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칸' 향한 '만두' 통역사 응원-노래는 계속된다

인터뷰 | 장민영, 남기백 기자 | 댓글: 27개 |



프로게이머 '칸-테디-데프트-도란'의 개인 방송에서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한-중 통역 일에 가수-응원단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만두' 통역사인데요. 이제는 프로들의 유튜브 영상 제목에 '만두'라는 단어가 종종 올라오기도 했죠.

특히, 올해 '만두' 통역사는 담원 기아의 '방송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칸' 김동하와 함께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본업인 통역뿐만 아니라 방송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적극적이었는데요. 아쉽게도 도위TV와 담원 기아 간의 계약이 끝나면서 한동안 '칸-만두'의 '케미'를 볼 수 없게 됐지만, 그녀의 응원과 노래는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합니다.

혹독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프로게이머들의 삶. 이를 가까이서 지켜본 '만두' 통역의 생각 역시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 먼저 자기 소개 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만두'라는 닉네임으로 도위TV에서 통역을 맡고 있는 지안이라고 합니다. 올해는 프로게이머 '칸-데프트-테디-도란' 선수의 스트리밍 중국어 동시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Q. 닉네임은 어떻게 만두로 정하게 됐나요.

닉네임을 정할 때, 다른 통역사분들도 모두 음식으로 짓더라고요. 저는 그 날 만두를 먹어서 만두로 정했어요.


Q. 한국어 실력이 대단하던데, 한국어는 어떻게 공부하게 됐나요.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녔는데, 대학원 연구실 선배님들이 많이 알려준 게 큰 도움이 됐어요. 한국에서 오래 살기도 했고요.


Q. 통역 일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제가 LoL을 굉장히 좋아해요. 주변에서 아는 언니가 중국어 통역 기회가 있는데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줘서 시작했는데요. 대학원 다닐 때부터 시간이 나면 조금씩 했는데, 그러다가 계속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Q. KT나 담원 기아의 유튜브 채널에 '만두'라는 제목이 보일 정도로 이제 팬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어요. 작년보다 올해 인기가 많아진 게 실감이 나나요.

작년에도 담원에서 ‘너구리’ 장하권 선수 통역을 맡았는데, 이 정도로 반응이 있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칸’ 김동하 선수가 오고 나서 바뀐 것 같아요. ‘텐션’이 정말 높고 재미있게 방송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칸’ 선수 덕을 크게 본 것 같아요.

요즘 제 친구들이 영상을 보고 캡처해서 저한테 보내면서 한 번 더 실감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주변사람들이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자세히 알더라고요.


Q. 방송을 보니까 ‘칸’ 선수의 기에 ‘만두’님도 밀리지 않던데요.

저는 사실 정말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MBTI 검사를 해봐도 'I'로 시작하거든요. ‘칸’ 선수가 기운이 넘치니까 저도 그 기를 받아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Q. 담당 선수들 방송을 보면, '만두' 통역님이 질문하거나 노래하는 것까지 이제 친숙합니다. 어떻게 이런 시도를 하게 됐나요.

프로들이 방송 중에 시청자들 질문을 못 볼 때도 있거든요. 그러면 제가 대신해주기도 합니다. 통역 외 여러 일을 하게 된 건 ‘칸’ 선수 영향이 커요. 저에게 콘텐츠 생각해서 오라고 숙제를 내주거든요. 만약, 제가 준비를 잘해오면, 오늘 콘텐츠는 마음에 든다는 말을 해주기도 하죠.


Q. 프로들과 1:1 대결을 하는 영상도 많이 올라왔더라고요.

1:1 대결은 보통 방송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을 때 진행해요. 방송을 마치기 전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거나 서버 점검으로 랭크를 돌릴 수 없을 때 했습니다. 그중에 ‘도란’ 최현준 선수와 1:1 대결을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칸’ 선수는 한 손으로 저를 상대해 이겼는데, ‘도란’ 선수는 두 손 다 쓰고 승리하고 정말 기뻐하더라고요. 프로게이머에게 그렇게 기뻐할 일인가 싶기도 했는데요. 그렇지만 재미로 하는 1:1에도 ‘도란’ 선수가 진심을 다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칸’ 선수는 한 손으로 알리스타 박치기-분쇄 콤보를 넣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죠.




