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규 직업과 대규모 이벤트까지, 올 여름 '라테일'엔 무슨 일이?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3개 |




때로는 긴 세월을 살아온 것만으로도 존경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에야 아니지만, 옛날엔 환갑만 살아도 오래 살았다고 동네잔치를 했을 정도니 말이죠. 물건도 마찬가집니다. 새로 사서 반들반들했던 물건도 시간이 지나면 곧 기성품이 되고, 낡은 물건이 됩니다. 그러나 그 시기를 지나면 빈티지가 되고, 앤티크가 되지요. 할리우드 영화만 봐도 수십 년 전 자동차가 번쩍이면서 등장하면 사람들이 '와~'하고 놀라지 '뭐야 저게?'하지는 않잖아요?

게임도 마찬가집니다. 1~2년 서비스한 게임은 아직 신작이고, 4~5년 지나면 '좀 된 게임'. 7~8년에 이르면 꽤 오래된 게임이지만 10년을 넘어가는 게임은 찾기가 힘듭니다. 10년이 넘게 서비스되었다는 건 그 게임에 뭔가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수익이 있다는 것이고, 또 그만큼 오랜 세월 계속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있단 뜻이니까요.

'라테일'이 그렇습니다. 아마 생소하신 분들도 많으실 거에요. 순위권을 넘나들면서 업계를 쩌렁쩌렁 울리는 게임은 아니지만, 자그마치 12년간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운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개발진도 꾸준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지요.

소식을 듣고, 라테일의 유정현 기획팀장과 강승철 운영파트장을 만나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어떤 업데이트가 이뤄지며, 앞으로 라테일이 어떤 길로 나아갈지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 라테일 유정현 기획팀장(좌), 강승철 운영파트장(우)


Q. 반갑습니다. 벌써 12년입니다! 유정현 팀장님은 라테일 기획단계부터 지금까지 12년동안 맡아오셨는데, 감회가 좀 새롭지 않으신가요?

유정현 팀장: 제 젊음을 다 바친 게임이죠.(웃음) 스물여섯 나이에 시작해서 이제는 결혼해서 아이도 열 살 가까이 됐는데 그때도 지금도 라테일을 개발하고 있으니까요. 원래는 제 형이 라테일을 개발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냥 QA로 일하고 있었고요. 형이 개발하는데 도움을 좀 줄 수 있느냐 해서 저도 같이 개발에 뛰어들었고, 처음엔 모르는 게 많다 보니 많이 헤매면서 게임을 만들어왔는데 이제는 애착이 많이 생겼어요.

처음엔 기획 쪽 업무를 잘 몰라서 업무 파악도 힘들었고, 유저들의 피드백과 니즈를 파악하면서도 개발 시간 때문에 그걸 다 반영하지 못해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가고 있어요.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부족했던 부분들을 고쳐나가다 보니 벌써 12년이 되었네요.


Q. 오랜 세월 게임을 운영하다 보면 진짜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유정현 팀장: 좋았던 기억도 있고, 힘들었던 기억도 있어요. 먼저 힘들었던 때부터 말하면 '폭풍' 업데이트 때였죠. 2011년에 라테일을 말 그대로 '갈아치운' 업데이트를 한 번 했었거든요. 게임 내 거의 모든 부분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이때 개발진도 굉장히 혼란스러워했어요. 하나만 실수해도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서로 감정도 상하고, 내부 다툼도 생기고 그랬었죠. 그땐 참 힘들었어요.

반대로 좋은 기억도 있어요. 2015년에 제가 팀장을 맡게 되면서, 유저 간담회를 진행했어요. 그 이후 간담회를 지속해서 하고 있는데, 그 한 번 한 번이 저에게는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요. 처음엔 유저분들을 직접 만난다는 게 굉장히 두려웠어요. 물론 그 과정을 겪으면서 유저 한 분 한 분이 라테일에 가진 애착을 알게 되었고, 그럴 때면 '게임 만들길 정말 잘했다'하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앞으로 계속 개발을 이어갈 용기도 많이 얻고요



▲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유저 간담회


Q. 라테일을 즐기는 유저층을 살펴보면, 수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게임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깊더군요. 어떻게 이런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나요?

