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L] 노력은 이재호를 배신하지 않았다

인터뷰 | 장민영 기자 |


▲ 이미지 출처 : 아프리카TV

'노력의 아이콘' 이재호가 ASL에서 자신의 노력과 끈기를 결국 증명했다. 최근 뚜렷한 성적이 없었던 이재호는 ASL 13시즌에서 확고한 결실을 보았다. 그동안 아쉬운 평가도 많았고,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선수에게 향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최종 승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행복한 결말에 도달할 수 있었던 프로게이머 이재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ASL 첫 우승을 달성한 소감이 궁금하다.

ASL 결승전이 두 번째다. 거의 2년 만에 재도전이었다. 준비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그런데 정말 잘 풀려서 한 세트를 이길 때마다 나를 다독이면서 임했다. 마지막 세트까지 이기고 나니까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계속 좋은 일만 일어나서 기분이 좋다. 3월에 결혼을 했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몇 달 안에 이렇게 좋은 일만 이어지고 있다.


Q. 방송에서 "2년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2년간 16강 이하의 성적을 낸 적이 많다. 그동안 힘겹게 했는데,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마음가짐을 바꿨다. 즐기면서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지만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수록 욕심이 생겼다. 결승전은 마음을 비우고자 했는데, 스코어까지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Q. 이번 ASL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상대가 있을까.

24강부터 패자전까지 내려갔으니 위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16강 최종전에서도 지난 시즌 우승자인 변현제 선수를 만나 쉽지 않았다. 오늘도 그런 각오로 힘들겠다고 생각을 했다.


Q. 힘든 순간이 많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동굴에 들어갔다'는 말을 할 정도로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했다. 이틀 이상씩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몸이 녹초가 됐다. 그렇지만 그런 노력이 쌓이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Q. 오늘 빠르게 끝난 경기가 많았다. 모두 준비된 플레이였나.

상대가 했던 것에 맞춰서 했다. 2세트에서 정윤종이 실수하더라. 그 모습을 보고 긴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실수만 안 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게 잘 통했던 것 같다.


Q. 과거 안정적인 후반형 테란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결승을 비롯한 최근 경기에서 승부수를 자주 띄우는 모습인데, 변화의 계기가 있었을까.

2년 간의 도전을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여러 시즌에 걸쳐 공격적인 플레이도 많이 해보고, 이전에 내가 해왔던 것들도 다시 해봤다. 그런 노력을 이어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답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준비하는 상대 입장에서 나의 스타일을 파악하기 힘들어할 것 같더라. 다양한 스타일이 나에게 좋은 무기가 된 것 같다.


Q. 과거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경험하고 다시 스타판으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오게 됐을 때 각오가 남달랐나.

길게 경험하진 않았기에 내가 감히 직장 생활을 했다고 말하긴 힘들 것 같다. 그땐 내가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다시 스타판에 돌아와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은 있었다. 나는 프로 활동을 할 때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꾸준히 우상향한다는 느낌만 받았다. 그게 축적이 되면서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Q. 3월에 결혼했다고 들었다. 신혼보단 가장의 책임을 다한 느낌이다.

조금 더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 내가 30년 넘게 혼자 지내다가 배우자가 생겼다. 가장이 되다 보니까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 옆에서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Q. 남은 1년은 어떻게 보낼 것인가.

대학리그 콘텐츠를 하고 있다. 다가오는 개인리그가 있으면 그때 또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Q. 이번 ASL 결승전이 대학대전 총장 타이틀을 단 선수들의 대결이기도 했다. ASL과 대학리그의 흥행이 어느 정도 연관된다고 보는가.

무조건 있다고 본다. 대학에 멤버들이 많다. 개인 리그에서 대학 멤버가 한 명이라도 높게 올라가면, 팀 간 대결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대학에 속한 인원들도 더 몰입하게 되더라. 조금 더 스타씬이 흥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Q. 결승전이 끝나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무엇인가.

지난 4강에서도 밥을 안 먹고 했더니 게임 내내 먹는 생각만 하게 되더라. 오늘은 햄버거 반쪽만 먹고 임했다.


Q. 이번 우승을 어떻게 즐길 예정인가.

팬들과 소통을 할 것이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술을 안 먹었다. 결승전 현장에 올 때 삼겹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집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해달라.

연습을 도와준 김범수, 장윤철, 변현제, 도재욱 선수에게 고맙다. 특히, 김범수 선수가 이틀 정도 시간을 다 내주면서 도와줬다. 맛있는 것을 꼭 사주겠다. 내 팬들도 항상 "우승할 때가 됐다"는 말을 했는데, 이번에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내가 참가하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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