▲ '만두' 서포터 노래에 너그러운 원딜?

Q. 올해 원거리 딜러 '테디-데프트', 탑 라이너 '도란-칸'의 통역을 맡았다고 들었습니다. 탑 라이너와 원거리 딜러 성격이 좀 다른가요.

거의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본인이 캐리해서 승리하면 모두 좋아하고 ‘텐션’도 같이 올라가더라고요. 다른 점은 제가 노래할 때 반응인 것 같아요. 탑 라이너인 ‘칸-도란’ 선수는 제가 노래하려고 하면 절대 못 하게 해요. 제가 노래라는 말만 하면 거부 반응을 일으켜요. 뭐 그래도 아무도 저를 막을 수는 없죠. 반대로 원거리 딜러인 ‘데프트-테디’ 선수는 제가 노래하면 잘한다고 칭찬해주더라고요. 너그러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Q. 통역을 맡은 선수들이 한 명씩 LCK PO에 도전하다가 떨어지기도 했어요. 이들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이 있을까요.

저도 LCK 경기를 자주 챙겨보거든요. PO에 못 올라가게 되면 저도 안타깝더라고요. 선수들이 방송할 때 아쉬운 티를 내지 않으려는 게 보여서 더 그래요. 그래서 저도 통역할 때도 평소보다 조심하게 됩니다.


Q. 담원 기아 유튜브에서 '칸'하면 '만두' 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칸'은 어떤 매력을 가진 선수인가요.

정말 솔직하고, 유쾌하고, 말 그대로 매력이 넘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Q. '칸' 선수가 본인을 너무 좋아하지 말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만두'님의 진짜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가요.

제가 오랫동안 한 사람을 좋아해서… 이상형은 솔직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하겠습니다.


Q. ‘칸’ 선수와 친한 프로게이머, BJ들과 방송하는 모습도 봤어요. 인상 깊었던 ‘칸’의 지인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전 FPX 동료들이 기억에 남네요. 한 번은 ‘도인비’ 김태상 선수가 제가 노래해서 본인 시청자들이 모두 도망갔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당연히 ‘칸’ 선수가 노래를 못해서 ‘칸’ 선수한테 이야기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한테 한 이야기라서 당황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김군’ 김한샘 선수의 '도네이션'에 ‘칸’ 선수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원래 춤을 안 추거든요. 그런데 ‘김군’ 선수는 친해서인지 해주더라고요.

▲ '칸'도 춤추게 하는 '김군'의 '도네'(풀 영상)


Q. '칸' 선수가 갑자기 중국어로 말하면 한국어로 통역을 해주는데, 미리 사전에 맞추고 한 건가요.

‘칸’ 선수 방송에 한국, 중국 팬들이 모두 있거든요. 중국 팬들도 가끔은 ‘칸’ 선수가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걸 보고 싶어해요. 그래서 ‘칸’ 선수가 본인이 중국어로 말하면, 한국어로 대신 통역해달라고 미리 말을 해놨죠. 그리고 본인이 말파이트를 흉내를 낼 때, 말투도 똑같게 해달라고 요구해서 저도 말파이트 대사를 연습했어요. “넌, 진다.” 이런 것까지 해야만 본인의 통역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통역할 때 요구하는 게 많은 유일한 선수였죠(웃음).


