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는 질병인가? 아니면 중독세를 위한 수순인가?"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37개 |



'게임 과몰입은 치료받아야 할 질병인가? 게임산업계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기 위한 수순인가?'를 주제로 한 학술발표회가 대학의료법학회 주관으로 오늘(18일) 연세대학교에서 진행됐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과몰입으로 어려움을 겪는 게이머가 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제표준질병분류 11판(ICD-11)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신설키로 했다. ICD-11판에 '게임이용장애'를 신설하는 안건은 5월 20∼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HO 제72차 연차총회에서 확정,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의학계에서는 "게임 중독은 뇌에 있는 보상회로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나는 질환이다"며 "관리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게임 중독의 원인이 게임 자체인지 혹은 스트레스 등의 외부 환경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공존한다.

오늘 열린 의료법학회 월례 학술발표회에서 가톨릭의대 이해국 교수는 '게임과사용 관련 건강 문제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대응의 정당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해국 교수는 지난 2014년 게임중독법 공청회에서 "차라리 마약을 빼는 게 낫다"라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은 '게임이용장애와 과몰입 게이머 보호(비판적 입장을 중심으로)'를 발표해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게임과사용 관련 건강 문제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대응의 정당성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이해국 교수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이해국 교수

이해국 교수는 먼저 게임중독(game addiction)이 아닌,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가 옳은 표현이라고 바로 잡았다. 예컨대 알코올사용장애는 알코올을 사용하는 데 그 패턴이 병적이고, 중독적이란 의미다. 일반 성인이 술 한 잔 마시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장애라는 표현 역시 장애인에서 장애(disability)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질환이 있음을 지칭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게임이용장애라는 표현도 이해국 교수는 "게임 자체에 대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게 아니다"라며 "게임을 부적응적 혹은 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며 세간에서 게임이용장애가 코드화되면 게임 자체를 중독유발물질처럼 취급한다는 반응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민반응이라고 덧붙였다.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화 하는 데에도 의학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이해국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비적응적 정신행동 문제가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질병의 뇌과학적 기전, 질병 고유의 자연사적 경로, 그러한 정신행동문제로 인한 공중보건학적 폐해 등 3가지 측면에서의 근거가 필요하다"며 "따라서 WHO가 ICD-11에 게임이용장애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연구 결과를 확인하고 보건 전문가들이 일정 기준에 합의한 결과"라고 전했다.

이해국 교수는 게임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도파민 분비를 근거로 들었다. 단기적인 결과로 게임을 하는 동안에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것은 1998년 네이처지에 실렸고, 장기적으로는 뇌파 및 PET/SPECT와 같은 뇌 영상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PET/SPECT 실험은 신뢰도가 높지만, 방사능 위험이 커 선진국에서는 실험을 기피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게임 관련 논란에 PET/SPECT 실험을 했고, 이 결과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팩트'라는 게 이해국 교수의 설명이다.

즉, 이해국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 이해국 교수가 제시한 게임중독이 실재한다는 뇌 과학 근거

아울러 이해국 교수는 학술회에 참석한 정신의학과 의사를 대상으로 게임이용장애 질병화에 대한 반박과 우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응을 제시했다.

게임 때문이 아니라 우울증 때문이다.

= 중독질환의 특성 중 하나는 공존정신질환이 많다는 것이다. 알코올중독도 처음엔 성격이 우울증의 이차적 문제로 여겨지던 시대가 한때 있었다. 우울해서 중독물질을 추구하기도 하나, 중독 발생이 우울증 또한 유발한다. 또한, 하나의 중독질환이 충동성 억제를 못 하게 만들어 다른 중독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중독질환들의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은 다른 정신질환이 공존해도, 동등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세계적 진료 표준이다.


금단이나 내성 증상이 없으면 중독이 아니다.

= 금단, 내성은 중독성 물질이 뇌에 작용할 때 신경세포 적응에 의해 수용체가 둔해져 점점 더 많은 물질을 요구하게 되고, 중단 시엔 늘어난 수용체의 흥분도가 일시에 증가해 자율신경계가 항진되는 작용으로 물질의존의 특징적 증상이다.

그러나, 도박중독 등 행위중독이 중독성 질환으로 분류되면서, 중독질환의 개념이 의존(dependence)에서 사용장애(use disorder)로 바뀌었다. 또한, 생물학적 의존 현상에 근거한 금단, 내성은 중독의 필수적 진단기준이 아니며, 중독의 진단은 보다 핵심적인 사용의 패턴으로 진단을 하게 됐다.


