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FPS에 진심 '빈본' 김진영 해설이 전한 발로란트 in Korea

인터뷰 | 김병호 기자 |
'빈본' 김진영은 FPS 장르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해설가이다. 2016년부터 오버워치, 발로란트 등 FPS 장르 게임을 도맡아 해설을 해왔다. 천생 FPS 게이머로서 서든어택부터 시작해서 오버워치, 배틀 그라운드, 발로란트까지 국내에서 유행한 FPS 게임은 매번 최상위 랭커가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그에게서 FPS장르, 그리고 발로란트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풀어낼 수 있었다.

'빈본' 해설이 전한 발로란트의 매력은 정통 FPS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이었다. 스킬보다 에임이 더 중요한 게임, 그리고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피지컬과 뇌지컬의 조화, 그게 어우러져 최상의 플레이가 나왔을 때 터지는 짜릿함. 일대 다수를 이겼을 때 느끼는 쾌감는 아마 FPS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모두 공감할만한 느낌일 거다.

그런 발로란트는 왜 유독 한국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을까? 그리고 발로란트가 인기를 얻으려면 어떤 부분들이 수정되어야 할까? 해외에서 크게 성장하는 발로란트 e스포츠를 바라보면서 '빈본' 해설에게 국내 발로란트가 가야 할 방향을 물어봤다.



▲ 2022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 해설을 맡은 '빈본' 김진영(왼쪽)

Q. 2022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 스테이지2가 지난 6월 마무리됐다. 대회를 총평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모든 게 예상대로다. 대회 시작하기 전부터 우승팀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유의미한 발전도 보였다. 중, 하위권 선수들이 더 촘촘해진 건 의미있는 성과다. 한국 발로란트 씬이 작년보다 발전했다는 걸 엿볼 수 있는 시즌이었다.


Q. DRX가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DRX는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다고 평가받는다. DRX가 국제 무대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발로란트의 인기도 올라가지 않을까?

내 생각에 그런 시기는 이미 지났다. 발로란트는 출시된 지 이미 시간이 꽤 지난 게임이다. 그리고 작년 국제대회가 처음으로 열렸던 시점에 기대가 많았는데, 아쉽게 반응이 크진 않았다.

‘DRX가 국제 무대에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다만, 나 뿐만이 아니고 해외 분석가들까지 DRX에 대해 똑같은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식 운영, 짜여진 틀, 모든 셋업, 기계적인 움직임은 DRX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그 부분이 DRX의 가장 큰 단점이자 걸림돌이 될까 걱정된다. 매해 경험치를 쌓고 있으니 이번 대회에는 조금 더 기대를 해보고 싶다.

※ 이 인터뷰 이후, DRX는 2022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패자조 2라운드에서 FPX에게 패배했다.


Q. DRX가 국내에서 너무 막강해서 발로란트 프로게임단 창단을 망설이는 팀도 있더라. ‘어차피 우승은 DRX가 할텐데 창단을 해야할까?’라는 고민이었다.

나도 그런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프로게임단 입장에서는 사업적으로 접근할 문제니 이해는 간다. 하지만 발로란트 씬을 잘 알지 못해서 생긴 오해라고 말하고 싶다.

자본이 되고 선수를 케어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DRX을 잡을 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꼭, 선수를 국내에서만 데려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주변 국가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도 많고,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신흥국가에도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다. 또, 지난 해 DRX를 견제했던 팀들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발로란트 리그를 뛰고 있는 담원 기아나 온슬레이어스도 자신들은 충분히 DRX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 DRX의 독주를 막는 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 사이타마현에서 치러진 발로란트 결승(일본 내 발로란트 인기를 엿볼 수 있다.)

Q. 미국과 일본 등에서 발로란트의 인기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세계에서 발로란트는 얼마나 인기를 얻고 있는가?

예전 도타나 포트나이트가 유행했을 때, 그 때 당시 알고 지낸 스탭들과 선수들이 대부분 발로란트로 넘어왔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종목의 유명 선수나 스트리머 중에도 발로란트로 넘어온 이들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있었다.

트위치, 유튜브를 통해 보여주는 수치도 단기간 동안 정말 많이 성장했다. 최근 일본 사이타마돔에서 열린 오프라인 대회에서는 2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다.

사실 발로란트의 성공은 아시아 지역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번에 발로란트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글로벌 게임으로서 마지막 퍼즐을 맞춘 듯하다. 이런 시장의 흐름이 발로란트의 인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Q. 그에 비하면 한국에서 발로란트의 입지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다. 한국에서 유독 발로란트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인 게이머의 특징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게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 게이머들이 익숙한 걸 좋아한다. 그런데 카운터 스트라이크 계보를 잇는 발로란트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게임을 아니다. 그래서 좀 더 낯설게 느끼는 듯하다.

코로나 시기에 출시가 된 점도 영향이 크다. 한국에서는 PC방 문화가 굉장히 중요한데, 발로란트는 코로나 시기에 출시되면서 신작 효과를 얻지 못했다. 사실 그 때 홍보가 잘 됐다면, 발로란트가 지금보다는 더 인기가 많았을 거다.


