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햅틱스, "촉각 슈트, 배그에서도 쓸 수 있다"

인터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21개 |



'햅틱(haptic)'은 오감 중 촉각과 힘, 운동감을 느끼게 해주는 기술이다. 사람의 몸은 사물을 인지할 때 다양한 감각에 복합적으로 의존하게 되는데, VR 기술의 발달로 사람은 가상의 공간 속에서도 시각과 청각을 활용한 대략적인 상황인식이 가능해졌다. '햅틱' 기술은 여기서 더 나아가, 시각과 청각, '촉각'을 활용하여 더욱 사실적인 가상 콘텐츠 경험을 가능케 하고 있다.

VR에 '촉각'이라는 감각이 더해진다는 것만으로도 상상해볼 수 있는 수많은 경험을 우리는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그려졌던 VR 게임 오아시스와 햅틱 슈트의 모습처럼, 촉각이 더해진 VR 경험은 VR 콘텐츠의 몰입도와 사실성, 정확성을 급격히 향상시킬 수 있다.

VR의 태동 이후, VR에 햅틱 기술이 접목된 지 어언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촉각 전달 기술은 현재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을까? 자체 기술로 웨어러블 햅틱 슈트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 '비햅틱스'의 곽기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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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햅틱스 곽기욱 대표

Q. '비햅틱스'는 어떤 회사인가?

- 비햅틱스는 사용자가 디지털 콘텐츠를 시청각과 '촉각'을 통해 즐길 수 있도록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시각과 청각을 넘어서는 더욱 리얼한 체험을 원하게 되었고, '촉각'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지난 2015년에 회사를 설립했다.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햅틱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선 직접 하드웨어를 만들어야만 했는데,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비햅틱스의 첫 번째 웨어러블 기기인 '택토시(Tactosy)'다. 택토시는 스무 개가량의 진동 모터를 넣어 섬세한 진동을 구현했지만, 팔에만 착용할 수 있는 다소 한정적인 장비였다.





Q. 지금 비햅틱스가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햅틱 장비는 조끼 형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

- 당시엔 팔에만 착용할 수 있는 택토시와 달리 조끼 형태의 웨어러블 햅틱 수트를 만드는 회사들이 여럿 있었다. 실제로 그러한 기구들을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첫 번째는 착용이 번거로우며 무선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소리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코딩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특히 2015년 이전까지는 VR이란 게 별로 없다 보니 소리에 반응하는 햅틱 수트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러한 햅틱 수트는 게임에 적용하기도 어려웠다.

그들이 만든 결과물에 아쉬움을 느낌과 동시에, "왜 충분히 할 수 있을 텐데 못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곧 "우리가 직접 조끼 형태의 무선 햅틱 수트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후 HTC의 글로벌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바이브 X에 선정되며 본격적인 햅틱 수트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진동 모터 40개가 내장된 무선 햅틱 조끼 '택트 슈트'를 개발하게 됐다.





Q. 비햅틱스가 만드는 햅틱 수트는 다른 기업의 제품들과 정확히 어떤 점이 다른가?

- 비햅틱스가 내세우고 있는 주요 모토는 '브링 햅틱 슈트 유어 라이프', 즉 일상생활에서 누구든 쓸 수 있는 햅틱 슈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비햅틱스 이외에도 햅틱 수트를 만들고 있는 개발사로는 크게 서브팩, 우저, 테슬라슈트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세밀한 촉각 자극과 저렴한 가격, 무선의 편리성까지 모두 갖춘 것은 비햅틱스의 택트 슈트가 유일하다. 이러한 강점들을 바탕으로 현재 택트 슈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VR/AR용 햅틱 수트가 됐다.