게임중독의 원인은 게임이 아니다.

= 게임이용장애 진단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보건 전문가들이 게임중독의 원인이 게임에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중독을 이해하는 기초적인 원칙은 사람(host), 매개체(agent), 환경(environment)의 상호작용 때문에 발생한다는 공중보건학적 모델이다.

게임이용장애 치료는 게임을 중독유발물질로 낙인찍는 게 목표가 아니다. 게임이용에 대한 조절력을 잃은 개인을 방치하지 않고, 스스로 조절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있다.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을 정신질환자로 낙인찍는다.

=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한 편견이야말로 잘못된 인식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생긴다고 해서 갑자기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기능손상을 보이는 환자가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와 다양한 지역사회 기관에서 근거에 기반한 예방 교육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심각한 게임중독으로까지 진행되는 게 적극적으로 예방될 것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신설은 과도한 의료화다.

= 게임이용장애 진단은 중독적 수준으로 진행되어 일상생활 기능이 무너진 일부 개인에 대해 숙련된 임상가에 의해 기존의 정신행동 건강체계에서 이루어질 것이기에 과도한 의료화라고 볼 근거가 없다. 알코올중독은 단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던 시대에의 비판과 유사하다. 실제 임상에서 치료를 찾는 심한 환자들의 경우, 기능장애가 심해 치료에 대한 요구가 높다.

따라서, 과도한 의료화가 아닌 서비스 수요에 대한 적절한 건강 체계의 준비일 뿐이다.


게이머와 게임에 대한 낙인, 놀 권리 훼손이다.

=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이 문제없이 즐길 수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문제적 게임을 하는 것도 존재한다. 그 문제적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려는 것이다. 건강한 오락을 병리화하는 게 아니다. 개인의 삶에서 심각한 병적 고통과 손상을 야기하는 과도하고 문제적 행동에 대한 병리화를 의미한다.

결국, 두 가지는 관련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별개의 현상이다.


질병코드 신설을 게임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것이다.

= 이러한 비난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가 중독적이지 않고, 오로지 이점만 있다는 과도한 믿음과 신념으로부터 발생한다. 실제 일부는 중독이 안 되지만, 다른 경우에는 중독될 수 있다. 디지털 기기의 건강에 위험한 사용에 대한 고려는 자동차 및 다른 운송 수단의 산만한 운전으로 비롯한 사고를 고려하는 것과 유사하다.

모럴패닉(moral panic)은 명백한 진단 시스템으로부터 발생하는 것보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와 이해의 부족에 의해 더 많이 발생하기 쉽다.


게임이용장애 진단이 과학적이지 않다.

= 알코올사용장애를 포함 정신장애 진단은 검사실 검사 수치로 확인하는 게 아니다. 병적인 패턴과 일상생활 기능손상을 파악해 진행한다. 따라서, 이러한 비판은 핵심적인 병적 패턴에 대한 진단 지침을 숙지한 숙련된 임상가에 의한 진단 과정이라는 정신행동장애 진단진료 현장에 대한 무지로부터 제기된다.

진단체계 제시를 통한 다양한 임상 사례자료 축적이 가능해져 더욱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치료가 발달할 것이다.

이어 이해국 교수는 "게이머가 걱정할 문제는 WHO가 아니라 게임사의 비윤리적 이윤추구 행태이다"라며 "건강한 게이머는 사행성 요소를 활용하는 주류 게임사의 비윤리적 행태에 집단소송 등을 통해 경종을 울린다"고 게임업계를 비판했다.

정신의학계가 게임이용장애를 블루오션으로 만든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 거 같다"며 "언론이 편견을 갖지 않고 보도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끝으로 이해국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진단체계 구축은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는 우리 주변의 실제 아이를 위한 것"이라며 "이해관계에 근거한 소모적 공방보다는, 하루빨리 안전장치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임이용장애와 과몰입 게이머 보호(비판적 입장을 중심으로)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이장주 소장은 먼저 DSM-2 시절 청소년 가출과 집단비행이 아동청소년 정신장애로 분류된 사례를 들었다. 1968년 나온 DSM-2에는 가출과 집단비행이 정신장애로 분류되어 있다. 두 행동은 시간이 지나 정신장애에서 제외된다. 시대가 변하면서 정신병에 대한 기준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정신병으로 분류된 동성애와 성전환증도 ICD-11에서는 정신장애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게임이용장애에 관한 오해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어졌다는 게 이장주 소장의 주장이다. 게임이용장애 논란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6년 인터넷중독이란 개념이 시발점에 있다. 그는 "인터넷 중독은 사회심리학자 영(Young)이 43세 가정주부가 인터넷 채팅을 오래 한 사례를 시작으로 개념화했다"며 "이때 그가 만든 '영 척도'는 지금도 응용해 널리 쓰인다"고 말했다.

