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트라하'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51개 |


⊙개발사: 모아이게임즈 ⊙장르: MMORPG ⊙플랫폼: 모바일 ⊙발매일: 2019년 4월 18일

"이게 모바일로 구현이 돼?"

몇 년 전에 모바일 MMORPG를 처음 접했을 때 아마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꼈을 겁니다. MMORPG라는 장르가 원체 방대한 리소스를 필요로 하는 데다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동일한 서버, 동일 채널에 접속해야 하는 게임이니까요. 당시에는 실시간 PVP를 지원하는 게임도 그리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소수의 인원만을 상정하는 게임들이 다수였기 때문에 다중접속이 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죠. MMORPG를 즐기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한 번은 생각해보았던 "어디서든 캐릭터를 육성하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꿈이 실현된 것이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초창기 모바일 MMORPG는 여러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우선 기기의 한계 때문에 조작이 불편했고, 그래서 많은 부분을 '자동'에 의존하게 됩니다. 또 완전히 PC MMORPG와 비슷하게 구현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몇몇 부분에서는 비동기식으로 한다던가, 혹은 과정을 단순화시킨다던가 하는 식으로 편집을 했죠. 여기에 모바일 특유의 BM까지 더해지면서 모바일 MMORPG는 일부 유저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개발사들이 다방면으로 고심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시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바일 MMORPG의 주소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상황에서 '트라하'는 하이엔드 모바일 MMORPG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등장했습니다. 지스타 때 시연을 아주 잠깐 했지만, 자동보다는 수동 전투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고민했던 여러 가지 흔적들은 좀 기억에 남았습니다. 물론 MMORPG라는 장르의 맛을 온전히 음미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인 터라, 확답을 하기에는 좀 애매했죠.



▲ 그래서 그땐 몰랐습니다. 얘까지 가려면 진도가 꽤 나가야 한다는 사실 말이죠

18일부터 쭉 플레이한 '트라하', 그간 다른 모바일 MMORPG를 하면서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보완한 작품이긴 했습니다. 다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몇 개 있었고, 그런 점들을 이번 기회에 좀 짚어볼까 합니다.


자동에 의존하지 않는 모바일 MMORPG
경험치 획득 방법과 스킬 메커니즘 변화로 수동 조작의 의의와 재미를 살리다


"그래봐야 결국 자동 아냐?"

솔직히 고백하자면, 시연을 했을 당시에도 사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자동으로 돌려놓으면 알아서 가서 몹을 때려잡고 레벨 업할 것이고, 그러다가 적 세력 만나서 두들겨 맞아 죽으면 다른 채널로 옮기던가 다른 구역 가서 사냥하지 않을까? 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죠. 그간 후발 MMORPG들이 자동과 수동의 차이를 강조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결국 스킬 활용의 효율이나 적대 플레이어와의 접전, 일부 엔드 콘텐츠를 제외하면 평상시에는 자동에 많이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트라하'는 달랐습니다. 그냥 스토리 미션만 줄창 클리어할 때는 몰랐지만 평소에 하게 되는 데일리 미션, 사이드 미션을 할 때도 결국 효율 때문에 수동으로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전투 보너스의 유무에 따라서 획득하는 경험치의 양이 천차만별이거든요. 데일리 미션이나 사이드 미션에서 잡아야 하는 몹들의 경험치는 기본값도 높았은데, 여기에 '전투 보너스'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유저가 어떻게 사냥하느냐에 따라 3배 이상의 보너스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도록 했죠.



▲ 그냥 자동으로 사냥했을 때와



▲ 전투 보너스를 계산해서 수동 조작할 때 받는 경험치 차이가 꽤 큽니다

실제로 자동으로 계속 돌리는 것과 미션을 직접 수동으로 클리어했을 때의 경험치 차이는 몇 십배 이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션 행선지를 찾아갈 때는 자동으로 돌리다가도, 도착한 순간에 사냥은 직접 하게 되더라고요. 방식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각 클래스마다 전투 보너스를 주는 스킬들이 있습니다. 그 스킬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획득할 수 있는 보너스 경험치의 양이 달라지죠. 이런 스킬들 다수가 차지나 홀드, 타이밍이라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도입한 스킬들입니다. 즉 단순히 버튼만 누르고 끝이 아니라, 다양한 조작법을 요구한다는 것이죠.