Q. '칸'의 솔로 랭크 1위를 달성한 비결이 '통누나의 응원'이라는 말이 있던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 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렇게 말하는 분도 있던데, 솔직히 제 지분은 없죠. 제가 응원해줄지 물어보면, 게임을 이기고 기분이 좋아지면 듣는다고 거절하더라고요. 가끔은 제가 응원 안 하면 게임 10분은 일찍 끝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냥 ‘칸’ 선수가 실력이 뛰어나고 게임할 때 집중력이 뛰어나서 가능했던 거죠.


Q. 게임 매칭 시간 동안 '칸' 선수와 음악 퀴즈를 내고 맞추는 건 어떻게 하게 됐나요.

랭크 매칭 시간이 길잖아요. ‘칸’ 선수가 그 시간이 심심하니까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칸’ 선수가 말로는 제가 노래를 못한다고 거부하지만, 결국 음악 퀴즈는 계속했죠.

언제부터인가 시청자들이 먼저 저에게 노래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민심이 그러다 보니까 제가 또 거절을 잘 못해서 하게 되더라고요.


Q. 한국 노래는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게 됐나요.

노래 듣는 걸 좋아해서 평상시에 노래를 틀어놓고 지내요. 예전에는 한국 아이돌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힙합 음악을 듣고 있어요. 예능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릴러 말즈’의 방에 혼자 있을 때(Feat. 애쉬 아일랜드) 입니다. 요즘 방에 혼자 있을 때가 많아서 그 노래가 마음에 들어요. 가수는 애쉬 아일랜드를 좋아합니다.


Q. 방송 중에 망설임 없이 노래가 바로 나오던데,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나 봐요.

노래를 듣는 것부터 부르는 것까지 모두 좋아합니다. 예전에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면 마이크를 놓지 않을 정도였죠. ‘칸’ 선수와 방송하기 전까지 제가 노래를 못한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어요. 방송을 보니까 조금 아쉽긴 한 것 같아요.


Q. 통역을 담당하는 선수들 중 유일하게 '칸' 선수가 결승전에 진출했는데요. 응원 한마디 부탁합니다.

사랑해요 김동하! 우윳 빛깔 김동하! 김.동.하 파이팅!

제가 연예인 김희철씨 방송을 자주봤는데, 방송에서 팬들이 이렇게 해주더라고요.


Q. 몇몇 선수는 응원곡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칸’ 선수는 응원을 거부해서 없고요. T1 ‘테디’ 박진성 선수는 기분 좋을 때, 이마트 로고송을 흥얼거려요. 한화생명e스포츠의 ‘데프트’ 김혁규 선수는 팬들이 찾아준 ‘돌리랑 도트가 제일 좋아’라는 노래를 듣더라고요. 이 노래를 개사해서 ‘돌리랑 데프트가 제일 좋아’라고 부르는데, 저도 혼자 연습해서 ‘데프트’ 선수 방송에서 불렀더니 칭찬해주더라고요.




▲ '통' 연습한 '톨리랑 데프트?가 제일 좋아'


Q. 아쉽게도 이제 도위TV와 담원 기아의 계약이 종료돼 '칸'선수와 합을 맞추지 못하게 됐습니다.

결승전 꼭 이겨서 아이슬란드까지 다녀오길 바랍니다. 같이 방송할 기회는 생길 거라고 봐요. 나중에 은퇴하고 개인 방송을 할 때, 부르지 않으면 제가 찾아갈 수도 있어요(웃음).


Q. 올해 함께 해온 '데프트-도란-테디’에게도 한 마디 부탁해요.

‘데프트-도란’ 선수는 게임에서 본인이 캐리를 못하면 이기더라도 자책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테디’ 선수는 항상 유쾌해요. 그런데 가끔은 정말 늦게까지 방송하는 게 걱정스러울 때도 있어요. 앞으로도 좋은 컨디션을 잘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만두'님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갑작스러운 관심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행복한데, 팬분들이 좋아해줘서 더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튜브 영상 출처 : DWG KIA, Crimsona
이미지 출처 : DWG KIA, 한화생명e스포츠-T1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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