유정현 팀장: 대다수 게임이 그렇겠지만 라테일도 처음에는 개발자 위주의 게임으로 만들어졌어요. 어쩔 수가 없어요.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니까요. 그런 게임이 유저의 손을 타고, 피드백을 얻으면서 점점 하나의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고생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나서 우리의 개발 방향과 운영 기조를 딱 잡았어요. 우리의 의견을 고집하기보다는, 유저의 피드백과 니즈를 먼저 생각하는 방향으로 말이죠. 무조건 유저와 소통하고, 그들의 의견을 게임에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발 방향을 설정했죠. 그래야만 우리 게임이 장수할 수 있다는 어떤 믿음이 생겼어요.

그렇게 개발 기조를 잡은 후, 지금까지도 그렇게 게임을 개발해오고 있어요. 유저 한 분 한 분이 건의한 내용을 실제로 게임에 반영해가면서요. 아마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 지금의 라테일이 아닐까 싶어요.


Q. 그럼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죠. '다크체이서'라는 직업이 이번에 추가되는데, 어떤 직업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유정현 팀장: 다크체이서는 '레이피어'같은 민첩하고 빠른 무기를 사용하는 직업이에요. 화려하고 큰 동작이 아닌, 간결하고 절제된 공격 동작을 통해 스타일리시한 전투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했죠.

다크체이서는 '체인블레이드'라는 시스템을 사용해요. 체인블레이드는 일종의 게이지 시스템인데, 총 10칸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이 게이지를 얼마나 채웠느냐에 따라서 이를 사용하는 스킬인 '체인스킬'의 위력이 달라지죠. 최대 위력을 뿜어내면 레전드 스킬에 맞먹는 위력이 나와요.

물론 체인스킬 시스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유저분들을 위한 일반 스킬도 강력하게 만들어두었어요. 체인블레이드를 이용한 체인스킬을 쓸지, 혹은 그냥 일반 스킬을 사용할지는 유저의 취향에 따른 문제죠.



▲ 이번 업데이트에 추가되는 '다크체이서'


Q. 지금까지 수많은 직업을 만들어왔고, 그것을 또 라테일의 시나리오에 녹여냈어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직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으시나요?

유정현 팀장: 라테일에만 해도 직업이 매우 많아요. 일단 기존 캐릭터들을 피하는 과정부터 시작하죠. 그리고 나면 '무기'를 먼저 설정해요. 무기는 그 직업을 드러내는 아이덴티티가 되고, 전투 스타일에도 영향을 줘요. 그래서 어떤 무기가 가장 매력적일지를 먼저 정하고, 그다음에 살을 붙이기 시작하죠.

시나리오, 설정, 동작, 캐릭터 컨셉 등등이 어떤 무기를 쓰냐에 따라 이에 어울리는 쪽으로 결정돼요. 물론 다른 게임이나 미디어에서 힌트를 얻는 때도 있지만, 그냥 힌트를 얻는 정도에서 그쳐요. 다른 매체의 캐릭터를 그대로 벤치마킹했다가는 업데이트 과정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이를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사실 이미 게임과 창작 매체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캐릭터가 존재하고, 이 캐릭터들이 일종의 클리셰가 되어버렸어요. 저희 역시 이런 클리셰에서 무한정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최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Q. 그럼 지금까지 만든 직업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직업을 하나 꼽아주실 수 있나요?

유정현 팀장: 2016년에 릴리즈된 '데미갓'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두 가지 전투스타일도 기획 단계부터 마음에 들었고 비중이 큰 스토리를 갖고 있지요. 개발 단계에서 모든 부분이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진 캐릭터에요.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고요.



▲ 지난 2016년 업데이트된 '데미갓'


Q. 이번 업데이트에 이벤트도 함께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확히 어떤 이벤트가 진행되나요?

강승철 파트장: 이번 이벤트의 컨셉은 '12주년', 그리고 '여름'이에요. 신규 직업이 추가되는 만큼 신규 직업 육성에 도움이 될 이벤트들과 여러 가지 컨셉의 미니게임을 함께 준비했죠.

이벤트 혜택이 꽤 빵빵한 편이라 꾸준히 접속만 하셔도 12만 원 상당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어요. 접속 인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OZ 아이템이나 현물 상품을 선물할 계획도 있습니다.


