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심 레드포스 발로란트 프로게이머가 들려주는 장비빨 이야기

인터뷰 | 이형민, 이현수 기자 | 댓글: 4개 |


▲ 이미지 출처 - freepik

누천년에 걸쳐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세계 각지의 전문가, 이를 넘어 완전한 경지에 도달한 위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점과 획으로 이루어진 문자를 예술로 승화한 당나라 서예가는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13세기 르네상스의 건축 양식 부흥을 이끈 건축가와 대장장이는 "서투른 일꾼이 연장을 탓한다"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삶에는 도구와 밀접하게 관련된 격언이 남았다. 굳이 한국말로 따지면 쟁기질 못 하는 농부가 소 탓한다쯤 되려나.

일리가 있다. 물론 화자와 청자 간의 숙련도나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라면 말이다. 변화구 아닌 직구로 격언을 풀어내자면 피나는 노력이 첫 번째고, 도구는 부차적이라는 것. 결실을 맺기까지 과정을 일반인이 감히 헤아리기 어렵기에 종종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연습 과정 쏙 빼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전교 1등 그리고 기본기에 충실했다는 '월클' 손흥민의 결과 예시만 듣자하면 듣는 사람의 복장이 먼저 터지거나 말하는 사람의 꼰대력이 급상승할 테니까.

프로 세계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연습량이 충만한 실력자들은 뼈를 깎는 노력을 당연지사로 여기며, 경쟁자 간의 분별력을 더하기 위해 훌륭한 도구를 찾는다고 한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는 격언은 왜인지 역설적이다.

좋은 도구는 장인을 만났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 이전까지는 단지 궤도에 오르지 못했을 뿐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브론즈가 챌린저로 뿅 오르는 왕도의 사기템 또한 없다는 것이다. 묠니르를 든 캡틴이 타노스의 뚝배기를 시원하게 박살 내고 번개로 지져 궁지에 몰아넣는 허구적 허용은 당연히 제외되고.

주변에서도 우리네 게이머를 통해 예를 찾을 수 있다. 당장 멀리 갈 필요 없이 게임에 죽고 사는 지인들이나 나 같은 전투력 측정기가 맞춘 게이밍 기어가 있겠고, 업무 목적이라 쓰고 수집 혹은 사리사욕 채우기라 읽는 유부남 동료 기자의 가격 측정 불가 물 건너온 타국산 키보드도 좋은 예다.



▲ 농심 레드포스 발로란트 프로게이머 margaret (김지우) / Cloudy (구민재)

이쯤 되면 범접 불가, 절정 고수 반열에 오른 게임 '찐고수'들의 의견도 궁금하다. 이들은 아무 게이밍 기어나 막 던져줘도 잘 쓸까? 게이밍 기어에 얼마나 투자를 할까? 마침 발로란트 프로게이머와 연락이 닿아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농심 레드포스 마가렛(margaret) 김지우 선수, 클라우디(Cloudy) 구민재 선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발로란트 프로게이머들의 깐깐한 게이밍 기어 선택과 설정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Q. 선수분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클라우디' : 안녕하세요. 작년도 시즌에는 척후대 포지션을 담당했고, 이번 시즌에는 더 많은 포지션을 맡고 있는 플렉서 클라우디(Cloudy) 구민재입니다.

'마가렛' : 안녕하세요. 마가렛(margaret) 김지우입니다. 저의 경우 지난 시즌 엔트리 포지션으로 활약을 이어오다 새로운 시즌에는 포지션 변경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공개된 사항은 없지만, 혹시 모를 포지션 변경에 대비해 최근에는 올라운드 포지션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Q. 두 분 발로란트 프로이지만, 여유 시간에나 개인적으로 즐겨왔던 다른 슈팅 게임도 있을까요?
'클라우디' : 사실 FPS 경력은 딱히 없었어요. 발로란트 출시 이후 한 두판 '찍먹' 하자마자 "이 게임이 내가 찾던 인생 게임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오픈 초기 에피소드1부터 게임을 꾸준히 즐기다 보니 어느새 프로까지 올라오게 되었네요.

'마가렛' : 발로란트 이전에는 블리자드의 FPS 오버워치를 플레이했습니다. 캐서디, 위도우 메이커, 한조같은 메인 딜러로 4400점까지 도달했던 경력이 있죠. 이후 발로란트에 푹 빠졌네요. 우월한 피지컬의 원천은 FPS 경력도 있지만 팀 내의 젊은 피(무려 만 16세)인 이유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웃음)



▲ 프로 에임 비결의 연습 루틴 그리고 젊음

Q. 선수들만의 손을 푸는 방법이나 루틴이 따로 있나요?
'마가렛' : 발로란트 인게임 사격장 이외에는 딱히 다른 에임 연습 프로그램이나 앱을 쓰고 있지는 않아요. 저에겐 사격장 연습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클라우디' : 저는 코박스(KovaaK's) 에임트레이너와 발로란트 인게임 사격장 연습을 병행하다가 최근에는 에임랩(Aimlabs)으로도 가끔씩 연습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박스나 에임랩이 다양한 게임의 총기별 설정이나 점수, 정확도, TTK 등 여러 기능도 지원해서 유용하게 쓰고 있네요.

