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 근본에 대한 수정도 고려할 때? 섀도우버스 밸런스 패치를 돌아보며.

게임뉴스 | 전상후 기자 | 댓글: 16개 |
섀도우버스 밸런스 패치가 7월 31일 적용되었다. 이번 밸런스 패치의 목표는 독보적 위치에 있던 중립 나락 뱀파이어의 하향과 이로 인해 부각될 다른 덱의 조정을 통한 랭크 게임 덱 다양화다. 안정적으로 나락의 괴수를 서치해오던 카드인 바포메트가 너프되었고, 그외에도 중립 카드들의 너프로 랭크 생태계 다변화를 꾀했다.

개발사의 의도가 맞아떨어졌다면 어느 정도 승률의 안정화가 진행되었어야한다. 약 2주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과연 개발사의 의도대로 변혁이 되었을까. 우선 어느 정도는 의도한 바가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뱀파이어 1강 체제이던 승률도 변화가 생겼고 리더들도 골고루 사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섀도우버스의 인기가 가장 높은 일본에서의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다양한 덱들과 매칭이 되고 있다는 의견부터 의외로 밸런스가 괜찮아졌다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선후공간의 밸런스 차이나 엘프가 여전히 약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기존의 중립 나락 뱀파이어 일변도에서 벗어난 것은 확실해 보인다.

☞ [함께보기] 이번 패치는 대체적으로 만족! 섀도우버스 밸런스 패치 일본 유저 반응

이번 밸런스 패치의 가장 큰 의의는 레전드 카드 직접 너프에 있다. 기존에는 레전드 카드 대신 기타 카드를 너프하면서 특정 덱의 강세를 누르는 간접 너프 형태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 패치에서는 깊은 나락의 괴수, 백설공주, 우로보로스 등의 레전드 카드를 직접 너프하면서 밸런스 조정의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간접 너프 역시 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 3코스트 고블린 리더가 4코스트로 너프되면서 3코스트 고블린 리더->4코스트 신비의 탐구자 앨리스라는 연계가 불가능해졌다. 고블린 리더의 너프로 인해 앨리스를 채용한 덱의 사용률이 감소하면서 적절한 패치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 앨리스의 정체는 사실 고블린 공주였다


그러나 이번 밸런스 패치가 정말 장점만 가득한 패치였을까.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번 밸런스 패치를 진행하면서 개발사 측에서는 중립 나락 뱀파이어 너프 이후 또다른 포식자가 나오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드래곤과 비숍을 동시에 조정했다.

그러나 유저들 사이에서는 다소 의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우로보로스와 그림니르의 경우 지난 신들의 폭풍 확장팩에서 등장한 카드로 동화속 세상까지 큰 문제없이 사용되오고 있었다. 우로보로스의 경우 젤과 연계해서 소위 '울보젤'이라고 부르는 콤보가 있었으나 이 역시 젤의 너프로 사장된 조합이다.

물론 우로보로스의 성능 자체는 상당히 강력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놔두자니 8이라는 공격력을 무시할 수 없고 파괴하자니 다음 턴에 다시 나오는데다가 리더의 체력까지 회복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카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이 시점에서 너프가 될만큼 문제가 되는 카드였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지금 당장 우로보로스가 너프해야할 정도로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카드라면 지난 신들의 폭풍에서 헥터는 어떠했는지를 되새겨보자. 6코스트 죽음의 축복 - 7코스트 헥터 콤보로 언제든지 게임이 터뜨릴 수 있었고, 동일 레전드가 3장이나 포함된 상황에서 첫 헥터를 겨우 버텼더니 다시 헥터가 나오는 일도 심심찮게 보였다.



▲ 과연 이 시점에서 우로보로스 너프가 필요했을지는 의문이 든다


성능은 둘째치더라도 과연 지금 시점에서 우로보로스가 너프될 정도로 드래곤이 강력한지도 의문이다. 물론 지난 신들의 폭풍에서 드래곤은 네크로맨서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동화속 세상에서는 조금 문제가 다르다.

물론 초반부터 PP부스팅을 진행한 뒤 강력한 추종자를 전개하는 질주 램프 드래곤 덱은 분명 강하다. 그러나 초반부터 중립 추종자를 다수 채용해서 필드를 꽉잡고 몰아붙이는 어그로형 중립 덱이 다수를 차지하는 현 메타에서 과연 PP부스팅을 그대로 두고 볼 덱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1코스트 고블린, 2코스트 유니코, 3코스트의 그림니르, 4코스트 신비의 탐구자 앨리스 이 순서대로 덱이 전개될 경우 드래곤이 부스팅 카드가 엄청나게 잘나와도 4~5코스트 시점에서는 이미 리더 체력이 바닥을 보인다. 여기에 특정 클래스 카드가 (ex. 공주의 입맞춤) 조금만 혼합되어도 더욱 난감해진다.

