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지 않고 빌리는 '구독형 모델', 게임 서비스의 미래 될까?

기획기사 | 윤홍만 기자 | 댓글: 22개 |



작년 3월, MS가 공개한 구독형 모델인 'Xbox 게임 패스(이하 게임 패스)'는 게임 업계에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지금까지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실물이든 디지털로든 게임을 사야 했다. 하지만 게임 패스 같은 구독형 모델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저렴한 가격으로 해당 서비스를 구독하면 게임을 사지 않고도 일정 기간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게임 패스가 최초의 구독형 모델인 건 아니다. 이미 EA는 EA 액세스, 오리진 액세스라는 이름으로 구독형 모델을 선보인 바 있었다. 그럼에도 MS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단순하다. 게임 패스가 기존의 구독형 모델들과 비교해 규모 면에서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무려 자사가 서비스하는, Xbox One으로 즐길 수 있는 거의 모든 게임을 구독형 모델로 즐길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건 게임을 유통하는 소매점들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게임 판매점 게임스탑은 당시 주가가 무려 8%가량 떨어졌고, 이에 소매점주들은 "더 이상 Xbox 게임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런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MS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Xbox 사업을 총괄하는 필 스펜서는 "게임 패스는 게이머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게임을 즐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는데 새로운 기회를 만들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며, 게임 서비스의 미래는 넷플릭스 같은 구독형 모델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 구독형 모델이 도대체 뭔가요?




대체 구독형 모델이 뭐길래 게임 패스는 논란의 중심에 선 걸까. 구독형 모델은 게임을 사는 게 아닌 빌리는 형태의 서비스 정책을 의미한다. 과거 대여점을 통해 만화책이나 비디오를 빌린 것처럼 월간 구독권을 구매하면 해당 기간 제공하는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디지털 대여 서비스랄 수 있다.

이런 구독형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게이머가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최신 게임의 가격은 보통 6만 원 선으로, 멀티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면 길어야 한두 달 정도 즐기는 게 대부분이다. 반면, 구독형 모델은 약 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한 달간 무제한으로 원하는 게임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코어하게 즐긴다면 만 원으로 몇십만 원어치의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렇듯 게이머에게 있어서 더없이 좋은 서비스 정책이랄 수 있는 구독형 모델이지만 여전히 생소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구독형 모델이 지닌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다. 구독형 모델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다수의 게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즉, 대형 게임사에서나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이지만, EA나 MS 정도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대부분의 대형 게임사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임을 파는 게 더 돈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일부에 불과하니 알려지지 않은 게 당연하다.

다만, 구독형 모델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EA와 MS의 행보를 그저 별난 도전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업계 후발주자로 각각 콘솔인 Xbox One과 ESD인 오리진을 통해 수많은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그들에게 있어서 구독형 모델은 고착화된 시장의 판을 뒤흔들 수 있는 비장의 한 수인 셈이다.

그렇기에 EA와 MS는 더욱 구독형 모델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MS는 콘솔을 견인한다고 할 수 있는 독점작들도 게임 패스로 내기 시작했고 EA는 Xbox One을 통해서만 제공하던 걸 이제는 PC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별난 도전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온 것이다.



▲ MS는 독점작인 '헤일로5'와 '기어즈 오브 워4'도 게임 패스로 제공하고 있고



▲ EA는 한발 더 나아가 오리진을 통해 PC에서도 구독형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 왜 구독형 모델인가?

이렇게만 보면 구독형 모델은 親 게이머 정책으로만 보일 수도 있다. 단돈 만 원이면 한 달 내내 몇십만 원어치의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실제로 그만큼 게임을 즐기려면 온종일 해야 할 테지만 한두 개만 즐긴다고 해도 손해 볼 건 없다.

그렇다면 게임사가 구독형 모델을 서비스하면서 얻는 건 뭘까. 하나라도 많이 게임을 팔아야 하는 게임사에 있어서 구독형 모델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 아니, 오히려 손해를 끼친다고 여길 수도 있다. 구독형 모델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굳이 사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 당연한 생각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게임사에 손해를 끼칠 거라 여겨진 게임 패스가 오히려 게임 판매율을 더 증가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MS는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게임 패스로 즐기는 게임과 구매하는 게임이 다르다는 점이다. 게임 패스를 하면 막연히 사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여러 게임들을 즐긴 후 소장하기로 마음먹은 게임들을 산다는 의미다.



▲ 실제로 MS는 게임 패스가 게임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게임 패스가 그간 빛을 보지 못한 게임들에 제2의 기회를 준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중소규모 게임이나 인디 게임은 필연적으로 블록버스터급 게임에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 패스와 같은 구독형 모델이 있다면? 부담 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 패스로 즐기는 게임과 구매하는 게임이 거의 겹치지 않고 그러면서 유저풀이 넓어지니 매출이 오를 수밖에 없다.

비단 MS만의 사례가 아니다. MS와 함께 구독형 모델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EA 역시 마찬가지다. 오리진 액세스를 통해 콘솔에서 PC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지난 7월 31일에는 서비스를 더욱 확장한 오리진 액세스 프리미엄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플랫포머 입장에서는 양질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자칫 엑소더스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게임사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구독형 모델을 추진할 리는 없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구독형 모델로 인한 매출 감소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방증인 셈이다.

정리하자면 EA와 MS가 구독형 모델을 추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유저풀의 확대와 매출 증대를 위해서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직 숨겨진 이야기가 남아있다. 바로 과금 요소에 대한 부분이다. 지금까지의 게임 판매 구조는 단순했다. 게임이라는 상품을 파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 판매 구조가 바뀌고 있다. DLC부터 시작해 인게임 재화, 아이템을 팔기 시작했고 이게 주 수입원이 됐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자 게임사의 목표 역시 바뀌었다. 하나라도 많이 게임을 파는 게 아닌, 한 명이라도 게이머를 많이 유치하는 쪽이 됐다. 특매품으로 게임을 싸게 제공하는 동시에 과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구독형 모델의 진짜 목적은 게이머를 유치하고 과금을 통해 매출 증대를 꾀하는 데 있다



■ 구독형 모델, 게임 서비스의 미래 될까?




구독형 모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지만, 확실한 건 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란 사실이다. 이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성공을 보고 수많은 업체가 구독형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앞선 기업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게임 업계는 오히려 뒤처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우선 지금까지의 결과는 나쁘지 않은 거로 보인다. 앞서 밝힌 것처럼 EA와 MS 모두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며 구독형 모델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다만,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구독형 모델의 주 수입원이랄 수 있는 랜덤박스에 대한 문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에 대한 온갖 갑론을박이 일어나고 있고 랜덤박스를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들도 들려오고 있다.

그래도 이런 문제만 극복한다면 구독형 모델은 게임사는 물론이고 게이머에게까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거란 건 분명하다. 게이머는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게임사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누군가는 이런 변화에 대해 소유의 시대가 종말을 향해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게임이라는 콘텐츠까지 구독형 모델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의 시대, 이제는 게임을 빌리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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