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겐지가 내가 된다! 겐지 그 자체, '아카로스' 장지수

인터뷰 | 신동근 기자 | 댓글: 140개 |
여성 게이머들은 반가운 존재지만 때때로 팬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아직 많은 유저들은 '잘하는 여성 유저'라고 하면 일단 '대리'나 '버스'부터 의심하게 되고, 그런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것 봐라'며 여성 유저들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편이죠. 그만큼 모두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잘하는 여성 유저를 찾기란 종목을 불문하고 꽤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인정을 안 받을 수가 없는,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닌 여성 유저가 오버워치에 나타났습니다. '겐지수'란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아카로스' 장지수 선수죠. 부산에서 열린 오버워치 페스티벌에서 엄청난 겐지 실력을 뽐낸 장지수 선수는 그간 게이머들이 여성 게이머에게 갖고 있던 편견을 완벽하게 깨뜨렸습니다. '잘하는 여성 유저 여기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죠.

장지수 선수와의 인터뷰는 아티즌 팀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그렇게 진행됐습니다.





Q. 안녕하세요, '아카로스' 선수!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아티즌 팀에서 딜러를 맡고 있는 '아카로스' 장지수입니다. 베타 때는 '파키'라는 아이디를 썼어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에서 게임을 하다가 오버워치 클로즈 베타에 당첨된 지인이 아이디를 양도해준 덕분에 게임을 시작했어요.


Q. 오버워치를 하기 전에는 어떤 게임들을 하셨나요? 그런 게임들을 하다가 오버워치로 넘어온 계가를 알고 싶네요.

이것저것 다 했는데, 하드코어하게 한 건 와우 뿐이에요. 오버워치를 하고는 싶었는데 당첨이 되지 않아서 하지를 못하다가 지인의 도움 덕분에 시작할 수 있었죠.


Q. 방송에서 해설자들이 게임을 굉장히 잘한다고 칭찬을 하던데, 전에 하던 게임에서 어느 정도 위치였나요?

와우를 할 때 제가 레이드 딜러 랭킹 세계 2위였더라구요. 세계 랭킹 10위 내에 제 캐릭터만 5개가 있었고요(웃음). 가장 심했을 때가 1위부터 8위까지 다 제 캐릭터만 있을 때가 있었어요.

▲ 나, 나도 겐지 할 거야...!

Q. 아직까지 여성 게이머들은 남성 게이머들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많은데, 이런 점 때문에 고충을 겪었던 적은 없나요?

게임을 할 때 제가 여자인 건 아무도 모르고, 말해줘도 안 믿어요. 와우를 할 때 레이드 킬 국내 1위를 달성해서 인벤에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스카이프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 인벤 기자분이 여성 게이머 언급을 하니까 공대원들이 우리 공대에 여자가 어디있냐고 할 정도였어요. 아직까지 여성 게이머란 이유로 불이익이나 차별같은 걸 받아본 적은 없네요.


Q. 오버워치 페스티벌의 영향 덕분에 '겐지수'로 알려지게 됐는데, 유명세를 타고 나니 기분이 어떻던가요?

약간 억울한 감도 있는 게, 와우를 할 때는 지금 오버워치를 할 때보다 훨씬 잘했어요. 그런데 와우를 할 때는 스포트라이트를 한 번도 못 받아봤는데, 오버워치는 그보다 훨씬 못하는데도 주목을 받더라고요. 와우랑 달리 오버워치에선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까 '역시 게임 라인을 잘 타야하나'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어요.


Q. 겐지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데, 겐지를 플레이할 때 알아두면 좋은 팁이라도 있나요?

겐지를 잘 하려면 다른 캐릭터를 많이 해서 튕겨내기 타이밍을 익혀두는 게 좋아요. 맥크리의 섬광탄이나 솔져:76의 나선 로켓 등이요. 반응 속도만으로 그걸 튕겨내는 건 사실상 힘들거든요. 아무것도 없이 겐지를 하면 그런 타이밍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겐지충'이 되기 쉬워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합을 보고 바꿀 줄 알아야 해요. 겐지를 고집할 만한 상황이 무조건 있는 게 아니니까 픽도 유동적으로 가져가야 해요.




