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저의 편지,

Cocoa 기자 | 댓글: 33개 |




'구룡쟁패, 3일만에 접었다.'


어느날 한 통의 메일이 본 기자의 메일함에 날아들었다.


'구룡쟁패의 발전을 바라는 한 유저' 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메일의 발신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더 이상 이 게임을 할 수가 없다' 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첫 문장에 그 장문의 메일을 끝까지 읽어보게 되었고
그 대강의 내용을 아래에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구룡쟁패의 발전을 바라고 있는 한 유저입니다, 아니 유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 이 게임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제게 이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한 걸까요.


딱히 접는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하드디스크에서 게임을 삭제하는 그 순간에
처음 게임을 설치하고 첫 플레이를 하면서 들었던 그 느낌을 떠올려 버렸고
그래서 마지막 마당에 한 말씀이나마, 제가 이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통해
구룡쟁패가 조금이나마 더 나은 게임이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것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족한 글이지만, 가능하다면 제 글을 기사로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처음 구룡쟁패를 접하게 된 것은 어느 무협 사이트에서였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무협게임', '정통 무협', '무협 작가가 직접 참여한 무협게임' 등
여러가지 수식어가 그 앞에 붙어 있던 이 게임을 저는 상당히 기대했었습니다.


몇 번 있었던 클로즈 베타에 떨어져서 오픈베타를 기약했던 저는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할 때쯤 큰 일이 생겨 아쉽게도 게임을 할 처지가 못 되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이 게임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며칠 안 되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기다려 온 보람도 없이 저는 지금 이 메일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 게임을 설치하고 실행했을 때는 앞에 언급했다시피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물약 만능 게임류가 취향에 맞지 않던 터라 당시 구현은 안 되어 있었지만
음식 시스템이나 운기 시스템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바로 이것이 무협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각 무공의 동작도 좋았습니다.
또한 무공을 수련할 때 미니 게임을 도입한 것도, 그냥 돈만 내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노력을 해야만 그 경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훌륭히 대신해 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반에는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색다른 레벨 명칭도 그랬고, 일정 레벨이 되어
성취단계가 오르게 되면 '운기조식'을 미니게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랬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공을 불어넣어 준다는 설정으로 하여 누군가가 손을 대어 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설정이 신선했던, 빈사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과






[ 빈사상태일때 손을 대면 살아난다 ]



마치 무협 소설을 읽는 듯한, 아니 단지 읽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내 자신이 무협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그 에피소드들을 실제로 풀어 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강호풍운록
(퀘스트) 시스템 등....


정말로 처음 접했을 때의 구룡쟁패는 정말 해 보고 싶은 게임임에 틀림 없었습니다.
몇 가지 부족한 점이나 아쉬운 점이 눈에 띄기는 해도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을 정도였지요.


그러나


3일만에 주천화부 8성을 찍고, 저는 더 이상 클라이언트를 구동하지 않았습니다.
고작 3일을 갖고 게임을 다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물론 게임 상의 자잘한 사항이나 커뮤니티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느끼지 못한 것들도 많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커뮤니티라면, 커뮤니티로 유명한 게임이 이미 많은 유저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줄기가 바로 서지 않으면, 가지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 나무는 볼 것이 없겠지요.


한 마디로 제가 느낀 구룡쟁패의 문제점은, 제가 포기한 저 시점에서 제겐 이미
게임을 하는 목적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재미를 위해 하는 게임이었으니만큼
재미있지 않게 된 시점에서 이미 끝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해 오고, 그렇게나 오랫동안 기다려 온 이 게임이
갑자기 왜 '재미'를 잃었을까요?


그 대답은 이미 많은 분들이 해 왔고, 여러 기사에서 다뤄진 바 있기 때문에
제가 말을 해야 반복하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겠습니다만...