또 스킬 연계가 어떻게 되느냐, 어떤 스킬에 마무리되느냐에 따라서 추가로 얻는 경험치가 달라집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 단순히 기계적으로 반복 사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적화된 사이클을 유저가 찾아내도록 했습니다. 실제로 플레이하다보면 보너스 경험치가 3배 이상 들어왔을 때 왠지 딜사이클을 잘 돌린 것 같아서 뿌듯함이 들 정도였죠. 그리고 조작이 단순히 터치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다보니까 좀 더 조작하는 듯한 손맛이 있었습니다.

전투력을 강하게 만들려면 다른 무기의 레벨도 올려야 하는데, 다른 무기로 번갈아가면서 플레이하면서 또 다른 방식으로 조작하는 맛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기별로 좀 다르긴 하지만, 타격음이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해서 적을 강하게 때리고 팬다는 느낌이 확 와닿았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대검을 내리찍을 때 쾅, 터지는 타격음과 이펙트가 마음에 들어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타 무기 중에서는 활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격 스킬을 쓸 때 조준선이 생기고, 날카롭게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와 적 타격시 펑 터지는 소리를 시원하게 잘 뽑았더라고요.






다만 타겟팅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냥 사냥을 할 때는 딱히 문제가 되진 않지만, RVR을 할 때 크게 느껴집니다. 타겟팅이 좀 늦게 전환되고, 그러다 보니 근처에 있던 캐릭터가 후방으로 이동을 하면 그거 따라서 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러운 조작이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는 적 캐릭터를 직접 클릭해서 타겟팅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인 만큼, 개선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



유연한 커스터마이징, 생활 콘텐츠와 전투의 연계
자유도를 높이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끔 유도하는 시도들


'트라하'의 커스터마이징은 지스타 시연 버전 때부터 언급이 된 것이지만, 상당히 자유도가 높은 편입니다. 최고사양의 PC MMORPG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각 부위별가 상당히 세밀하게 나뉘어진 데다가 수치 조절 폭이 넓어서 꽤 다양하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수준이었죠.

커스터마이징과 같이 내세운 '인피니티 클래스'는 사실 좀 아쉬웠습니다. 무기 전환이 자유롭기는 하지만 각 체형별로 무기가 3종씩으로 제한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죠. 즉 한 캐릭터가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 한 캐릭터로 모든 클래스 전환이 가능한 것까지는 아닙니다

대신에 특성과 스킬은 자유자재로 변화를 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스킬 레벨업 방식이 레벨이 올라가면서 제한된 특성 포인트를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골드만 내면 모든 스킬에 스탯을 다 배분할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즉 스킬들이 이미 다 레벨업이 되어있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바꿔도 전투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죠.

특성은 MOBA 장르의 그것과 비슷한데, 초기화하고 다시 적용할 때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상황에 맞게 얼마든지 스탯을 변경할 수 있었죠. 프리셋 시스템도 장비, 특성, 액티브 및 패시브, 동료, 소환수 등 세부적으로 편집이 가능했고요. 그래서 요구되는 스타일에 따라서 유저가 자유롭게 캐릭터를 운용하기가 편했습니다.






▲ 특성을 어디에 배분하느냐에 따라서






▲ 캐릭터 스탯이 달라집니다. 특성 변화도 제약없이 자유자재고요

대검을 예로 들자면 크게 딜러 특성과 탱커 특성으로 운용이 가능하고, 궁수는 딜러와 힐러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그 각각의 특성 세팅을 했을 때 모습을 비교하면 '같은 캐릭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 변화폭이 크고, 체감도 확 올 정도였죠. 아직 초기 단계라서 연구가 덜 이루어지긴 했지만, 앞으로 이런 것을 연구해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보입니다.






▲ 특성 배분과 스킬 구성에 따라 캐릭터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어버립니다


생활 콘텐츠는 사실 전투를 중시하는 유저에게는 버림받기 십상이고, 전투력이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모바일 MMORPG에서는 계륵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없으면 허전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투자하자니 당장 세지는 것에 별로 영향도 없고 효율도 없어보이니까요.

