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VR커넥트] 피드백을 준다면 적용을 해야지! 안테PD의 '작은 나라에서 VR개발기'

게임뉴스 | 허재민 기자 | 댓글: 1개 |



지난 10일 정자역 킨스타워에서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VR 게임의 개발, 마케팅 사례'를 주제로 '성남 VR 커넥트 세미나' 행사가 개최됐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VR 개발자들이 말하는 개발과정에 대한 조언과 VR 시장에 대한 분석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날 마지막 순서로는 먼 나라, 크로아티아에서 온 크로팀(Croteam)의 안테 브르돌리아(Ante Vrdelja) PD 겸 CMO가 나와 '(아주)작은 나라에서 VR 게임 개발기'를 주제로 한국만큼 척박한 크로아티아의 VR 시장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시리어스 샘' 시리즈로 유명한 크로팀은 작년 얼리억세스로 출시한 '시리어스 샘 VR: 라스트 호프'로 100만 달러 매출에 성공한 바 있으며, 탈로스의 법칙2, 시리어스 샘 4 등 차기작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안테 브르돌리아 PD


※본 강연 기사는 강연자 시점에서 서술했습니다.


■ 왜 VR인가 - 척박했던 개발 환경과 VR이 가진 힘





오늘의 주제는 아주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VR 게임을 만드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크로아티아는 인구 450만 명의 아주 작은 나라니까.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먼저 이 리스트를 봐주길 바란다. 저널리스트 '딘 다카하시'의 리스트인데, 좋은 게임을 만들 때 필요한 요소들이 나열되어있다.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술 섹터가 우선으로 필요하고, 국가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활성화되어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정부 지원 등,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것을 볼 수 있다.




그럼 우리가 게임 개발을 시작했을 때는 어땠을까? 크로아티아에는 정말 많은 게 없었다. 그래, 많지는 않아도 대학은 있었지. 이제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트랜드에 맞춰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크로아티아로 많이 오고 있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 리스트에서 빠진 중요한 요소가 있다. 열정, 게임 개발에 대한 사랑이다. 개발하면서 즐겁고, 즐거움을 게임으로 만들어내고, 그리고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는 '열정'이 중요하다.




이게 바로 왜 VR을 개발하는지에 대한 답이다. 2년 전쯤 오큘러스에서 샘플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 적이 있다. 해본 순간 VR이 엄청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겠다는, 몰입감이 대단한 게임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미래의 모습을 본듯했다.

VR은 유저를 다른 장소로 보내준다. 마술같이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서 다른 장소에서 몰입감 있게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게 비디오 게임의 목적이 아닐까? 그래서 VR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 VR,첫 시작의 목표 - 유저가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VR 게임 개발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에 직면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경험을 해치면 안 된다는 점. HMD를 쓰고 게임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어지럼증을 경험하게 된다. 게임을 하면서 즐거워야 하는데 멀미가 난다? 다시는 플레이를 안 할 확률이 높다. 결국, VR게임의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측면이었다.

첫 게임을 만들 때는 탈로스의 법칙을 가지고 시험을 해봤다. 구현된 모습은 예뻤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탈로스의 법칙 세계에서는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데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구성하면 멀미가 나기 때문. 그래서 텔레포트로 이동하도록 했더니 약간 편법적인 느낌이 들었다. 결국, 움직임이 중요한 탈로스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리어스 샘 VR : 라스트 호프'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앞서 말했듯 크로팀은 90년대부터 게임 개발을 시작했지만, 우리는 80년대부터 게임을 해왔던 게이머다. 오락실에서 아케이드 게임을 많이 해온 게이머였다. 이런 아케이드 게임에서 영감을 가지고 그 느낌을 살리고자 했다.

'시리어스 샘 VR'은 직관적이고 간단하다. 움직이지 않고 한곳에서 플레이하게 되고, 적들이 몰려온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유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적을 쏴서 죽인다'라는 것. 하지만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고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유저는 게임의 목적을 이해한다

현재 '시리어스 샘 VR: 라스트 호프'는 얼리억세스 타이틀이다. 스팀이나 포럼을 통해 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볼 수 있었다. 직접 연락을 주기도 하고. 유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고, 이를 잘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얼리억세스로 출시한 것이다.

'시리어스 샘 VR'에서 유저 이야기를 듣겠다는 것은 정말이다. 가장 많이 유저들이 요구한 것은 '좀 돌아다니고 싶다'는 것. 하지만 '시리어스 샘 VR: 라스트 호프'에서 걸어 다니도록 만들려면 처음부터 뜯어고쳐야 했고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움직임에 대한 경험'을 다음 작품, '시리어스샘 VR: 퍼스트 인카운터'을 통해 구현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텔레포트 이동 방식에 만족해했지만, 하드코어 플레이어들은 역시 자유롭게 이동하기를 원했다.

그외에 오큘러스 이용자들의 게임 패드에 대한 기능을 넣어달라는 요구 등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고, 모두 적용했다. 스팀 포럼에 가니 '룸 바이시클'을 이용해 VR에서 돌아다닐 수 있도록 요구한 유저도 있었다. 안될 게 뭐가 있겠나, 시리어스샘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적용해줬다.

