 적응하고, 별 것 안한 것 같은데도 2년이라는 시간이 벌써 끝나가는 것처럼 느껴져 신기해요.

실은 올해 초부터 코로나 때문에 한국을 가지 못하고 있어요. 시즌이 끝났는데도 한국에 돌아가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북미 상황이 엄청 좋지 않아서 집 밖을 나가는 게 쉽지 않거든요. 저야 연습실과 숙소만 오가고 있어서 평상시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는데요. 가끔 바람쐬러 가고 싶기도 하고, 놀러도 가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한데 그러지 못하는게 많이 아쉬워요.




한국은 롤파크에서 LCK를 진행하고 있잖아요? 저희는 숙소에서 온라인으로 LCS 경기를 하고 있어요. 스크림이랑 똑같은 기분으로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은 편한데요. 원래 많은 팬 분들 앞에서 환호성을 듣고, 승리하면 팬 분들이랑 하이파이브도 하고 했었는데 그런게 없다보니 아쉬움이 커요. 그래서 시간이 빨리 가나 봐요.

지난 봄에는 팀 성적이 정말 좋지 않았어요. 9위로 시즌을 마감했는데, 서포터로 전향한 이후로는 처음 받아보는 성적이었어요. 시즌 초에는 게임을 지더라도, 플레이오프는 갈 수 있을거라는 자신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아지는 게 없더라고요. ‘완전 망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한국을 가지 못하게 됐을 때, 속으로는 약간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섬머 시즌에 잘하고, 롤드컵에서 잘해야 기억에 남잖아요. 스프링은 이미 지난 일이고, 섬머 시즌을 위해 집중하자고 마음먹었죠. 사실 폐관수련을 하면서 엄청 열심히 한 건 아니에요. 그냥 연습이 아닌 시간에 다른 걸 해도 지겨워서 결국 롤만 하게 되더라고요.

시즌을 앞두고 제 짝도 바뀌었어요. 그동안 호흡을 맞췄던 ‘더블리프트’가 팀을 떠났고, 아카데미팀에서 뛰던 ‘택티컬’이 저랑 뛰는 중이에요. 사실 지난 시즌부터 택티컬 선수 폼이 좋았어서, 한국처럼 주전 경쟁을 하면서 서로 자극이 되길 바랐는데요. 아무래도 뛰어난 선수들이다보니 주전 경쟁보다는 출전 기회가 보장되는 팀으로 간 것 같아요. 그래도 ‘더블리프트’가 그곳에서 잘하고 있어서 보긴 좋네요.



▲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택티컬'

‘택티컬’ 선수랑은 잘 맞아서 좋아요. 어린 친구라 이기고 싶은 의지가 굉장히 강하고, 생각하는 방식이나 게임하는 방식이 새로워서 저도 배우는 게 많아요. 원래는 엄마처럼 잘 챙겨주려고 했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준비를 많이 했더라고요. 비원딜도 잘하고, 서포터형이나 하드캐리형 원딜도 잘하고, 대회 때에도 잘해줘서 참 고마워요.

저희 팀 분위기도 정말 좋아요. 코칭 스태프 인원이 많이 추가됐거든요. 예전에 해설자로 일하던 ‘Jett’이 감독님으로 왔고, 민호(Crown)랑 같이 일하던 코치 ‘Chris’도 팀에 왔어요. 코칭 스태프가 많아져서 여러 의견을 많이 나누는 것 같아요. 이전보다 회의에 쓰는 시간도 줄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다같이 열심히 하는 분위기에 성적도 리그에서 1등할만큼 잘나오고 있어서, 답답한 시기인데도 분위기 좋고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즘에는 새로운 ‘TL 사령관’이라는 좀 부끄러운 별명이 생겼어요. 예전에 잘 안하던 챔피언도 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좋은 챔피언을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레 조금 더 돋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이전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게임하려고 해요. 라인전에서는 좀 더 힘을 빼고, 맵을 넓게 보고 하려는 편이이에요.




롤드컵이 다가오는 시점에 우리 팀이 잘하고 있어서 기뻐요. 섬머 시즌에 잘하고, 롤드컵 가서 잘하는 게 1년 동사의 가장 좋은 마무리잖아요. 아직 불안한 부분이 있긴 한데, 그런 부분만 잘 보완하면 작년 롤드컵 보다는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작년에 많이 아쉬웠거든요. 딱 1승이 모자라서 조별 리그를 탈출하지 못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승수는 1승 모잘랐지만 실력적으로는 더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도 이번에는 전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요. 팀도 저도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롤드컵에 가면, 젠지 꼭 만나보고 싶어요. ‘룰러’ 만나서 죽이고 싶어요. 하하.

참, LoL이라는 게임이 되게 신기해요. 나름 여러가지를 해봤고, 경험도 많이 쌓인 것 같은데, 매번 할 때마다 새로워요. 정말 이기고 싶고, 지면 너무 화나고, 이번 시즌 잘하고 싶고, 롤드컵 한 번 더 가보고 싶고, 계속 더 하고 싶고, 저라는 선수를 계속 증명하고 싶어요. 그런게 어떻게 보면 참 피곤한 일인데, 그래서 더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최선을 다할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요즘에는 LEC를 보면서 질투가 생기기도 해요. 뭔가 LEC가 더 커진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이 드는 거 보면 아마 제가 관심이 많이 받고 싶나봐요. 관심을 받으려면 잘해야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이 큰 대회에서 잘하는 걸 알아서 그게 가장 고픈가봐요. 국제 대회에서 잘해서 LCS가 좋은 리그처럼 보이게 하고, 그러면 LCS에서 뛰는 것도 더 즐겁잖아요.

가끔 팬 분들이 많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여기서는 팬 미팅을 하면, 사진 찍고 넘어가고, 사진 찍고 넘어가고 해서 팬 분들이 잘 기억이 안나요. 한국에서는 팬미팅을 하면, 팬분들이랑 잠깐씩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어서, 저번에 왔던 분, 지지난 경기에 오셔서 이야기 나눈 분들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았거든요.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그러지 못하는 걸로 아는데, 다들 건강하게만 계셨으면 좋겠어요.

꼭 다시 만나뵙고 싶어요. 비록 멀리 있지만, 저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저를 다시 기억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그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시기를 바라요.

감사합니다.

-조용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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