이에 이장주 소장은 미흡했던 인터넷 중독 진단을 시작으로 경로의존에 의해 오늘날 게임이용장애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경로의존은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또한, 현재 게임은 소수의 문화가 아닌 주류 문화로 변화했다고 짚은 이장주 소장은 "게임은 더이상 일부 청소년에게 부적응 현상을 일으키는 미디어가 아닌, 전 세계 26억 명이 즐기는 문화적 트렌드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등록되면 전문가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게임이 미래 산업과 문화에서 중요한 기능과 지위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자세히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장주 소장은 현재 대중이 인식하는 게임의 문제가 언론을 통해 과장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특정 문제에 대해 전문가가 여러 사회 현상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설명하면, 보도자료와 뉴스를 통해 게임만 남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중은 폭력이나 심각한 사회 문제의 결과에서 게임만 원인으로 기억하게 된다.

게임의 문제는 언론에 많이 나오지만, 장점은 노출되지 않는다. 일부 연구를 보면 청소년 스트레스와 우울감 경험률, 흡연율, 음주 문제 모두 감소했다. 이는 청소년이 게임 이용률과 반비례한다. 물론, 이 결과는 아직 연구가 부족하기에 게임으로 인해 위의 모든 문제가 감소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문제는 이러한 게임의 사회적 장점에 대한 연구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이장주 소장은 과잉 의료화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과잉 의료화란 개인이나 가정, 학교, 사회가 고쳐야 할 문제를 병원에서 의사가 진단하고 약물치료로 변환하는 문제다. 특정 현상에 병명이 지어지는 순간 일반인이 개입할 여지는 사라진다.

과잉 의료화는 예방으로 이어진다. 현재 게임이용장애 의심 대상은 전체 이용자 중 3%로 추정된다. 이장주 소장은 "게임이용장애가 공식화되면, 나머지 97% 이용자에 대해서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잠재적 환자로 취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장주 소장은 ICD-11에 등재 예정인 게임이용장애 항목이 기존 도박중독과 같다는 것도 비판했다. 그는 "도박으로 일어난 피해와 게임으로 일어난 피해를 같다고 볼 수 있을까?"라 반문하며 "도파민 분비를 근거로 드는데, 그렇다고 해서 도박과 게임이 같다는 주장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며 안면타당도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이장주 소장은 게임이용장애의 연구가 충분하다는 의학계 주장에 "은유와 과학이 혼재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관행적으로 선행연구를 참고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의학계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연구할 때 기존 도박중독 사례를 근거로 봤고, 이 과정에서 게임과 도박이 혼재됐다는 이야기다.

또한, 게임이 여러 콘텐츠에 이용되는 시대에 더는 분리할 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유명한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나 '당신과 자연의 대결' 등에서는 드라마에 게임 요소를 적용했다. 이른바 인터랙티브 드라마다. 이것을 기존 드라마로 봐야 할지, 아니면 RPG로 봐야 할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새로운 콘텐츠를 환영하기에 앞서 이걸 게임이용장애 범주에 넣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장주 소장은 "곧 넷마블이 'BTS월드'를 출시하는데, 이것은 게임인가? 아니면 팬클럽 활동인가?"라고 의문을 전했다. 게임이용장애 논리 안에서는 방탄소년단 팬이 'BTS월드'를 갖고서 게임을 하는 건지, 아니면 팬클럽 활동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게이머 '보호'라는 주장에 이장주 소장은 "보호는 통제와 감시의 다른 용어로 매우 주의해 적용할 개념이다"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을사늑약에도 '일본의 외교 대표자 및 영사는 외국에 있는 한국인을 '보호'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보호는 통제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게 이장주 소장의 견해다.

반면, 이장주 소장은 "헌법적 권리인 국민으로서 자기결정권이 있는데, 오히려 게이머는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며 "셧다운제, 융통성 없는 연령등급제, 결제 한도와 같은 과잉보호가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이장주 소장은 "게임과몰입을 질병으로 접근하려면 더 정밀하고 현실적인 연구가 요구된다"며 "연구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질병화는 단점이 장점을 가려 의료계와 게임계 모두에 해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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