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카사'-'나이트'가 이끄는 TES, 프나틱전에서 얻어간 것

기획기사 | 신연재 기자 | 댓글: 8개 |



결승까지 한 걸음, 우승까지 단 두 걸음 남았다. 세계 최고의 팀을 가리는 '2020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전이 오는 24일과 25일 양일간 펼쳐진다.

대회 개막전부터 우승 후보로 불리던 세 팀이 있었다. 중국의 1, 2위 탑 e스포츠(TES)와 징동 게이밍, 그리고 한국의 1위 담원게이밍이다. 징동 게이밍이 8강에서 탈락하며 이제는 TES와 담원게이밍만이 여정을 이어나가게 됐다. 그리고, 4강에서 다크호스 쑤닝과 유럽의 맹주 G2 e스포츠가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TES는 쑤닝을 만난다. 8강에서 프나틱을 '패패승승승' 역스윕시키며 힘겹게 올라온 TES와 징동게이밍을 꺾는 이변을 만들어낸 쑤닝. 스토리로만 본다면, 쑤닝의 반전을 기대해볼 법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보여준 경기력만 놓고 보면, 쑤닝도 해볼만하다는 평가가 다수다.

하지만, 해볼만 하다는 건 결국 TES의 우세가 점쳐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TES의 에이스 '카사'-'나이트'는 여전히 건재하고, '369' 또한 든든하게 상체를 떠받들고 있다. 결국 '재키러브'-'유안지아'의 기복이 변수인데, 저점이 낮은 만큼 고점이 매우 높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카사'와 '나이트', 최강의 미드-정글
세계 최고 타이틀 노리는 둘

'카사'와 '나이트'는 잘한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잘하는, 명불허전한 TES의 에이스다.

일단, 6년 차 베테랑 선수인 '카사'는 완벽한 육각형 정글러다. 어떤 메타가 와도 적응이 굉장히 빨랐고, 해당 메타의 탑 티어 챔피언을 수준급으로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인게임적으로 봐도 라인 개입, 성장, 운영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물론, '카사' 하면 갱킹형 정글 챔피언의 대표격인 리 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카사'는 상대 라이너가 빈틈을 보이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언제나 킬로 연결짓는다. 그렇다고 해서 성장형(캐리형) 챔피언에 약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가 롤드컵에 오기 전 자국 리그에서 니달리와 그레이브즈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이처럼 갱킹형, 성장형 가릴 것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카사'이기에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현 메타 최고의 픽인 니달리-그레이브즈를 견제하자니, 이번 롤드컵에서 '카사'만의 카드로 떠오른 리 신이 신경쓰인다. 실제로 리 신은 2승 5패의 저조한 승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 두 번의 승리가 모두 '카사'의 손에서 나왔다.

게다가, 그런 '카사'와 함께 허리를 지키는 선수가 '나이트'다. '나이트'의 라인전은 화려하지 않다. 거칠게 상대를 타워로 밀어넣거나, 번뜩이는 솔로 킬을 노리며 날뛰는 선수가 아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파워 랭킹 1위? 버틸만 한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경기 흐름은 '나이트' 쪽으로 넘어가 있다. 왜일까.

'나이트'의 최대 강점은 플레이메이킹이다. 언제, 어떻게 싸워야 이길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고, 이 생각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메카닉을 지녔다. 때문에 '카사'와의 시너지는 몇배로 불어난다. 싸움 전문가 둘이 뭉쳐 상대의 미묘한 균열을 제대로 파고 든다. 한타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한타 때 '나이트'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이트'는 '카사'와 마찬가지로 넓은 챔피언 풀을 보유하고 있어 밴픽으로 견제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그가 이번 롤드컵 11번의 매치에서 사용한 챔피언은 무려 9개다. 오리아나와 사일러스만 두 번 플레이했다. 설사 상성에서 밀리는 챔피언을 쥐게 됐더라도, 라인전을 우직하게 버텨낸 뒤 전투에서 픽의 이유를 증명한다. 여간 까다로운 선수가 아니다.


8강 역스윕은 또다른 경험치로
위기 극복하며 더 강해진 TES?

막강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은 TES이기에 결승전까지 탄탄대로가 펼쳐질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토너먼트의 시작인 8강에서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프나틱에게 1, 2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TES의 약점, 봇 듀오의 기복이 발목을 잡았다.




