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어디 가지? #6] 화려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그 자체! 부평 'VR MAX'

기획기사 | 정재훈 기자 | 댓글: 15개 |



※ 'VR 어디 가지?'는 매주 목요일, 전국 방방곡곡의 VR 매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VR. 쉽고 재미있게 체험해보고 싶으시다면 'VR 어디 가지?'를 참고해주시면 됩니다.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사실 기자는 서울 출신이 아니다. 서울과는 가깝지만, 서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곳. 200만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지만, 지방에 가면 "에헤~이! 총각 쓰울사람이구마!"를 들을 수밖에 없는 도시. 인천이 기자의 고향이다. 6주차를 맞은 'VR 어디 가지'. 인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감이 잡혔을 것이다. 이번에 찾아갈 곳. 인천에서도 가장 많은 젊은이가 찾는 문화의 거리 '부평'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나름 서울과 가까운 곳이긴 하지만, 결국 서울 밖이 아닌가. 택시를 타면 지역점프 할증이 붙고, 전철을 타면 안에서 자고 깨도 아직 도착하지 않을 곳이다. 그러다 보니 취재 인력을 구할 수가 없다. 전편을 꾸준히 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VR 어디 가지?'는 매 편 VR을 전혀 모르는 인물과 함께 취재에 나선다. 그런데 서울 밖으로 가자고 하기가 좀 뭣하다.

하지만 대수랴. 기자의 홈그라운드 인천이다. 다짜고짜 집에서 공부에 여념이 없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생, 간만에 게임이나 좀 하러 가자". 지금이야 각 잡고 공부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친구, 했다 하면 다이아에 마스터를 찍는 금손이다. 심지어 심심풀이로 시작했던 '디아블로3'는 그 시즌 악마사냥꾼 랭킹 1위를 찍고 놔주질 않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을 끌고 나왔다. 오늘 가야 할 곳. 부평 문화의 거리에 있는 'VR MAX'다.



▲ 꿈과 환상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 그럴 줄 알고 지도 가져왔습니다




▲ 거리상으로 멀어 보이지만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

● 장소 정보

매장 이름: VR MAX
주소: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문화로80번길 16 스타빠루뚜 6층
요금: 선불 카드 요금제, 어트랙션당 3,000원, VR룸 입장료 30분당 10,000원
영업 시간: 12시 ~ 24시 (22시 입장 마감)
운영 주체: 한영 엔지니어링



■ 당신은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 일반적인 부평역사의 모습. 겉모습에 속으면 안된다.

VR MAX로 찾아가는 길은 의외로 험난하다. 사실 인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야 부평은 지겹도록 돌아다니기 마련이고, 부평역 주변의 지리를 대충이나마 파악하기 마련이다. 인천 사람들이면 다 아느냐고? 물론이다. 사실 젊은 시절을 인천에서 보냈다면, 어떻게든 부평을 가게 되어 있다. 모르는 게 더 신기할 지경이다.

하지만 외지인이라면 부평이 꽤 위험할 수 있다. 지상이야 별것 없지만, 문제는 지하다. 부평역 지하상가는 국내에서도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로 어지럽고 넓다. 괜히 '던전'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출구만 해도 서른 곳이 넘는데다가 길도 직각이 아닌 이상한 사선으로 꺾여 있는 경우가 많아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기 쉽다. 첫 방문이라면 차분히 지상의 건널목을 이용하도록 하자. 물론 기자는 인천의 아들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지하도로 향했다.



▲ 이 표지가 보인다면 한번쯤 망설이십시오



▲ 30개가 넘는 출구 중 생문은 하나입니다



▲ 문화의 거리를 돌고 돌아



▲ 원킬...을 찾았으면 잘 찾은 것



■ 음 이곳은 다르다... 마치 아케이드 같잖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니 VR MAX 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VR MAX는 다른 VR 매장과는 완벽히 다른 컨셉의 매장이다. 일단 VR MAX는 '체험'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내부 구조에서 풍기는 분위기부터가 그렇다. 마치 아케이드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하나?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을 때 간혹 들르는 영화관 내 오락실과 비슷한 느낌이다.



▲ 지금까지 가본 모든 VR 매장 중 가장 화려했다.

어두운 조명부터, 사이키델릭한 디자인, 그리고 누가 봐도 VR보다는 일반적인 아케이드와 더 비슷해 보이는 어트랙션까지, VR MAX는 완벽하게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그래서 요금제도 다른 곳과는 상당히 다르다. 보통 시간제, 혹은 입장권을 끊는 일반적인 매장과는 다르게, VR MAX는 마치 교통 카드를 충전하듯 이용 카드에 요금을 충전해야 한다. 그리고는 어트랙션을 즐길 때마다 카드를 찍어주면 된다. 어트랙션 가격은 한 번에 3천 원. 요금은 최소 2만원부터 충전할 수 있다.



▲ 끝나고 나면 반납해야 한다. 잔액은 일정 액수 이하일 경우 환불이 안되니 주의

가볍게 2만원을 결제한 후 어트랙션으로 향했다. 평일 한낮에 매장을 방문하다 보니 사람이 우리 둘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손님의 입장에서 이렇게 횅하게 빈 매장을 보면 무서워서 발을 돌릴 것 같았다. 물론 주말엔 다르겠지만 말이다. 다르게 말하면,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가서 타면 그만. 중간에 쉬어도 누가 와서 가로챌 일도 없다.



