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담원 만나는 'LCK 킬러' G2,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기획기사 | 김병호 기자 | 댓글: 60개 |



LCK 킬러라는 별명을 가졌던 플래쉬 울브즈도 한국 팬들이 이 정도로 두려워하진 않았다.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팀이기도 하고, 플래쉬 울브즈의 강력함은 언제나 조별리그에 그쳤다. 하지만 G2 e스포츠는 다르다. 가장 중요한 길목마다 LCK팀을 마주했고, 우리와 가장 다른 방식으로 싸워 패배를 안겼다. 2019년부터 이어진 G2 e스포츠의 LCK팀을 상대로 한 다전제 승리의 역사는 벌써 두 해 째를 맞이했고 SKT T1, 담원 게이밍, 젠지 e스포츠 등 그 시대에 LCK가 자부하는 강팀들만을 상대로 줄곧 승리했다. 네 번의 연달은 패배. G2 e스포츠는 LCK가 가장 두려워하는 팀이 됐다.

LCK의 마지막 남은 1시드 담원 게이밍이 오는 7일 결승 진출의 문턱에서 G2 e스포츠를 만난다. 지난해 스크림에서 G2 e스포츠를 손쉽게 이겼다던 담원 게이밍은 정작 중요한 8강 토너먼트에서 단 한 번의 세트승만 기록하고 3:1로 졌다. 한 해가 지나고 담원 게이밍은 이제 LCK 챔피언의 자격을 갖출 만큼 성장했다. 그럼에도 G2 e스포츠와 대결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게 된 건 G2 e스포츠가 젠지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젠지 e스포츠는 다음 경기 상대인 담원 게이밍에게 G2 e스포츠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남겨줬다. G2 e스포츠는 즉흥적인 부분이 많아 보이지만, 실상은 정말 많은 부분을 준비하고 약속한 플레이를 잘하는 팀이다. 담원 게이밍이 조심해야 하는 G2 e스포츠의 필살기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담원의 필승 전략에 대한 G2의 해답은 무엇일까?


말하기 입 아픈 G2의 인베이드 전략




젠지 e스포츠가 경기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평가받았던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다. 인베이드 전략은 다전제 토너먼트에서 상대가 예상하기 힘든 의외의 수다. 제대로 먹혔을 때는 공들여 준비한 밴픽과 인-게임 전략이 모두 어그러질 정도로 강력하다.

G2 e스포츠는 젠지와의 세 세트 경기 동안 모두 인베이드 전략을 시도했고, 젠지는 모두 당했다. 데스를 기록하지 않은 게 다행일 만큼 각 라이너가 한 번씩 점멸을 허무하게 써야만 했고 그만큼 라인전 단계에서 힘이 빠졌다. 특히 3세트, 트위스티드 페이트로 초반 사일러스를 압박해야 했던 젠지 e스포츠는 초장부터 의도한 전략이 많이 어그러진 셈이다. 더욱이 상대가 이미 인베이드 움직임을 보여줬음에도 세 번 연속 인베이드 전략에 당한 점은 변호가 불가능하다.

G2 e스포츠가 담원 게이밍과의 경기에서도 초반 인베이드 전략을 사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실제 인베이드 전략을 사용한다고 해도 어떤 방식이 될지도 예상하기 힘들다. 젠지가 2,3 세트 인베이드 대응 전략을 준비할까 봐 매우 걱정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G2도 인베이드 전략이 실패할 때는 엄청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수닝 게이밍과 징동의 8강전 경기는 인베이드를 시도하는 팀이 오히려 당하면서 갱플랭크가 광휘의 검을 들고 라인전을 시작하는 대참사가 벌어졌었다. 담원 게이밍은 인베이드 전략에 당하지 않길 바란다. 더 나아가 인베이드 대응 전략까지 준비해 놓는다면 더없이 좋을 듯하다.


G2 e스포츠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라인 관리에 있다




G2 e스포츠는 상대가 대응이 불가능하거나 대응하더라도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 줄 안다. 골드 차이가 이미 벌어진 유리한 상황이라면 상대에게 일방적인 이득을 요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G2의 무서운 점은 유불리를 따지기에는 굉장히 이른 경기 초반에 자신들만 일방적인 이득을 얻을 상황을 만들 줄 알아서다. 실제로 2019년 담원 게이밍과 2020년 젠지 e스포츠는 G2 e스포츠의 이 능력에 크게 흔들리며 패배했다. G2 e스포츠를 세계에서도 통하는 강팀으로 만든 비결, 바로 팀 차원에서의 라인 관리 능력이다.

상대 타워로 라인을 미는 상황에 최대한 CS를 늦게 챙기면서 많은 미니언을 쌓아두고, 상황에 따라 다이브 혹은 다이브 위협을 통한 디나이를 한다. 이제는 프로 선수뿐만 아니라 상위 솔로랭크에서도 많이 쓰이는 방법이지만, G2가 이 방식을 담원 게이밍을 상대로 보여줬을 때는 LCK를 시청하는 많은 팬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전까지 라인전에 우위를 점한 팀은 최대한 빠르게 라인을 상대 타워에 밀어 넣어 CS 손실을 유도하고 타워를 빠르게 철거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G2 e스포츠는 빅 웨이브를 가지고 상대의 움직임을 강제하고 나아가 다이브 혹은 디나이를 하면서 상대가 아예 CS 자체를 수급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2019 월드 챔피언십 8강전 담원 게이밍과 G2 e스포츠의 대결에서 ‘너구리’ 장하권은 상대 라이너 ‘원더’를 상대로 라인전이 밀리지 않았는데도 G2식 라인 운영에 당하면서 경기 시간 10분까지 CS 수급을 두 배 넘게 밀렸다. 담원이 자랑하는 가장 날카로운 칼끝이 G2의 운영에 속수무책으로 무뎌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 2020 월드 챔피언십 8강전 젠지 e스포츠와 G2의 대결에서도 G2는 라인 관리를 통해 작년 ‘너구리’에게 사용했던 방법을 ‘라스칼’에게도 사용했다. 여기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서포터가 미드 라인에 합류해 라인을 함께 밀어 넣어주고, 미드 라이너까지 탑으로 가는 한 단계 발전된 운영을 보였다. 게다가 이전 교전으로 인해 점멸이 빠진 그레이브즈는 다이브에 합류하지 않고, 비어있는 미드 라인을 밀어주는 대단히 영리한 운영까지 보여줬다.

