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젠지 스카우터에게 듣다 - '2020ver 젠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게임뉴스 | 신연재, 유희은 기자 | 댓글: 17개 |
2017시즌 슈퍼팀 kt 롤스터, 2019시즌 드림팀 SKT T1(현 T1)의 뒤를 이어 2020시즌에는 '반지원정대(우승 반지를 손에 넣기 위해 뭉친 로스터, 프로 스포츠에서 유래)'가 탄생했다. 영원한 에이스 '룰러' 박재혁을 중심으로 이적 시장 최대어 '클리드' 김태민과 '비디디' 곽보성이 뭉친 젠지 e스포츠가 그 주인공이다.

대다수의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피튀기는 스토브 리그라고 말한다. 2020시즌을 맞아 대대적인 개편이나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팀이 많았고, 욕심을 채울만큼 충분한 예산을 마련했다는 팀도 여럿이었다. 그 치열한 경쟁의 승자가 바로 젠지 e스포츠였다.

이번 영입의 중심에는 젠지 e스포츠의 스카우터가 있었다. 젠지 e스포츠는 2019년 초, 코칭스태프에 처음으로 스카우터 추가해 내실을 다지며 차기 시즌을 준비했다고 한다. 인벤은 손창식 스카우터를 만나 숨가빴던 영입 전쟁의 과정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Q.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한다.

인터뷰를 해본 적은 있어도 당하는(?) 입장은 처음이라 어색하다. 젠지 e스포츠에서 LoL팀 스카우터를 담당하고 있는 손창식이다.


Q.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 보겠다. 먼저, 스카우터는 어떤 일을 하는가.

기본적으로 선수를 찾는 역할이다. 1군 팀이 시즌 중일 때는 주로 연습생 발굴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아카데미 유지, 보수라고도 하는데, 연습생을 찾고 이들에 대한 평가 일정과 기준을 정한다. 1군이 비시즌에 접어들면 스카우터의 시즌이 시작된다. 우리가 원하는 선수에 대한 정보 그리고 선수 성격에 맞는 협상 방법 등을 정리한다.

후보군 설정도 이뤄지는데 이때 회사 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견이 갈린다. 나는 그들의 의견과 내 의견을 모두 모아 우선순위를 매겨 계속 회의를 하고, 최종 후보군을 정한다. 최종 결정은 이지훈 단장님과 최우범 감독님을 비롯한 선수단이 정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그동안 쌓은 정보들을 정리하는 게 내 몫이다.


Q. 아마추어나 프로 선수 관련 정보를 모으는 게 핵심인 것 같은데, 이전에는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나.

2012년에 e스포츠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말 뜬금없이 포모스라는 매체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이후 기자 생활을 하다가 중국의 OMG에서 코치 활동을 했고, 롱주 게이밍 사무국도 경험했다. 인벤에서도 기자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Q. 기자, 코치, 사무국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다가 스카우터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기자 때나 코치 그리고 사무국일 때 가지고 있던 장점이 하나뿐이었다. 정말 e스포츠 내에서 여러 사람들과 친하다는 것. 나는 글을 잘 쓰는 기자도 아니었고, 잘 가르치는 코치도 절대 아니었다. 사무국으로서도 경력이 짧았다.

다만 내 복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는데,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워낙 많았다. 그래서 이적 시장의 정보를 파악한다거나, 선수들을 상담해주는 일 등이 주 업무에 가까웠다.

이지훈 단장님이랑은 옛날부터 선수들 이야기를 진짜 많이 나눴는데, 어느 날 젠지에서 스카우터 채용 공고가 떴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운명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내 자리라는 마음으로 단장님과 미팅을 했고, 2019년 1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Q. 1월 중순이면, 처음 젠지에 왔을 당시에는 이미 2019 시즌을 위한 영입이 끝난 시점이었겠다.

그렇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아마추어 발굴에 집중했다. 그 당시 유명한 아마추어들은 대부분 이미 연습생으로 소속된 팀이 있는 상황이었다. 최상위 티어 구간에서는 마땅한 인재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애초에 티어 기준을 낮춰 다이아몬드 1티어부터 마스터 구간을 집중적으로 봤고, 트렌드에 맞는 친구들을 뽑았다. 나름의 기준이 있었는데, 메타를 잘 따라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연습생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시간을 정말 많이 투자했다.