▲ 간단히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굳이 없어도 불편하진 않다.

어트랙션은 모두 탑승형으로, '드론'을 타고 레이스를 펼치거나 메카닉에 탑승해 적을 처치하는 정도의 가벼운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트랙션당 플레이 시간은 대략 3분 정도.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그냥 적절한 시간이다. 재미있는 것은 HMD이다. 5주차까지 기자가 방문했던 모든 매장은 오큘러스나 HTC 바이브, 혹은 기어 VR 같은 HMD를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VR MAX는 지금껏 보지 못한 HMD를 사용한다. HMD의 성능은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 하지만 화면 해상도가 약간 불규칙하게 흔들리거나 화면이 뿌옇게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각 어트랙션의 하단에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는데, 내용이야 보통 아케이드나 PC방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부수지 마세요. 부서지면 변상하셔야 합니다'이지만 금액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실제로 체험하게 되면 몸을 조심해서 움직이도록 하자.



▲ '분노조절장애'도 '분노조절잘해'로 바꿔주는 경고문

하지만 매장 외곽으로 마련된 'VR 룸'은 조금 다르다. 이곳은 카드에 충전된 요금으로 30분당 만 원의 요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데, 이곳은 다른 VR 매장과 거의 차이가 없다. HMD도 'HTC VIVE'를 사용하며, 지불한 요금만큼의 시간 동안 준비된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 VR 룸은 다른 VR 매장과 차이가 없다.



■ 좋은 분위기, 아쉬운 '콘텐츠'

문제는 '콘텐츠'다. 기자는 VR MAX의 첫인상에 적지 않게 감탄했다. 지금까지 여러 VR 매장을 돌아다니며 느낀 바로는 VR 매장 대부분이 아직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할지 명확히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상업'과 '인프라 부흥'의 두 가치 사이에서 저울질하다 약간 애매한 위치에 서버렸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요금은 받으면서도, 매장 구조는 '체험'에 가깝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VR MAX는 완벽하게 상업적 매장으로 꾸며진 형태를 하고 있다. 문제는 상업적 목적을 두고 매장을 오픈하려면 굉장히 강력한 '콘텐츠'가 필요함에도, 그럴만한 콘텐츠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먼저, '어트랙션'은 좌석이 흔들리고,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맞춰 같이 움직이는 등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수준이 하드웨어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 VR 콘텐츠는 높은 수준의 그래픽 품질을 요구하는 편인데, 어트랙션의 소프트웨어들은 잘 봐주어도 잘 만든 모바일 게임 수준이다.



▲ 분위기는 참 좋은데 그래픽이...

VR 룸 내부에 있는 콘텐츠들도 마찬가지다. VR MAX의 콘텐츠들은 외부 개발사들이 만든 작품들이 아닌, 자체 개발한 콘텐츠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이 콘텐츠들의 완성도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괜찮은 콘텐츠가 자체 개발한 방탈출 콘텐츠 정도다.



▲ 방탈출 콘텐츠는 잘 만든 편이었다.



■ 점수를 매기자면? - ★★★☆ 3.5/5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자. VR MAX는 지금껏 가본 그 어떤 매장보다도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매장이다. '놀이 공간'으로서의 분위기나 입지(부평은 핫한 곳이니까), 그리고 매장 디자인은 너무나 훌륭하다. 솔직히 말해 다른 VR 매장들도 이렇게 꾸며 두었으면 좋을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물론 부산에 위치한 VR 매장을 비롯해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매장들도 많이 있다. 어디까지나 VR 어디 가지?에서 탐방했던 곳들 기준이다.)



▲ 공간 인테리어는 '엔터테인먼트' 그 자체

반면, 콘텐츠의 퀄리티가 옥에 티라고 할 정도로 발목을 크게 잡았다. 계속 '콘텐츠의 퀄리티 퀄리티 지겹지도 않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VR 콘텐츠에서 콘텐츠의 완성도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정말 잘 만들어야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VR 콘텐츠다. 기자가 현재 등장한 VR 콘텐츠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로보 리콜'의 경우, 콘텐츠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 마감새가 굉장히 훌륭하다. 3D 멀미를 심하게 느끼는 사람조차도 '로보 리콜'을 하면서 멀미를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온갖 FPS를 섭렵한 동생이 VR MAX에서 나오며 속 뒤집어진다고 국물을 먼저 찾았다.



▲ 뻗었다.

현재만 놓고 본다면, 3점이다. 하지만 0.5점을 더 준 이유는 VR MAX가 가진 폭넓은 잠재력 때문이다. 종합해서 점수를 내면 3점이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을 말하는 거다. 콘텐츠만 개선되어도, VR MAX는 충분히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곳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콘텐츠' 개선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개발 과정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개발만 된다면 적용하는 건 쉬운 일이니까.

그 잠재력을 생각해 점수를 조금 더 주었다. 앞으로 꾸준히 개선이 이뤄진다면, 비록 먼 거리이지만 재방문 의사도 있다. 그러니 조금 더 미래를 두고 보자. 아! 한 가지 빼먹은 것이 있다. 부평 한복판인 만큼, 아마 인천에 거주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이왕이면 모임의 첫 번째 코스로 정하자. 알콜이 스민 채로 들어갔다간 뒷일을 책임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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