'트라하'에서는 특성 포인트를 올릴 때 전문 기술 레벨 항목을 따로 배정해 생활 콘텐츠가 전투력에도 영향을 주도록 설계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또 전투와 생활 콘텐츠의 비율도 행동력과 노동력이라는 개념으로 조율을 했죠.



▲ 전문 기술 레벨이 올라가면서 특성 찍는 것도 나중에는 무시 못합니다

주로 무기 레벨을 올리는 방식이 행동력을 소모해서 데일리 미션, 사이드 미션을 클리어하는 방식인데, 행동력이 다 떨어지면 미션을 수령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 비는 시간 동안 전문 기술 제작 의뢰를 하거나 재료를 수집하는 등, 생활 콘텐츠를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생활 콘텐츠도 단순히 클릭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니 게임으로 구현했는데, 낚시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낚시 게임만큼의 손맛은 아니지만, 적어도 고기를 낚기 위해서 컨트롤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엔 충분했거든요.




이렇듯 '트라하'는 MMORPG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방대한 콘텐츠와, 그 콘텐츠 간의 연계를 상당히 잘 구현해냈습니다. 여기에 장비를 던전이나 스토리에서 획득하는 것 외에는 직접 만들거나, 혹은 누가 만든 것만 사도록 제한을 두면서 그 콘텐츠들의 값어치를 한 층 더 끌어올렸죠.


그래도 변화를 시도한 BM
인게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장비, 다만 정령 카드의 BM은 아쉬워




좀 직설적이긴 하지만, 아마 넥슨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이런 경험이 좀 있었을 겁니다. "패키지 광고는 왜 이렇게 자주 뜨냐"라고 말이죠. 뭐 처음 접속할 때 한두 번 뜨는 거야 "이런 것도 있네"라고 넘어갈 법도 하지만, 매일매일 접속할 때마다 혹은 뭘 할 때마다 광고가 뜨면 얘기가 달라지죠. 심할 때는 아이템창 들어갈 때 종종 강화 패키지나 골드 패키지 광고가 뜨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이런 것도 패키지로 파나?" 할 정도로 카탈로그급의 광고 내용들은 덤이고요.

사실 그렇게 패키지를 홍보하는 행위 자체는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수익을 내야 하니까요. 다만 게임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계속 나와서 플레이의 맥을 끊고, 그로 인해서 불쾌감을 준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루 보지 않기 메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하루에 한 번은 그 광고들을 봐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과금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게 나타나서 원활한 진행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마이너스를 줄 수밖에 없는 요소였습니다. 최근의 몇몇 게임들은 패키지 광고창이 막 뜨지 않도록 하고, 패키지 광고를 UI창 한 켠에 밀어넣는 식으로 대체했지만 아직도 그런 인식이 다 가시지 않았죠.

그러다보니 '트라하'를 플레이하면서 좀 낯설었습니다. BM이 확실히 바뀌었거든요. 패키지 광고를 막 중구난방으로 띄우지도 않고, UI 한 켠에 광고창을 띄우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으로 장비를 구하지 못하게 하고, 패키지에 MMORPG에 필수적인 장비를 끼워넣거나 하지 않는 등 변화가 체감이 되는 구성을 보여줬습니다.



▲ 패키지는 있지만 장비를 확률형 아이템으로 팔거나 패키지로 팔지는 않습니다






▲ 제작 혹은 던전, 스토리 진행하면서만 장비 획득이 가능합니다

BM은 게임 내부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아니기 때문에 그간 잘 언급하지 않거나, 짧게만 언급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바일 MMORPG에서는 언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인원이 동시에 접속해서 경쟁, 협력, 비교하는 것이 MMORPG의 주요 콘텐츠니까요. 그러다보니 '어떻게 남들만큼, 혹은 남들보다 빨리 강해질까'라는 것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고, 현재 모바일 MMORPG에서 채택한 방법 중 하나가 과금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사서 장비를 얻는 방식이고요.

'트라하'는 그 방식에서 탈피해서, 장비를 얻으려면 직접 만들거나 혹은 누가 만들어서 경매장에 올린 것들을 사고, 아니면 던전에서 얻는 등 기존의 MMORPG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이게 앞서 언급한 수동 전투 시스템과 전투력 올리는 메카니즘, 전문 기술과 시너지를 내는 터라 느낌이 확 달라졌습니다. 방치하지 않고, 직접 한 땀 한 땀 콘텐츠를 소화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죠.