Q. 이적 시장이 시작되기 전에는 어떤 준비를 하나.

일단, 나는 기존 선수단의 재계약에는 관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누가 남든, 떠나든 관계없이 팀에 필요한 선수 리스트를 만들어 보고한다. 한마디로 모든 라인을 다 본다는 거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 리스트를 준비했다.

그때, 내가 추린 베스트 멤버가 지금 현재 젠지의 로스터다. 하지만, 당시에는 '클리드' 김태민 선수가 FA로 나올지 확신이 없었고, 남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후보군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기자 일을 할 때, 선수들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분석했던 경험 덕분에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던 것 같다.


Q. 사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영입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다. 그중 승자는 젠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과정이 굉장히 궁금하다.

정말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에 담을 수가 없을 정도다.

시즌이 모두 끝나고 약 한 달 반 동안 나름의 전략을 짰다. 컨셉은 단기전이었다. 이번 이적 시장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이적 시장이 열리는 순간 무조건 계약을 결정지으려고 준비했다. 물론 그들이 나올지 안 나올지에 대한 예측을 확실하게 해야 했다.

앞에서도 말했듯 '클리드' 선수는 솔직히 예측이 안 됐고, '라스칼' 김광희 선수와 '비디디' 곽보성 선수는 100% 확신했다.

광희와 보성이를 이전 소속팀이 얼마나 애지중지 아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재계약 소식은 없었다. 이미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무소식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우리 팀에 기회가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적 시장이 열리자마자 광희랑 보성이를 만났다. 평소에 그 친구들이 나를 손 형이라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인데, 이번에는 철저하게 일 이야기를 하자고 말한 뒤에 만났다. 그 자리에서 나는 그 친구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었다. 반대로 나는 계약과 관련해 그 어떤 것도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건 단장님의 몫이고, 나는 그 친구들의 말을 전달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 감독님이 선수들 사이에서 딱딱하고, 올드하다고 소문이 나 있다는 걸 이전부터 들었다. 그것도 빨리 해결하고 싶어서 단장님과 협상하기 전에 우리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식사 자리도 별도로 마련했다.

정리하면 나는 선수들이 원하는 걸 듣는 사람이었다. 또, 사실과 다른 소문을 체크해서 해결하고, 그리고 선수들이 젠지 e스포츠에 오고 싶도록 설득해서 협상 테이블로 인도하는 과정을 맡았을 뿐이다.





Q. 젠지가 성공적인 영입을 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작용했던 점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영입 작업이 순탄했던 이유는 선수들이 싫어하는 말과 행동을 피했기 때문이다. 지금 선수들은 작년과 또 다르다. 사람이 변했다는 뜻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수들의 생각이 달라지는 거다.

지난해에는 선수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기거나, 집 앞까지 찾아가는 정성이 통했다. 그런데 지금 선수들의 속내를 털어보면 집 앞에 불쑥 찾아오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 그리고 팀의 중심이 돼서 선수들을 이끌어달란 말도 싫어한다. 적어도 내 주변에 있는 선수들은 그런 말과 행동을 껄끄러워한다. 그래서 이번 이적 시장에는 절대 그렇게 접근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정성과 성의다. 선수들이랑 사적으로 대화할 때 꼭 듣는 이야기인데, 팀을 고를 때 정성과 성의가 느껴지면 마음이 움직인다고 말한다. 그 팀이 얼마나 원하고, 노력하는지를 통해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성의는 말 그대로 연봉이다. 이 두 개가 모두 충족됐을 때 선수들은 움직인다.

또, 선수들과 친분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보니 그들이 나를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도 나만이 가진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다. 선수들이 원하는 건 누구한테든 잘 말한다. 하지만, 의외로 부정의 말을 하는 걸 어려워한다.

예를 들면, 만나자고 하는 걸 거절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나한테는 웃으면서 '싫은데요' 하고 거절을 한다. 더 나아가면, 우리 팀의 어떤 면이 싫은지도 직설적으로 들을 수 있는 거다. 이건 정말 큰 메리트다.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해 다시 협상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팀은 그 어떤 의견도 흘려듣지 않는다. 우리 단장님, 차장님, 코칭스태프 등 선수 영입 관련에 연관돼 있는 모두가 의견을 낼 수 있다. 직책이 무엇이든 의견을 내는 게 정말 자유롭다.

