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세계 강팀의 덕목, 그리고 LCK 대표 담원이 보여준 희망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14개 |



LCK는 작년보다 나아졌을까. 답변은 담원 게이밍과 G2의 이번 2020 롤드컵 4강에서 확실하게 나온다. 작년 담원은 8강에서 G2를 만나 롤드컵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1번 시드였던 T1 역시 MSI-롤드컵 4강에서 모두 LEC 대표팀인 G2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롤드컵 4강에서 LCK 1번 시드팀과 LEC 1번 시드 G2가 대결한다. 미드 시즌 컵(MSC) 이후 LCK 상위권 팀들이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말했으나, 아직까지 8강에서 한 팀이 G2의 벽에 막힌 상황까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기대와 걱정이 교체될 법한 4강. 그렇지만 담원 게이밍에겐 작년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더 큰 팀이다. 8강에서 살아남은 팀들이 갖춘 능력, 나아가 최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을 담원이 확실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8강과 4강의 차이는?




8강에서 드러난 상위 라운드 진출팀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팀 합이다. 오래전부터 팀 합의 중요성이야 자주 언급됐겠지만, 이제 그 수준을 끌어올려 거의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1-2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낸 팀들이기에 대부분 어느 지역에서 언제 한타가 열릴지 감을 잡을 만한 능력은 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챔피언의 한두 걸음 합류 속도 차이로도 승부가 결정 나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나 세세하게 팀 플레이를 맞춰왔느냐. 이를 잘해낸 팀들이 결국 4강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 늦게 도착한 그라가스는 눈 앞에서 참사를 목격하게 되는데...




▲ 젠지 탑-서폿이 합류하기 전 교전을 끝내는 G2

영상은 TES-G2가 상대팀과 보여준 합의 차이가 나는 장면이다. TES는 프나틱과 대결에서 0:2로 벼랑 끝까지 몰리고 시작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갱킹 성공이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리 신을 꺼내든 '카사'는 부쉬에 숨어 확실한 기회를 노렸고, '위옌자'의 레오나가 미드에 도착하는 타이밍에 맞춰 칼같이 호응한다. 프나틱 역시 어느 정도 이런 움직임을 예상한 듯했으나 정글러 '셀프메이드' 그라가스의 합류가 몇 걸음 차이로 늦어지면서 상반된 한타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젠지와 대결한 G2 역시 마찬가지로 합류전에서 큰 차이를 벌렸다. 해당 영상은 '라스칼' 김광희의 카밀이 미리 내려오고 있었지만, 카밀이 도착하기 전에 미드에서 교전이 일어나는 장면이다. 이를 정확히 노린 G2가 '원더'의 쉔을 이용해 선제 공격으로 득점할 수 있었다. '라이프' 김정민의 레오나 역시 합류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한타의 승패는 결정난 상태였다. 젠지 역시 서포터와 탑이 합류하기 전까지 최대한 싸움을 피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해당 G2의 한 합으로 '라이프-라스칼'의 움직임과 시간까지 의미를 잃게 됐고, 스노우볼은 크게 굴러갈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걸어온 교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각오만으로 부족한 한타로 상대보다 정교하고 침착한 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두 장면이었다. G2는 몇 걸음 차이를 확실히 좁히기 위해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이를 상대하는 사일러스, 탑 쉔, 그리고 서폿 탐 켄치까지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이었다.


남다른 속도와 심리전까지 더 해진 담원





그렇다면 담원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처를 선보였을까. 앞서 G2가 글로벌 운영 픽을 중심으로 합류전에서 우위를 보였다면, 담원은 움직임만으로 이를 해낸다. 협곡의 전령이 나오는 시간 전후로 올라오는 '베릴' 조건희가 '상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확실하게 미드-정글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상체' 싸움이나 오브젝트 한타에서 담원이 승리를 하는 장면이 나오곤 했다.

무엇보다 탑 라이너 '너구리' 장하권이 보여주는 합류전이 예사롭지 않다. 이전까지 '너구리'는 무력을 바탕으로 1:1 구도에서 강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올 여름부터 확실하게 팀 게임을 하는 선수로 거듭난 듯하다. LCK 결승전부터 상대 정글로 들어가 레넥톤으로 정글러를 솔로 킬내는 장면을 만들어내더니 롤드컵에서는 오른으로 한타 지점에 빠지지 않고 미리 서 있다. 심지어 관전 화면이 돌기 무섭게 교전을 열어버린다. 팀원들의 부드러운 호응이 이어지면서 한타가 담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렇듯 '너구리'까지 팀플레이에 참여하는 담원은 속도와 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듯했다.






▲ 전령 전투 압도, 드래곤 전투는 영리하게 피한 담원

더 무서운 건 담원이 그 속도를 본인들이 조율한다는 점이다. 드래곤의 안정적인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강하다고 섣불리 교전을 열지 않았다. 이전 단계에서 교전으로 상대를 충분히 위협했다면, 그 이후는 매복 플레이로 보이지 않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상대는 담원이 어떻게 들어올지 확실한 정보 하에 본인의 플레이를 하고 싶을테지만, 담원은 그 정보마저 쉽게 내주지 않는다. 그러면 상대가 느끼는 위협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해당 플레이로 담원은 어떤 교전도 없이 드래곤 3스택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어느덧 담원은 단순히 무력만 강한 팀이 아닌, 이를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아는 팀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담원은 아래 영상처럼 한타의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개개인의 스킬 시전이 정교한 것은 물론, 이를 뒷받침해주는 연계에서 확실히 뛰어난 모습이다. 아군의 움직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런 합까지 탄탄하게 받쳐주기에 담원의 힘이 더 돋보인다.


팀의 기량을 절대치로 판단하긴 쉽지 않다. 1:1 대결은 상대적인 것이니까. 승자가 당연히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룹 스테이지에서 완승을 이어갔던 TES가 8강에서 프나틱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은 예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그룹 스테이지에서 안일했던 2위 G2가 8강에서 3:0 승리를 거두는 결과도 나온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팀들이 붙어보기 전까지 실력적 우위를 판단할 수 없다.

다만, 담원은 절대평가를 했을 때도 무시하지 못할 능력을 보여왔다. 다른 강팀 경기 중에서 확실히 돋보이는 경기력이었다. 그리고 4강부터는 LPL-LCK-LEC 최고의 팀들이 맞붙기에 모든 팀의 절대적인 기량이 확실히 드러날 것이다. 이들을 상대로 팀 합과 속도 면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담원의 기량은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LCK를 대표하는 담원이 이번 4강부터 절대적인 능력치를 입증해주길 바란다.





2020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4강 일정

1경기 담원 게이밍 vs G2 - 24일 오후 7시
2경기 수닝 vs 탑 E스포츠 - 25일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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