Q. 선수들이 생각하는 게이밍 기어의 중요도나 선호도는?
'클라우디' : 숙소에 들어서면, 마우스나 마우스 패드 등 저만의 게이밍 기어가 여러 개 있습니다. 평소에 다양한 제품을 써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이밍 기어 선택지가 많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결국 제 손에 맞는 장비를 찾기에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닐듯 싶습니다.

'마가렛' : 게이밍 기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봐요. 다만 저는 다양한 제품을 쓰기 보다는 하나를 골라 진득하게 쓰는 편이에요. 중요도는 모니터가 1순위고, 마우스가 2순위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키보드 2순위, 마우스가 3순위가 됐습니다. 그 다음이 헤드셋이고요.




'클라우디' : 제가 생각하는 게이밍 기어 중요도는 조금 다른데요. 체감 상 모니터 차이를 크게 못 느껴 마우스+패드, 키보드 순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마우스와 마우스 패드는 하나의 세트일 정도라 발로란트에서 가장 중요한 게이밍 기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상당히 의외네요. 게이밍 키보드가 발로란트 플레이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나요?
'클라우디' : 발로란트에서는 유독 영향이 크죠. 발로란트는 이동 중 사격 시 집탄률 패널티가 있어 '브레이킹 기술', 일명 멈춰 쏴가 필수적이기에 상대를 먼저 발견하더라도 캐릭터 이동에 제동을 걸어야 해서 빠른 반응속도의 키보드가 필수적입니다.

Q. 그렇다면 농심 레드포스 선수들은 어떤 키보드를 사용하나요?
'마가렛' : 우팅 키보드가 발로란트 게이머들 사이에서 꽤나 핫하지만, 이외에도 게임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는 게이밍 키보드들이 여럿 나왔습니다. 저희는 스틸시리즈 에이펙스 프로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고요. 에이펙스 프로 키보드 대부분이 래피드 트리거라는 기능을 지원하는데, 브레이킹 속도에 유의미한 차이를 느껴 만족스럽게 사용 중입니다.

브레이킹법도 바뀌었습니다. 이전까지는 AD 키를 꾹 눌러 브레이킹을 써왔는데 래피드 트리거 영향을 받아서 이동 키에서 손을 완전히 떼는 만세 브레이킹을 사용하게 되더군요. 체감 상 만세가 브레이킹이 더 잘잡혔습니다.



▲ 선수들의 브레이킹법마저 바뀌게 만들었다는 래피드 트리거 기능

Q. 키보드 얘기가 나왔으니, 키보드에 대해 더 질문해 볼게요. 선수들 대부분이 키보드를 대각으로 놓고 사용하거나, 왼쪽으로 치우친 배치를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사용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클라우디' : 키보드 배치에 대한 정론은 없는데 저 또한 키보드를 살짝 대각으로 놓고 쓰긴 해요. (웃음) 저만의 이유는 팔목을 약간 안쪽으로 구부리기 때문에 공간 확보를 위해 키보드를 왼쪽으로 배치해요. 의도적으로요.

'마가렛' : 저는 그렇게 깐깐하지 않아요. 팔이야 그냥 1자로 놓고 쓰는 게 가장 편하던데.

'클라우디' : 제 세팅이 감각적이라고 느껴왔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네요. (웃음) 그래도 이런 키보드 배치로 얻는 이득도 있습니다. 또 마우스 감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마가렛과 동일 감도) 마우스 좌우 가동 범위를 더 늘려 저감도 플릭샷에 용이하죠. 키보드 배열도 발로란트 게임 플레이에만 집중할 수 있는 60 배열이고요. 넘버 패드, F1~F12, 방향키가 빠져 그만큼 공간적 여유가 생겨 마우스와 키보드 충돌도 없는 편이에요.

'마가렛' : 아 플릭샷 때마다 마우스 왼쪽 부분하고 키보드 오른쪽 부분 부딪히는 거 짜증 나긴 해. 그래서 나도 미니 60 배열 쓰고 있지.



▲ 에이펙스 프로 미니 60 배열로 공간 활용을 최대로 낸 클라우디 선수

Q. 연습장 또는 경기장의 모니터나 헤드셋은 어떤 제품이 쓰이나요?
'클라우디' : 저희 연습장은 벤큐 240Hz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론 세계 대회는 360Hz를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 대회나 챌린져스 경기장은 240Hz 모니터를 배치했습니다. 모니터 말고도 경기장에서 제공하는 게이밍 기어는 방음 헤드셋, 게이밍 체어 정도가 있겠고요.

'마가렛' : 그 헤드셋 따로 판매하지 않는 특수 장비에요. 경기장은 방음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항공 파일럿 또는 방송용으로 쓰이는 특수 헤드셋이고, 선수들은 개인 이어폰을 따로 들고 다녀요. 아, 그리고 연습장 모니터는 240Hz인데 자택 모니터는 360Hz입니다...