아무도 틀렸다고 하지 않는다. 가끔 생각 없이 내가 막 의견을 내도 누구 한 명은 반드시 진지하게 답변을 해준다. 이번에도 이렇게 하고 싶고, 저렇게 하고 싶다 말을 많이 했더니 정말 회사에서 많이 지원해줬다.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


Q. 혹시 이번 영입 과정에서 '이런 것도 했다' 라는 식의 구체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까.

앞에서도 말했듯 요즘 선수들은 집 앞으로 찾아오는 걸 부담스럽게 느낀다. 그래서 나는 본격적인 이적 시즌이 시작되고는 아예 근처의 숙박업소에서 머무르는 방법을 택했다. 불쑥불쑥 찾아가지는 않되, 그들이 만남을 원할 때 최대한 빠르게 만나기 위해서였다. 먼저 만남을 제안하기보다는 근처에 내가 있다는 걸 알려주기만 하고 그저 기다렸다. 무한 대기 모드였다고 보면 된다.

더불어 회사 차원에서 5분 대기조를 꾸렸다. 단장님과 차장님, 코칭스태프가 함께 있는 단톡방을 개설했는데, 타이밍 좋게 해외 출장을 나가 있는 인원도 있어 거의 24시간 내내 단톡방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덕분에 미팅 과정에서 이슈가 생겼을 때, 그게 언제든 윗선으로 즉각적인 전달이 가능했고 답변도 바로 받았다.

선수들의 요구 사항에 대한 피드백이 하루 이틀에 걸쳐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졌다는 거다. 아무리 중대한 사항이어도 최대 30분이었다. 발로 뛰고, 다리를 놓는 건 나였지만 결정권자는 아니었기에 미팅 자리에서 확정적인 답변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5분 대기조로 이를 보완한 것이다. 나도 편하지만, 선수들에게도 당연히 더 편한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줄 수 있었다.





Q. 스카우터로 1년여를 지내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아무래도 무시다. 어린 나이에 e스포츠에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늘 어디서든 막내였다. 그래서 선배들이 늘 귀여워 해주고 챙겨줬다. 때로는 억울한 일도 많았지만, 좋은 기억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점차 나이는 드는데, 한 곳에 오래 있지 않다 보니 무시를 받는 경우가 늘었다. 스카우터를 처음 시작할 때 누군가 나보고 무슨 능력이 있어서 그 일을 하냐는 소리를 하더라. 인맥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부터 애들이나 잘 뽑으라는 말로 일을 업신여기는 사람들도 마주친다. 연습생은 우리 팀의 미래다. 그렇게 가벼이 여겨질 일이 아니다.

그리고 기자 시절 많은 팀이 나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런데 아무런 능력도 없을 거라는 지적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참 속상한 일이다. 그래도 응원해준 분들도 참 많다. 인벤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이나 우리 단장님, 차장님 그리고 코칭스태프분들이 대놓고 응원해줬다. 돌이켜보면 2019년은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한 해다. 아마 2020년은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할 것 같다.

또, 선수들과의 친분이 일에 있어서는 분명 장점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힘들기도 했다. 그들은 선수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종종 만나서 편하게 밥먹고 영화도 보는 친구들이기도 하다. 비시즌이 되면 타 게임도 함께 즐기곤 했다.

그러나, 이번 비시즌은 전혀 달랐다. 평범한 것들이 평범하지 않게 보이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온라인으로 피파라는 게임을 한 적이 있는데, 누군가는 그걸 불편해했다. 채팅 시스템이 아예 없는 게임이었는데도 말이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 더 많은 걸 내려놨다.

근데, 나도 사람인지라 인간관계나 취미 생활을 잠시 멈추어야 한다는 것에 조금은 답답한 마음도 생기더라. 그래서 처음으로 '혼술'도 해봤다(웃음).


Q. 좀 민감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해가 갈수록 선수 풀이 작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S급, A급 선수를 데려가려는 경쟁이 매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팀 입장에서 힘든 점도 있을 것 같다.

1순위에 올라있는 선수들은 당연히 러브콜을 많이 받을 거고, 여러 조건을 제시받기 때문에 협상이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이 길어지면 당연히 팀도 지친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선수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지금 모든 팀이 구색은 잘 갖췄지만, 그중 신구 조화를 완벽하게 갖춘 팀이 얼마나 있을까. 결국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돌려막기'다.

개인적으로는 담원게이밍이나 샌드박스 게이밍, 그리핀 선수들이 처음 1부로 올라왔을 때, 그때의 신인들이 현재까지는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 그 밑 세대 선수들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팀들이 다들 아카데미를 만들고, 연습생을 공들여 키우는 거다. 이제 영입만으로는 확실히 한계가 있다.