Q. 오버워치 페스티벌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했었어요.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물론 아쉬웠죠. '파인' 선수의 위도우메이커가 너무나 압도적이었어요. 스크림에서도 굉장히 벅찬 상대였거든요. 다만 OGN 페스티벌에서 저희가 굉장히 극단적인 2겐지 픽을 해서 상대 위도우메이커를 끌어내리려고 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둬서 나름대로 만족스러웠어요.

국내외를 통틀어 겐지를 자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어떻게 보면 결코 나올 수가 없는 픽인데, 우리가 그걸 한 뒤로 해외 대회에서 2겐지가 나오더라고요. 해외 대회를 보고 우리가 카피하는 게 대부분인데, 입장이 반대가 된 걸 보고 꽤 마음에 들었어요.


Q. '파인' 김도현 선수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오버워치 게이머가 됐어요. 일종의 라이벌이 된 셈인데, '파인' 선수를 평가하자면?

굉장히 잘하죠. 특히 '파인' 선수가 하는 위도우메이커는 제가 따라할 수도 없어요. 저는 위도우메이커에 소질이 없어서 볼 때마다 정말 감탄스러워요. 사람이 쏘는 것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둘 다 딜러를 맡고 있는데, 게임 특성상 6:6구도이기 때문에 1:1 상황에서의 우위를 따지기보다는 누가 더 '엄마아빠'를 많이 불러오나 싸움인 것 같아요.


Q. 본인이 만일 다른 선수 하나를 영입할 수 있다고 한다면, 누구를 데려오고 싶으신가요?

아무래도 해외의 '시걸' 선수나 '파인' 선수겠죠. 두 선수 다 개인 기량이 월등해요. 사실 팀 전체적으로 가장 필요한 인재는 '어썸가이' 선수에요. 탱커를 주로 하는 선수가 한 명 뿐이라서 서브 탱커가 필요하거든요.


Q. 합숙 생활을 하는 프로 팀이 아니라 연습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연습은 보통 어떻게 하시나요?

팀에 고등학생이 있어서 일단 그 친구가 학교가 끝나야 하고, 여자친구가 있는 멤버가 또 데이트 일정이 없어야 하고...(웃음) 아무튼 이래서 연습 일정 잡기가 힘들어요. LW팀의 경우는 실력자들 중에 시간이 되는 사람들 위주로 모았기 때문에 연습을 할 시간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반면 저희 팀은 이미 이 멤버가 모였기 때문에 바꿀 수도 없고... 합숙 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정식 출시가 된 후 스크림을 지금까지 두 번 밖에 못했어요. 일주일에 스크림을 많이 해야 두 번이고 항상 공방만 돌리고 있어요.




Q. 앞으로 오버워치 프로 팀이 창단된다면 그런 곳에 자리를 잡고 진지하게 프로로 임할 생각이 있나요? 만약 한다면 어느 팀을 희망하시나요?

우리 팀은 이미 얘기가 끝났는데, 나이가 좀 많은 '장어왕' 선수는 플레이어에서 물러난다고 했어요. 대신 저희 팀을 케어해주기만 할 예정이고요. 아직 딱히 생각해본 팀은 없어요. 모든 걸 '장어왕' 선수가 관리했기 때문에 저희는 그냥 그분이 통보해주는대로 '그런가보다'할 뿐이거든요. 그리고 전 와우만 해서 사실 아무것도 몰라요(웃음).


Q. 여성 게이머인 만큼 만약 프로게이머로 데뷔 후 합숙 생활을 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점이 생길 것 같아요. 그런 점에 대한 고민은 해보지 않았나요?

팀원들이 많이 배려를 해 줘서 실제로 벡스코에 갔을 때 숙소 문제도 팀원들이 먼저 저에게 의견을 물어봤었어요. 많이 챙겨주기 때문에 그런 점은 없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께 한 마디 해 주세요!

앞으로 방송을 자주 하게 될텐데 많이 보러 와 주세요. 겸사겸사 저희 팀원들도 방송도 많이 봐 주시고요. 형제 팀에 '불길이널삼키리라' 선수가 계신데 시청자가 없어요. 항상 13명만 있는데 그게 우리 팀원이 아니에요. 볼 때마다 더도덜도 말고 꼭 13명이더라고요. 우리끼리는 알리바바와 13인의 도적이라고 부르고 있어요(웃음). 서포터 유저라 그런지 실력에 비해 유명세를 덜 탄 것 같은데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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