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기대 이상 저력 뽐낸 프나틱, TES의 무적 상체 앞에 서다

게임뉴스 | 박태균 기자 | 댓글: 8개 |



프나틱은 2018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준우승 이후 2019년을 앞두고 미드가, 2020년을 앞두고 정글이 교체됐다. 이러한 리빌딩에도 불구하고 프나틱은 우수한 기량과 팀 호흡을 자랑하며 꾸준히 LEC 최상위권을 기록했고, 올해도 어김없이 롤드컵 무대를 밟으며 통합 8회 및 4회 연속 롤드컵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그리고 지난 그룹 스테이지에서 프나틱은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젠지-LGD 게이밍과 함께 C조에 속하며 혼전이 예상됐는데, 두 팀을 상대로 나란히 1승 1패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이며 8강에 올랐다. 작년 롤드컵에선 8강에 그쳤던 그들이기에 더 높은 곳을 향한 열망은 누구보다 뜨거운 상황. 하지만, 프나틱은 탑 e스포츠라는 최악의 상대를 만났다.


건장한 상체, 그런데 상대가 하필

젠지와 LGD 게이밍을 꺾은 두 번의 승리 시나리오는 매우 흡사했다. '힐리생'의 레오나를 필두로 봇 라인에 쉴 새 없이 노림수를 던져 이득을 챙기고 스노우볼을 굴렸다. 이러한 플레이의 밑바탕에는 오리아나를 꺼낸 '네메시스'와 오른-볼리베어를 꺼낸 '뷔포'가 상대 라이너의 발을 묶은 것이 깔려 있었고, 상대 정글보다 영리하게 움직인 '셀프메이드'도 있었다.

현재 프나틱의 상체는 확실히 강하다. 변칙적인 플레이가 장점이었던 '뷔포'는 올해 무력까지 장착해 단단하게 활약 중이며, '네메시스'는 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밀리지 않으며 상대가 흔들렸을 땐 캐리도 한다. 올 시즌 새로 합류한 '셀프메이드'는 금세 프나틱의 중심이 됐는데,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노련하면서도 감각적인 플레이를 자랑하며 유럽 최고 정글러 자리를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상대가 탑 e스포츠다. '369-카사-나이트', 닉네임만 나열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2020 롤드컵 최강의 상체다. 기복이 가장 컸던 '369'는 이번 롤드컵에서 '9'의 모습만 보이고 있고, 한동안 흔들렸던 베테랑 '카사'는 팀을 보조하던 기존의 플레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성장형 정글 캐리 메타에 몸을 맞춰 끼우며 다시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탑 e스포츠의 심장 '나이트'에 대해선 많은 말이 필요 없겠다. 2019 LPL 섬머 스플릿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20 LPL 섬머 스플릿에서 역대급 존재감을 발휘하며 정규 시즌-결승 MVP, 올-프로 퍼스트 팀에 선정됐다.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한 덕에 소년 가장 시절의 압도적인 폭발력은 보기 어렵지만, 위기나 중요 순간에는 반드시 '나이트'의 슈퍼 플레이를 찾게 된다.


명백한 체급 차... 균열을 만들어라

그룹 스테이지에서의 경기력을 바탕으로 했을 때 프나틱이 정면 대결을 거는 건 좋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탑 e스포츠는 상대를 찍어누르는 괴력은 물론 주도권이 없을 때 상대의 공격을 모조리 흘려내는 철통같은 수비력까지 모조리 뽐냈기 때문이다. 특히 탑 e스포츠의 상체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챔피언 픽의 의미를 살리기에 뚫어내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이에 프나틱은 초반부터 균열을 일으켜야 한다. 탑 e스포츠가 그룹 스테이지에서 기록한 유일한 패배를 떠올려보자. 블리츠크랭크를 꺼낸 플라이퀘스트는 첫 정글 싸움부터 퍼블을 냈고, 봇 2:2 구도에서도 추가 킬을 만들며 '와일드터틀'의 애쉬를 빠르게 키웠다. '369'-'카사'가 탑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메웠으나 잘 성장한 애쉬의 한타 능력을 앞세워 끝내 탑 e스포츠를 꺾었다.

마찬가지로 프나틱도 이른 타이밍의 변수 창출이 필요하다. 그것이 예상치 못한 인베이드가 됐든, 적극적인 라인전을 통한 솔로 킬이 됐든, 한 박자 빠른 다이브가 됐든 말이다. 물론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고 리스크도 크지만, 어차피 경기가 중후반까지 무난하게 넘어간다면 어김없이 '재키러브'의 시간이 찾아온다. 역전이 불가능해지는 그 시간에 도달하기 전에 프나틱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짜내 탑 e스포츠에게 맞서야 한다.

어쩌면 '셀프메이드'가 이번 대결의 키 카드가 되지 않을까. '셀프메이드'는 니달리와 릴리아를 비선호하는 대신 헤카림-이블린의 숙련도가 매우 높은데, 두 챔피언 모두 6레벨 달성 이후 단 한 번의 선택으로 경기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룹 스테이지 1경기에서 커리어 최초로 꺼낸 후 3연 전승을 기록 중인 '뷔포'의 볼리베어가 '369'를 압도하는 그림도 상상해볼 수 있다.


프나틱의 유쾌한 반란




프나틱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너무나 많은 대결이다. 모든 라이너가 솔로 킬을 내주면 안 되는 건 당연하고, '셀프메이드'는 '카사'와의 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 와중에 적극적으로 변수를 만들어 초반부터 우위를 점해야 한다. 탑 e스포츠에게 한 번이라도 흐름을 내준다면 역전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잠깐의 방심이나 사소한 실수도 금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고난을 뚫고 따내는 승리는 그 무엇보다 달콤하겠다. 2018 롤드컵 8강서 G2 e스포츠가 풀세트 끝에 RNG를 꺾었던 이변이 아직도 회자되는 것처럼, 이번 대결에서 프나틱이 승리한다면 롤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발자취를 새기게 될 것이다.


■ 2020 LoL 월드 챔피언십 8강 3경기

탑 e스포츠 vs 프나틱 - 17일(토) 오후 7시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