지금 구룡쟁패에 접속해서 게임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반문해보면,
남은 것은 레벨업 뿐인데 이조차 제한에 묶여 지나칠 정도로 더딥니다.
퀘스트도 다 했고, 상위 레벨 퀘스트가 몇 개 있긴 하지만 사실 문파별로 다 똑같습니다.
물론 직접 해 본 것은 아닙니다만, 조금만 검색하면 나오지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모든 문파에 비극적으로 죽은 천재 제자가 있고, 똑같은 일로 죽었고,
그 일을 어느 문파에 가든 볼 수 있다면 이 문파에 입문하나 저 문파에 입문하나
상관없이 다들 겪을 수 있는 흔한 일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문파별로 퀘스트에 대한 특색조차 없다는 것이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무협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무협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내 자신이 스스로 무림의
영웅이 된 듯이 이런 저런 일들을 해결해 주면서 의와 협을 행하고, 그로 인해 얻는 뿌듯한 감정과 함께
일을 의뢰한 사람들로 부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얻은 기물들... 자랑스러운 개방, 소림, 녹림, 비궁.


그런데 어제 옆 문파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하면 얼마나 우습습니까.
듣자하니 새로운 문파가 추가된다고 하여 무당과 마교가 이제 업데이트 된다고 하는데
저는 또 똑같은 퀘스트와 똑같은 직책, 똑같은 사냥터에 똑같은 패턴이 될 것 같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두렵습니다.


극악한 무공 숙련도때문에 무공을 배우기가 겁날 지경이고, 극성까지 올리지 않으면
동행에서 거부당하는 일이 잦아 마을이든 일반 사냥터든 매크로 사용자로 가득할 정도...






[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



게다가 최근 업데이트에 대한 평가는 대략 이랬지요.


일부 레벨 유저들만을 위한 보스전, 생사결.
너무 비싼 인챈트 시스템, 영약
열었다 하면 클라이언트 다운, 본 서버엔 업데이트도 안 된 패왕궤
너도나도 천하제일검, 별호


그러한 상태에서 자극적인 이벤트로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자는 생각에 웃음만 났습니다.
미인 대회.... 아름다운 여성분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지요.
그렇지만 그 미인대회에 상금으로만 천오백, 이천씩 투자해서 얻을 것은 무엇입니까?
그 돈으로 차라리 맛있는 밥이라도 드시고 게임 개발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되더군요.


또한 구룡쟁패를 플레이하는 유저분을 뽑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어딘가에서 보고 응모한 사람들 중 한 분이 뽑히겠지요.


이번 이벤트로 인해, 확실히 신규 유저는 많이 들어올 겁니다.
어, 생각보다 재미있네? 하면서 푹 빠져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문제는 그것이 언제까지 가느냐 그겁니다.


저처럼 게임을 접고도 오랫동안 홈페이지니 커뮤니티 사이트니 왔다갔다하면서
이 게임이 어떻게 될까 관심있게 보는 유저들도 적지 않을겁니다.


그런 유저들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왜 그렇게 재미있던 게임이 단순 작업에 지나지 않게 돼 버리고
도대체 왜 기존 유저들은 떠나고, 그 자리를 신규 유저들로만 채우려고 하는 겁니까.


천천히 업데이트 하는 건 좋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가다 보면
이미 유저들에게 믿어 달라고 해도 믿지 않게 되어 있을겁니다.
벌써 지쳐 떨어져 나간 유저들이 몇인지는 굳이 제가 강조하지 않아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메일이 게임의 모습을 전부 그대로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현재의 구룡쟁패를 정말 즐겁게 즐기는 유저분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확실히 지금의 구룡쟁패가 바로잡고 고쳐나가야 할 방향은 지금까지 여러번 지적되어 왔다.


다행히 현재 구룡쟁패는 오픈베타 테스트 중이기 때문에 여러 테스트와 수정이 비교적 용이하다.
오픈베타 게임에서 테스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며
문제는 유저들의 끊임없는 지적과 제안을 얼마나 적절히 수렴하는가에 달린 것이다.


최근 이와 관련해 건의 리포트를 꾸준히 정리하여 유저 의견이 얼마나 수렴되고 있는지 보여준 것과
설문조사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의 노력은 다행스럽게도 고무적인 일이다.


유저들은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제안하며,


개발사는 쓴소리를 비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비방 속에서도 취할 점을 취하는 것을
꾸준히 해 나가, 그것을 유저들이 잘 알 수 있도록 자주 공지하여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


항상 이전보다 조금씩 더 나아진 구룡쟁패의 무림에서 모두 함께 웃음지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구룡쟁패 인벤팀 - Cocoa
(cocoa@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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