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수를 빛나게 만드는 게 감독의 자질" - 샌드박스 게이밍 김목경 감독

인터뷰 | 김병호 기자 | 댓글: 12개 |
김목경 감독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분명 담원 게이밍이다. 여러 게임단을 전전하며 코치직을 수행하던 김목경 감독은 자신만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직접 만든다는 쉽지 않은 도전을 했다.

김목경 감독이 만든 팀은 지금의 담원 게이밍이 됐고, 그때 피시방에서 발굴한 선수들은 이제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LCK를 세계 최고의 리그로 되돌려 놓은 담원 게이밍의 주춧돌은 ‘내 팀을 만들고 싶다’는 김목경 코치의 머릿속에서 나왔고, 그건 김목경 감독의 가장 큰 업적이다.

김목경 감독은 또 하나의 주춧돌을 머릿속에서 꺼내고 있었다. 그는 한 번의 성공은 운 일 수 있으니, 또 한 번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샌드박스 게이밍을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샌드박스 게이밍도 김목경 감독처럼 아직 증명할 게 많은 팀이라고.

새로운 도전을 앞둔 샌드박스 게이밍의 김목경 감독을 만났다. 그리고 샌드박스 게이밍이라는 도화지에 그려지고 있는 김목경 감독의 밑그림을 살짝 엿보았다.



▲ 2020년 11월 샌드박스 게이밍에 합류한 김목경 감독

Q. 샌드박스 게이밍 프런트가 김목경 감독에게 오랜 시간 동안 감독직을 제안해왔었다고 들었다. 팀의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내가 담원 게이밍에서 거둔 성공을 좋게 평가해주셨다. 하지만 정작 담원 게이밍에 있는 동안에는 팀이 잘해질수록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고민할 시간도 그리 많진 않았다. 단순히 감독이라기엔 맡은 역할이 많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담원 게이밍을 나온 후, 정비할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내년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했고, 코치로 활동한 9년 동안 한 시즌도 쉰 적이 없었다.

감독직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지 않았다. 팀의 재정이나 조건보다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을 가고 싶었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정말 많은 감독들이 FA 시장에 나왔었고, 그중에서도 나를 바라는 팀이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갈 생각이었다. 샌드박스 게이밍이 나를 제일 먼저 찾아와 계약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고민하지 않을 이유는 충분했다.


Q. 샌드박스 게이밍 채널에 올라온 영상 인터뷰에서 ‘완성되어 있는 팀은 나에게 메리트가 없다’라는 말을 했다. 어떤 의미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

선수들은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는 커리어가 좋은 선수, 이미 우승을 많이 한 선수, 시장에 등급이 있다면 최고 등급의 선수도 있을 거다. 그 친구들을 데리고 좋은 성적을 낸다면 내가 잘하는 걸까? 선수들이 잘하는 걸까?

성공하는 팀, 실패하는 팀에서 선수의 역할과 감독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담원 게이밍을 처음 만들면서 이 고민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내가 유능한 감독, 코치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이 일을 계속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담원 게이밍은) 가장 밑에서부터 실험을 했던 거고, 결과가 좋았다. 그렇지만 그 결과는 내 운이 좋아서 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 완성된 팀은 내가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 그런 팀에는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감독, 코치진이 있을 것이다.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을 빛낼 수 있게 만드는 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감독의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Q. 선수의 역량과 감독의 역량, 어떤 게 더 중요할까? 일전에 어느 감독에게 이 질문을 했었는데, 그 감독은 선수의 역량이 좀 더 중요하다고 말했었다. 축구 선수에게 메시처럼 공을 차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선수가 정말 메시처럼 공을 찰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더라.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팀은 원(One) 팀이다. 모두가 하나 되고 가족 같은 느낌의 원팀이라는 의미보다 모두가 비율을 동등하게 가진다는 뜻에 더 가깝다. 선수, 코치, 서브 선수, 사무국까지 모두가 어우러졌을 때 강한 팀이 되고, 신뢰할 수 있는 원팀이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지분도 높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가 5, 코칭스태프가 5를 해냈을 때 합쳐서 10이 되는 것이지, 그 비율이 깨지는 건 팀의 균형이 잘 맞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스타 선수에게 혹은 스타 감독에게 의지해서 어느 한 쪽이 7이 된다면,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기대게 되고,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부담이 된다.