Q. 발로란트가 ‘카운터 스트라이크’류 게임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흔히 말하는 정통 F.P.S의 계보라서 그런 것 같다.

예를 들어, 오버워치의 계보는 팀 포트리스다. 하이퍼 류라고 말하는 형태로 하늘을 날라다니거나 상하좌우 360도로 에임을 써야 하는 게임이다.

발로란트도 스킬을 사용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발로란트의 근간을 살펴보면,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고, 폭발물을 설치하고, 에임을 쓰는 방법 등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매우 가깝다.




Q. 발로란트가 낯선 유저를 위해 발로란트의 매력을 설명해준다면?

오버워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발로란트는 어려운 게임일 수 있다. 오버워치에는 에임이 정확하지 않아도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다. 반면에 발로란트는 에임이 받춰줘야 하고, 게임 플레이 시간도 긴 편이다. 머리 한 대만 맞아도 죽는 게임이라 의욕을 상실하기 쉽다.

발로란트의 재미는 그 허들을 넘는 순간에 찾아온다. 불리한 순간에 상대의 머리를 쏴서 역전하거나 뇌지컬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때면, 상황에 몰입하고 극복해낸 만큼 엄청난 쾌감이 느껴진다. 일대 다수의 상황에서 세이브를 해낸 선수들에게 그때 감정을 물어보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고 대답하더라.

발로란트가 주는 매력은 정통 FPS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높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에는 없는 스킬의 존재 때문이다. 피지컬을 중시하는 기존 FPS 게임에서 ‘스킬’의 존재로 뇌지컬이 관여하게 된다. 피지컬과 뇌지컬이 맞물려서 내가 원하는 최상의 결과가 나올 때면, 그 쾌감이 엄청나다.


Q. FPS는 서양인들에게 특화되어 있고, 서양인들이 잘하는 장르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인기e스포츠였던 오버워치를 보면, 세계 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이 최정상급 대우를 받았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그리고 발로란트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오버워치를 잘한 건, 오버워치가 한국 PC방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린 친구들이 많이 오버워치를 플레이했고, 그 친구들이 결국 선수로 이어졌다. 최근까지도 그 유스풀이 유지되어서 오버워치에서는 한국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발로란트가 PC방에서 인기를 끈다면, 3~4년 뒤에는 한국도 세계무대를 제패할 수 있을 거다.

한국이 정통 FPS에 약한 이유는, 민속놀이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 북미, 유럽의 민속놀이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민속놀이는 스타크래프트다. 우리나라에서 어린 시절부터 FPS를 경험한 사람은 소수였다. 대다수는 스타크래프트를 즐겼고, 거기서 대부분이 리그 오브 레전드로 넘어갔다.

현 시점, 그리고 이런 구조 속에서 해외 팀들이 FPS, 그리고 발로란트를 더 잘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 듯하다.


Q. 한 발짝 더 나가서 질문을 해보고 싶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서든 어택의 인기가 엄청났다. 내 기억에 서든어택에서 3,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서버를 40~50개씩 운영했다. 그 많던 FPS 유저들은 어디로 갔을까?

서든 어택 유저들은 여전히 있다. 서든 어택이 성공한 건 PC방 리그의 활성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PC방 리그 전국 대회에 출전했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하면, 내 나이가 지금 서른인데 당시 대회에 함께 출전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형, 누나들이었다. 지금 그 분들은 30대 중, 후반 혹은 40대 초반일 거고, 사실상 사회에서 바쁘게 살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하시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Q. 국내에서 발로란트가 더 많은 인기를 얻으려면 어떤 마케팅이 이뤄져야 할까?

마케팅은 지금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라이엇 게임즈가 PC방에서 굉장히 많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처럼 꾸준하게 이벤트를 진행하면 PC방 점유율을 점점 올라가지 않을까?

이에 더해서 아마추어가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열린다면 더 좋을 듯하다. 서든 어택이나 오버워치, 배틀 그라운드가 인기를 많이 얻은 건 PC방 대회 영향도 많이 컸다. 발로란트만 이게 안되고 있다. 이게 받쳐 준다면, 발로란트도 인기가 더 많아질 거라고 본다.


Q. 발로란트가 2023년부터 신규 국제 리그를 발족한다고 한다.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세 개의 권역으로 정리하여 리그가 진행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진행될 프랜차이즈 리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전한다면?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발로란트 e스포츠가 성공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와 팬들 입장에서는 더 뛰어난 선수들과 경기를 볼 수 있을 거고, 선수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뛸 수 있을 거다.

한 가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신규 국제 리그가 한국 근처에서 열렸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한국에 있는 아마추어 선수, 프로 선수들이 그들과 스크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선수들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다.


Q.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터뷰를 보신 분들이 발로란트를 한 번 해보셨으면 좋겠다. 다른 게임에서는 느끼지 못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면, 대회라도 한 번 봐서 발로란트의 재미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시길 바란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