Q. 비햅틱스는 촉각 구현을 위한 햅틱 기술로 모터 진동을 고집하고 있는데, 이 방식은 바람이나 전기, 열, 초음파 등을 활용하는 다른 방법에 비해 어떤 점이 좋은가?

- 비햅틱스에서도 꾸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촉각 자극을 실험해왔다. 딱히 모터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소비자용 햅틱 수트를 만들 때 모터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 신소재에 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가는 것도 좋지만, 현재는 내구성이 좋은 검증된 모터를 더 많이 달아서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컨셉으로 삼고 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테슬라슈트처럼 전기 자극을 사용하려면 사용자가 옷을 벗고 슈트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점이 생긴다. 물론 단가도 올라간다. 현재까지는 누구나 쉽게 착용할 수 있고, 단가도 낮으며 내구성이 좋은 모터 진동이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 택트 슈트에는 개별 작동하는 40개의 모터가 장착되어 있다


Q. 비햅틱스의 '택트 슈트'에 대해 더 자세히 소개 부탁한다.

- 택트 슈트는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40개의 진동 모터, 와이어리스, 그리고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프리사이즈가 특징인 햅틱 수트다. 초반 시제품은 하루 만에 모터에 연결된 선이 모두 끊기는 등 내구성이 문제였는데, 2년 간의 개선 과정을 거친 현재의 택트 슈트는 하루에 12시간씩도 사용하는 VR방에서 1년 이상 사용해도 잔고장이 없을 정도로 튼튼한 내구성을 갖추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55만 원에 판매 중이다.


Q. VR방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햅틱 수트를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이 있다. 일반인들도 햅틱 수트를 사용할 수 있나? 만약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에 사용할 수 있나?

-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없으면 하드웨어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비햅틱스에서는 '콘텐츠와의 쉬운 연동'에 많은 공을 들였다.

콘텐츠 연동을 위한 첫 번째 노력은 '직관적인 개발 소프트웨어 제공'이다. 비햅틱스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복잡한 햅틱 패턴을 제작하고, 이를 공유해서 자신의 콘텐츠에 적용할 수 있다. 언리얼과 유니티 엔진용 플러그인도 함께 제공하는데, 과장 좀 보태면 코딩 한 줄만 있으면 나머지는 전부 클릭으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현재 40여 개국의 300여 개 게임 콘텐츠에서 택트 슈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하프라이프 알릭스', '폴아웃4 VR', '스카이림 VR' 등 유저들이 특히 많이 사용하는 게임 앱에는 자체적으로 모드를 제작하여 제공하기도 하므로, 어느 정도 정평이 난 VR 게임이라면 대부분 택트 슈트와 연동된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 헤드크랩이 어느 방향으로 날아와 붙었는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Q. 분명 연동되지 않은 VR 게임도 있을 것 같은데, 이른바 '마이너'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택트 슈트를 사용할 수 없나?

- 사용자 수가 많은 AAA급 게임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어떤 게임을 하더라도 택트 슈트의 햅틱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소리에 반응하는 기능인 '오디오 투 햅틱'을 함께 제공한다. 이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비트세이버'가 있다.

비트세이버에서 유저가 어떤 곡을 연주하더라도 음악의 리듬에 맞춰 울리는 진동을 맛볼 수 있고, VR 게임이 아닌 '배틀그라운드', '레인보우식스' 같은 FPS 게임을 할 때도 총소리와 폭발음, 차량 소리의 방향에 맞춰 실시간으로 울리는 진동을 경험할 수 있다.

한번은 실제로 PC방에 택트 슈트를 들고가서 배틀그라운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보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 하나 때문에 택트 슈트를 사지는 않겠지만, 만약 택트 슈트가 PC방에 배치되어 있다면 매번 적의 위치를 찾지 못하는 초보 친구들에게 꼭 입혀주고 싶다고 하더라.

이외에도 게임 이외에도 영화나 뮤지컬, 콘서트 공연 등의 내용이 담긴 영상을 볼 때도 택트 슈트의 오디오 투 햅틱 기능을 활용하면 '4D 영화'를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VR 게임을 주로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택트 슈트의 강점이다.



