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포켓몬 GO의 배틀 시스템이 낳은 철옹성 - 럭키 & 해피너스

게임뉴스 | 문영호 기자 | 댓글: 14개 |
럭키는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서 간호순과 함께 포켓몬센터를 담당하는 모습으로 익숙한 포켓몬이다. 행운을 뜻하는 럭키라는 이름처럼 행운이 따라줘야만 만날 수 있으며, 손에 넣기도 어려운 편이다. 가령 원작 포켓몬스터 시리즈 1세대에서는 사파리 존에서 매우 낮은 확률로 출현하는 데다가 금방 도망가버린다. 포켓몬 GO에서도 지난 2월의 발렌타인 이벤트 당시에만 드문드문 목격되었을 뿐, 평상시에는 운이 따라줘야만 만날 수 있는 포켓몬이기도 하다.

럭키의 특징은 모든 포켓몬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HP다. 그러나 포켓몬 GO에서는 공격력과 방어력이 부족해 실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 2월의 2세대 성도지방 포켓몬 업데이트 이후 럭키는 그동안 받지 못했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바로 럭키의 진화 형태인 '해피너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해피너스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행복 포켓몬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포켓몬 GO에서의 해피너스는 많은 트레이너에게 행복을 안겨주기보다는 짜증과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역설적인 포켓몬이기도 하다.



©Nintendo・Creatures・GAME FREAK・TV Tokyo・ShoPro・JR Kikaku ©Pokémon



■ 포켓몬스터 1~7세대의 럭키&해피너스 - 높은 HP와 뚜렷한 약점

포켓몬 GO의 HP 기본 능력치는 원작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종족치가 거의 그대로 반영되었다. 포켓몬 GO의 럭키와 해피너스가 HP를 바탕으로 강세를 보이듯, 원작 시리즈의 럭키와 해피너스 역시 높은 HP를 자랑했다.

원작에서의 HP 종족치는 럭키가 250, 해피너스는 무려 255로, 이는 1세대 포켓몬 중 2위인 잠만보의 160의 1.5배가 넘는 값에 해당한다. 여기에 기술머신을 이용해 작아지기나 그림자분신을 쌓아 회피율을 높여 지구전으로 버티거나 카운터, 참기 등 받은 대미지를 두 배로 되돌려주는 기술과의 궁합이 좋다. 간신히 HP를 깎았다 하더라도 럭키와 해피너스만 배울 수 있는 기술인 '알낳기'를 사용하면 최대 HP의 절반을 회복해버렸다.

여기에 1세대 당시의 특수성은 럭키가 더욱 활개를 치게 했다. 2세대 이후부터는 특수공격과 특수방어 종족치가 분리되어 있었지만, 그 이전인 1세대에서는 특수공격과 특수방어가 '특수'라는 하나의 능력치로 통합되어 있었다. 당시 럭키의 특수 종족치는 105. 특출나게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튼튼한 맷집을 바탕으로 눈보라나 불대문자를 날리는 럭키를 쓰러뜨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었다.



▲ 2세대에 들어 럭키는 약화되었지만, 진화체인 해피너스가 등장했다!

2세대 골드/실버 버전에서 특수의 공방 분리가 벌어지며 럭키의 특수 능력치는 각각 특수공격 35와 특수방어 105로 나뉘었다. 이 때문에 상대의 특수 기술에 대한 내구도는 여전히 유지되었지만, 럭키가 사용하는 특수 기술의 화력은 크게 감소되었다. 그러나 럭키의 진화 형태인 해피너스가 나타나며 럭키 일족의 영광을 계승했다.

해피너스는 HP 종족치로 최대치인 255가 배분되었을 뿐만 아니라, 특수공격과 특수방어도 각각 75와 135로 상향되었다. 비록 특수 105로 때리던 1세대의 럭키보다는 부족한 화력이지만, 특수방어가 더욱 높아져 상대가 물리 공격을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능력은 더욱 강해졌다.

럭키의 영광 역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진화 형태인 해피너스가 등장하며 미진화 포켓몬만 출전할 수 있는 리틀컵의 출전 자격이 부여되었다. 이 때문에 2세대 당시에는 스라크와 함께 리틀컵의 강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또한, 5세대 블랙/화이트 버전에서는 미진화 포켓몬만 소지할 수 있는 '진화의휘석'이라는 도구가 추가되며, 휘석 럭키가 일반 해피너스 이상의 특수방어를 뽐내기도 했다.

이런 럭키와 해피너스에게도 물리 공격이라는 뚜렷한 약점이 있다. 둘의 물리방어 종족치는 각각 5, 10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여기에 위력 120의 인파이트나 엄청난힘 등 약점타입인 격투타입 기술에 자속보정이 곱해지면 해피너스의 장점인 높은 HP를 살리기도 어렵다.



▲ 해피너스는 약점인 물리, 특히 격투타입에 취약하다. 하지만 포켓몬 GO에서는...