Q. 본인이 만든 로스터에 '반지원정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뿌듯하지 않나.

반지원정대가 영화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쓰이는 걸로 알고 있다. 표현처럼 올해는 꼭 우승했으면 좋겠고, 내년에는 그 자리를 지키는 팀이 되길 바란다.

우리 팬들이 밖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선수들 방송이나 경기 보면서 힐링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격한 응원, 부드러운 응원 전부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보답할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Q. 원하는 로스터를 완성한 만큼 개인적으로도, 회사에서도 2020시즌에 대한 기대가 클 것 같다. 스카우터가 직접 예상하는 젠지 e스포츠의 2020시즌 성적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데.

일단, 최종적으로 LoL 월드 챔피언십 진출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LCK는 두 스플릿 중에 한 번은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 느낌은 그게 섬머가 될 것 같다. 프로씬에서 합이라는 건 정말 중요한 요소다. 우리가 선수들끼리 서로 친분이 있지만, 게임 내에서의 합은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그게 갖추어졌을 때, 역량 높은 선수들의 시너지가 폭발하지 않을까 싶다.

성적과 역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난 게 있다.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탑에 대해 아쉬워하는 팬들도 종종 보이더라. 이런 비유를 들고 싶다. 축구팀 첼시에 캉테라는 선수가 있다. 화려하지도 않고, 골잡이도 아니다. 근데, 이 선수가 없으면 첼시는 안 돌아간다. 다른 것들을 잘하는 선수기 때문이다. 슈팅을 날리기보다 공을 뺏어다 주고, 열심히 뛰면서 잔역할을 다한다. 한마디로 살림꾼이다.

물론 이런 말은 광희가 들으면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팀에는 성격적으로나 인게임적으로나 반드시 수비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가 필요하다. 모두가 욕심 많고, 공격적이고, 자기 것만 하려고 한다면 팀은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광희는 성격도 너무 좋고, 양보를 할 줄 아는 선수다. 그렇다고 개인 기량이 부족하지도 않다.

이런 선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번 이적 시장에 나온 선수 중에는 딱 광희뿐이었고, 그래서 나는 광희가 우리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라고 판단했다. 팀에 제일 처음 추천했던 것도 광희였다.

덧붙이자면, '칸' 김동하 선수에 대한 루머가 돌았던 거로 기억한다. 동하는 친분도 있고 하니까 비시즌 중에 만나서 국밥을 먹은 적이 한 번 있다. 그때 서로 얼굴 마주보고 딱 이 말만 했다. '화이팅'. 애초에 서로 생각이 없었던 거다. 다른 말도 필요 없이 그렇게 각자의 길을 응원하고 헤어졌다(웃음).


Q. 아직은 스카우터가 e스포츠 업계에서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분명 미래의 스카우터를 꿈꾸는 이들이 있을 거다. 마지막으로 그런 이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조언을 부탁하고 싶다.

스카우터를 하고 싶다고 연락하는 친구들이 그래도 꽤 있다. 학생인 것 같은데, 10대인지 20대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스카우터를 할 수 있냐고 묻는다. 그런 메일이나 채팅을 받을 때마다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중에는 본인이 직접 만든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거나, 즉석에서 선수 평가를 해보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리포트를 보면 항상 '팬심'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서 A라는 선수가 있다고 하자. 근데, 그 선수가 성적을 못 냈다. 근데 보고서에 A 선수가 정말 공격적이고 잘하는 선수인데, 팀과 스타일이 안 맞아서 못했다. 이런 식으로 평가를 하는 거다. 그런 친구들에게는 항상 말해준다. 팬심은 무조건 빼야 한다고.

스카우터는 냉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선수들을 볼 때 장점도 중요하지만, 단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어려운 작업인 건 사실이다. 나도 객관화를 하기 위해서 여전히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e스포츠 업계에서의 경력이나 선수와의 친분이 없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정말 특이 케이스다. 경력과 친분은 그냥 내가 가진 장점일 뿐이다. 스카우터라는 직업에 도움이 되는 자신의 장점을 더 잘 살리면 된다. 쉽게 말해 나보다 게임을 훨씬 잘 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오히려 친분이 없기에 나보다 더 냉철하게 선수를 볼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더 개발해 나가면 충분히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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