▲ 꼭 VR에서만 사용할 필요 있나? FPS 게임의 의문사 방지에도 제격이다


Q. 택트 슈트의 진동 강도는 어느 정도로 조절할 수 있나?

- 진동 강도는 각각의 포인트에 16개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몸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진동은 줄 수 있으나, 주먹으로 강하게 맞는 것 정도로 세게는 안된다. 그만큼 진동이 세지려면 각각의 모터 크기도 커져야 하고, 단가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감이 잘 안 잡힌다면 휴대폰 진동보다 조금 더 센 정도라고 보면 된다.



▲ 진동 강도 조절부터 세밀한 프리셋을 직접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Q. 진동으로 촉각을 전달하는 만큼, '날카로운 칼에 베이는' 표현 등은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진동으로 촉각을 전달하기에 필연적으로 안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베이는 감각이다. 택트 슈트에도 일단은 '칼에 베이는' 패턴 자체가 준비되어 있고, 칼이 등장하는 게임들에도 각각 적용되어 있다. 예를들어 위에서 아래로 베인다면, 슈트의 상부에 있는 모터부터 아래의 모터까지 차례로 진동이 가해지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햅틱 기술이 '컨트롤 C + 컨트롤 V'를 누르는 것처럼 실제와 완전히 같은 느낌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VR 헤드셋을 쓰고 시각과 청각으로 충분히 속이고 난 뒤에, 비슷한 느낌의 촉각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Q. 촉각 경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성인용 콘텐츠'에의 활용을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 실제로 VR 음성 채팅 소프트웨어인 VRChat을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 택트 슈트가 비슷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애초에 포지션을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잡았지만, 사용자들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공식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지원할 계획은 없지만, 하반신에 진동을 느낄 수 있는 '무선 햅틱 바지' 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국내에서 성인용 VR 콘텐츠가 더욱 활발해지려면 VR 속 가상 캐릭터가 실사 퀄리티로 더욱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VR 성인 콘텐츠는 대부분 360도 비디오 수준에 그치고, 실제로 경험해본 이들은 평범한 성인용 영상을 보는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실사 퀄리티가 아닌 캐릭터로도 충분히 수요가 발생하는 모양새다. 일반적인 촉각 경험을 전달하는 것은 현재도 가능하며, 이때 이 촉각 경험을 어디에 사용하고, 어떤 비즈니스나 애플리케이션에 활용하는지는 사용자들에게 달려있다.



▲ VRChat에서는 물론, (출처: 유튜브 'iamLucid')



▲ 영상을 볼 때도, PC FPS 게임을 할 때도 택트 슈트를 사용할 수 있다


Q. 햅틱 기술은 VR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VR 시장의 확대. 나아가 햅틱 기술의 보편화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 햅틱 기기는 VR에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더 좋은 기기인 것은 분명하다. VR 시장 자체가 더 커져야 햅틱 기기의 수요도 많아지고 가격도 더 저렴해질 텐데, 이를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충분한 시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세서와 반도체 기술이 발전해서 VR 콘텐츠의 화질이 좋아지고, 연산이 좋아지려면 적어도 2년에서 3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발전한 기술에 걸맞은 좋은 VR 콘텐츠 역시 보편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실제로 밸브의 '하프라이프 알릭스' 역시 국내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해외에선 AAA급 PC 게임 타이틀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만약 완벽한 소셜 플랫폼, 혹은 완벽한 온라인 멀티 플레이 게임이 등장한다면, 이 또한 하나의 콘텐츠로서 VR 시장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Q. 비햅틱스의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하다.

- 공유하고 싶은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편하게 주고 받는 것처럼, 누구나 쉽게 서로의 촉각 경험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원격 촉각 전송의 플랫폼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그 처음 단계가 바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촉각 경험은 게임 이외에도 트레이닝, 의료,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자의 경험 향상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지금보다 더 자유도를 높히고 알려나가다보면, 향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 햅틱 기술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Q. 실제로 택트 슈트를 직접 사용해보고 싶은 유저들은 어디서 만나볼 수 있나?

- 국내라면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위치한 VR방 '레노보 VR 매직파크'에서 택트 슈트를 체험해볼 수 있다. 이외에도 8월에 개최될 예정인 VR 엑스포 등 전시회에도 빠짐 없이 출전할 계획이니, 꼭 한번 체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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