■ 포켓몬 GO의 해피너스 - 난공불락의 철벽 방어



▲ 물리/특수의 통합으로 강력한 탱커가 되어버린 해피너스! (출처 : 포켓몬 GO 인벤 도감)

그러나 이 약점은 원작 시리즈에서의 이야기일 뿐, 포켓몬 GO에서는 그렇지 않다. 포켓몬 GO는 원작에서의 몇 가지 요소가 간략화되었으며, 이러한 요소들 대부분이 럭키와 해피너스, 특히 체육관 방어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변경점은 공격과 방어 각각에서 물리와 특수 나뉘어 있던 종족치가 하나로 통합된 점이다. 이때 물리와 특수 종족치를 평균내는 것이 아니라, 둘 중에서 높은 쪽과 낮은 쪽의 종족치가 약 7:1의 비율로 반영된다. 이 때문에 물리와 특수 중 어느 한쪽에 특화된 포켓몬일수록 포켓몬 GO에서는 더 높은 기본 능력치를 갖게 되며, 럭키와 해피너스가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자속 보정과 타입 상성이 약화된 점을 들 수 있다. 자속보정은 원작에서는 50%의 위력 보너스를 받았지, 포켓몬 GO에서는 그 절반인 25%만이 주어진다. 타입 상성 역시 약점을 찌르면 위력이 2배가 되는 원작에 비해, 포켓몬 GO에서는 1.25배로 그 효과가 크게 약화되었다. 따라서 원작에서는 격투타입 포켓몬이 사용하는 격투타입 기술에 3배 위력의 피해를 받았지만, 포켓몬 GO에서는 1.56배로 위력 보너스가 줄었다.

낮은 보너스에도 불구하고 괴력몬을 비롯한 격투타입 포켓몬은 여전히 럭키와 해피너스의 카운터 포켓몬으로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격투타입 포켓몬을 사용하는 것이 마냥 유리한 것은 아니다. 바로 럭키와 해피너스는 에스퍼타입과 페어리타입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며, 격투타입 포켓몬은 이 두 타입 모두에게 약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약점을 찌르기 위해 기용한 포켓몬이 오히려 약점을 찔리는, 그야말로 자충수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시간에 해피너스를 쓰러뜨리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격투타입 포켓몬으로 싸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 격투타입 포켓몬의 약점은 에스퍼, 페어리 기술 (출처 : 포켓몬 GO 인벤 상성 계산기)



▲ 그리고 해피너스는 에스퍼, 페어리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출처 : 포켓몬 GO 인벤 도감)

100초의 배틀 제한 시간마저 해피너스의 편이다. 상대방이 체육관을 빼앗기 위해서는 포켓몬을 최대한 많이 쓰러뜨리는 것이 좋다. 그런데 해피너스는 높은 HP와 튼튼한 방어력을 바탕으로 장기간 버티는데 특화되어 있다. 따라서 상대가 해피너스를 쓰러뜨리기 전에 시간 초과로 전투가 종료되는 일이 빈번하다. 체육관 방어 포켓몬에게 붙은 HP 2배 보너스 역시 방어하는 해피너스에게 유리한 요소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일부 유저들은 2세대 출시 이전에도 럭키를 체육관 방어용 포켓몬의 상위권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공격력 때문에 공격해오는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단지 시간을 끄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 1,50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CP로 인해 장기간 체육관에 상주하기 어렵다는 단점 등이 거론되며 망나뇽이나 잠만보와 어개를 나란히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2세대 출시 이후 등장한 해피너스는 공격력이 2배 이상으로 뛰어올라 공격자에게 반격해 치명상을 입힐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갸라도스나 샤미드에 버금가는 CP를 갖게 되어 체육관 관장까지도 넘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해피너스를 보유한 유저는 체육관을 장기간 점령해 유료 재화인 포켓 코인을 지속적으로 획득하기에 유리하다.

▲ 카운터/인파이트 링곰으로도 무려 80초나 걸렸다 (출처 : 포켓몬 GO 인벤 유저 '노들역')



▲ 체육관의 해피너스를 보는 유저의 시각 (출처 : 포켓몬 GO 인벤 유저 '임도군')

그런데 포켓몬 GO에서도 럭키와 해피너스는 정말로 '행운'이 따라야 할 정도로 출현율이 낮으며, 해피너스가 들어있는 알을 얻을 확률(부화 희귀도)도 0.63%로 추정된다. 럭키를 파트너 포켓몬으로 설정했을 때도 5km를 걸어야 사탕 1개를 얻을 수 있으며, 럭키를 해피너스로 진화시키는 데는 사탕이 50개나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는 해피너스 10마리가 지키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철옹성 체육관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GPS 위치정보 조작 등 명백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유저의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 만약 부정행위 근절이 완벽하게 이뤄지더라도, 해피너스의 소지 여부에 따라 체육관 점령 보상의 획득 난이도가 달라지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포켓몬 GO를 개발 및 서비스하는 나이언틱의 존 행크 대표는 지난 3월,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체육관 배틀 시스템을 리워크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존 행크 대표는 리워크의 이유로 현재의 체육관 시스템은 원했던 것만큼 잘 작동하지 않는 점을 들었다. 해피너스를 비롯해 망나뇽, 마기라스 등 일부 포켓몬이 대부분의 지분을 차지하는 지금의 체육관 풍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체육관 리워크를 예고한 '존 행크' 나이언틱 대표 (출처 : WIRED.de)

원작 시리즈에서도 행복보다는 짜증을 유발하는 편이었던 럭키와 해피너스는 포켓몬 GO에서도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원작 6세대에 해당하는 오메가루비/알파사파이어 버전에서는 비밀기지 시스템을 통해 다량의 경험치를 제공하는 '해피너스 도장'이 알려지며, 해피너스는 비로소 행복을 상징하는 포켓몬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포켓몬 GO의 해피너스 역시 지금은 난공불락의 철옹성이지만, 체육관 배틀의 리워크가 이뤄지면 마치 모래성처럼 내려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피너스가 분노를 일으키는 포켓몬이라는 오명을 이어갈지, 아니면 '행복 간호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포켓몬으로 우리 곁에 찾아올지는 다가올 체육관 리워크에 달렸다.



▲ 해피너스는 행복과 치유의 상징이 될 수 있을까? (출처 : Pixiv サイ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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