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첫 단추를 꿴 LCK 챌린저스 리그

칼럼 | 신연재 기자 | 댓글: 34개 |



신인 선수의 등장은 언제나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들은 존재 자체로 리그의 원동력이 되고, 그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은 리그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비슷한 의미로, 올 시즌 첫발을 내디딘 LCK 챌린저스 리그는 국내 LoL e스포츠씬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LCK 챌린저스 리그는 LCK가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생겨난 2군 리그로, LCK 10개 팀은 의무적으로 2군 팀을 운영하며 대회에 참가한다. 굉장히 커다란,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다. 프로팀에게 2군 리그는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육성하는 교육의 장이고, 어린 선수들에게 2군 리그는 실제 대회뿐만 아니라 대회를 위한 연습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그 시작점이었던 '2021 LCK 챌린저스 리그' 스프링 스플릿은 지난 1월 18일 개막해 4월 9일 결승전을 끝으로 종료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좋은 출발이었다. 세계 최고의 지역 리그라 평가받는 LCK의 2군 리그라는 기대치를 충족시킬 만한 과정과 결과를 보여줬다.

그 중심에 있었던 건 단연 선수들이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다양한 선수들이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거나 서로 경쟁하며 LCK와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신인 선수에게서 흔히 느낄 수 있는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향을 거의 매 경기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 34분 52킬이 나온 T1-젠지전

신인의 패기로 똘똘 뭉친 선수들은 거침이 없었다. 싸움의 이유를 찾기보다 싸우면서 그 이유를 찾아갔고, 운영보다는 전투를 통해 승기를 굳히거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다. 당연히 한타의 빈도는 올라가고, 보는 재미도 배가 됐다. 가끔은 어설픈 운영이나 실수로 패배를 맛보기도 했지만,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2군 리그의 또 다른 매력은 유망주의 탄생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T1의 '버서커' 김민철을 꼽을 수 있다. T1 아카데미 출신 '버서커'는 2군 로스터에 합류하기 전까지 공식전 경험이 없는 말 그대로 '쌩신인' 선수였는데, 이번 챌린저스 리그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다.

이동진 캐스터와 '꼬꼬갓' 고수진, '고릴라' 강범현, '노페' 정노철 해설로 구성된 중계진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중계진은 경기를 시청하는 팬과 선수 간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잘해냈다. 밴픽이나 선수들의 플레이를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채팅창을 통해 최대한 소통하려 노력했다. 덕분에 팬들은 심리적으로 더 가까이에서 대회를 느낄 수 있었다.



▲ 왼쪽부터 고수진 해설, 이동진 캐스터, 강범현 해설

물론, 아직 발전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콜업-샌드다운 제도다. 현재는 규정상 로스터를 제출하는 시기에만 콜업과 샌드다운을 할 수 있다. 즉, 시즌 중에는 1라운드에서 2라운드로 넘어갈 때나 플레이오프 로스터를 제출할 때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비교적 콜업-샌드다운이 자유로운 타 스포츠와는 대비되는 점이다.

때문에 불가피하게 대체 선수가 필요한 경우가 생겨도 2군 리그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규 시즌 도중 프레딧 브리온 미드라이너 '라바' 김태훈이 부상으로 한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는데, 서브 선수가 없어 정글러인 '치프틴' 이재엽이 대신 출전했다. 같은 팀 2군에 '로머' 조우진이라는 미드 선수가 있음에도 말이다. 이 부분은 분명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어쨌거나 전반적으로 봤을 때 LCK 챌린저스 리그는 '흥행'에 성공했다. 'LoL 챌린저스 코리아' 시절과 비교하면 LCK 팀의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관심도가 크게 올랐고, 좋은 운영이 뒷받침되면서 상승 가도를 탔다. '2020 LoL 챌린저스 코리아' 스프링의 최고 동접자 수는 약 6,000~7,000명 정도였는데, '2021 LCK 챌린저스 리그' 스프링은 평균 최고 동접자 수가 약 2만 1,000명(KeSPA 제공)이었다.

챌린저스 리그의 주목적인 선수 육성도 결과로 보여줬다. 1라운드가 끝나자마자 콜업되는 선수가 세 명이나 등장했다. 특히, 시즌 막바지에 주전 자리까지 꿰찬 kt 롤스터의 원거리딜러 '노아' 오현택은 굉장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콜업의 긍정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챌린저스 리그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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