감독은 선수의 재능을 알아보고 팀을 구성하고, 선수는 받은 기회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면, 감독은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는다. 그럼 거기서부터 선수의 능력이 감독의 능력이 되는 거다. 선수가 빛나면 감독도 빛날 수 있다.


Q. 감독으로서 팀을 만들어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선수를 볼 때, 실력보다 선수가 가진 목표나 인성, 성격, 생활태도, 습관 등을 먼저 보는 편이다. 이런 부분을 모두 충족한 선수가 항상 잘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선을 만들고 그 안에 어울리는 선수를 모아놓으면,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더라. 그런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면 성적은 따라서 잘 나오게 된다.

오늘은 졌지만 내일은 이길 수 있다는 생각, 이번에는 떨어졌지만 다음번에는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 어떤 결과를 얻든 우린 잘 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원팀의 조건이다.




Q. 김목경 감독은 유망주 발굴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유망주 육성에 재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샌드박스 게이밍은 유망주가 필요한 팀이 아니라 당장 성적이 필요한 팀이다. 감독으로서 직접 키운 선수들이 아닌 팀에 있는 자원을 가지고 시즌을 운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 그게 부담스럽지 않나?

승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에 부담을 가지지 않은 감독, 코치는 없을 거다. 샌드박스 게이밍 선수들이 기존에 있던 자원인 것은 맞다. 하지만 경력이 오래됐을 뿐, 성장할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따져본다면 이것 또한 육성이다.

모든 팀이 최고의 선수를 데려갈 순 없다. 감독, 코치라면 가진 자원으로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고 강한 팀을 만드는 게 해야 할 역할이고, 능력이다. 그런 부분에 부담을 느끼지만, 그래도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생기는 2군 리그나 아카데미를 통해서 여러 유망주들을 발굴해 볼 예정이지만, 지금은 성적을 내기 위해 지금의 자원을 가지고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


Q. 각 팀은 가진 자원에 걸맞은 게임 스타일을 보여주게 되더라. 김목경 감독이 지향하는 게임 운영 스타일이 현재 샌드박스 게이밍 로스터 자원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어느 팀을 가든 똑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할 것이다. ‘너구리’가 가지고 있는 포텐이 커서 담원이 상체 게임을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지금도 예전에도 담원 게이밍의 봇 라인이 못 했던 적은 없다. 상체가 특출나게 강했던 것뿐이다.

‘너구리’여서, ‘쇼메이커’여서, ‘캐니언’이라서 상체 게임을 했던 게 아니라 애초부터 위부터 아래로 스노우볼을 굴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공격적인 걸 선호했고, 수비적으로 팀을 운영하진 않을 거다. 언제든 오브젝트 싸움을 피하지 않고, 공격적이고 빠른 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

샌드박스 게이밍에서 색깔을 만드는 일은 담원보다 적은 시간이 들 거라 생각한다. 샌드박스 게이밍 선수들은 1부 리그에 대한 경험도 이미 가지고 있어서 내년 안으로는 어느 정도 원하는 스타일이 나올 거라 믿는다.



▲ 김목경 감독이 만든 담원 게이밍은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Q. 담원 게이밍이라는 팀을 육성하는 데 많은 공을 세웠었다. 그런 팀이 이번에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했을 때, 의미심장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었는데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나?

그 글에 더 의미를 두고 싶진 않다. 함께 트로피를 들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고, 그렇게까지 잘해준 선수들이 고맙기도 했다. 담원 게이밍이 LCK를 우승하고, 롤드컵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모든 걸 다 떠나서 옆에 없었지만 함께 목표를 달성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선수들에게 고맙고, 뿌듯했다.


Q. 리그에서 꼭 이기고 싶은 팀이 있나?

생각해본 적은 있다. 하지만 지금 목표는 내년에 가장 아래에서부터 가장 위까지 모든 팀을 한 번씩 이겨보는 것이다. 특정한 하나의 팀을 위해 쏟아붓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한 라운드를 다 치르고 나면, 못 이긴 팀이 있어서 이기고 싶은 팀이 생기지 않을까?


Q. 인터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대한 조용하게 리그를 준비하고 싶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는 건 당장 원하지 않는다. 성적이 나올 때쯤이 되면 그때는 뭔가 할 말이 생길 것 같다. 묵묵하게 열심히 해서 성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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