다만 한 가지, 정령 카드 시스템은 좀 아쉬웠습니다. 일부 ARPG에서 선보인 덱 시스템과 유사한 시스템인데, 이 정령 카드들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구매가 가능하거든요. 던전을 클리어하면 얻는 상자에서 확률적으로 드랍이 되긴 하지만, 던전을 들어갈 수 있는 횟수도 제한이 되어있는 데다가 상자가 행동력을 소모합니다. 그리고 정령 카드 시스템을 원활하게 쓰려면 덱의 레벨을 높여야 하는데, 그 방법이 정령 카드를 경험치로 먹이는 것밖에 없습니다.






▲ 다소 아쉬운 정령 카드 시스템

물론 정령 카드를 얻는 방법도 여러 가지긴 합니다. 던전에서 구하거나, 혹은 제작으로도 얻을 수 있거든요. 다만 장비보다 비교적 높은 레벨을 요구하고, 던전에서도 확률적으로 드랍되는 데다가 덱을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양을 구하기에는 조금 부족했죠. 타 MMORPG처럼 업적을 달성하면 다이아를 지급하는 식도 아니었고요. 그나마 오늘의 활동 보상을 다 달성하면 추가 보상을 다이아로 지급하지만, 그게 다음날에 지급되는 데다가 다이아로 추가 보상을 준다는 말이 없어서 그 부분을 놓치기 쉬웠습니다.



▲ 던전에서도 획득할 수는 있고



▲ 제작도 가능은 합니다



▲ 다이아를 주기는 하지만 그에 대한 설명이나, 체계가 잘 정리가 안 되어있는 편입니다

사실 '트라하'에서 콘텐츠의 보상 문제는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부분은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때깔은 곱지만, 100%를 보기가 힘들다
익숙한 스타일이지만 개선된 그래픽, 그러나 최적화가 문제다




그래픽이 좋다, 나쁘다는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영역입니다. 객관적인 분석 외에도 어떤 주관과, 그래픽을 보았을 때 플레이어가 받는 느낌, 이미지, 경험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죠. 사실 다수의 유저들은 그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 기술로 구현해낸 결과만을 볼 뿐이죠.

그런 시각에서 보면 '트라하'의 그래픽은 발전되긴 했지만, 겉으로 봐서는 그게 명확히 체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간 익숙해진 언리얼 기반 MMORPG의 그래픽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은 터라 단순하게 훑고 지나가면 아주 확 눈에 띄게 달라진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수동 조작을 하면서 게임 속 오브젝트나 배경 등을 훑어보다보면 디테일한 표현에서 꽤 차이가 느껴집니다. 세부 음영이나 디테일한 맵핑, 블러의 자연스러운 효과 등은 PC MMORPG의 그것과 유사한 수준이었죠. 오브젝트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PC MMORPG와 1:1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전체적인 모양새를 모바일로 훌륭히 담아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동작과 이펙트가 종전 언리얼 기반 MMORPG와 비교했을 때 좀 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도 있었고요.










다만 일부 이펙트나 광원 효과는 조금 튀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옥의 티가 됐습니다. 특히 깊은 어둠 던전에서 용암과 불꽃 같은 경우에는 용암의 색감 때문에 눈도 아프고, 지면과 이펙트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어색했거든요.



▲ 눈에도 극딜을 하는 무서운 보스 녀석 같으니라고

그리고 그래픽 문제에서는 최적화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기껏 때깔 좋은 그래픽으로 게임을 만들었는데, 그걸 남들이 봐주지 못하면 의미가 퇴색되니까요. '트라하'의 마켓 평가가 낮은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최적화 문제인데, 이를 살펴보면 '트라하'는 그 안에 구축한 하이엔드 그래픽이나 게임 그 자체를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실제로 최신 기종 몇 개를 제외하면 일정 시간 이상 플레이시 발열이 꽤 심했습니다. 따라서 오래 플레이하려면 옵션을 보통 이하로 낮춰야 했죠.