VR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고, 각자 장단점이 있다. 우리는 '시리어스샘 VR'에서 모두 다 시도해보고자 했고, 반응이 좋았다. 물론 일은 너무 많았다. 문제는 계속 생겼고 모두 해결해야 했다. 정말 VR을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할 정도. 그렇게 '시리어스샘 VR: 퍼스트 인카운터'는 3월, 두 번째 '세컨드 인카운터'가 다음 달에, 빠른 시간에 두 타이틀을 출시했다.



■ 잘한 것과 잘 못한 것, 그리고 앞으로는?




'시리어스 샘 VR'을 제작하면서 우리가 잘한 것과 잘못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잘한 것을 보자면, 우리는 6개월 안에 세 개의 타이틀을 출시했다. 피드백도 많이 듣고, 업데이트도 꾸준하게 해왔다. 현재 '라스트호프'의 콘텐츠 업데이트도 예정되어있고. 그리고 2인 협동 플레이에서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것이 또한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기도 하다. '시리어스 샘' 시리즈가 수도 없이 나오면서 모두 헷갈려 하더라. 뭐가 무료고 뭐가 VR 게임인 거지? 하면서. 커뮤니티에서는 '시리어스샘: 혼동(Confusion)'이라고도 하더라. 얼마나 헷갈렸느냐면 파트너조차 타이틀 이름을 잘못 언급할 정도. 참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피드백을 잘 들은 것도 우리가 잘한 점이지만 동시에 문제점이기도 했다. 모든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다 보니까 게임에 예상치도 못한 요소가 들어가더라. 넣으려고 했더라도 초반에 가능하게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도 너무 빨리 업데이트가 되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시리어스 샘 VR: 라스트 호프'의 아케이드 버전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리고 시리어스 샘 시리즈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시리어스 샘 차기작에는 시간을 좀 더 들일 예정이다. 이제 탈로스의 법칙의 차례다. 이번 해 말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VR 게임을 제작하면서 배운 것들을 녹여내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언제든 피드백은 환영이다.



■ Q&A

Q. 크로팀의 게임은 현재 '시리어스 엔진'으로 제작되고 있다. 앞으로 다른 엔진을 사용해 개발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 없다. 지금까지 자체적 엔진을 사용하고 있고 잘 되고 있다. 게다가 다른 엔진을 이용하게 되면 엔진을 배우고 적용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자체적인 엔진을 사용하면 좋은 이유다.


Q. 다른 개발사에서 시리어스 엔진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 현재 크로팀에서는 크로아티아의 5개 개발사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우리가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PC, 자금, 게임 IP도 제공하고 엔진도 사용하게 해주고 있다. 물론 이 개발사 중에서는 언리얼 엔진이나 유니티를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Q. 개발과 관련해서, 탈로스의 법칙은 최초로 벌칸 API로 제작된 게임이다. VR이나 후속작에서도 적용될 예정인지 궁금하다.

= 차기작도 할 것이다. 팀 내에서 선호하고 있기도 하고. 윈도우, ios 등 멀티 플랫폼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요구에 잘 맞는다. VR 렌더링은 또 다른 문제긴 하다.


Q. 이동방식에 대해서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팀 내에서 선호하는 방식이 있나?

= 탈로스 VR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이동방식을 적용할 예정인데,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방식이다. 아직은 비밀이라서 말해줄 수는 없지만 잘 작용하더라. 이를 제외하고는 텔레포트 정도?


Q. 이동방식에 대해서, 최근 트레드 밀 방식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고려하고 있는 방식이 있나?

= 하드웨어 솔루션에 대해서 물어보는 거라면 사무실에 있고 게임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곧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Q. 시리어스샘은 피튀기고 폭력적인 '상남자'의 게임이다. 반대로 남녀노소 다들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구상한 게 있는지 궁금하다.

= 피튀기고 폭력적이라니, 평가 고맙다! 시리어스샘은 그런 게임이라서 어쩔 수 없다. 잔인함에 대한 옵션은 지원하고 있다. 뭐, 우회책으로 피 대신 꽃이나 사탕이 나오게 할 수는 있겠다. 꽃도 무서워한다면 방법이 없겠지만.

가족용 게임이라면 탈로스 법칙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여성 유저도 많고.


Q. VR 시장이 척박한 만큼 사업적으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것 같다. VR게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게임 개발자들에게 조언해준다면?

= 일단 게임을 출시해라. 이게 중요하다.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게임 개발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VR은 더욱 그렇다. 빠르게 결과물을 내놓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라. 피드백을 듣고 맞춰서 행동하면 좋을 것이다.


Q. 사업적으로 다른 VR 회사와 조인트 벤처를 할 계획이 있는지?

= 아직은 혼자, 내부적으로만 하고 있다. 물론 번역이나 로컬라이징은 아웃소싱할 수 있겠지만 모션 캡처 등은 내부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VR에서 협력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Q.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특성이 생겼다. 이런 업데이트는 초보 유저를 위한 것인지, 하드유저를 위한 것인지, 앞으로 업데이트 방향성을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 묻고 싶다.

= 게임은 들어오기는 쉬워야 한다. 처음에 총 두 개로 시작하는 이유다. 진행하면서 난이도가 올라가고 알아야 하는 게 많아진다. 스킬도 처음부터 들어가면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 파이널 업데이트가 남아있는데, 모든 플레이어를 타겟팅하고 있다. 쉽게 시작해서 하드코어 유저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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