Q. 이번에 업데이트 내역 중에 좀 신기한 내용이 있었는데, '가족 간 명의 이동'이 가능할 것이라 쓰여 있더군요. 평소에 이와 관련된 피드백을 꽤 받으셨나요?

강승철 파트장: 아무래도 게임이 오래 서비스되다 보니 미성년자인 상태로 게임을 시작해서 이제는 성인이 되신 유저분들이 많아요. 그분들 중 게임을 시작할 때는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명의로 게임을 시작한 분들도 많죠.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미성년자 명의로는 작동하지 않는 기능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또 나이가 들어서 성인이 되고 나면 본인 명의가 아닌 것이 불편함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비밀번호를 잊었을 때도 찾기 힘들고, 그렇다고 애지중지 키운 캐릭터를 포기하고 새 계정을 만들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이와 관련된 피드백은 지금까지 늘 있었고, 가족관계증명서를 기반으로 명의 이전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아니지만 아마 7월 중엔 가능해질 것 같아요.


Q. 라이브 서비스라는게 사실 안정기가 없어요. 늘 하나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생기곤 하니까요. 현재 개발진이 느끼고 있는 라테일의 당면 과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유정현 팀장: 당연히 많은 문제가 있어요. 게임이 오래되다 보니 개발 단계에서 생각하지 못한 취약점이 꽤 많죠. 지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가이드' 부분이에요. 원래 라테일은 유저가 직접 게임을 진행하면서 콘텐츠를 파악하고, 시나리오를 알아가는 과정을 가정했기 때문에 꽤 불편한 부분이 많은 게임이었는데, 이제는 가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니까요.

이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 꽤 많았지만, 사실 이게 작은 작업이 아니다 보니 섣불리 시작할 수가 없었어요. 오랜 개발 기간 동안 쌓여온 것들이 많아서 작업량이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안에 대대적 개편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려고 기획 중이에요. 게임을 즐기는 분들이 더 편하게 게임을 즐기고, 한눈에 모르는 것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요.

밸런스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인데,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는 부분이고 저희도 늘 주시하면서 조정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밸런스는 끊임없이 조절을 거칠 예정입니다.

지난 5월에 유저 간담회를 진행했었는데, 당시 매우 많은 건의, 개선 사항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어요. 저희는 사소하다 생각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았죠. 지금은 그 부분들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어요. 인챈트와 조합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의견이 있어 그 시간을 줄였고, 소비 아이템이 많아 전투 준비시간이 길다는 피드백에 소비 아이템을 통합했죠. 신규 유저들이나 새로 직업을 키우는 유저분들을 위해서 최상위 던전은 아니더라도 그 아래 단계 던전까지는 꾸준히 허들을 낮추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았던 것 중 하나는 '길드 아이템'을 창고에 넣게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사실 이 부분은 조금 난감했던 게, 길드 아이템은 길드에 가입해야만 받을 수 있고, 길드는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별도로 구성되는데, 창고는 계정 전체에 공유돼요. 소속 길드가 없는 캐릭터가 길드 아이템을 들고 다닐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고민한 끝에 길드 아이템을 최고 단계까지 제작할 경우에 한 해 창고에 넣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새로운 캐릭터도 최고 단계로 제작된 길드 아이템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매 분기 꾸준한 업데이트가 이어지고 있다


Q.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죠. 지금까지 게임을 운영해오면서 많은 일들을 겪으셨을 테고, 느낀 점들도 많으실 거에요.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라테일'을 운영해갈 생각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강승철 파트장: 라테일에는 많은 고질적 문제들이 있었어요. 사실 저희도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았지만, 고칠 수 있는데도 고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정책적 문제, 그리고 기술적 한계들이 겹치다 보니 문제를 알면서도 그냥 방치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꽤 있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것 중 많은 부분이 고칠 수 있는 문제가 되었고, 지금도 그 문제들을 해결해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저흰 꾸준히 라테일이라는 게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더 즐겁게 게임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유정현 팀장: 강산도 변할 시간을 운영해오면서 어려움도, 힘듦도 많았어요. 그래도 라테일 유저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에 이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소통하고, 장수할 수 있는 게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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