이제는 익숙해진 G2식 운영에 젠지 e스포츠도 적절히 대응하면서 게임이 터지는 일은 막았지만, 양 팀이 기록한 데스를 서로 차감해도 타워에 박힌 CS 손실을 합하면 젠지에겐 적지 않은 손해였다. (탑 다이브를 양 팀이 모두 눈치챈 상황이고, 대다수 팀원이 탑으로 백업을 가는 때에 젠지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탑이 아닌 봇으로 간 건 의문이다.)

담원 게이밍은 최근 기존의 협곡의 전령을 활용한 빠른 템포의 경기 운영뿐만 아니라 오른으로 대표되는 후반 지향 밴픽 전략도 심심치 않게 사용하고 있다. 담원 게이밍이 만약 G2 e스포츠를 상대로 후반 지향형 밴픽을 사용할 계획이 있다면, G2 e스포츠의 라인 운영을 통한 다이브는 꼭 의식을 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이를 놓친다면, 지난 2019년 ‘너구리’에게 일어난 참극이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건 담원 게이밍의 플랜 A




상대가 무엇을 할지 대응책을 준비하는 게 중요한 만큼, 자신의 무기가 상대에게 통하느냐도 중요하다. 담원 게이밍은 최근 다양한 전략을 인-게임에서 시도하고 있지만, 가장 강력한 플랜 A는 ‘강력한 상체와 협곡의 전령을 활용한 빠른 스노우볼 전략’이다. 담원 게이밍은 이를 통해 서머 시즌 16승 2패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담원은 G2 e스포츠와 1세트 경기에 이 플랜 A 전략을 꺼내들 가능성이 크고, 이 전략이 잘 통한다면 G2 e스포츠와의 시리즈를 손쉽게 승리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G2 e스포츠는 지난해 월드 챔피언십에서 ‘칸-클리드’가 팀에 있던 SKT T1의 빠른 템포 전략을 어그러뜨리며 승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G2 e스포츠는 SKT와의 시리즈 동안 글로벌 골드를 앞서간 시간이 전체 경기 시간에 2.3%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상대가 바론 혹은 드래곤을 가져가려 할 때 비어있는 탑 라인을 파 버리고 억제기를 깨버리거나 라인을 먼저 밀어버려서 SKT가 이득을 볼 수 있는 타이밍을 아예 없애버리는 등 LCK가 지난 수년 동안 갈고닦아온 오브젝트 위주의 운영을 완벽히 파훼해버리고 승리했다.


물론, 2019년의 SKT와 2020년 담원 게이밍의 경기 운영은 매우 다른 형태이긴 하다. SKT는 상체 게임을 하면서도 많은 LCK들처럼 드래곤 스택을 쌓는데 목표를 뒀지만, 담원 게이밍은 드래곤 스택보다는 협곡의 전령을 가지고 골드 격차를 내고 상대 타워를 압박해 초반 골드 차이를 벌리는 데 1차 목표를 두고 있다. 이는 오브젝트보다 라인 관리와 타워 파괴에 초점을 맞춘 G2 e스포츠의 경기 운영 목표에 더 가깝다.

그렇기에 G2 e스포츠의 선택이 궁금하다. 담원 게이밍식 스노우볼의 시작점인 협곡의 전령 때에 칼을 맞대고 싸우려 할 수도 있고, 직접적인 싸움을 피하고 반대편의 봇 타워를 노릴 수도 있다. 협곡의 전령을 두고 담원 게이밍의 상체와 어깨를 부딪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봇 라인 타워를 미는 건 협곡의 전령을 활용하는 담원 게이밍의 속도가 더 빠르다. 둘 중 하나를 골라서 해결된 문제는 아니기에 G2가 내놓을 답변은 짧고 명료하진 않을 듯하다.




해외 팬들에겐 LCK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G2 e스포츠가 정말 매력적인 팀이다. 하지만 한국 팬들에게 G2 e스포츠는 매력적인 팀을 넘어 공포를 느끼는 하는 존재로 변했다. G2 e스포츠가 LCK에게 완벽한 빌런인 건, LCK팀을 상대로 명경기를 통해 승리하고선 다음 라운드에서 LPL팀에게 허무하게 무너져왔기 때문이다. G2 e스포츠와의 악연은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다.

담원 게이밍은 막강했다던 2015년 SKT T1에 비견될 만큼 LCK 역사에서 손 꼽히는 강팀이다. 그리고 LCK가 누려왔던 영광을 다시 실현시켜줄 마지막 팀으로 남아 있다. 순탄할 줄 알았던 담원 게이밍의 행보가 G2 e스포츠를 만나면서 결말을 예측하기 힘든 드라마로 변모했다. G2 e스포츠와의 대결은 지난해의 복수를 하고 싶은 담원 게이밍의 원한이 걸려 있고, G2와 인연을 끊고 싶은 LCK 팬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리고 LPL 리그에 맞서는 마지막 도전자 자격도 걸려 있는 경기다. 담원 게이밍이 꼭 이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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