1세트, 프나틱은 레드 진영 마지막 픽으로 신지드를 가져가며 변수를 뒀다. TES는 오른-그레이브즈-조이-이즈리얼-레오나, 무난한 조합을 꾸리며 힘의 차이로 승리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그런데, 사고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재키러브'가 뜬금없는 라인 솔로 킬을 당한 것. 이때부터 그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저점이 터진 것이다. 무려 6데스를 누적하며 1세트가 패배로 끝났다.

강펀치를 맞은 TES는 방향을 바꿨다. '카사'의 장점을 살릴 갱킹형 챔피언 자르반 4세와 오리아나를 상대할 사일러스를 뽑은 것. 흔들리는 봇 듀오에게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챔피언 조합, 세나-탐 켄치를 쥐어줬다. 하지만, 이전 세트의 여파일까. '재키러브'와 '유안지아'가 또다시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무너지면서 2세트마저 패배했다.

한 세트만 더 지면 이대로 짐을 싸야하는 상황. 이때, '카사'의 리 신이 등장했다. 배짱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1티어 픽인 니달리가 살아있음에도,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롤드컵 기준 전패를 기록 중인 리 신을 꺼내든 것이다. '369' 역시 그룹 스테이지 동안 딱 한 번 꺼내 승리한 사이온을 꺼냈다. 사이온은 그 전까지 1승 2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TES는 승리했다. 잔실수가 있긴 했지만, 자신감 하나로 꺼내든 모든 픽이 통했다는 점, 그리고 봇 듀오가 흔들리던 멘탈을 붙잡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TES 쪽으로 기울었고, 그렇게 TES는 패패승승승 역스윕을 완성했다.

TES의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패배로 다양한 밴픽 패턴을 노출할 수밖에 없었고, 봇 듀오의 기복이라는 약점이 다시 한 번 만천하에 공개됐다. 하지만, TES이기에 오히려 얻은 게 더 많은 패배였다고 느껴진다. TES의 상체는 밴픽으로 막을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줬고, 봇 듀오는 들떴던 마음을 차갑게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다음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다크호스 쑤닝과 4강 맞대결
징동 게이밍을 잡아낸 쑤닝

결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 4강 상대는 쑤닝이다. 쑤닝은 열세로 보이던 징동게이밍과의 8강전에서 승리하며 이번 롤드컵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8강에서 보여준 쑤닝의 최대 강점은 피지컬을 기반으로한 난타전. 말그대로 쉴새없이 싸우면서 이득을 챙기고, 이를 승리로 연결짓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쑤닝의 봇 듀오 '후안펑'과 '소드아트'는 LPL 최고의 봇으로 평가받던 징동게이밍의 '로컨'과 '뤼마오'를 압도하며 주가를 크게 올렸다. 특히, '후안펑'은 1세트 미스 포츈으로 패한 이후 세 세트 연속 진을 꺼내들어 팀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소드아트' 역시 적재적소에 등장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결국, 쑤닝과의 4강전 첫 번째 키카드는 '재키러브'와 '유안지아'가 쥐고 있다. 폼이 오를대로 오른 '후안펑'-'소드아트'를 상대로 무너지지 않는 게 1차 목표다. 만약 이전의 고점을 끌어올려 오히려 판정승을 거둔다면, TES의 상체 3인방이 경기를 원하는 대로 풀어나가며 승리하는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키카드는 미드-정글이다. 여기서는 쑤닝과 TES의 입장이 바뀐다. '카사'와 '나이트'를 상대로 '소프엠'과 '엔젤'이 얼마나 잘 버틸 수 있을지. 반대로 말하면, 기복없이 최상위권의 경기력을 보여준 '카사'와 '나이트'가 이번에도 상대를 쥐고 흔들며 승리를 견인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더해 최고의 방패 '369'와 갱플랭크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든 '빈' 대결 구도도 볼만 하겠다.

TES와 쑤닝의 2020 LPL 상대 전적은 7승 1패(세트 기준)로 TES가 크게 앞선다. 쑤닝은 TES를 상대로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에서 단 한 번 세트 승리를 가져온 게 전부다. 가장 최근 경기인 섬머 플레이오프에서도 TES가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쑤닝은 분명 이번 롤드컵을 거치면서 성장했다. 때문에 이번 경기가 전처럼 쉽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

왕좌에 앉으면 무수히 많은 도전을 받기 마련이다. 그 싸움을 이겨내면 왕관을 지키고 역사를 이어나갈 수 있다. 도전은 해프닝이 될 뿐이다. 반면, 패배하면 왕권은 단숨에 교체되고, 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TES에게 이번 쑤닝의 도전이 TES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해프닝으로 끝나게 될 지, 그 결과를 25일 열리는 롤드컵 4강 2경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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