사실 '트라하'가 그냥 자동을 돌려놓고 절전모드를 하면 그만인 모바일 MMORPG였다면 좀 달랐을 겁니다. 그렇지만 '트라하'는 유저가 직접 플레이하는 것에 좀 더 비중을 둔 만큼, 그래픽 옵션이나 발열 등 문제가 더 유저에게 와닿을 수밖에 없죠. 아무래도 계속 보게 되고, 또 핸드폰도 계속 붙잡고 플레이하게 되니까요. 그런 상황이다보니 '트라하'의 최적화는 더욱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히 때깔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유저가 직접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고려해야 했으니까요.



▲ 최고 옵션 설정(좌)와 보통 옵션 설정(우)


무수한 물음에 해답을 내놔야하는 '트라하'
체감 플레이 시간 대비 콘텐츠 문제, 노력에 비해 턱없이 적은 보상




유저들은 게임을 하면서 종종 "왜 이걸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이 돌아오지 않으면 점차 흥미를 잃게 되죠. 때로는 "원래 하던 거니까"라는 식으로 답변이 돌아오지만, 그 루틴이 정착하기 전까지는 그 질문에 대해서 어느 정도 답변을 계속 내놓을 필요가 있는 셈이죠.

게임을 자동으로 돌릴 때도 종종 "왜 이걸 켜놓지"라는 식으로 의문을 가지긴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게임을 수동으로 플레이할 때 "왜 여기에 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더 가지게 되죠. '트라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동으로 플레이하는 시간이 타 MMORPG에 비해서 꽤 높은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이 질문에 더 자주 부딪히는 셈입니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간단한 해답으로는 물질적인 보상과 성취감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좋은 아이템을 얻어서 강해진다거나, 혹은 꾸준히 육성한 캐릭터로 난관을 클리어했을 때 얻게 되는 성취감은 RPG를 계속 하게 만드는 이유들이기 때문이죠.

이 관점에서 볼 때 '트라하'의 현재 상황은 좀 아쉽습니다. 수동 조작 체계 자체는 나름 잘 갖춰놓은 데다가, 그걸 유저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만든 것은 좋았습니다. 문제는 그걸로 유저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제약이 되어있다는 거고, 그 제약이 풀리기까지 체감상 꽤 긴 시간 동안 단순 반복 작업만 계속된다는 것이죠.

우선 월드 보스가 25레벨, 1:1 투기장이 30레벨, 파티 던전이 37레벨에 해금이 됩니다. 그런데 이 레벨까지 가는 과정에서 유저가 하는 일은 퀘스트와 단순 미션의 반복입니다. 잡몹을 처리하거나, 물자를 수집하는 것들을 계속 해야 하죠. 이걸 대다수의 모바일 MMORPG에서는 자동으로 처리하다보니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트라하'에서는 수동으로 이런 단순 반복 노동을 계속 하다보니까 피로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이걸 왜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횟수도 자연히 많아지게 되죠.



▲ 레벨 37 찍기 만만치가 않은데 그때가 되서야 파티 던전이 풀립니다

그나마 솔로 던전은 10레벨부터 풀리기 시작하고, 최초 던전인 거미 소굴만 제외하면 패턴을 피하면서 딜을 하는 맛을 살려내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던전 상자를 여는 데 행동력을 소모하는 데다가, 보상이 상당히 짠 편이라서 돌아야한다는 동기부여는 좀 적은 편입니다. 당장에 단순 전투력을 높인다고 가정하면, 던전을 도는 데 소모하는 행동력을 아껴서 제작 의뢰를 우선 처리하고 전문 기술 레벨을 높이는 게 더 도움이 되거든요.










▲ 던전 자체는 플레이 타임도 짧고, 패턴 피하며 딜하는 맛도 있습니다. 다소 적은 보상은 옥의 티

던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좋은 템이 나오기는 합니다. 다만 던전 입장 횟수가 제한이 된 데다가 그 좋은 템을 제외한 나머지 템 목록이 상세하게 안 나와있고, 당장 자신이 원하는 템이 나오는 경우도 드물었습니다. 조금 양보를 해서 나중을 위한 전문 기술 재료가 나왔다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긴 한데, 지금 당장의 동기부여를 주기엔 뭔가 좀 부족하고요.