물론 고블린 리더의 너프로 인해 사용률은 줄어들었지만 정작 경기 초반 덱의 획일화를 이뤄낸 신비의 탐구자 앨리스는 이번 패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지금 당장은 별 영향력이 없을지 몰라도 다음 확장팩에 새로운 중립 추종자가 추가되는 순간 앨리스와 관련된 논란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 아직도 이런 광경은 언제나 나올 수 있다.
출처 : 인벤 고로케파티 유저의 게시물 中


위에서 한 차례 언급했지만 헥터의 재부상 역시 논란거리다. 지난 신들의 폭풍에서 가장 이슈 몰이를 했던 덱은 헥터를 이용한 미드 네크로맨서였다. 이번 동화속 세상에서 미드 네크로맨서가 사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다. 더 템포가 빠르고 강력한 중립 기반 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너프로 인해 해당 덱들의 템포가 늦춰졌고 이는 다시 미드 네크로맨서를 꺼낼 환경을 조성했다. 미드 네크로맨서의 콤보는 여전히 동일하다. 초반 추종자들로 필드를 장악하면서 6코스트 죽음의 축복 + 7코스트 헥터 전개로 마무리. 설령 헥터가 제 때 안잡혀도 좀비 파티나 죽음의 축복으로 전개되는 좀비들로도 충분히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번 동화속 세상에서 추가된 악마를 먹는 자로 인해 드로우 확보까지 쉬워졌다. 악마를 먹는 자는 자신의 추종자 1기를 파괴하고 카드를 2장 드로우 한다. 다른 직업과 달리 추종자 파괴가 큰 페널티가 아닌 네크로맨서에게 사령술을 쌓으면서 2장씩 카드를 뽑아오는 악마를 먹는 자는 그야말로 완벽한 카드인 셈이다.

미드 네크로맨서 역시 헥터나 죽음의 축복과 같은 키 카드를 직접 너프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변화를 보기 힘들다. 지난 신들의 폭풍에서 백골의 귀공자 너프가 진행되었지만 백골의 귀공자를 아예 덱에서 빼고 굴리는 덱이 나오면서 큰 의미가 없어진 바 있다. 따라서 개발진에서는 헥터의 직접 너프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 네크 미러전에서는 누가 헥터를 잘 뽑느냐 승부가 된다
출처 : 인벤 메르비 유저의 게시물 中


특정 카드의 너프를 통한 밸런스 조정은 분명히 시급하게 진행되야할 문제지만, 게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지금 현재 섀도우버스의 밸런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선후공간의 밸런스다. 어그로 성향의 덱이 강할수록 선공이 유리하고 컨트롤 덱이 강한 시점에는 후공이 유리한 일이 많다.

지금 동화속 세상 메타는 소위 1,2,3,4 코스트에 맞춰서 필드를 장악하는 어그로 덱들이 중심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선공이 우위에 있다. 이러한 선공 중심의 메타를 바꾸기 위해 초반 카드들의 성능을 너프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럴 경우 반대로 후공이 강력한 후공 메타로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섀도우버스 아마추어 오픈 시점에서는 8강 후공 전승이라는 결과까지 나온바 있다. 더 이상 카드 너프만으로는 선후공 사이의 격차를 해결하기가 힘들고 계속해서 확장팩이 나오면서 새로운 카드가 추가될 때마다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를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한다. 현재 섀도우버스는 리더의 체력에 대비해 추종자들의 공격이 너무 강한 면모가 있다. 실제로 초반에 어그로 덱의 손패가 잘풀릴 경우 빠르면 5턴 내외로 경기를 끝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적어도 그 이후에 나오는 광역 스킬들로 제압하면서 버틸 여지를 줘야하는데 리더의 낮은 체력으로 인해 버티기가 굉장히 힘들다.



▲ 예능 덱도 6코스트면 이 정도


혹은 추가 체력 적립의 형태도 고려해볼만 하다. 현재 섀도우버스 시스템에서 회복은 가능하지만 최대 체력 이상은 불가능하다. 회복을 했을 때 추가 체력을 적립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컨트롤 덱은 이를 적립하기 위해 애쓰고 어그로 덱은 추가 체력이 쌓이기 전에 경기를 끝내기 위해 플레이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각 덱마다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잡을 수도 있어보인다.

물론 무작정 체력 수치를 올린다거나 추가 체력이 주어진다고 이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특정 카드 너프 방식으로는 완벽한 해결은 어렵다. 매 확장팩마다 동일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애써 구매한 혹은 제작한 카드가 하향되는 걸 보면서 유저들이 어떤 생각을 품게 될지는 개발사 측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동화속 세상 확장팩이 적용된지도 어느덧 1달 반 가량 지났다. 약 2주 뒤에는 새로운 확장팩에 대한 소식이 공개될 것이고 10월에 들어서면 새 확장팩이 적용될 것이다. 최근 2개의 확장팩이 연달아 밸런스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다음 확장팩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은 걱정으로 가득하다. 과연 사이게임즈에서 지금의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 벌써 5번째 확장팩이 눈앞이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