Q. 모니터 설정 또는 발로란트 인게임 그래픽 설정은 어떤가요?
'마가렛' : 모니터와 눈 사이의 거리를 꽤 두는 편이에요. 근데 모니터 기울기(틸트)를 쓰지 않아 거북목 현상이 쉽게 나타나더라고요. 슬프게도 대부분의 슈팅 게이머 특징이 아닐까 싶네요.

'클라우디' : 저는 벤큐 모니터 기준으로 엘리베이션 기능은 배제하고, 틸트는 최대 각도로 사용합니다. 모니터암 말고 모니터 기본 스탠드암으로요. 스탠드암에 표기된 눈금 표시를 통해 저만의 세팅을 확인할 수 있는데, 높낮이는 정확히 5.65cm가 됩니다. 모니터 거리는 33.2cm로 맞추는데 꼭 인게임 감도 설정하는 것 같네요. (웃음)

'마가렛' : 모니터 거리야 그냥, 마우스 패드 위에 엄지손가락 올려놓고 눈대중으로 "이 정도면 되겠다"면 끝인 것을. 모니터는 높은 주사율에 응답속도 낮은 게 최고지.

'클라우디' : 인게임 해상도는 마가렛 선수는 1280*960을 사용 중이고, 저는 똑같은 해상도를 사용하다가 최근 1600*1200로 변경했습니다. 보통 슈팅 게임의 해상도는 1920*1080 FHD가 디폴트인데, 해상도를 낮추면 조준선 모양이 늘어나고 끝부분이 뿌옇게 보인다고 해야 하나요? 에임 가시성이 굉장히 좋아지더라고요. 안정적인 프레임 확보는 물론이고요.



▲ "아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는 세팅 특별 꿀팁인데"

Q. 아까 클라우디 선수가 마우스와 패드는 중요한 세트라고 하셨는데, 패드 선택은?
'클라우디' : 마우스 패드 역시 다른 게이밍 기어 못지않게 정말 중요합니다. 마우스 패드 성향은 약간 슬라이딩하면서도 밸런스적인 패드를 선호합니다.

'마가렛' : 새 제품은 약간 슬라이딩스러우면서도 사용감이 늘면 빳빳해지는 게 좋더라고요. 퀵 헤비만 쭉 써오고 있습니다.

'클라우디' : 그런 것도 있어요. 오늘따라 유독 패드가 빳빳하다? 창문 열면 100% 확률로 비 내리는 날씨입니다. 특히 여름에 비가 자주 내리니 연습장이 쉽게 습해져 에어컨을 상시로 켜놓기도 했죠. 제 자리가 또 하필 에어컨 옆자리라 얼어 죽을 것 같았어요.

'마가렛' : 난 그런 거 못 느끼겠던데. 예민하지 않아선가? (웃음)

Q. 마우스는 FP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 같아요. 두 선수 마우스는 어떤 제품을 사용하나요?
'클라우디' :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다양한 마우스를 쥐어보는 '찍먹' 성향이 강해 레이저 데에, 벡시 AX, 조위 EC3 등 대칭 비대칭 가리지 않고 여러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주력 마우스는 로지텍 지프로 슈퍼라이트1(이하 지슈라)을 사용 중입니다. 최근 지슈라2가 출시 됐는데, 표면 코팅이나 클릭압이 저에게는 조금 가벼운 것 같아 지슈라1을 애용하죠. 특히 센서 위치가 일품이에요.

'마가렛' : 제 마우스는 지슈라2요. 그립법이 조금 특이한 편인데, 비대칭 마우스와는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클로 그립에 엄지손가락 위치를 마우스 엉덩이 부분으로 극단적으로 내려 대칭 마우스와 시너지 효과가 좋습니다.

Q. 그럴 줄 알고 스틸시리즈 에어록스3 무선 고스트 에디션 대칭 마우스 가져와 봤습니다. 이 자리에서 두 선수 마우스 그립법 공개해 주시죠.



▲ 클라우디 선수 마우스 그립법, 무난한 클로 같지만, 엄지와 약지에 힘을 한껏 싣는다.



▲ 마가렛 선수는?



▲ 아무나 못 따라 하는 신개념 클로 그립법. 대칭 마우스와 시너지 효과가 좋다고 한다.

Q. 남은 2023년, 돌아오는 2024년의 목표와 더불어 인벤의 농심 레드포스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클라우디' : 우승이죠. 이번 국내 챌린져스에서의 목표는 우승이고, 실제로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한국의 쟁쟁한 강팀만 꺾으면 충분히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챌린져스 우승팀들이 모인 어센션에서도 마찬가지기에 국내 챌린져스 우승은 기본 중 기본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졌습니다. 이번 시즌에 발전된 모습을 보여 좋은 성적을 내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가렛' : 저 또한 챌린져스 우승이 단기 목표입니다. 어센션 상위권은 물론이고 우승까지 노려봄 직 하기에 농심 레드포스 팬들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