또 업적을 달성하면서 주는 보상도 상당히 짠 편입니다. 기껏해야 골드 조금이나 옵션 변경에 필요한 재료, 혹은 전투력을 조금 올려주는 칭호 정도가 전부죠. 그러다보니 플레이의 동기 부여가 좀 부족한 편입니다. 보상을 노리고 게임을 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 무언가를 하면 그에 맞는 보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심리니까요. 하다못해 골드라도 좀 더 얻을 수 있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 업적 보상은 상당히 조촐한 편입니다

이런 문제가 타 모바일 MMORPG에서도 없는 건 아니지만, 유달리 '트라하'에서 심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동 조작의 비율이 높은 만큼, 유저의 체감 플레이 시간이 타 모바일 MMORPG보다 길기 때문이죠. 그렇게 시간을 들인 것에 대한 보상을 유저는 바라고 있는데, 실제로 게임에서 제공하는 재화나 보상, 그리고 콘텐츠의 밸런스가 맞지 않다보니 허전할 수밖에 없던 거죠.

그리고 한 가지, 스토리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흔한 두 세력 간의 갈등 클리셰에, 그마저도 레벨 업 구간이 끊겨서 미션 뺑뺑이를 돌다 보면 까먹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즉 스토리를 보면서 몰입한다, 라는 선택지는 현 상황에서 좀 어렵습니다. 그러니 그 외 콘텐츠나 보상 쪽에서 보완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흡한 게 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또한, 처음에는 행동력, 노동력이 상당히 부족한 데다가 추가로 수급할 방법이 없어서 계속 플레이하고 싶어도 타의로 게임을 멈춰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문제가 더욱 더 불거질 수밖에 없었죠. 부족한 상황에서 어찌저찌 짜내서 뭔가를 했는데,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이를 넥슨에서도 인지해서 행동력과 노동력 물약을 매일 3회씩 제공하는 이벤트로 보완을 했습니다.



▲ 이런 지원이 없던 오픈 첫째날은 좀 막막했습니다


'트라하', 그 잠재력을 온전히 풀어내야 한다
도약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 그리고 유저에게 목표를 제공해야


기대가 커서 그런지 더 아쉬운 면도 있었고 어느 정도는 기대치를 채워주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특히 기존 모바일 MMORPG에서 지적된 높은 자동 의존도, 콘텐츠가 따로따로 논다는 단점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죠.

또한, 소외될 수 있던 생활 콘텐츠도 전투력과 연결짓고, 수동 전투와 경험치, 행동력, 활동력의 밸런스 설계는 앞으로의 모바일 MMORPG에서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일부 콘텐츠만 수동으로 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대다수의 콘텐츠를 직접 연구하면서 플레이하도록 짜임새 있게 설계가 되어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멀티 클래스 시스템에서도 안 쓰던 무기를 제로에서부터 키우는 게 아니라, 특성 레벨은 각각 무기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1포인트씩 올라가는 식으로 보완을 했습니다. 즉 무기 하나만 키우는 게 아니라, 여러 무기를 사용하면서 다양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유도한 셈이죠.



▲ 그냥 제작, 채집이 아닙니다. 전투력을 올리기 위한 또 다른 방법입니다



▲ 특성 레벨은 공유되고, 각 무기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일률적으로 1씩 올라갑니다

그렇지만 유저가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합리적인 대답이 필요합니다. 유저가 특정 구간에 안착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 구간에 오르기 전의 설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 '트라하'가 지금 당면한 문제입니다. 기껏 준비한 것들을 미처 선보이기 전에 유저들이 지쳐버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또 그렇게 준비한 것들이, 현 단계에서는 유저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조금 약소한 감도 있습니다. MMORPG의 꽃인 파티플레이 콘텐츠가 미흡하기 때문이죠. 특히 MMORPG에서 엔드 콘텐츠로 꼽히는 레이드가 구현이 안 된 만큼 코어 유저들에게 어필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물론 앞으로 다가올 레이드를 미리 대비한다는 것도 동기부여는 되지만, 레이드가 언제 나오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준비하는 것은 아무래도 김이 샐 수밖에 없거든요.



▲ 아직 레이드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첫 발을 내디딘 '트라하'는 차세대 모바일 MMORPG, 하이엔드 모바일 MMORPG라고 당장 말하기에는 채울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모바일 MMORPG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 여러 시도를 한 것은 높이 살만했고,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열매를 맺어갈지 지켜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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